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7 화. 상벌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서 휴 2022. 11. 18. 18:51

267 . 상벌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이 보고하자, 사정을 알게 된 진문공晉文公

즉시 어가를 타고 먼저 북문에 있는 희부기僖負羈의 집에 들어갔다.

 

       희부기는 눈을 한번 크게 떠보시오

       허 어, 과인을 보더니 숨을 거두고 마는구나.

​       어찌 희부기를 불태워 죽였단 말인가?

 

진문공이 탄식해 마지않자, 희부기의 처가 다섯 살 난 외동아들인

희록僖祿을 안고서 땅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희부인은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과인이 어린 희록僖祿을 보살펴 주겠소.

 

       ​어린 희록僖祿을 강성絳城에 옮겨와 살게 하고

       대부 벼슬을 주고, 황금과 비단을 내리겠노라.

       어서 이사 준비를 시키도록 하라.

 

희부기僖負羈의 장례를 끝내고 그 가족들을 강성絳城에 옮겨가게

하자마자, 그날로 군주의 명을 어기고 방화를 저지른 위주魏犨

전힐顚頡을 처형하겠다고 대사마大司馬 조쇠趙衰에게 말하였다.

 

​       위주魏犨와 전힐顚頡을 참수시키도록 하시오.

       주공, 조쇠趙衰 이옵니다.

 

       주공, 이 두 사람은 주공께서 유랑하실 때

       19년 동안이나 따라다니며 생사고락을 같이했습니다.

       또한, 큰 공도 세웠으니 용서하시 옵소서.

 

       대사마大司馬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은 명령命令이 서기 때문이오.

 

       신하들이 과인의 명령命令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어찌 신하라 할 수 있겠소?

 

       또한, 군주가 신하에게 명령命令을 행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어찌 군주라 할 수 있겠소?

 

       군주답지 못하고 또한 신하답지 못하다면

       그 나라가 어떻게 되겠소?

 

       과인을 위해 고생한 대부들의 수도 많은데

       만약에 모두가 명령命令을 범하고 멋대로 행한다면

       과인은 이후로 어찌 영을 세울 수 있겠소?

 

       주공, 신 조쇠趙衰가 다시 주청하나이다.

       주공의 말씀은 심히 타당하고 옳사오나!

 

       위주魏犨는 재주와 용기가 여러 장수 중에

       단연 뛰어난 인재라 죽이기가 너무 아깝나이다.

 

       또한, 전힐顚頡의 부추김을 받았다고 하오니

       전힐顚頡 한 사람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죽이기까지 하시겠나이까?

 

       주공,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허 어, 대사마大司馬 도 아시지 않소?

 

       위주魏犨가 가슴에 상처를 크게 입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곧 죽게 된다는데

 

       그런 사람을 애석히 여겨 영을 어긴걸

       불문에 부치라고 한다면 어찌 말이 되겠소?

 

       주공, 신이 위주를 찾아가 그가 일어나지 못하고

       죽을 것 같으면 주군의 말씀대로 처형하시옵고

 

       만약에 일어나 나랏일을 할 수 있다면

       주공, 용맹한 장수이니 살려놓으시어

       나중의 위급한 일에 대비하시기 바라나이다.

       대사마大司馬, 마음의 깊은 뜻을 알겠소.

       대사마大司馬는 위주의 병세를 알아보고 오시 오.

 

       순림보荀林父는 무얼 하고 있는가?

       어서 전힐顚頡을 잡아 오도록 하라.

 

그때 위주魏犨는 불에 타고, 그슬린 피부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일어나지 못하고 통증에 크게 시달리면서도 엊그제 밤에

술이 취해 희부기僖負羈 집에 방화한 일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장수님, 손님이 오셨는데 어찌할까요?

       찾아온 사람이 누구더냐?

       대사마大司馬 조쇠趙衰 어른이십니다.

 

       어? 조쇠趙衰 대부께서 혼자 오셨다니

       아무래도 심상치 않구나!

 

       어서 나를 일으켜 세워라!

       ​병이 심하여 움직이면 안 됩니다.

 

       내가 죽을병에 들지 않았는데 어찌 잔말이 많으냐?

       어서 윗도리와 바지를 가져와 입혀봐라!

       뭐 하느냐? 빨리 갖다 입혀라!

 

위주는 직감적으로 자기의 생살권을 쥐고 온 것을 깨닫고는, 몹시

아픈 속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밖으로 나가 조쇠를 맞이하려 하였다.

 

       허 어, 마중을 안 나와도 되오.

       일어나 있다니 천만다행이오.

 

위주魏犨가 의복을 평상시처럼 차려입고 나와서 맞이하려 하자,

이를 눈치챈 조쇠趙衰는 군막 안으로 들어오면서 만류하며 물었다.

 

       병이 위중하다고 들었는데

       이렇듯 일어나 기동을 해도 괜찮겠소?

 

       주공께서는 이 쇠를 시켜 고생하는

       위주魏犨 장수를 위문하라 하시어 왔소.

 

       주공의 명이 이렇듯 자애로우신데,

       어찌 감히 누워서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통증이 있기는 하나, 아픈 가슴을

       비단으로 단단히 동여매고 대감을

       만나기 위해 자리에서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이 위주魏犨는 지은 죄가 너무 큰바, 마땅히

       죽음에 해당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일 용서만 받는다면, 아직 남아 있는

       목숨을 주공의 은혜에 모두 바치겠습니다.

 

       대사마大司馬 조쇠趙衰 어른,

       소인이 어찌 스스로 편안함을 찾겠습니까?

위주魏犨가 말을 마치더니 위로 세 번을 허공에 뛰어오르고,

다시 몸을 굽혀 세 번 춤을 추면서 이어나갔다.

 

       으라차차, 으라 아 차차, 으라차차.

       허 어, 됐소. 부디 몸을 보중하시오.

       이 쇠가 주공에게 말씀을 올리리다!

조쇠趙衰는 한 사람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하여

겨우 승낙을 받아낸 바이므로, 위주魏犨의 군막으로 찾아와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진문공晉文公에게 보고 하러 갔다.

 

       주공, 위주 장수는 비록 상처가 심하였지만

       춤추듯 운동을 하고 있었나이다.

 

       주공, 그뿐만 아니오라,

       신하 된 자로 예의를 잃지 않고 있었으며, 무릎 꿇고

       주군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결심을 보였습니다.

 

       주공, 용서하시면 후일에 죽을힘을 다하여

       주공께 공을 세우며 은혜에 보답하겠다 합니다.

 

       대사마大司馬, 과인은 법을 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했을 뿐이오!

       대사마大司馬, 어찌 충신을 죽이길 좋아하겠소?

 

잠시가 지나자 순림보荀林父가 들어왔으며, 잡아 온 전힐顚頡

장수를 진문공晉文公 앞에 무릎 꿇리면서 앉게 하였다.

 

       전힐顚頡은 무슨 마음으로 희대부의 집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죽게 하였느냐?

 

       주공, 어찌 신들의 공을 소홀히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목숨을 걸고 조성曹城을 함락시켰습니다.

 

       개자추介子推는 허벅지 살을 베어내 국을 끓여

       주군께 바쳤음에도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으며

       개산介山에 기거하다가 불에 타 죽고 말았습니다.

 

       주공, 희부기僖負羈는 음식 한번 바치고 큰저택을

       받은 허황된 자이므로 불에 타 죽게 하였습니다.

 

       주공, 허황된 자를 죽인 일이 그렇게 억울한 일이 되어

       19년을 따라다닌 신하를 죽이려 하십니까?

 

       신은 단지 희부기僖負羈를 개산介山에 있는

       개자추介子推의 사당으로 보내려 한 것입니다.

       개자추는 벼슬을 싫다고 해서 도망친 사람이다.

       어찌 과인에게 허물을 따진단 말이냐?

 

       주공, 대관절 저녁 한 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싸움에 공이 큰 신하들을 홀대하시고,

       어찌 희부기僖負羈 만 특별한 대접을 하십니까?

 

       너는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우리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조성曹城을 함락시켰으나,

       조나라 백성들의 은원恩怨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희부기僖負羈로 하여금  조 나라 백성들의

       은원恩怨을 정리시키기 위해 큰 집을 내린 것뿐이노라.

 

       네가 주도하여 위주魏犨와 함께 불러 질렀으며

       아무 죄 없는 희부기僖負羈와 백성들을 죽게 했도다.

 

       전힐顚頡 , 너는 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너의 많은 공을 한 번의 실수로 다 버렸도다.

 

       전힐顚頡 , 너는 어찌 그걸 모른단 말이냐?

       너는 나와의 인연을 끝내고 싶은 게냐?

 

       과인의 명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했으니

       전힐顚頡 , 그 죄는 어디에 해당하겠는가?

       주공, 차라리 참수당하고 말겠습니다.

 

전힐顚頡이 당당하게 말을 마치자, 도부수刀斧手 들이 들어왔으며

그들은 전힐顚頡을 진채의 원문 밖으로 끌고 나가 목을 참했다.

 

진문공晉文公은 사람을 시켜 전힐顚頡의 수급을 희부기僖負羈

집에 가져가게 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명하였으며, 다시 영을 내려,

전힐顚頡의 수급을 가져가 북문 위에 효수梟首 하도록 했다.

 

       대사마大司馬는 들어보시오.

       위주가 전힐을 막지 못하고 과인의 영을

       어겼으니 이는 무슨 죄에 해당하겠소?

 

       주공, 마땅히 중죄에 해당합니다.

       주공, 위주의 벼슬과 봉록을 삭탈하시고

       훗날에 공을 세워 속죄토록 해야 합니다.

 

       위주를 차우車右 직에서 파면하고

       대부 벼슬을 거둬들이며 서민으로 만들어라!

       주지교舟之僑가 차우車右 직을 맡도록 하라.

 

진군晉軍의 장수들과 군사들은 모두가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진문공晉文公의 처분이 너무 과하다고 말하면서도 따르게 되었다.

 

       전힐과 위주는 주군을 19년 동안이나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큰 공을 세웠는데도

 

       단 한 번 군명君命을 어겼다 하여

       한 사람은 참수를 당하고, 한 사람은

       봉록이 삭탈 되고 차우에서 파면까지 되었단다.

 

       다른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누구 할 것 없이 군명君命을 잘 지켜야 겠소이다.

 

       주공이 법을 집행함에 사사로움이 없으니

       우리 모두 근신하며 잘 따라야 할 것이오!

 

이후로 진군晉軍은 군명君命의 두려움을 알게 됨으로써, 삼군의

군기가 더욱 엄숙해졌다. 이에 한 사관이 시를 지어 노래했다.

 

       ​亂國全凭用法嚴 (란국전빙용법엄

       나라가 어지러우면 모두 엄한 법에 따라야 하는데

 

       私勞公義兩難兼 (사노공의양난겸)

       사적인 공로와 공의를 함께 행함은 어려운 일이로다.

 

       只因違命功難贖 (지인위명공난속)

       한 번의 지은 죄가 옛 공으로 속죄하지 못하니

 

       豈爲盤飧一夕淹 (개위반손일석엄)

       한 끼를 바친 공인들 어찌 인정하지 못했는가?

 

한편 초성왕楚成王은 송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친히 초군楚軍

거느리고, 민읍緡邑 땅에서 진, , , 4국과 연합군을

결성하였으며, 곧바로 송나라의 도성인 수양성睢陽城을 향해 갔다.

 

초성왕楚成王은 초군이 수양성睢陽城을 철통같이 에워싸게 하면서

계속 공격하게 하여 송군宋軍이 지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으로 송군宋軍의 저항은 심했다.

       송성공宋成公은 초군楚軍을 물러가게 해주겠다는

       진문공의 말을 너무나 믿기 때문이었다.

 

초군楚軍은 수양성睢陽城의 성벽 높이 만큼 둑을 쌓으면서, 이 둑을

다 쌓으면 성안을 내려다보며 공격하여 성을 함락시킬 생각이었다.

 

       왕이시여, 위衛 나라에서 사신으로 왔사옵니다.

       신 위衛 나라 사신 손염孫炎 이옵니다.

 

       손염孫炎은 무슨 일로 예까지 왔는가

       왕이시여, 지금 위나라가 위급하옵니다.

       무슨 일인가어서 말해보라.

 

       진군은 단숨에 오록성五鹿城을 점령하고는

       이제 초구성楚丘城 앞에 진을 치고 있으므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위급 상황입니다.

 

       위나라가 그리도 절박하단 말인가.

       왕이시여, 어서 하루속히 구해주시옵소서 .

 

268 . 도움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