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63 화. 옛날의 원한을 갚게 되는가.

서 휴 2022. 11. 12. 14:11

263 . 옛날의 원한을 갚게 되는가.

 

       원수 극곡郤縠의 작전은 매우 좋소!

       원수는 참으로 연구를 많이 하였소!

 

진문공晉文公은 크게 기뻐하면서 위나라 경계를 지나 위

나라의 수도인 초구성楚丘城이 가까이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행군을 잠시 멈추어라.

       우리가 책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망명갈 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지나가던 바로 그 길이노라.

       그땐 정말 배가 너무 고파 암담했었다.


중이重耳가 진후晉侯가 되어 진군을 이끌고 옛날에 갔던 길을 다시

가게 되니 옛일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치며 잠시 감회에 져졌다.


       자, 이제부터 위를 먼저 칠 것인가,

       아니면 앞서 조를 먼저 쳐야겠소?

 

       주공, 호언狐偃 이옵니다.
       위나라는 치기가 만만치 안 사 오니

       작은 조나라를 먼저 공략해야 합니다.


       조나라는 정벌하기도 쉽고 송나라와도 가까워

       초군楚軍은 반드시 조나라를 구원하러 올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진군晉軍의 원정 목표는 달성하게 되며

       우리는 되돌아가면서 초군楚軍에 대한 대책은

       그때 따로 세워도 늦지 않나이다.

       주공, 하군 부장 선진先軫 이옵니다.

       처음에 원수 극곡郤縠께서 이야기하였듯이
       먼저 위나라를 쳐야 합니다.


       위나라를 그냥 두고 조를 공략했다가

       초군楚軍 과의 싸움이 어려워지게 된다면

       위나라로 인하여 퇴로를 차단당할 수 있습니다.

 

       위나라를 먼저 쳐서 퇴로를 확보한 후에

       조나라를 공략하는 것이 마땅한 조치이옵니다.


       하오나, 지금 위 나라는 방비를 튼튼히

       잘 하고 있어 어려운 싸움이 됩니다.

       우선, 위군衛軍의 방비를 허술하게 만들어아합니다.


       선진先軫 장수는 선군께서 시행하신
       가도멸괵假道滅虢을 생각하는 것인가?       

       주공, 바로 그렇사옵니다.

 

가도멸괵假道滅虢은 진군晉軍이 우나라의 길을 빌려 괵虢을 

멸하고 난 후에 우나라마저 점령해버렸던 옛일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 서신胥臣은 앞으로 나오라.

       주공, 신 서신胥臣 이옵니다.

 

       서신胥臣은 지금 곧 위나라에 가서

       조나라를 공략하고자 하니 지나갈 수 있도록

       위나라의 길을 빌려 달라고 청하라.

 

이때 위나라는 위문공衛文公이 죽고 그 아들 위성공衛成公

나라를 다스린 지 3년째 되고 있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정벌하겠다며

       우리보고 길을 빌려 달라고 하오.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지난날 진후晉侯가 유랑 시절 우리 위나라를

       지날 때 선군께서는 예를 갖추어 접대하지 않았습니다.

 

       주공, 지난날 진후晉侯를 괄시하였던 바가 있었으므로

       이번에는 진후晉侯의 요구를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먼저 치려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저 진군晉軍을 막을 수 없나이다.


이렇게 주장한 사람은 영유寧兪와 원훤元暄 이라는 사람이었다.
영유寧兪는 진문공晉文公이 유랑하던 시절 위나라에 들렀을 때

중이重耳를 잘 대해주어야 한다고 간언했던 영속寧速의 아들이다.


       주공, 진후晉侯는 몹시 무례하옵니다.

       우리는 조나라와 동맹국일 뿐만 아니라

       초나라와는 혼인한 사이옵니다.

 

       만일 우리가 조나라를 치라고 길을 빌려주면

       초나라의 노여움부터 먼저 사게 됩니다.

 

       옳은 말이로다.

       초나라의 분노를 먼저 사게 된다면

       그때는 누구를 믿어야 하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초나라 장수 성득신成得臣

      가까운 곳에서 송나라를 공략하고 있지 않은가?

 

       초군이 올 때까지만 방어하면 진군을 물리칠 수 있다.

       절대로 길을 빌려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화가 난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와 원훤元暄의 간언을 무시하고

사자로 온 대부 서신胥臣을 냉대하여 돌려보냈다.


진문공晉文公은 그리될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거절당하고 나자,

위나라에 대한 감정이 더욱 상했으며 또 한 번 짓밟힌 기분이었다.

 

       과연 극곡郤穀 원수의 생각에 벗어남이 없구나!
       저 무례한 위나라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주공, 너무 노여워 마시옵소서.
       주공, 하루를 가게 되면 남하南河가 나오며, 그곳엔 

       극진棘津 이라는 오래된 나루터가 있습니다.

 

       그곳은 삼거리로 북으로 향하면 위나라요,

       남으로 향하면 조나라가 됩니다.

 

       주공, 그곳에서 우리 진군晉軍을 되돌려 오면
       위나라는 방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공, 그때 위나라를 정벌하시옵소서.


       과연 선진先軫의 계책은 귀신과도 같구나!
       위성공이 선진先軫의 계책에는 당하지 못 하리라!


진군晉軍은 선진先軫이 세운 계책대로 방향을 틀어 남하하기

시작하였으며 극진棘津 나루터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때 위성공衛成公은 몹시 걱정되어 성루에 올라 까맣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몰려가는 진군晉軍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공, 파발이옵니다.

       진군은 극진棘津 나루터에서 남하南河를 건너

       조나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참, 우리 위나라는 다행히 피할 수 있겠으나

       이제 조나라가 큰일이 나겠구나.

       이제 좀 들어가 쉬어야 하겠노라.

 

위성공衛成公은 안심이 되어 궁으로 들어갔다. 그때 진군晉軍

극진棘津 나루터에서 남하南河를 건너가려 할 듯 좀 쉬고 있다가

별안간 방향을 돌려 위나라 국경을 돌파하는 것이 아닌가.

 

위성공衛成公은 궁에 들어가 안심하고 쉬고 있다가 진군晉軍

되돌아와 갑자기 침공하는 바람에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주공, 우리 위나라 국경 경비대가 뚫렸습니다.

       진군이 우리 초구성楚丘城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니, 진군이 조나라를 치러 가는 줄로 알았는데

       언제 되돌아와 국경을 돌파했단 말이냐?

       큰일 났구나. 우리 초구성楚丘城을 지켜야 한다.


       진군晉軍이 많기도 하구나!

       꺼먼 먼지가 끝이 없구나!

 

       주공,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 탄 말이냐?

 

       주공, 초구성楚丘城을 공격할 줄 알았으나

       계속 북상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주공, 오록五鹿 땅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 오록五鹿으로 가고 있느냐?


진군晉軍 당연히 초구성楚丘城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초구성을 그냥 지나쳐버리고 이상하게 북상하는 것이다.

위성공衛成公과 신하들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진문공晉文公

진군晉軍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오록五鹿 이란, 곳인가

       아! 슬픈 감개가 무량 하구나!

 

       배고픔을 견딜 수 없어 밥 한 그릇을 청했을 때

       위나라 그 농부는 밥 대신에 무엇을 내밀었던가.

       바로 흙을 담은 주발이었다.

 

       호언狐偃이 과인을 달래기 위해 뭐라고 했는가?

       흙은 나라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밥을 얻기는 쉬워도 흙을 얻기는 어렵다며

       흙이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 하였다.


       우리는 그 농부에게 무릎 꿇고 절까지 하였다.

       그때 우리 심정은 말할 수 없이 비통하였다.

 

       이곳은 그 옛날 개자추介子推가 자기 허벅지 살로

       국을 끓여 나에게 바친 곳이 아닌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로다.

       이 오록五鹿 땅이 아니었더라면

       개자추介子推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위 나라 초구성楚丘城 보다도 어쩌면 그 어려운

망명 시절에 이 오록五鹿 땅에서 천하 패업霸業의 결심을 더욱

굳힌 것으로 볼 수 있을 곳이.

 

       오록五鹿은 하늘이 내리신 땅이로다
       한 서린 이곳을 우리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진문공을 비롯한 망명파 장수들도 지난날의 일들을 돌이켜 보며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다.


       극곡郤穀 원수님! 소장 위주魏犨 입니다.

       이 오록五鹿 성을 점령하여 주공께 바쳐야 할 텐데

       언제까지 보고만 있도록 놔둘 것 입니까?


       극곡郤穀 원수님! 하군 부장 선진先軫 이옵니다.
       극곡郤穀 원수님! 위주魏犨의 말이 옳습니다.

 

       극곡郤穀 원수님! 소장에게 1천 군사를 주십시오.

       극곡郤穀 원수님! 오록五鹿 땅을 점령해오겠습니다.

       극곡郤穀 원수는 선진先軫의 청을 승낙할 수 있겠소?

       주공, 주공께서 결정하실 수 있는 일을

       어찌 신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아니 오, 군 통솔자는 극곡郤穀 원수가 아니겠소?

       주공,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선진先軫 장수는 오록五鹿 땅을 점령하라!

       극곡郤穀 원수님! 어찌 이 위주魏犨를 빼놓으십니까?

 

       좋소, 선진先軫 장수는 위주魏犨 장수와 함께

       저 오록五鹿을 빨리 점령하여 주공께 바치시오!


선진先軫과 위주魏犨1천 군사를 이끌고 오록五鹿 성을 향했다.

선진先軫은 군사들에게 군에서 쓰는 깃발인 많은 기치旗幟

나눠주고 산과 숲과 언덕마다 꽂게 하여 오록성五鹿城 일대는

온통 진군의 기치旗幟로 뒤덮이게 하였다.

 

       선진先軫 장수, 뭔 기치旗幟를 이리 많이 가져왔소

       군사는 소리 없이 진군해야 하는데,

       적이 미리 알고 방비할 게 아니겠소?

 

       더욱이 우리는 1천 군사밖에 없질 않소.

       자칫하면 오록五鹿 백성에게 패할 수 있소

 

       적군들에게 일부러 알려 대비하게끔 하는

       이유가 달리 무엇이 있는 것이오?

       위주魏犨 장수, 나는 이렇게 생각하오.

       옛날 위나라는 제나라를 깍듯이 받들었소.

 

       이제 마음을 바꾸어 초나라를 섬기고 있으니

       사대부들은 위후衛侯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복종하지 않고 있으면서

 

       혹시 중원의 열국들이 쳐들어와서, 토벌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하오.

 

       우리 주공은 이제 바야흐로 제환공齊桓公

       위업을 계승하려는 첫발을 내딛으셨잖소!

       이 판에 어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소.

 

       나는 먼저 저들에게 진군의 강한 위용을 보여 주면서

       마땅히 큰 소리로 진격하며 두려움을 갖도록 할 것이오.

       이는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만드는 작전이오.


한편 오록성五鹿城의 백성들은 불시에 진군晉軍이 몰려 들어오자

성루에 올라 성 밖을 살폈으나 온통 뒤덮고 있는 진군의 기치旗幟

만 보일 뿐이므로 진군이 모습을 숨기며 기습할 것으로 착각했다.


       오록성을 수비하고 있던 위나라 군사들과

       백성들은 온통 나부끼고 있는 기치旗幟를 보고

       대경실색해 성 안팎의 백성들은 진군晉軍

       오기도 전에 앞을 다투어 달아났다.


       오록성의 성주가 도망가는 백성들 앞을 막았으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선진先軫의 진군晉軍이 오록성에 당도했을 때는

       아무도 지키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아

       북소리를 한번 울림으로써 성은 함락되었다.


선진先軫은 창끝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오록성五鹿城

점령하여 진문공에게 바치자, 진문공은 오록성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회에 젖어 호언狐偃을 돌아보며 말했다.

 

       선진先軫이 대성공을 거두었구나!
       호언狐偃 외숙이 선진先軫을 추천하더니

       선진先軫은 큰 성과를 거둔 것이로다.

 

       호언狐偃 외숙의 예언대로 오록五鹿 땅을 손에 넣었소.
       주공,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주공, 이제부터 큰 것을 쥐어야 합니다.

 

264 . 시체를 어찌 성루에 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