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72 화. 진문공, 삼사를 후퇴하는가.

서 휴 2022. 11. 29. 22:20

272 . 진문공, 삼사를 후퇴하는가.

 

진군晉軍의 전략은 오랜 원정에 지칠 대로 지쳐있는 초군楚軍

이곳에 끌어들여, 신속하게 공격하여 쉽게 승리하는 데 있었다.

 

       주공, 신이 유인한 대로 초군이 이곳에 왔습니다.

       주공, 초楚 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나이다.

 

       초군은 먼 제나라의 양곡陽谷 땅을 점령한 이래로

       송의 수양성睢陽城 으로 싸움터를 옮겨 왔으며

 

       장기간 포위하고 공격하다가 급하게 이곳에

       온 것이므로 초군楚軍의 피로가 극에 달해 있사옵니다.

 

       주공, 초군이 진채를 내리려 할 때 벼락같이 공격하면

       성득신成得臣의 머리를 취할 수 있나이다.

       장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공, 원수 선진先軫의 말이 옳습니다.

 

장수들 모두가 선진先軫의 계략計略에 동조하자, 진문공晉文公 또한,

그 말이 타당하다고 여겨졌으므로 출전 명령을 내리려 할 때였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지금 당장 쳐들어가서는 아니 됩니다.


       안 되다니! 무슨 말이오?
       주공께서는 초나라와의 약속을 잊으셨나이까?

 

       주공께서는 우리 진과 초가 싸우는 일이 생기면

       초나라 은혜를 갚는다는 뜻에서 3三舍를 물리겠다고

       약속하신 바를 어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지난날 진문공과 가신 일행이 초나라에 머물며 망명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초성왕이 도와준다면 어떻게 보답하겠냐며 묻자, 이때

진문공은 전쟁시 3三舍를 물러나는 것으로 약속한 바가 있었다.

 

       주공, 이제 초나라와 교전을 앞둔 때이옵니다.

       직접 하신 말씀을 지키지 않으시려 하십니까?

       이는 천하의 신의를 잃는 일이 되옵니다.

 

       주공, 옛날 원성原城의 백성들에게도 신의를

       잃지 않으셨는데, 인제 와서 초성왕에게

       신의를 잃을 수는 없는 것이옵니다.

 

       주공, 초군楚軍을 피해 3사의 거리를 후퇴하시어

       초성왕楚成王 과의 약속을 떳떳이 지키는 모습을

       만천하에 보이시옵소서.

 

       지금 초군楚軍을 공격하여 승리를 얻을 수 있을지라도

       신의信義를 잃게 된다는 걸 생각하셔야 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군과의 일전을 앞에 놓고 호언狐偃이 하는 

말은 진문공을 비롯한 신료들에게 사뭇 뜻밖의 일로 생각되었다.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 운명이 걸린 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초성왕楚成王이 묻는 말에 그저 한마디 던진 것이 온대

       수년이 지나간 지금에서는 약속이라 할 수 없나이다.

 

       우리는 주군의 군대이지만

       성득신의 초군楚軍은 초성왕의 신하의 군대입니다.

 

       군주가 적국의 신하를 상대하였을 때 뒤로 물러나?

       후퇴하게 된다면 그 치욕이 작지 않습니다.

 

       더구나 어찌 싸워보지도 않고 군주의 군대가

       신하의 군대를 어찌 피할 수 있겠나이까?

 

       더욱이 성득신成得臣은 욕심이 가득 찬 늑대입니다.

       그런 자를 피한다는 것은 치욕 중의 치욕이 되옵니다.


특히 진군晉軍의 총지휘 책임을 맡은 원수 선진先軫 으로서는

지금의 호언狐偃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으나, 호언狐偃

만큼조금도 굽히지 않고 계속 주장을 하고 있었다.


       주공, 초성왕의 은혜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주공께선 군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피하는 것은 초성왕楚成王의 초군을

       피하는 것이지, 신하인 성득신을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득신이 비록 성격이 강직하고 잔인한 면도 있으나

       우리가 초왕에게 받은 은혜는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도 성득신成得臣이 추격해 오면

       호언狐偃께서는 그때 어찌하려 하십니까?

 

       만약 우리가 군사를 물린다면 초나라의

       성득신의 초군楚軍도 물러날 것이 분명하오.

       이리되면 송나라를 다시 침공하지 못할 것이오.

 

       주공, 우리가 퇴각했음에도 뒤를 따라 추격해 온다면

       이것은 즉 신하 된 자가 군주를 핍박하는 행위가 되므로

       그 잘못은 초나라 쪽에 있게 됩니다.

 

       주공, 우리가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추격하여

       사태가 어쩔 수 없게 된다면, 우리 군사들의 마음에

       분노하는 마음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되면 초군은 교만하게 보일 것이며

       우리의 군사들은 분노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데

       우리가 어찌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겠나이까?

 

진군의 진영이 작전을 수립하며 시간을 끄는 동안, 이윽고 성득신은

비바람 몰아치듯 초군을 휘몰아 진의 진채가 있는 조성 부근에

당도하여 세 곳에다 진영을 세우고 싸울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조용히들 하시오, 과인이 말하겠소!

       자범子犯 호언狐偃의 말이 옳도다.

       선진先軫삼사를 물리도록 하라!

 

진문공은 호언狐偃의 말 뜻을 알아차리고 즉시 삼군에 영을 내려

모두 뒤로 3사三舍를 후퇴하도록 했다. 진의 군사들이 30리를

뒤로 후퇴하자 군리軍吏가 와서 진문공에게 품했다.

 

       주공, 일사一舍를 물러났나이다.

       아직 충분치 않도다, 어서 더 물러가라.

 

다시 일사의 거리를 뒤로 물러났으나 진문공은 진채를 세우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다시 일사의 거리를 더 물러나 모두 3사 즉

90리를 물러나? 나라 도성 부근인 성복城濮 이라는 곳에

당도하게 되어, 진채를 세우고는 군사와 말을 쉬게 했다.

 

한편 진군晉軍이 갑자기 진채를 뽑아 뒤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게

된 초군은 모두 기뻐하며 좋아하자, 투월초鬪越椒가 나서며 말했다.

 

       진군은 군주의 신분으로 신하 된 자를 피하니

       원수님, 이것 역시 우리에게 영예스러운 일입니다.

 

       원수님, 이쯤에서 군사를 물려 회군하십시오.

       이 정도면 원수님의 명예를 찾은 셈입니다. 

 

       원수님,  비록 공을 세우지는 못했으나

       대왕께 죽을죄는 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말하는 것이냐?

       나는 대왕께 원군을 청하면서 이미 군령장을 바쳤다.

 

       진군과 지금까지 한 번도 싸워보지 않고

       어떻게 대왕께 복명復命 할 수 있단 말이냐?

 

       진군이 퇴각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우리 초군을 겁내어 달아나는 것이다.

       마땅히 뒤를 쫓아 섬멸시켜야 한다.

성득신은 진군의 뒤를 속히 추격하라는 군령을 내렸으며, 곧바로

진군의 뒤를 쫓아 90리를 행군하게 되자, 마침내 진군晉軍

진채를 내리고 있는 성복城濮 땅까지 따라오게 되었다.

 

       성복城濮은 위나라 땅으로 지금의 산동성 복현의

       동남쪽 있으며, 그 일대는 복수濮水가 흐르고 있다.

       진문공晉文公은 성복城濮 땅까지 물러나는 동안

       내내 성득신이 회군하기를 바랐다.

 

       호언의 말대로 그것은 신하 된 신분으로

       타국의 군주에 대한 예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득신成得臣은 회군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채를 내리며 싸우려 하였다.

 

이때 진문공의 연락을 받은 제군齊軍과 진군秦軍이 차례로 속속

모여들어, 진군晉軍이 있는 성복城濮 땅에 진채를 내렸다.

 

       제소공齊昭公은 상경 국의중國懿仲의 아들

       국귀보國歸父를 대장으로 삼고, 최요崔夭

       부장으로 임명하여 진군을 돕도록 명했다.

 

       진목공秦穆公도 그의 둘째 아들 소자은小子憖

       대장으로 삼고, 건병蹇丙을 부장으로 삼아,

       대병을 거느리고 진군晉軍을 돕도록 했다.

 

       또한, 초군楚軍의 포위에서 벗어난 송나라도

       역시 사마司馬 인 공손 고를 대장으로 삼아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싸움을 돕도록 했다.

 

       이에 진문공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힘이 솟아났다.
       진을 비롯한 제, , 4개국 연합군은

       성복城濮 들판에 진을 치며 싸울 준비를 하였다.

그때 초군楚軍을 중심으로 정, , , , 5개국 연합군도

진군晉軍을 따라왔으며 휴땅에 이르자 험지에 진을 쳤다.

 

       휴땅은 산이 험하고 큰 늪이 가로막힌 험지였다.

       성득신은 지세를 살피고 나자마자 산을 뒤로하고

       늪을 앞으로 하여 천연의 요새라 할 수 있는

       험한 곳을 점거하여 보란 듯이 영채를 세운 것이다.


진문공은 성득신成得臣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절묘한 곳에 진채를

배치하는 것을 보게 되자, 감탄하면서 갑자기 불안감이 쌓였다.

 

       원수 선진先軫은 보았는가

       초군楚軍이 저리 잽싼데 이길 수 있겠는가

 

       초군이 저런 험지에 진채를 세우게 되면

       우리 진군晉軍이 공격하기가 매우 어렵지 않겠는가

 

       마땅히 저곳을 빨리 빼앗아 차지해야 하는데

       자꾸 질지도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구나

 

       선진先軫은 굳이 초군楚軍과 싸워야 하겠는가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 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험지에 영채를 세워 놓고 공격하려면 저곳을

       빠져나와야 하는 데, 저곳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주공, 성득신成得臣은 패하고 말 것입니다.

       대저 험준한 곳에 영채를 세운다는 것은

       싸우기보다는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여기까지 쫓아온 것은 싸우기 위해서일 터인데,

       기껏 쫓아와서 험준한 곳을 택하다니 아무래도

       신이 보기엔 참으로 딱하기만 합니다.


원수 선진先軫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으나, 진문공晉文公

불안한 마음으로 망설이는 눈치를 계속 보이게 된다.

 

       주공, 호언狐偃 이옵니다.

       주공, 우리 진군晉軍이나 저 초군楚軍의 기세를 보니

       양군은 반드시 승패를 내고 말겠다는 것같습니다.

 

       주공, 싸워서 이긴다면 천하의 제후들을 아우르는

       방백이 될 수 있고, 설사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우리 진국은 태항산太行山

       하수河水에 의지하여 스스로 지킬 수 있사옵니다.

 

       주공께선 염려치, 마시옵소서

       초나라가 어찌 우리 진국의 강역을

       제 맘대로 넘볼 수 있겠나이까?

 

진문공은 처음으로 대규모 전쟁을 하게 되는바, 아무래도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다가,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 꿈을 꾸게 되었다.

 

       옛날 유랑생활 때의 이야기이다.

       진문공과 가신 일행이 초나라에 들어가

       몸을 맡기고 있을 때였다.

 

       진문공과 초성왕은 서로 친하게 지내며

       수박手搏 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진문공이 힘이 다하여 땅에 넘어져서

       하늘을 향하여 드러눕게 되었다.

 

       그때 초성왕이 진문공의 배 위에 올라타고서는

       그 큰 주먹으로 진문공의 머리를 내리쳤다.

 

       진문공의 머리가 깨지며 하얀 뇌가 비치자

       초성왕이 손으로 뇌수를 꺼내 먹는 꿈이었다.

 

       진문공은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으나

       매우 상서롭지 않은 꿈인 걸 알고 두려워했다.

진문공은 자기와 같은 막사 안에서 머물러 자고 있던 호언狐偃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꿈속에서 초왕과 싸웠는데 이기지 못하고

       또 초왕에게 나의 뇌수를 먹이게 된다니

       이것은 몹시, 좋지 않은 징조 같아 걱정되오!

 

       주공, 신 호언狐偃이 말하겠나이다.

       주공, 그 꿈은 정말로 크게 길할 징조입니다.

 

       주군께서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아니, 그 꿈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오?

 

       주공, 들어 보시옵소서.

       주군께서 땅에 넘어져 하늘을 쳐다보고 계셨으니

       이것은 곧 하늘의 보살핌을 받으신다는 뜻이며

 

       초왕이 주군의 몸에 엎드린 것은 곧 땅에 꿇어앉아

       주군께 죄의 용서를 비는 형상이 되옵니다.

 

       주공, 라는 것은 본시 부드러운 것이라

       주군께서 뇌腦를 초나라에 준 것은

       곧 부드러운 것으로써 강한 초楚 나라를

       부드럽게 복종시킨다는 뜻이 되옵니다.

 

       주공, 초왕이 주군께 절하는데 어찌

       성복城濮 전투에서 이기질 못하겠나이까?

 

273 . 성복 대전에서 누가 이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