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6 화. 저녁을 바쳤다고 불타 죽는가.

서 휴 2022. 11. 16. 18:42

266 . 저녁을 바쳤다고 불타 죽는가.  


       좋다. 두말없이 5리 밖으로 물러가겠다.

       약속대로 어서 관을 내보내라!


조공공曹共公이 진군晉軍5리 밖으로 후퇴시키라고 고함지른

것은, 조성曹城의 성문을 여는 순간 진군晉軍이 공격해올 것을

염려해서였다. 이에 선진先軫은 이미 모든 계책을 세워두었기에

두말없이 진군晉軍5리 밖으로 물러가게 했다.

 

       자, 지금부터 관이 나간다.

       진군晉軍은 잘 세어보며 관을 받아가라!

 

조성曹城의 내성에서 300개의 관을 싣고 나오다 보니 수레들이

길게 늘어서게 되고, 진군晉軍 또한 관을 받아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1개 관씩 인수하여 싣느라 일대 혼잡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다! 매복군은 조성曹城을 덮쳐라!

       본대는 조성曹城을 돌파하라!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관을 인수하려던 진군晉軍의 군사들이

숨겨온 칼을 빼 들었으며, 상군과 하군의 매복군이 서로 경쟁하듯

신속하게 물밀듯이 수레를 비켜 가며 조성曹城 안으로 들어갔다.

 

       저리 비켜라! 성문을 닫아야 한다.

       관 실은 수레와 진군이 엉키어 닫을 수가 없소이다.

 

갑자기 진군의 매복군뿐만 아니라 진군의 본대까지 일제히 성문을

향해 공격하며 달려들자 도저히 성문을 닫을 수가 없게 되었다.

조공공曹共公은 성루에서 조군을 지휘하며 진군을 막으려 했으나,

이를 잔뜩 노려보고 있던 위주魏犨가 수레에서 몸을 솟구쳐

성루에 올라가더니 조공공을 내동댕이치며 포승줄로 묶어 버렸다.

 

​       주공, 이 위주魏犨가 조공공을 끌고 왔습니다.

       주공, 이자가 조공공曹共公 입니다.

 

       주공, 이 전힐顚頡이 우랑于郞의 목을 잘랐습니다.

       주공, 이것이 우랑于郞의 수급입니다.

 

       주공, 전리품들은 저쪽에 정리해 놓겠습니다.

       알아서 하라. 모두 고생하였도다.

 

       조공공曹共公을 과인 앞에 꿇려라!

       지금도 변협騈脅이 보고 싶은가?

 

       자! 지금이라도 내 가슴을 만져보겠느냐?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조나라 사대부들의 명부를 보고 하라.

       주공, 초헌軺軒을 타는 벼슬아치가 300이 넘습니다.

 

진문공晉文公은 초헌軺軒을 타고 다니며 거들먹거리던 300명이

넘는 소인배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도륙해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진군의 노고에 답하는 상으로 나눠주게 하였다.

 

       초헌軺軒은 명거命車, 목마木馬, 초거軺車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긴 줏대 밑으로 외바퀴가 달려있다.

 

       위로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덮개가 있으며

       의자는 사슴 가죽으로 등받이와 방석을 만들고,

 

       두 개의 긴 채가 달려있어 보통 여섯 명

       이상이 한 조를 이루며 앞뒤에서 끌고 민다.

 

지체가 높은 사람의 과시용이기도 하였으므로 이것만 보더라도 작은

나라가 얼마나 엉망으로 운영하였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

 

       왜 희부기僖負羈 이름이 보이지 않느냐?

       주공, 희부기僖負羈는 화의를 권유했다가

       벼슬을 박탈당하고 이제 집에 있다고 합니다.

 

       조공공, 너는 단 한 명의 현신도 능히 쓰지

       못하고 소인배들과 놀고만 있었구나

 

       아이들 장난치듯 나랏일을 하였으니

       어찌 조나라가 망하지 않겠느냐?

 

       ​저 조공공曹共公을 밀폐된 방에 가둬놔라!

       초와 싸워 이긴 후에 처분을 내리겠노라!

       희부기僖負羈를 부르라!

       ​이렇게 진후를 뵙게 되어 감개무량하옵니다.

       희부기僖負羈 오랜 만에 반갑소.

 

진문공晉文公은 옛날 희부기僖負羈의 정성스러운 음식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을 높이 샀으며, 또한 아끼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므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북문 지역에서 가장 큰 저택을 하사하였다.

 

       북문 일대는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마라.

       만일 희부기僖負羈를 놀라게 하거나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린다면 참형에 처하리라!

 

지금까지 이렇게 파격적인 일이 없었으므로,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진문공晉文公19년간의 긴 망명 생활을 하며,

은원恩怨 관계에 쌓인 한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중요한 일이 끝나자, 조성曹城 안의 경비와 치안은

상군 대장 호언狐偃하군 부장 서신胥臣이 맡도록 명령했다.

 

장수들의 반은 조성曹城에 남아 지키게 하였으며, 나머지 인원은

선진先軫 함께 조성曹城 밖의 진군 본채로 돌아갔.

이를 두고 호증胡曾 선생이 시를 지어 노래했다.

 

       曹伯慢賢遭縶虜 (조백만현조집로)

       조백은 현자를 태만히 대접하여 포로가 되었지만

 

       負羈行惠免誅夷 (부기행혜면주이)

       희부기는 은혜를 베풀어 죽음을 면했구나!

 

       眼前不肯行方便 (안전불긍행방편)

       목전의 일도 알지 못하고 방편을 행하지 않으면

 

       到后方知是與非 (도후방지시여비)

       뒤로 넘어진 다음에야 시비를 알 수 있으리라!

 

한편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두 장수는 평소에 자기들의 공이 큼을

과신한 나머지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주공은 희부기僖負羈에게 큰 저택을 하사하다니

       너무 과분한 것이 아니겠소?

 

       우리는 조공공曹共公을 사로잡았고

       또 우랑于郞의 목을 베었잖소!

 

       위주魏犨 장수, 우리에게 포상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시고, 그깟 한 끼 얻어먹은 저녁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리 큰 저택을 주는 것이오?

 

       전힐顚頡 장수, 주공께선 장수들이 목숨 걸고

       싸운걸 가볍고 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소?

 

       위주魏犨 장수, 만일 희부기僖負羈가 후일에

       벼슬하게 되면, 틀림없이 우리보다 중용될 것이오.

 

       나중에 그가 주공의 총애를 믿고 우리를

       업신여긴다면 우리의 체면이 뭐가 되겠소?

 

       위주魏犨 장수, 화가나 참지 못하겠소이다.

       차라리 희부기僖負羈 집에 불을 놔버립시다.

       아예, 죽여버려 후환을 없애버리는 게 어떻겠소?

 

       전힐顚頡 장수의 말에 일리가 있소만

       주공이 가만히 계시겠소?

 

       주공이 나중에 아시더라도 말씀하신 대로

       우리를 차마 참수형에 처하기까지 하겠소이까?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두 장수는 몹시 술에 취하게 되자,

서로 의기가 투합되어 , 전힐顚頡은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술냄새를 풍기면서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희부기의 집을 에워싸 불을 질러라!

       허허, 잘도 타는구나!

 

앞문과 뒷문에서부터 동시에 불을 놓게 하자, 희부기의 집은

갑자기 화염이 충천했으며, 이때 위주魏犨는 술에 취했음에도

용감하게 뛰쳐들어가 희부기僖負羈를 찾아내어 죽이려 했다.

 

       잘난 희부기僖負羈는 어디 있느냐?

       네놈이 대체 무슨 공을 크게 세웠다고

       이런 커다란 집을 하사받는단 말이냐?

 

       어이쿠! 불기둥이 쓰러지다니 큰일났구나!

       에구구, 또 덮치는구나!

 

그때 별안간 화염에 휩싸인 대들보가 불에 탄 나머지 갑자기

밑으로 큰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내리다가 위주를 덮치고 말았다.

 

       큰일이다! 불기둥에 꼼짝을 못하겠구나!

       아이 구, 죽겠구나!

 

위주魏犨는 불기둥에 깔려 꼼짝을 못하는 데 다른 또 다른 불기둥이

가슴을 때리자 죽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위주는 가슴에 통증이 심하게 왔으나 아무 소리도 지르지도 못하고

입에서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내고는 죽을 힘을 쏟아 낸다.

 

       에잇, 내가 어찌 죽을 손가!

       ​으라차차, 불기둥아 저리 비켜라!

   

위주魏犨는 맹장답게 마지막 남았던 힘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불기둥을 밀어내고 몸을 솟구쳐 가까스로 불길에서 빠져나와

불붙은 옷을 벗어 던지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버렸으나 간신히 타죽는 것만은 면하고 마당에 쓸어졌다.

       위주 장수, 어떻게 쓰러져있는 거요?

       여기 위주 장수를 모시어라!

 

아무리 용맹한 장수라도 커다란 불기둥에 두 번씩이나 가슴에

얻어맞고 어찌 몸이 성할 리가 있겠는가?

 

전힐顚頡은 기진맥진한 위주에게 옷을 구해 몸을 가려주고 겨우

수레에 태운 후 위주의 숙소에 데려가 아픈 몸을 치료받게 했다.

 

       ​불이 나다니 어디에서 난 것인가?

       재상 희부기僖負羈 집 일대가 불에 타고 있습니다.

 

       혹시 조나라 군사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느냐?

       아니옵니다, 우리 군사들이 불을 질렀습니다.

 

       우리 군사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장수가 불을 지른 것입니다.

 

       한밤에 이게 무슨 소란이란 말이냐!

       앞장서거라! 빨리 가 보자!

 

조성 안에 묶고 있던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은 북문 지역에서 불이

났다고 하자, 혹시 조나라 군사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나

의심하여 황망히 군사를 이끌고 북문 지역으로 달려갔다.

 

이때 희부기僖負羈 집뿐만 아니라 희부기 집 근방에 있던 백성들의

집 마저도 수십 채나 불에 타고 있었다.

 

       모두 달려들어 어서 불을 꺼라!

       온 동내 불을 다 꺼야 한다.

 

       희부기의 집에 불이 나다니 어찌 된 일이냐?

       어서 빨리 불을 꺼라!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은 군사들을 시켜 불을 끄게 했으나 그때는

이미 희부기의 집이 거의 다 불에 타 버린 뒤였다.

 

       희부기僖負羈 대부를 빨리 찾아라!

       호언狐偃 대부 여기 있습니다.

 

       허 어, 화상을 입어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구나.

       빨리 모시고 편안한 곳에 눕혀 드려라!

 

       아니, 여씨呂氏 부인 아니십니까?

       왜 아이를 안고 계십니까?

 

       희씨僖氏 가문의 후사를 끊기게 할 수 없소이다!

       알겠습니다. 어서 희대부를 돌봐 주십시오!

 

       가솔家率 들은 어찌 되었느냐?

       어서 현장을 정리하도록 하라!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이 군사를 이끌고 불을 끄던 중에 연기에

중독되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희부기僖負羈를 구하였으나

이미 화상을 크게 입어 인사불성이 되어있었다.

희부기의 아내 여씨呂氏 부인은 다섯 살 난 아들 희록僖祿

품에 안고 불을 피해후원으로 달려 나와 연못 가운데로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불길을 다 잡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온 동내 불을 다 껏 습니다.

 

불길은 아침녘이 되어서야 사그라들었고, 희부기僖負羈 집 근방에

있던 백성들의 집도 수십 채도 불에 껐다. 이때부터 불이 난 상황을

조사하자, 희씨 집안의 장정도 여럿이나 불길에 목숨을 잃었다.

 

       호언狐偃 대부님 어찌하면 좋지요?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장수가 저지른 방화입니다.

       어떡하겠소. 주공께 빨리 알립시다.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은 조성曹城에서 5리나 떨어진 본채에 달려가

진문공에게 다급히 보고하게 된다.

 

       주공, 북문 지역에서 불이 났습니다.

       많이 탔는가?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

 

       재상 희부기僖負羈 집을 비롯하여 근방에 있던

       백성들의 집도 수십 채나 불에 탔습니다.

 

       희부기僖負羈 집에 불이 나다니 어찌 된 일인가?

       어찌하여 불이 났다는 것인가?

 

       주공, 대단히 죄송하옵니다.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장수가 저지른 방화입니다.

 

       뭣이라고,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이라고 하였느냐?

       주공, 송구스럽사오나 그렇습니다.

       그 둘이 술이 많이 취했다 합니다.

 

진문공도 전날 밤에 성안에서 화광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기는

했으나 그리 확실하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희부기僖負羈 집에 불이 났다고 하자, 크게 분노하여

곧바로 어가를 타고 희부기僖負羈 집으로 급히 가게 되었다.

 

267 . 상벌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