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4 화. 시체를 어찌 성루에 거는가.

서 휴 2022. 11. 14. 13:11

264 . 시체를 어찌 성루에 거는가.

 

오록성五鹿城을 막상 점령했지만, 그곳은 위의 초구성楚丘城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전략상 위치도 아니었으므로

그저 한풀이에 불과한 곳이었다.

 

       극보양郤步揚은 오록성을 잘 지키도록 하라

       모두 염우斂盂로 내려가 진채를 세우도록 하라!

 

진군晉軍은 거침없이 염우斂盂 땅으로 갔으며, 염우斂盂는 위나라

도성인 초구성楚丘城과 매우 가까워 턱밑에 와 있는 것과 같았다.

염우斂盂는 지금의 하남성 농양현濃陽縣 동남에 있던 고을이었다.

 

       이제 진문공의 명령 한마디면 위나라 도성은

       진군에 짓밟힐 위급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진군晉軍이 위나라 초구성楚丘城의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원수 극곡郤穀이 갑자기병이 들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극곡郤穀 원수, 갑자기 무슨 일이오.

       주공, 죄스럽게도 오랜 지병이 있었나이다.

 

       ​염려치 말고 어서 일어나도록 하시오.

       주공, 신은 주공께 귀한 은혜를 입었나이다.

 

       신명을 다 바쳐 은혜에 보답고자 하였으나

       하늘이 허락한 명이 이제 다 한 것 같습니다.

 

       지난번 원수 깃발이 돌풍에 부러짐으로써

       신의 수명에 대한 예언의 징조가 나타났으므로

       이제 신의 목숨은 조석 지 간에 있나이다.

 

       주공, 미처 드리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과인이 어찌 경의 가르침을 듣지 않겠소?

 

       주공께서 조와 위두 나라를 정벌하는 것은

       원래 초나라를 제압하기 위해서입니다.

 

       초나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주공, 우리는 단독 출병으로 우군友軍이 필요합니다.

       이는 제와 진두 나라와 힘을 합해야 합니다.

 

       주공, 은 멀고 제는 가까운바

       주군께서는 먼저 제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제나라와 먼저 동맹을 맺으십시오.

 

       제나라 역시 초나라와 관계가 악화하여

       우리와 동맹을 맺기를 원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제와 우호의 동맹을 맺으면

       조와 위나라는 두려워 항복해 올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진나라까지 수호를 맺어놔야!

       초나라를 제압하는 만전지책 萬全之策이 되옵니다.

       옳은 말이오. 원수의 말대로 곧바로 행하겠소이다!

       과인이 시의侍醫를 데려온바 잘 치료받고

       어서 빨리 일어나도록 하시오.

 

진문공晉文公은 즉시 사자를 보내, 과거에 제환공齊桓公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고 크게 사례하였으며. 무례를 일삼는 초나라를

함께 대항하여 싸우자는 뜻을 강조하면서 동맹을 맺자고 전하였다.

 

       그때 제나라는 양곡陽谷 땅을 초나라에

       빼앗겼으며, 이에 제효공齊孝公은 화병으로 죽자

       위공자 개방開方은 틈을 두지 않고 그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해하였다.

 

그리고 즉시 제효공齊孝公의 이복동생이자 갈영葛榮의 소생인 공자

을 군위에 올려, 제소공齊昭公이 되게 한 바로 그때였다.

 

​       위공자衛公子 개방開方은 들으시오?

       진나라에서 동맹을 맺자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좋은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이제야 즉위하신지라, 백성들의

       환심을 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나이다.

 

       주공, 과 동맹을 맺어 초나라에 빼앗긴

       양곡陽谷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포하시면서

       백성들의 환심을 사십시오.

 

제소공齊昭公은 즉시 수소문하였으며, 진후晉侯가 염우斂盂 땅에

진채를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당일로 위나라 땅을

통과하여 진문공을 만나러 갔으며 곧바로 동맹을 맺었다.

 

       주공, 큰일이 났습니다.

       진군晉軍이 오록성五鹿城을 함락시켰으며

       이제 턱밑인 염우斂盂 땅에 진채를 세웠나이다.

 

       보아하니 진군晉軍은 강군인데

       우리가 어찌하면 진군晉軍을 당할 수 있겠소

 

       주공, 우리는 진군晉軍을 도저히 당할 수 없나이다.

       더구나 진나라는 제와 동맹을 맺었으며

       제군齊軍이 연합하러 곧 온다는 소문도 있사옵니다.

 

       주공, 화의和議를 맺어 위급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진후晉侯가 회의和議를 잘 받아 주겠는가

 

       누가 진후晉侯를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주공, 대부 영유寧兪가 적임자이나이다.

       주공, 신 영유寧兪가 다녀오겠나이다.

 

당황한 위성공衛成公은 옛날 상경 영속寧速이 진후晉侯를 잘 접대

해주자고 주장하였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바, 그의 아들 영유寧兪

사절로 보내어 자기가 지은 죄를 빌면서 화의를 청하게 했다.

 

       진후晉侯께서는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신의 위후衛侯께서 용서를 빌고 있사옵니다.

 

​       위후衛侯가 우리에게 길을 빌려주지 않더니

       이제 두려운 마음이 생긴 것이로구나.

 

       회의和議를 맺자고 청하는 것인가

       예 예, 진후晉侯께 간절히 청하옵니다.

 

       이는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고 할 수 없도다.

       어찌 위후衛侯의 마음을 믿을 수 있겠는가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고 좀 기다려 보라

       초구성楚丘城을 허물어 평지를 만들고 말리라!

 

영유寧兪가 돌아와 위후衛侯에게 보고하자, 진군이 곧 공격한다는

소문이 초구성楚丘城 안에 퍼지면서 백성들은 불안에 떨게 되었다.

 

       주공, 신 영유寧兪 이옵니다.

       진후晉侯의 분노하여 곧 공격할 것이라며

       백성이나 사대부들이 불안에 떨고 있나이다.

       차라리 주군께서 성 밖으로 몰래 나가시어

       잠시 피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주공께서 성 밖으로 탈출하셨다는 사실을

       진후晉侯가 알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 초구성의 백성은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주공, 신들의 충성심을 믿으시고

       잠시만 양우襄牛 땅에 나가 계십시오.

 

       진후晉侯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다시 사정하면 복귀하실 수 있사옵니다.

       허 참, 선군께서 유랑하며 떠돌던

       중이 공자에게 예로써 대접하지 못하였고

 

       과인도 사리에 밝지 못하여 길을 빌려주지 않아

       일이 이 지경이 되다니 정말 한탄스럽구나.

 

       과인의 잘못이 백성과 사대부들에게 미치다니

       과인도 성안에 남아 있을 면목이 없게 되었구나!

위성공衛成公은 즉시 대부 손염孫炎을 초의 성득신成得臣에게

보내 구원을 요청하였으며, 또한 대부 원훤元咺과 동생 숙무叔武에게

명하여나라를 섭정하게 하고는, 달아나 양우襄牛 땅에 머물렀다.

이에 염옹髥翁이 위성공衛成公에 대한 시를 지었다.

 

       患難何須具主賓 (환난하수구주빈)

       어째서 어려움을 겪는 귀인을 손님으로 모시지 않았는가?

 

       納姬贈馬怪紛紛 (납희증마괴분분)

       여인과 말을 서로 바치는 것을 괴이 타고 했는데

 

       須知五鹿開疆者 (수지오록개강자)

       누가 알았겠는가? 오록 땅을 빼앗아 간 사람이

 

       便是當年求乞人 (편시당년구걸인)

       옛날에 구걸하러 다니던 유랑 공자였을 줄을!

 

그때가 주양왕周襄王 20년이며 기원전 632년 봄 2월의 일이었다.

다음 3월에 시의侍醫에게 치료받던 원수 극곡郤穀은 일어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자, 진문공은 몹시 애석해하며 울었다.

 

       극곡郤穀 만한 인재가 또 있겠는가!

       이렇게 일찍 가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원통하구나!

 

       어서 극곡郤穀의 관을 강성絳城에 잘 보내 드리고

       비록 전쟁 중이나 성대한 장례를 치르도록 하여 주어라.

 

진문공晉文公은 극곡郤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나자, 갑자기

비게 된 중군 대장에 대해 누구를 임명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장수 선진先軫을 중군 대장에 임명하노라!
       하군, 부장에는 서신胥臣을 임명하노라.


       주공, 신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 너무 파격적인 인사에 모두 놀라고 있나이다.

 

       주공, 신은 아직 젊은 나이에 있으며

       부족함이 많아 중군 대장의 자격이 없나이다.

 

       지금은 전쟁 중이다. 선진先軫은 사양치 마라!

       앞으로 큰 전쟁을 많이 치러야 하므로

 

       오록 땅을 점령한 공이 크며, 지금까지 한 솜씨로 보아

       그대가 아니면 누가 전략을 짤 것이며

       누가 방책을 세워 진군晉軍을 이끌겠는가?

 

       각 군의 장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이는 문제가 안 되나이다.

 

       좋소. 앞으로 선진先軫 대장의 명령에 복종하시오!

       주공, 모두 즐거이 따르겠사옵니다.

 

조쇠趙衰의 천거가 있었긴 하지만 제일 젊은 나이에 중군 대장이

된 건 파격적인 인사라고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선진先軫

문무백관 사이에 인정을 받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위나라를 빨리 공격하면 어떻겠는가?

​       주공, 선진先軫이 아뢰나이다.

 

       주공, 에 공격받는 송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가 왔지만,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 주공께서 천하의 패업覇業을 생각하신다면

       위와 조, 이 작은 두 나라를

       우리 손으로 망하게 하여선 아니 됩니다.

 

       주공께서는 방백方伯의 임무를 생각하시옵소서!

       방백方伯은 작은 나라의 위험을 구해주어야 하나이다.

 

       그렇다면 위나라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주공, 나라가 무도하기는 하나?

       그 군주가 이미 나라 밖으로 탈출해 버렸으며

 

       위나라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려있어.

       퇴로를 막는 등의 허튼짓은 못 하게 되옵니다.

 

       주공, 위성공衛成公이 초에 구원을 청하여

       초군楚軍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바, 이제

       우리는 조나라를 정벌하러 가야 합니다.

 

       초군楚軍이 위나라를 구원하러 왔을 때는

       우리는 이미 조나라에 있게 되므로

       초나라의 의중에서 벗어날 수 있사옵니다.

 

       선진先軫은 어찌하여 그리 소상히 알고 있는가?

​       주공, 의 대부 영유寧兪가 비밀리에 알려 왔으며

       신 또한 세작細作을 풀어 알아봤사옵니다.

 

       선진先軫의 작전이 훌륭하도다.

       어서 조나라로 가도록 하라.

 

그해 3월 진문공은 선진先軫의 의견에 따라 초구성楚丘城에 대한

포위를 풀어주고 방향을 바꾸어 극진棘津 나루터로 돌아갔으며,

남하南河를 건너느자, 재빠르게 조나라의 조성曹城에 당도했다.

 

       진군晉軍이 우리 조성曹城 앞까지 왔소!

       어찌하면 저 진군晉軍을 몰아낼 수 있겠소?

 

       주공, 상경 희부기僖負羈 이옵니다.

       진후가 공격하는 것은 옛날 원한 때문이옵니다.

 

대부 희부기僖負羈는 암군暗君인 조공공曹共公 밑에서 유일한

충신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조나라에서 중이重耳 공자의

인품을 알아보고 귀하게 대접했던 사람이다.

 

       주공, 주공께서는 옛날 진후晉侯가 유랑할 때

       우리 조나라에 들린 일 있지 않습니까?

 

       주공께서는 그때 한 번도 대접하지 않으면서

       더구나 진후晉侯가 목욕하고 있을 때 승낙 없이

       욕탕에 들어가 변협騈脅을 보겠다며

       농락을 한 일 있지 않습니까?

 

       주공은 대부들과 철없는 장난이 너무 심했습니다.

       심한 모욕을 당한 그일로 진후晉侯의 분노가

       매우 깊어 원한을 풀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주공, 잘못하면 나라와 백성이 환난을 겪습니다. 

       신이 사자가 되어 주공이 범한 죄에 용서를 빌면서

       한번 화의를 청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진후晉侯가 위나라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찌 우리 조나라인들 용서하겠는가?

 

진군晉軍이 갑자기 조성曹城을 포위하자 다급해진 조공공曹共公

군신들을 조당에 모이게 하여 그 대책을 묻고 있었다.

 

265 . 장계취계를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