(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07 화. 순장, 얼마나 사람이 묻힐까.

서 휴 2023. 1. 20. 17:11

307 . 순장, 얼마나 사람이 묻힐까.

 

       소사簫史와 농옥弄玉이 용과 봉황鳳凰을 타고

       먼 하늘로 날아가 버리자. 이때부터 진목공秦穆公

       나라의 국정이나 전쟁이라는 말도 듣기 싫어하며

       세상의 일에 초연超然 해지려고 하였다.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돌보아야 하는는 군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사상에 도취되고 만 것이다.

 

진목공秦穆公은 국정을 모두 백리시百里視에게 맡기고, 매일 마음과

몸을 수련修鍊 하여 신선神仙이 되고자 했다.

 

       주공, 덕을 갖춘 자차씨子車氏 삼 형제가

       백성들에게 삼량三良 이라고 칭송을 받나이다.

 

       삼 형제 중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주공, 엄식奄息, 중항仲行, 침호鍼虎

       삼 형제를 모두 대부로 천거하나이다.

       알겠소. 우서장右庶長이 알아서 하시오.

 

자차씨子車氏  삼 형제를 대부로 임명하자, 그들은 나랏일을

살피면서 백성들을 위해 많은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다.

이에 백성들은 진정한 삼량三良 이라며 더욱 칭송하였다.

 

다시 3년이 지난 어느 날, 진목공秦穆公은 봉대鳳臺에 홀로 앉아

밝은 달을 쳐다보며, 어여쁘고 그리운 딸 농옥弄玉을 생각하였다.

 

       아바마마, 강녕康寧 하셨나이까?

       오, 사위 소사簫史도 반갑구려.

 

       아바마마, 여기 봉황鳳凰에 오르소서.

       항아姮娥가 사는 광한궁廣寒宮을 구경해 보시지요?

 

       광한궁廣寒宮은 광한전廣寒殿, 광한부廣寒府

       등도 모두가 진귀한 백옥으로 지었구나

 

       이 추운 곳에서 눈이나 얼음에 쌓이지도 않고

       너무나 하얗고 투명한 빛이 정말 영롱하구나.

       아 참으로 웅장하고 아름답도다.

 

       오 우, 맑고 찬바람에 몹시 춥구나.

       아바마마, 저희와 같이 가시렵니까?

       그래, 따뜻한 곳에서 너희와 함께 살자

 

광한궁廣寒宮에서 뼛속까지 찬 기운을 느낀 진목공秦穆公은 온몸을

몹시 떨다가 꿈에서 깨어났으나, 곧이어 한질寒疾에 걸리고 말았다.

 

       자리에 누운 지, 수일 만에 다시 꿈을 꾸며

       어여쁜 딸 농옥弄玉의 손을 잡으며 따라갔다.

 

진목공秦穆公은 군주의 자리에 오른 이래, 재위在位 39년 만인

그의 나이 69세에 죽었다.

이때가 주양왕周襄王 312월이며, 기원전 621년이었다.

 

       진목공은 옛날 진헌공晉獻公의 딸 백희白姬

       부인으로 맞이하여, 아들 앵을 낳아 세자로 세웠다.

       세자 앵이 뒤를 이어 진강공秦康公이 되었다.

 

진목공秦穆公은 옹땅에 묻혔다. 그때 진나라는 서융西戎

풍속에 따라, 산 사람을 순장殉葬 했는데, 모두 177명이나 되었다.

 

       이때 삼량三良 이라며 백성들로부터 그렇게

       칭송받던 자차씨 삼 형제도 그  177명에 포함되어

       산채로 진목공의 묘에 순장殉葬 되어 죽었다.

 

       이에 당시의 사람들도 너무 안타까워 했으며, 후세의

       사가史家 들도 진목공이 자기가 죽은 뒤의 진나라를

       조금도 걱정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비난했다.

 

나라 안의 백성들이 자차씨子車氏씨 삼 형제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황조黃鳥 라는 시를 지어 노래로 부르며 슬퍼하였다. 황조黃鳥

시경詩經 국풍國風 중 진풍秦風에 실려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황조黃鳥는 꾀꼬릿과에 속한 새로, 참새만 하면서 온몸이 노랗고

정수리에 검은 띠가 있으며아름다운 소리로 울음을  운다

 

     1. 交交黃鳥止于棘 (교교황조 지우극)

         꾀꼴꾀꼴 꾀꼬리 가시나무에 앉았네!

 

         誰從穆公子車奄息 (수종목공 자거엄식)

         누가 목공을 따라갔나? 차씨의 아들 엄식이로다.

 

         維車奄息百夫之特 (유거엄식 백부지대)

         차씨의 아들 엄식이여, 백사람보다 낫도다!

 

         臨其穴惴惴其慄 (임기혈 췌췌기율)

         무덤에 임했을 때는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었겠지

 

         彼蒼者天殲我良人 (피창자천 섬아양인)

         푸른 하늘이여, 어찌하여 훌륭한 분을 죽였는가?

 

         如可贖兮人百其身 (여가속혜 인백기신)

         대신할 수 있다면 우리 백 사람의 몸이라도 바칠텐데!

 

     2. 交交黃鳥之于桑 (교교황조 지우상)

         꾀꼴꾀꼴 꾀꼬리 뽕나무밭에 앉았네!

 

         誰從穆公子車仲行 (수종목공 자거중행)

         누가 목공을 따라갔나? 차씨의 아들 중항이라네!

 

         維車仲行百夫之防 (유거중항 백부지방)

         차씨의 아들 중항이여! 백 사람보다 낫도다!

 

         臨其穴惴惴其慄 (임기혈 췌췌기율)

         무덤에 임했을 때는 부들부들 떨었겠지

 

         彼蒼者天殲我良人 (피창자천 섬아양인)

         푸른 하늘이여! 어찌하여 훌륭한 분을 죽게 했는가요?

 

         如可贖兮人百其身 (여가속혜 인백기신)

         대신할 수 있다면 우리 백 사람의 몸이라도 바칠텐데

 

     3. 交交黃鳥止于楚 (교교황조 지우초)

         ​꾀꼴꾀꼴 꾀꼬리, 가시덤불 위에 앉고요

 

         誰從穆公子車鍼虎 (수종목공 자거침호)

         누가 목공을 따라갔나? 차씨의 아들 침호라네!

 

         維車鍼虎百夫之禦 (유거침호 백부지어)

         차씨의 아들 침호여, 백 사람을 당할 분이로다.

 

         臨其穴惴惴其慄 (임기혈 췌췌기율)

         무덤에 임했을 때, 부들부들 떨었겠지

 

         彼蒼者天殲我良人 (피창자천 섬아양인)

         푸른 하늘이여! 어찌하여 훌륭한 분을 죽게 했는가요?

 

         如可贖兮人百其身 (여가혹혜 인백기신)

         대신할 수 있다면, 백 사람의 몸이라도 대신했을 것을!

 

진의 백성들이 부른 이 황조黃鳥 노래는 자차씨 삼 형제를 임용하고

다시 순장殉葬을 시켜 죽인 일에 대해, 진목공秦穆公의 죽음보다는

삼량을 잃은 아쉬움과 원망과 슬픔이 짙게 배어 있는 노래라 하겠다.

 

       춘추좌씨전 春秋左氏傳을 저술한 좌구명左丘明

       고대의 선왕先王은 죽은 후에도 좋은 도덕과 법도를

       남겼는데, 진목공秦穆公은 오히려 백성들이 존경하는

       착한 사람들과 어진 사람들을 빼앗아갔으므로, 더는

       진나라가 동쪽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송나라 때의 소동파蘇東坡 만은 글을 지어 진목공의

무덤에 바쳤는데, 그 생각하는 바가 다른 사람과 많이 달랐다.

 

       진나라 옹성雍城의 동문으로 나가면, 백보도

       되지 않은 곳에 탁천橐泉 이라는 샘물이 있다.

       진목공秦穆公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옛날에는 이곳이 옹성雍城

       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의 백성들은

       진목공의 무덤을 이 탁천橐泉을 표시로 삼았을 것이다.

 

       옛날에 진목공秦穆公이 살아 있었을 때,

       백리시百里視를 세 번이나 죽이지 않고 살려 주었는데

 

       그때 백리시百里視는 마땅히 순장殉葬 되어야 함에도

       살았는데, 어찌 삼량三良을 살려 두려 생각지 않았는가?

 

       그것은 곧 옛날 전한前漢 , 나라의 전횡田橫

       죽자, 그를 따르던 3백 여명이나 되는 사람도

       같이 따라 죽었듯이, 이 세 사람도 진목공秦穆公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로 알 수가 있다.

 

       옛날 사람들은 단지 밥 한 끼만 얻어먹어도 보답을 위해

       능히 그 몸을 버렸는데, 오늘날은 그와 같이 행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던 관계로 옛날 사람들의 일을 의심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의 행함은 우리가 도저히 따를 수가 없으니

       지금 우리의 생각으로 옛날 사람을 판단하지 말지어다!

 

한편 진양공晉襄公은 선군인 진문공晉文公 처럼 부국강병을

이뤄내고 내정을 안정시켜 패공의 지위를 유지 했어야 하였다.

 

       그러나 진양공晉襄公은 재위 기간중에 선군과 같은

       상황을 창조해 내지 못했으며, 내정도 공고하게

       다지지도 못했고 오히려 그 예전보다 많이 약화되었다.

 

진양공晉襄公이 군주의 자리에 오른 지 6년째가 되는 해인 기원전

623년에 그의 어린 아들 이고夷皐를 세자로 세웠다.

 

       그 해에 조쇠趙衰, 란지欒枝, 선차거先且居, 서신胥臣

       등이 차례로 계속해서 죽었다. 네 명의 경의 직에

       있던 중신들의 죽음으로 그 자리가 비게 되었다.

 

이처럼 진군의 군수뇌부 자리가 갑자기 많이 비게 되자, 진군晉軍

군제를 개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때는 한동안 전쟁이 없었던바, 진양공晉襄公

       평화 시대가 계속 유지 될것으로 생각하고,

       부담이 큰 군사 비용을 줄이기로 하였다.

 

이는 기존의 삼군三軍, 이행二行의 편제에서 이행二行을 폐하고,

옛날처럼 삼군三軍으로 개편하면서 군사의 수효를 대폭 축소시켰다.

 

       중군은 사곡士穀을 주수主帥로 삼고

       양익이梁益耳를 부수副帥로 삼으려 하오.

 

       상군은 기정보箕鄭父를 주수主帥로 삼고

       선도先都를 부수副帥로 임명할까 하오.

       어서 의견을 말해보시오.

 

       주공, 신 선극先克 이옵니다.

       호씨狐氏와 조씨趙氏 두 가문은 우리나라에

       공을 크게 세운 중신들의 집안입니다.

       그 후예들을 쓰지 않고 버리시면 아니 됩니다.

 

       현재 벼슬이 사공司公에 불과한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는 지금까지 전쟁터에 나가,

       아무런 전공을 세운 바가 없사옵니다.

 

       그들에게 중군을 맡기시면  다른 사람들이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옵니다.

 

진양공晉襄公은 선차거先且居의 아들 선극先克의 간언을 받아들여

곧바로 사람을 바꿔가며 드디어 임명하게 되었다.

 

       중군은 사곡士穀 대신에 호언狐偃의 아들 호사고狐射姑

       원수로 삼았으며, 그 부수는 양익이梁益耳를 대신하여,

       조쇠趙衰의 아들 조돈趙盾을 임명했다.

 

       상군은 기정보箕鄭父를 그대로 원수로 삼으면서,

       그 부수는 선도先都 대신에 순림보荀林父를 임명했다.

       하군은 원수에 선멸先蔑, 부수에 선도先都를 임명했다.

 

이윽고 중군 원수가 된 호사고狐射姑가 등단하여 군령軍令

내리는 것과 지휘를 하는 것이, 서로 의논치않고 자기 생각대로

할 뿐만 아니라, 방약무인傍若無人 하며 건방지기가 짝이 없었다.

 

       호사고狐射姑 원수님,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이 몇 말씀 올립니다.

 

       장수나 군사들이 서로 화목해야 훈련도 잘되고

       싸움에서 승리를 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임명된 삼군의 원수와 부수들은

       모두 싸움터에서 뼈가 굵은 장수 들이 아니고

       모두 권문세가權門勢家 출신들 뿐입니다.

 

       원수께서는 마땅히 겸양하는 마음으로 서로 만나

       의논하시면서, 항상 남의 뒤에 서려는 몸가짐으로

       대하시며 넓게 포용하시옵소서.

 

       너무 강직한 자세는 자부심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초의 성득신成得臣

       우리와 싸우다가 패하게 된 것입니다.

 

       원수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은 방금 뭐라고 했는가?

 

       내가 이제 군령을 처음으로 내리는 마당에

       필부 따위가 어찌 이렇게 어지러운 말을 하여

       군심을 태만하게 만든단 말이더냐?

 

       유병臾騈저놈에게 채찍 100대를 쳐라.

       뭣들 하느냐! 어서 쳐라!

 

바른말을 조언하던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100대의 채찍을

가혹하게 맞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시작으로 불만을

터트리게 된다.

 

       사곡士穀과 양익이梁益耳는 자기들의 기용을

       선극先克이 방해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을 품었다.

 

       선도先都도 선극先克으로 인하여 상군 원수의

       직을 얻지 못했다며 역시 한을 품었다.

 

       그때 양처보陽處父는 진문공晉文公의 장례식에

       참석해 준 답례로 보빙報聘 사절이 되어 위나라에

       있었기에 삼군三軍의 새로운 인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태부太夫 양처보陽處父는 위나라에서 돌아오자마자, 중군 원수에

호사고狐射姑가 임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비밀리에 서둘러

진양공晉襄公을 찾아가 상주했다.

 

       주공, 호사고狐射姑는 남의 윗자리에 앉으려고만

       하여,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공, 호사고狐射姑는 중책을 맡을 재목이 아닙니다.

 

       옛날에 신상군을 조쇠趙衰께서 맡으시고 있을 때

       신은 부수로 있으면서, 그의 아들 조돈趙盾을 알게

       되었던바, 그때 저는 조돈趙盾이 정말로 어질고

       그 재주가 뛰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308 . 조돈, 진나라를 다시 일으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