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06 화. 신선은 인간과 살 수 있을까.

서 휴 2023. 1. 19. 14:40

306 . 신선은 인간과 살 수 있을까.

 

       이 사람이야, 나의 진정한 부군이로다!

       어찌하면 저 사람을 붙들 수 있을까

 

       과인이 소사簫史에게 물어보겠노라.

       생황笙簧과 퉁소洞簫는 어떻게 화음을 맞추는 것이오?

       또, 생황笙簧과 퉁소洞簫는 그 시작이 어떠한 것인가?

 

       생황笙簧 이라는 이름의 생은 생긴다는 뜻의

       생이니, 이는 여와女媧 수인씨燧人氏가 만들었습니다.

 

태호太昊 복희씨伏羲氏와 여와女媧 수인씨燧人氏, 그리고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를 합하여 삼황三皇 이라고 부른다.

 

여와女媧는 복희씨伏羲氏의 누이동생으로 천지天地를 보수補修

하고 인류를 창조創造 한 조물주造物主 라고 한다.

 

       사물의 이치를 취하여 새롭게 기를 만들어 내게 하고

       그 음률音律은 육률六律 중 양성陽聲의 태족太簇

       해당하는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육율六律12중에서 양성陽聲에 속하는 여섯 가지 음音으로

곧 황종黃鐘, 태주太簇, 고선姑洗, 유빈蕤賓, 이측夷則, 무역無射

말하는 것이며, 음성陰聲 인 육려六呂와 대칭되는 것으로

그 두 가지를 총칭하여 12이라 한다.

 

       소라는 이름은 엄숙하다는 뜻의 숙이라,

       태호太昊 복희씨伏羲氏가 만들었는데

 

       사물의 도리를 취하여 엄숙하고 청아한 기운을 내게

       하며, 그 소리는 열두 가지 음률 중 음성陰聲

       중려仲呂에 해당하는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화서씨華胥氏의 딸이 뇌택雷澤 속에 남아 있던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잉태하여 낳은 아이가 복희伏羲 라고 한다.

 

       복희伏羲는 주역周易의 시초가 되는 팔괘八卦를 만들었고,

       거미가 거미줄로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어망漁網

       처음으로 만들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또한, 번개에서 불을 발견하여 음식을 익혀 먹는 법을 전했다.

그리고 금과 슬의 악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신이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퉁소洞簫 뿐이라

       퉁소洞簫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 복희씨가 대나무를 여러 개 엮어서 피리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들쑥날쑥하게 되어

       마치 봉황鳳凰 새의 날개와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피리에서 나는 소리는 매우 아름다워

       마치 봉황鳳凰 새의 울음소리와 같다고 합니다.

 

       큰 것은 아소雅簫 라고 하는데, 대나무로 된 관을

       23개로 엮었으며, 그중 제일 긴 관은 4촌 정도 됩니다.

 

       작은 것은 송소頌簫 라고 하는데, 대나무 관을

       16개로 엮어서 만든 것으로 그중에서 길이가

       제일 긴 것은 2촌이나 됩니다.

 

       그 관들을 모두 통틀어서 소관簫管 이라고 부릅니다.

       그 소관에 밑바닥이 없는 것을 퉁소洞簫 라 합니다.

 

       그 후에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께서 영륜伶倫을 보내,

       곤계昆谿의 땅에서 베어 온 대나무에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 피리를 만들어 불게 했는데, 그 소리 역시

       봉황鳳凰이 우는 소리와 같았습니다.

 

황제黃帝 때는 악관樂官을 영륜伶綸 이라고도 불렀다.

황제黃帝가 영윤伶倫을 곤륜산崑崙山의 해곡嶰谷에 보내어 좋은

대나무를 가져오게 하였으며, 대나무 두 마디에 구멍을 내어

퉁소洞簫를 만들게 했는데, 그 퉁소洞簫의 소리를 기준으로 하여

황종黃鐘의 궁을 포함해 12율을 제정했다.

곤계昆谿는 곤륜산崑崙山의 해곡嶰谷을 말한다.

 

       그때 그 피리는 퉁소와 달리 모양이 매우 복잡했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소관의 모양이 너무 번거롭다고 하여

       대나무 관 한 개로 소를 만들어 불게 하였습니다.

 

       그 길이가 큰 것은 소라 부르고 짧은 것은 관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의 소는 옛날의 것과 다릅니다.

 

       그대가 퉁소洞簫를 불면 어찌하여

       진귀한 날짐승들이 갑자기 몰려드는가?

 

       퉁소洞簫의 모양은 비록 간편해졌으나,

       그 소리는 변하지 않아 한 번 불면 마치

       봉황鳳凰이 우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리고 곧 봉황鳳凰은 뭇 날짐승들의 왕이라

       퉁소洞簫의 소리를 듣게 되면, 모든 날 짐승들이

       왕의 소리로 알고 날아들기 때문입니다.

 

       옛날 순임금께서 퉁소洞簫의 소리를 즐겨 하셨는데

       봉황鳳凰이 그 소리를 듣고 날아와 인사를 올렸습니다.

 

       봉황鳳凰 조차도 이러하온데, 한낱 다른

       뭇 날짐승들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소사簫史의 말은 마치 물 흐르듯이 막힘이 없고, 그 목소리는 크고

낭랑하였으므로 진목공은 더욱 기뻐하며 또 소사簫史에게 말했다.

 

       과인에게 농옥弄玉 이라는 사랑하는 딸이 있소.

       음률에 사뭇 정통하여, 음률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결코, 시집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소.

 

       소사簫史, 내 딸을 그대의 아내로 주고 싶은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지 말해보시오?

 

그때 소사簫史는 얼굴에 엄숙한 기색氣色을 띄우더니 갑자기 절을

올리면서 사양辭讓 하는 말을 했다.

 

       신 소사簫史는 태화산太華山 깊숙한 산에 살던

       한낱 이름 없는 야인野人에 불과할 뿐입니다.

 

       어찌 감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신이

       존귀하신 공주님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겠나이까?

 

       ​내 딸이 맹세하기를 생황笙簧의 음률에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했소.

 

       오늘 보니 그대의 퉁소洞簫는 능히 천지간을 통하고

       만물의 이치를 꿰뚫고 있으니, 오히려 생황笙簧

       음률에 정통하는 사람보다 훨씬 훌륭하다 하겠도다.

 

       항차 내 딸이 옛날에 꿈을 꾸기를 오는 8

       중추절에 하늘이 혼인婚姻을 맺어 준다 했으니

       그대는 절대 사양辭讓 하지 말라!

 

       신 군주께 감사의 절을 올리겠나이다.

       태사太卸는 길일을 택하여 혼인婚姻의 날을 잡아라.

 

       주공, 신 태사太卸, 신통한 점괘를 가져왔습니다. 

       주공, 하늘의 달이 둥글게 되면, 땅에는 그 둥근

       달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납니다.

       주공, 8월 중추절이 대길이라고 나옵니다.

 

소사簫史는 목욕沐浴 계제階梯 하고 새로운 의관衣冠을 하사받아

갈아입고 봉대鳳臺에 올라 농옥弄玉과 화목한 부부가 되었다.

 

       소사簫史에게 중대부中大夫의 벼슬을 내려

       조당朝堂의 관리들과 반열班列을 같이 하기는 했지만,

 

       국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하루 대부분을 봉대鳳臺

       기거하며 불로 익힌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단지 간혹가다가 술만 몇 잔 마시며 살았다.

 

농옥弄玉도 소사簫史를 따라 선식仙食의 방법을 따라 배웠으며

역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화식火食을 끊을 수 있었다.

 

       여보女寶 농옥弄玉, 퉁소洞簫를 배워보겠소?

       당신堂身께서 퉁소洞簫를 불어야 멋있지요!

 

       당신堂身께서 생황笙簧을 배우신다면

       소녀, 또한 퉁소洞簫를 배우겠나이다.

 

       좋소, 퉁소洞簫는 먼저 래봉來鳳의 곡을 익혀야 하오.

       허 어, 반년도 아니 되었는데 다 배우다니 놀랍소!

 

       당신堂身께선 우리가 한 돌이 된 걸 아시나요?

       남자는 여보女寶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하지요.

 

       여보女寶 농옥弄玉, 일 년 만에 찾아온 중추절仲秋節 이오.

       보름달이 훤한 것이 뜻깊은 날이 되겠구려!

       우리 생황笙簧퉁소洞簫를 같이 불어봅시다.

 

중추절仲秋節 보름달이 훤하게 비춰오자, 농옥弄玉과 소사簫史

어울려, 생황笙簧퉁소洞簫를 불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퍼져나가며, 어느 사이에 봉대鳳臺

마당의 왼쪽에서 봉황鳳凰이 색깔별로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른쪽에 용들이 나타나 몸통을 둥글게 틀면서 앉기 시작했다.

 

       농옥弄玉, 이 소사簫史를 바라보기 바라오.

       나는 태화산太華山의 주인이던 신선神仙 이었소.

 

       상제上帝께서 인간사의 사적史籍이 문란해지자

       나에게 사적史籍을 정리토록 명하셨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와 주선왕周宣王 1755일에

       소씨簫氏 집안에서 태어나 그 셋째 아들이 되었소.

 

       주선왕周宣王 말년에 이르러 사관史官의 뒤가 끊기자

       내가 그 뒤를 이어 전적典籍의 끊기고 누락 된 부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어 앞과 뒤를 연결하게 했소.

 

       주周 나라 왕실에서 나에게 역사를 끊어지게 하지 않은

       공이 있다고 하여, 나를 소사簫史 라고 불러주었소.

 

       오늘이 내가 태어나 185년이 되는 날이요

       농옥弄玉, 우리의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있었소.

 

       상제께서 나에게 태화산의 주인으로 명하시고

       우리를 퉁소의 소리로 짝을 맺게 해주었소.

 

       농옥弄玉, 이제 더 머무를 수가 없게 되었소.

       이제 용과 봉황鳳凰이 모셔가려 마당에 날아왔소.

       농옥弄玉, 나와 함께 먼 하늘나라로 올라갑시다.

 

       아바마마께 작별作別 인사를 올려야 하지요?

       농옥弄玉, 우리는 이미 신선神仙이 되어있소.

 

       신선神仙은 세상사에 미련未練을 버려야 하오!

       어찌 미련未練의 끈을 끊지 않으려 하시오?

 

농옥弄玉이 부친에게 작별인사를 올리려 하자 소사簫史가 말렸다.

마침내 소사簫史와 농옥弄玉은 각기 적룡赤龍과 봉황鳳凰을 타고

봉대鳳臺 위를 한 바퀴 돌더니 먼 하늘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먼 태화산에서 봉황鳳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구나.

       어찌 생황笙簧퉁소洞簫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어서 봉대鳳臺에 가 보거라!

 

       주공, 소사簫史와 농옥弄玉이 보이지 않나이다.

       허허. 밤이 깊었는데 어디로 갔단 말이냐?

       시녀의 말에 용과 봉황鳳凰을 타고 하늘에 갔답니다.

 

       신선神仙이 있다 하더니 과연 거짓이 아니로구나!

       아직도 용과 봉황鳳凰이 나도 태우러 온다면

       나는 군주 자리를 헌 짚신 버리듯 날아가리라!

 

       어서 태화산太華山에서 그들의 종적을 찾아보아라!

       소사簫史가 묵었던 명성암名聲岩에도 없더란 말이냐?

 

진목공秦穆公은 그들의 종적을 찾아보게 했으나, 아무런 소식도

알아내지 못하자, 소사簫史가 묵었던 명성암名聲岩에 사당을 짓게

하고, 해마다 거르지 않고 술과 과일을 바쳐 제사를 지내도록 명했다.

 

그 사당을 소녀사簫女祠 라고 하는데, 지금도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봉황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 후 육조六朝

시대에 포조鮑照 라는 문인이 지은 소사곡簫史曲을 읽어보자.

 

      1. 簫史愛小年 (소사애소년)

          소사簫史는 언제나 어린 모습이었고

 

          嬴女吝童顔 (영녀린동안)

          농옥 또한 어린 얼굴을 잃지 않았다.

 

          火粒愿排棄 (화립원배기)

          화식을 버리고 신선이 되었으니

 

          霞霧好登攀 (하무호등반)

          구름을 불러 타고 높은 하늘로 올랐도다.

 

      2. ​龍飛逸天路 (용비일천로)

          용은 날아 하늘 높이 올라가 숨어버리고

 

          鳳起出秦關 (봉기출진관)

          봉황은 진나라 관문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身居長不返 (신거장불반)

          그들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簫聲時往還 (소성시왕환)

          퉁소 소리를 들어야만 다시 돌아오려나!

 

남북조시대 진나라에 살며 중서령 벼슬을 하던 강총江總 이라는

시인도 이 일에 대해 역시 시를 읊었다.

 

      1, ​弄玉秦家女 (농옥진가녀)

          농옥은 진나라 군주의 딸이고

 

          簫史善處童 (소사선처동)

          소사는 동자의 모습을 한 신선이었다.

 

          來時兔̀月滿 (래시토월만)

          중추절의 밝은 달이 떠 있을 때 인연을 맺고

 

          去后鳳樓空 (거후봉루공)

          다시 하늘로 날아가니 봉루는 텅 비었구나!

 

      2. 密笑開還斂 (밀소개환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띠고 부르니

 

          浮聲咽更通 (부성열갱통)

          공중에 떠돌던 퉁소 소리가 다시 들리는구나!

 

          相期紅粉色(상기홍분색)

          서로 홍분을 바른 듯한 얼굴로 기약하며 

 

          飛向紫烟中(비향자연중)

          자욱한 안개 속의 하늘로 날아가 버렸네.

 

307 . 순장, 얼마나 사람이 묻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