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94 화. 누구를 모실 것이냐.

서 휴 2022. 9. 7. 13:26

194 . 누구를 모실 것이냐.

 

       해제奚齊와 탁자卓子를 죽이자 순식荀息

       진헌공晉獻公에 대한 맹세를 지키겠다며,

       이극里克의 만류에도 끝내 자결하였다.

 

이극里克은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와 시의 일족들을 빠짐없이

찾아내 죽임으로써, 나라의 국정을 별안간 손에 넣게 되었다.

 

      조례를 열겠소이다.

      모든 대부는 다 모이시오.

 

      중이重耳 공자가 나이도 많고 어진 분이시니

      중이重耳 공자를 군주로 모시고자 하오.

 

      나라에 있는 중이重耳 공자를 부르려 하니

      지지하는 대부들은 죽간竹簡에 서명하기 바라오.

 

      원로대신 호돌狐突의 서명도 받아야 합니다.

      옳소. 누가 호돌狐突 어른을 모시러 가겠소이까.

 

      호돌狐突 어른, 대부 추단騅端 입니다.

      중이重耳 공자를 모시고자 하오니 

      맨 앞에 서명하여주십시오.

 

      나는 이미 늙었소이다.

      할 일 없이 노는 늙은이라 몸도 아픈데

      늙은이의 서명이 무에 필요하겠소.

 

호돌狐突은 돌아가는 추단騅端의 뒷모습을 보며, 이극里克이 좀

더 적극적으로 막았더라면, 세자 신생申生이 억울하게 자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며, 크게 한숨을 내리 쉬는 것이다.

 

이제 도안이屠岸夷 이는 그간 여희驪姬 무리 들을 죽이는 데

앞장섰으므로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의 신임을 받게 되었다.

 

      도안이屠岸夷 이는 대부들이 서명한 이 죽간竹簡을 들고,

      빨리 책나라 땅으로 가거라.

      중이重耳 공자를 꼭 모시고 돌아와야 한다.

 

땅의 중이重耳 공자 일행은 진헌공晉獻公에 대한 상례喪禮

치르고자 상복喪服으로 갈아입고 곡을 하고 있었다.

 

      여희驪姬와 해제奚齊 ,탁자卓子가 죽었단다.

      이제 곧 귀국할 수 있겠도다.

 

이런 소문이 중이重耳의 가신단 사이에서 퍼지고 있을 때, 때마침

도안이屠岸夷 이가 죽간竹簡을 받들고 급하게 찾아오자, 가신단은

반가워 환호성을 지르게 되었다.

 

       모시려 왔는데, 가지 않는다는 것은

       계속 나그네로 떠돌겠다는 것입니까?

 

       모두 좀 조용히 해보시오.

       도안이屠岸夷가 가져온 죽간竹簡

       원로대신 호돌狐突의 서명이 빠져있소.

 

       왜 빠져있는지 아는 사람 있소 ?

       정말 이상한 일이오.

 

중이重耳의 가신들인 호언狐偃, 호모狐毛, 호사고狐射姑, 조쇠趙衰,

전힐顚頡, 개자추介子推, 선진先軫, 호숙壺叔, 위주魏犨 등이

다 모여들어 다 같이 살피며 한마디씩을 하게 된다.

 

      원로대신 호돌狐突의 서명이 빠져있는데

      누가 노대신에게서 연락받았소?

 

      아니요. 아무도 기별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서명을 빠트릴 분이 아닌데 이상하지 않소.

 

      허 어,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겠소.

      어서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살육전을 펼치고 있는 지금은 귀국하여 봐야!

      이극里克의 정권욕에 말려들게 되며

      올바른 정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오.

 

가신들은 이극里克이 평소 우유부단한 행동을 취하여, 세자 신생의

자결을 막지 못하였다며, 이극里克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의심하고

있었으므로, 그를 믿지 못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아닙니다. 꼭 가야 합니다.

      이렇게 망명길에 헤맬 수는 없습니다

 

      모시러 왔는데 어찌 망설이고 계십니까.

      당장 짐을 꾸려 빨리 강성絳城으로 돌아가

      반드시 군위에 오르셔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너무 어림잡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이 기회에 강성絳城으로 갑시다.

      미흡한 부분은 강성絳城에 가서 정리합시다.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일단은 거절하여 보십시오.

 

      지금 이극里克이 조정朝廷의 대부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바라,

 

      당분간 내란이 또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우리에게는 내란을 가라앉힐 만한 힘이 없소이다.

 

      이극里克에게서 다시 연락이 올 때

      그때 귀국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공자님, 좀 더 기다려보시지요.

 

가신들은 갑론을박甲論乙駁 하며 여러 의견을 제각기 주장하면서,

장내가 혼잡하여지다가,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의 명료한 해석으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때 중이重耳 공자가 말한다.

 

       내가 지금의 기회를 이렇게 버린다면

       언제 고국에 돌아갈 수 있겠는가.

 

       만약 동생인 이오夷吾를 불러들인다면

       영영 돌아갈 길이 막히고 마는 것은 아니겠는가.

 

       그렇다. 강성絳城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앞길이 확연하게 보이지 않으니

       불분명한 요행수僥倖數를 바랄 수는 없도다.

 

       모양 사납게 나라를 얻고 싶지 않소.

       나는 어쩔 수 없이 하늘의 뜻에 따르리라.

 

중이重耳는 어려서부터 존중하던 외할아버지인 호돌狐突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므로 마음의 갈등을 추스를 줄도 알았다.

 

       자라면서는 호언狐偃과 조쇠趙衰의 가르침을 받은바,

       현실에 대하여 신중한 판단을 할 줄 알았으며

       미련의 끈을 과감히 끊어버릴 줄도 알았다.

 

중이重耳는 도안이屠岸夷에게 그간의 경위를 자세히 물어보고

나서 깊이 생각하고는 이극里克의 제안을 좋은 말로 사양을

하면서, 도안이屠岸夷를 돌려보내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선군에게 죄를 짓고 타국으로 망명하여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네.

 

      선군이 살아계실 적에는 조석 문안도 드리지 못했고,

      돌아가신 뒤에는 통곡의 예마저 하지 못한 몸이네.

 

      이런 내가 어찌 변란이 일어난 기회를 틈타

      귀국하여 군위에 오를 수 있겠는가.

 

      불효한 몸이라, 한나라의 군주가 될 수 없소.

      이극里克은 다른 공자를 모시도록 하시오.

 

중이重耳가 도안이屠岸夷를 돌려보낼 그때 이오夷吾는 강성絳城

양유미梁繇糜가 보내는 밀서를 받아보면서, 이극里克이 움직이는

내용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만약 중이重耳 형님이 군위에 오르게 되면

      나는 영원히 일어설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내가 이대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겠는가.

      아니다, 귀국하는 중이重耳를 죽여서라도

      내가 반드시 군위에 올라가야 한다.

 

      극예郤芮 와 괵사虢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자님, 일단은 중이重耳 공자가

      어떻게 하는지 움직임을 지켜봐야 합니다.

 

이극里克은 중이重耳가 오지 않겠다는 말을 듣자, 크게 실망하며

깊이 생각하고는 다시 도안이屠岸夷를 책땅에 보내어, 공자

중이重耳를 모셔오게 하여, 반드시 군위에 올려세우려고 하였다.

 

      중이重耳 공자의 불효라는 말은 핑계일 것이오.

      도안이屠岸夷는 다시 중이重耳 공자에게 가보시오.

      땅에서 꼭 모시고 돌아와야 하오.

 

이극里克은 중이重耳 공자가 자기를 의심하며,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하였으며, 중이重耳가 돌아온다면 안심할 수 있는

타협안을 제안하리라 생각하며, 도안이屠岸夷를 막 출발시키려

할 때, 그때 대부 한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말하는 것이다.

 

      이극里克 , 대부 양유미梁繇糜 입니다.

      이극里克 , 중이重耳 공자가 안 오겠다 하니

      이오夷吾 공자를 세우도록 합시다.

 

      이오夷吾는 욕심이 많고 잔인한 사람이오.

      신의가 없는 이오夷吾 보다는

      중이重耳 공자가 열 배나 낫소이다.

 

      중이重耳 공자는 오지 않겠다고 하니

      이오夷吾 공자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오夷吾가 중이重耳 보다 못할 것은 없소이다.

      이극里克 장수. 그러지 마시고

      그냥 이오夷吾 공자를 세우시지요.

 

      다른 대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리도 양유미梁繇糜의 말에 동조하고 있소이다.

 

      이오夷吾 공자는 가까운 굴성屈城에 이미 와있으니

      가까워 부르기가 더 쉽습니다.

 

      허 어. 나라가 어지러운 걸 틈타, 굴성屈城 으로

      다시 돌아와 있다니 역시 재빠르기도 하구먼.

 

이오夷吾는 양백梁伯의 딸을 취하여 아들 어를 낳으며 편안히

지내다가, 이극里克이 난을 일으키자, 재빠르게 여이생呂飴甥

앞장세워 다시 굴성屈城을 점령하고는, 강성絳城에 있는

양유미梁繇糜와 연락을 두면서 복귀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극里克은 중이重耳 공자가 오지 못하겠다. 하니

      이오夷吾가 욕심이 많고, 잔인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일관된 생각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대로,

      천천히 깊이 따져보지도 않으면서 쉽게 포기하며

      양유미梁繇糜의 말에 휩쓸리고 마는 것이다.

 

이극里克은 중이重耳 공자를 군위에 세우려다가, 또다시 우유부단한

행동을 취하며, 도안이屠岸夷와 양유미梁繇糜를 굴성屈城에 있는

이오夷吾에게 보냄으로써, 장차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중이重耳 형님이 돌아오지 않겠다니 정말 뜻밖이로다.

      왜 돌아오지 않겠다는 것이냐.

      선군에게 효를 행하지 못한 죄인의 몸이라 한답니다.

 

      정말 그렇다면 중이重耳 형님을 제치고,

      내가 군주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구나.

 

이오夷吾의 가신은 여이생呂飴甥, 극예 郤芮, 괵사虢射 등에 이제

양유미梁繇糜가 가담하게 되며, 또한 거기에 도안이屠岸夷와 같이

온다고 하자, 이오夷吾 일행은 모두 기뻐하며 계획을 세우게 된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도안이屠岸夷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꼭 성사해야 하오.

 

      공자님, 염려 놓으십시오.

      저희가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이오夷吾는 너무나 기뻐하며, 이제 곧 찾아오는 양유미梁繇糜

도안이屠岸夷 에게 극진하게 대접하라고 직접 지시하였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소.

      공자, 여이생呂飴甥 이옵니다.

 

      중이重耳 공자인들 우리 진나라를

      어찌 탐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이극里克의 제안을 거절하였다는 것은

      뭔가 의심할 만한 일이 있을 것이옵니다.

 

      이오夷吾 공자님, 쉽게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귀국을 거절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거절할 만한 이유라니 무엇인가.

      아무래도 이극里克 때문일 것입니다.

 

      국내에 있는 대부들이 국외에 나가 있는  

      공자를 모셔다가 군위에 앉히려 하는 것은

      그들만의 큰 야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 공신功臣이 되어, 그 은덕을 앞세워

      두고두고 권력을 행사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도 귀국을 거절하라는 말인가.

      공자님, 그럴 리야 없지요.

      다만 이극里克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중이重耳 공자 일행과 같이

      의심만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옵니다.

 

      이제 군위 문제는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

      단 두 사람 손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주공, 이 둘에게 뇌물을 듬뿍 주어

      우선 우리 편으로 만들어놔야 합니다.

 

      좋소. 무엇을 주어야 좋겠소.

      이극里克에게 분양汾陽의 땅 1백만 묘

      주기로 하며 (1백만 묘는 1백만 평에 가깝다.)

 

      비정보 邳鄭父에게는 부규負葵의 땅 70만 묘

      주겠다고 약조約條 하십시오.

 

      이런 문서를 작성하여 믿을 수 있도록 서명하고는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195 .  배은망덕은 어떤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