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5 화. 장계취계를 아는가.

서 휴 2022. 11. 15. 16:06

265 . 장계취계를 아는가.

 

       조공공曹共公은 명군과는 거리가 먼 암군暗君으로,

       정사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300여 명의 소인배에게

       하나씩 감투를 나눠주고서는,

 

       매일 같이 그들과 어울려 장난질이나 하다가

       송양공宋襄公이 소집한 회맹 때 아무런 권한도 없는

       대부를 대신 보냈다가, 송양공宋襄公의 분노를

       사게 되어 침략을 받은 적도 있었다.

 

       망명 시절 중이重耳 일행을 공관에 있게 하고는

       환영의 연회도 베풀어주지 않았으며,

 

       중이重耳가 발가벗고 한창 목욕하고 있을 때,

       조공공曹共公과 대부 우랑于郞을 비롯한

       측근들이 평복으로 변장하고

 

       예의도 없이 욕당浴堂의 문을 밀치고 들어가

       발가벗은 중이重耳의 알몸을 빤히 들여다보고는

       변협騈脅에 대해 낄낄거리다가 나가버렸다.

 

상경 희부기僖負羈는 중이重耳 일행이 푸대접받는 걸 알게 되자.

현명한 아내 여씨呂氏의 도움으로 중이重耳의 노여움을 위로하며

풀어주고자 정성껏 음식을 대접한 일이 있었다.

 

       주공, 대부 우랑于郞 이옵니다.

       그때 진후晉侯가 우리 조曹 나라에 머무를 때

       희부기僖負羈는 사사로이 음식을 바쳤다 합니다.

 

       사자로 가겠다고 희부기僖負羈가 자청하는 걸 보니

       진후晉侯를 만나 나라를 팔아먹으려 할 것입니다.

 

       주공, 희부기의 말을 들어주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주공께서 먼저 희부기僖負羈를 참하시고

       나면 신이 진군을 물리칠 계책을 내놓겠습니다.

 

조공공曹共公의 신임을 받아 아첨만을 일삼던 대부 우랑于朗

말에 조공공曹共公은 그의 말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희부기僖負羈가 불충한 점이 있다고는 하나?

       대대로 공신의 집안이라 죽음만은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나 관직은 박탈하도록 하겠노라.

 

상경 희부기僖負羈는 ​조공공曹共公의 조치에 기가 막혔으나,

어쩔 수 없어 길게 탄식하며 조용히 조당에서 물러 나왔다.

 

       이제 희부기僖負羈를 쫓아냈도다.

       우랑于郞은 어떤 계책을 가지고 있는가?

 

       주공, 사항서詐降를 써 보내는 것입니다.

       사항서詐降라니 무슨 말인가?

 

       진후는 진군의 세력만을 믿고

       몹시 교만해져 있을 겁니다.

 

       신이 거짓으로 항복한다는 밀서를 보내

       외성外城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입니다.

 

       외성外城 안으로 들어오면

       외성과 내성 문을 잠그고 성벽 위에 숨어 있던

       궁노수弓弩手 들이 활을 쏴 모두 죽여

       고슴도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하, 그리되면 진후를 한 방에 죽이겠구나!

       ​주공, 진후晉侯 만 죽이면 진군은 허둥대며

       물러가지 말라 해도 물러가고 말 것입니다.


       호오, 묘책 중에 상책이로다.
       성공만 하면 그대를 재상으로 삼으리라!

 

밤이 되어 진문공은 우랑于郞의 밀서를 받게 되자, 선진과

장수들을 불러 밀서의 내용을 읽어보면서 대책을 세우게 된다.

 

       조나라 중신들이 항복을 주장 하였으나

       조공공曹共公 승낙지 않아 몰래 항복을

       결심하였다는 밀서가 아닌가?

 

       해 질 무렵에 성루에 백기를 걸면서

       외성 문을 열어 조성을 바치겠다는 것이 아닌가?

 

       주공, 밀서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조나라 중신들이 배신하였다면

       조공공曹共公을 묶어서 데려오면 될 텐데

       이리 항복을 제의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주공, 조성을 보면 삼엄한 것이 아무리 살펴 봐도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사항서詐降같습니다.

 

       비밀리에 성문까지 열어 들어오라 하는데

       안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주공, 우리도 주공과 닮은 군사 한 사람을 뽑아

       대신 들여 보내보면 어떻겠습니까?

 

       들여 보낸다면 어가를 태워 보내야 할 텐데

       누가 호위를 하면서 들어가겠는가?

 

       주공, 신 발제勃鞮가 호위를 맡겠나이다.

       발제勃鞮는 호위를 많이 해봐 적임자로다.

       허 나, 죽을 수도 있으니 잘 판단하여야 한다.

 

내관 발제勃鞮가 가짜 군주의 어가御駕를 호위하겠다고 자청하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게 된다.

 

       장계취계 將計就計 라는 말이 있다. 상대편의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하는 계책이다.

 

일반적으로 큰 성은 외성外城으로 들어가 내성內城을 지나야

비로서 성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황혼이 짙어지자, 조성曹城의 성루에

       백기가 나부끼며 조용히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위장한 어가御駕를 따라 발제勃鞮가 호위하는 진군晉軍

5백여 명이 호기롭게 당당히 외성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웬 징과 북소리냐!

       속았다! 빨리 되돌아가자!

 

발제勃醍가 악을 쓰듯 외쳤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갑자기 외성

문이 닫히면서 성벽 위에 숨어 있던 조나라의 궁노수弓弩手

들이 일제히 화살을 퍼부어 대며 커다란 돌들을 무수히 던졌다.

 

내관 발제勃鞮를 비롯한 300여 명의 군사는 되돌아가려 하였으나

대항도 하지 못하고 모두 처참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주공, 드디어 진후를 죽였나이다.

       좋소, 빨리 가 보도록 하자.

 

       아니 좀 이상하구나

       저 진군 군사 한 명을 잡아 오너라!

 

       죽지 않으려면 바른대로 말하라!

       예에, 저 진후는 가짜입니다.

 

       뭐라고 이거 큰일이로구나!

       오히려 우리가 속았구나!

 

외성 문이 갑자기 닫히는 바람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군사의

말을 전해 들은 진문공은 크게 분노하여 총공세를 폈다.

 

       발제勃鞮와 아까운 군사들이 죽다니

      너무나 애석하구나!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하겠노라!

       우리 진군은 모두 총공격하라!

 

       주공, 조성 앞은 협곡처럼 좁은 곳이라

       많은 군사가 한목에 공격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도 망설이지 말고 더욱 공격하라!

 

진후를 죽인 줄로만 알고 조공공에게 허풍을 떨며 우쭐거리던

우랑于郞은 가짜라는 걸 알게 되자, 오히려 진군이 총공세를

펴며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며 기어오르자 크게 당황하였다.

 

       우랑于郞 대부는 아는가?

       우리는 군사의 수가 적고 진군은 많다!

       저리 성벽을 계속 올라오면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주공,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죽은 진군의 시체를 성벽에 매달아 놓으면

       절대 기어오르지 못합니다.

 

       주공, 힘들더라도 며칠만 버텨내면 되옵니다.

       초군이 반드시 우리를 구하러 올 것입니다.

 

       초군이 이제 위나라에 도착하였을 것이다.

       며칠 가지고 되겠는가?

       주공, 일단 싸우면서 버텨내야 합니다.

 

대부 우랑于郞이 죽은 진군晉軍의 시체를 성벽에 매달아 놓게 하자,

진군은 비통한 마음으로 쳐다보며 더는 성벽을 기어오르지 못하고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며 원망과 탄식만을 하게 된다.

 

       저리 나쁜 놈들이 다 있는가!

       어찌 성벽에 시체를 내건단 말이냐!


       군심軍心이 동요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사오나?

 

       주공, 주공의 덕에 누가 될까 염려되어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나이다.

       뭘 망설이는가? 어서 말해보라!

       주공, 이런 말이 있나이.

 

       以眼還眼 以牙還牙 (이안환안 이아환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以眼報眼 以齒報齒 (이안보안 이치보치)
       눈으로 써 눈을 갚고 이로써 이를 갚는다.


       以血洗血 (이혈세혈)
       피로 피를 씻는다.


        以直報怨 以德報德 (이직보원 이덕보덕)
       원망에 대해서는 공명정대한 태도로 보복하고,
       은혜를 입은 이에게는 은혜로써 보답하라

 

       선진先軫은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것인가?
       저들이 우리 군사의 시체를 이용하는바

       우리도 저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조나라 백성들의 묘지가 북문 밖에 있나이다.

 

       우리가 저들 조상의 묘지를 파내고

       저들의 묘지 위에 진채를 세운다고 한다면

       조나라 백성들은 질겁할 것이옵니다.

       주공, 조상의 묘까지 파헤쳐가며 싸운다는 것이

       도의에 어긋나므로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나이다.


       조상의 묘지墓地를 파헤친다 하였는가?
       주공, 외람되오나 그렇사옵니다.

       그리되면 조성의 민심이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진문공晉文公은 한참 동안 망설이며 생각에 잠겼다가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결연한 표정으로 선진에게 말했다.


       우리 진군의 뜻을 알겠노라!

       저들의 묘지 위에 진채를 세우도록 하라!

 

진문공의 승낙이 떨어지자, 진군의 군사들은 보복 심리가 작용하여

돌연 활기를 띠고 북문 밖 공동묘지로 뛰어갔다.

 

       조나라 백성들의 무덤을 파내어

       전사한 진군의 원수를 갚겠노라!


      조나라 백성들의 무덤을 파러 가자!
      묘를 파헤쳐 해골을 장대에 내걸자!


진군晉軍이 진재를 세우겠다며 북문의 공동묘지를 파헤치자,

선진先軫이 예상한 대로 조성 안의 백성들은 기절하듯 놀랐다.


       우리 조상의 묘를 파헤치다니!
       주공이 진의 시체를 성벽에 내걸어서이다.

       조공공曹共公을 몰아내자!

       조궁曹宮을 쳐들어가자!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게 했다며 백성들이 울부짖으면서 조궁으로

몰려가자 깜짝 놀란 조공공曹共公은 다급해지고 말았다.

 

       성벽에 내건 시체들을 거두어들일 것이다
       우리 무덤을 더는 파헤치지 마라.

       그대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리라!

 

       그걸 어떻게 믿느냐?

       너희들이 죽은 우리 군사들의 시신을 거두어

       염을 한 후에 관에 넣어 우리에게 보낸다면

       우리도 무덤을 파헤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관을 짜고 염을 다 마치려면

       5일간의 말미가 필요하오.


       좋다. 5일간의 약속을 지켜라!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조상들을

       더 욕보이더라도 우릴 탓하지 말라!


조공공曹共公은 성벽에 내건 시체들을 당장 거두어들이라 명하고

그날부터 진군의 시체를 염하면서 열심히 관을 짜기 시작했다.

 

       장수들은 들의시오!

       저 대부 우랑于郞과 조공공曹共公은 둘 다

       치사한 꾀를 쓰니 믿을 사람이 못 되오!

 

       이번에 조나라를 정리해 버립시다.

       상군의 일부는 조성曹城 오른편 숲에 매복하시오.

       하군은 왼편 구릉 뒤에 숨어 있으시오.

 

성안의 조군曹軍이 관을 짜고 염을 하느라 분주한 사이 선진先軫

조성曹城을 점령할 수 있도록 계책을 마련해 준비하고 있었다.


기다리던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조공공曹共公은 관을 내보내려고

성문을 여는 순간 진군晉軍이 공격해올 것을 염려해서 성루에

올라와 진군을 향해 고함치게 했다.

 

       진군은 들으시오! 거의 준비가 끝나가오!

       약속대로 진군의 관을 돌려주겠다.

       대신 너희들은 외성에서 5리 밖으로 후퇴하라!

 

266 . 저녁밥을 바쳤다고 불타죽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