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91 화. 어느 인생이나 마지막은 오는가.

서 휴 2022. 9. 4. 12:51

191 . 어느 인생이나 마지막은 오는가.


그때 중이重耳는 장고여廧咎如의 아름다운 두 딸인 숙외叔隗

계외季隗를 쳐다보고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고개 돌리며 말한다.

     나는 여자가 필요 없소.

     책반翟班에게 넘겨주도록 하시오.

 

중이重耳는 여자를 싫어하는 편도, 또한 밝히는 편도 아니었다.

호언狐偃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망설이다가 말하였다.


      책반翟班에게 넘겨주지 않기로

      장고여廧咎如 족장과 단단히 약속하였습니다.

 

      책반翟班도 공자를 위하여 벌린 일입니다.
      그런 약속을 다 하였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이제 약속을 물릴 수가 없습니다.


중이重耳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일어나 숙소로 들어가 버리자

호언狐偃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약속에 대한 신뢰감을 강조하자

며칠 만에 드디어 중이重耳는 어렵게 다음과 같은 말을 꺼낸다.

 

      중이重耳 공자, 호언狐偃 입니다.
      두 소저小姐 중에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정 그렇다면 동생인 계외季隗를 처로 삼겠소.
      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렇소. 가 맞소.


라고 말하는 것은 정실正室 부인을 뜻하다 보니, 호언狐偃

외로움을 달랠 소실小室 이라면 모를까, 세력도 혈통도 보잘것없는

적적赤狄 딸을 정실正室로 정한다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지금은 비록 망명객이라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진나라 군위에 오르려는

      큰 야망을 품고 있지 않습니까?

 

      이곳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소실小室 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정실正室이 아니면

      나는 시중侍中을 받지 않을 것이오.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에 더욱더 정실이어야 하오.


호언狐偃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며칠째 설득하여 보았지만, 끝끝내

중이重耳의 고집을 꺾지 못하며, 다음 차례를 물어보게 된다.


      그러면 언니 되는 숙외叔隗는 어찌하시렵니까?
      조쇠趙衰 에게 내주는 것이 어떻겠소?
      조쇠趙衰 라 하셨습니까.?

      어째서 조쇠趙衰를 택하십니까?


중이重耳는 호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으나, 호언狐偃은 조금

생각하여 보니, 조쇠趙衰가 중이重耳의 스승이면서, 포성蒲城에서

상처한 것을 생각하게 되어, 중이重耳의 뜻에 따르게 된다.

 

      가신단은 나이가 젊은 총각들이 많았으므로

      대부분 독신자가 많았지만, 그중에도

      상처한 홀아비는 중이重耳와 조쇠趙衰 뿐이었다.


중이重耳는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신하면서 스승인, 조쇠趙衰

먼저 배려하여, 어쩌면 마음을 바꾼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호언狐偃은 그런 정황을 참작하면서 즐겁게 혼인 행사를 치러 냈다.

 

한편 진헌공晉獻公은 단단히 화가 나서 길길이 뛰며, 이오夷吾

놓치고 돌아온 대부 가화賈華를 기어이 죽이려 하였다.

 

      비정보丕鄭父는 더는 두둔하지 마라.

      가화賈華. 저놈을 당장 끌고 나가 참수斬首 시켜라.

 

      주공, 고정하시옵소서.

      , 대부 양오梁五가 말씀드리겠나이다.

 

      주공. 이오夷吾는 보잘것없는 인물이오나,

      중이重耳 공자는 명성이 높고 따르는 인물이 많사옵니다.

 

      갑자기 강성絳城의 많은 젊은이가 따라가 버리니,

      온 성안이 온통 빈 듯하옵니다.

 

      더구나 책나라는 우리 진나라와

      대대로 원수지간이옵니다.

 

      나라를 쳐서라도 중이重耳를 없애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양오梁五의 말이 옳도다.

      이오夷吾를 놓치고 돌아온 죄를 잠시 미루겠노라.

 

      대부 가화賈華는 발제勃鞮와 함께 책나라에 쳐들어가,

      반드시 중이重耳를 잡아 오도록 하라.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극里克은 진헌공晉獻公이 중이重耳까지

죽이려 하는 모습을 보며, 여희驪姬의 간계에 분개하며 치를 떨었다.


      대부 가화賈華는 원래 세자 신생申生의 당이었으며,

      무리하지 않게 협상을 잘할 줄 아는 아주 점잖은

      대부이었기에 모두에게 존경받고 있었다.

      그러나 발제勃鞮는 무예 솜씨가 뛰어난 내관으로,

      진헌공晉獻公의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이행하고 보는 환관이었다.


발제勃鞮는 중이重耳를 죽이려 포성蒲城으로 갔다가 실패한 일도

있어. 지난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중이를 꼭 제거하고

돌아오리라 결심하며, 진군晉軍을 이끌고 책나라를 쳐들어간다.

 

      공자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오.

 

      발제勃鞮가 장수가 되어, 대부 가화賈華와 함께

      강성絳城에서 진군晉軍을 이끌며 오고 있답니다.

 

      아버지의 군대와 맞설 수는 없도다.
      빨리 짐을 꾸려 이곳을 떠나야 한다.

 

      공자님, 가신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자님을 죽이려 하는 것이므로

 

      이번을 피하여 다른 곳으로 가면

      그곳까지 쫓아오게 되니 물러서서는 아니됩니다.

 

      우리에게는 군대가 없는바 어떻게 맞서겠소.

      공자, 호언狐偃 입니다.

      책반翟班과 장고여廧咎에게 부탁하겠습니다.

 

      공자님, 이 조쇠趙衰도 호언狐偃의 생각과 같습니다.

      더구나 발제勃鞮가 진군晉軍을 지휘한다면 싸울만합니다.

 

이리하여 호언狐偃과 조쇠趙衰는 가신단과 함께 일치단결하여

책반翟班과 장고여廧咎如를 찾아가 열변을 토하며 부탁하였다.


      기껏해야 환관宦官이 지휘하는 군대입니다.

      더구나 진군晉軍에 짓밟히면

      너나없이 모두가 망하는 겁니다.


      이참에 적적赤狄 용맹한 위용을 보여주시어

      다시는 침범하지 못하도록 물리쳐야 합니다.


진군晉軍이 쳐들어온다고 하자, 책반翟班과 장구여廧咎如는 사방에

흩어져 있는 적적赤狄 인들에게 연락하여 기마대를 편성하였다.

진군晉軍의 병거대兵車隊와 적적赤狄의 기마대는 굴성屈城

남쪽인 체상採桑 땅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첫 싸움에서는 진군晉軍이 이겼다.

      곧이어 가세한 위주魏犨와 선진先軫의 돌격대가

      발제勃鞮의 본진을 격파해버렸다.

 

그러나 뒤늦게 가신단이 싸움에 가세한 것을 알게 된 중이重耳

가신단을 소환함으로써 전세는 백중세로 접어들게 되었다.

 

       아버님의 군대와 싸우다니, 안 될 말이오.

       어떻게 아버님에게 덤벼들 수가 있소.

       모두 다 빨리 철수하시오.

       

서로는 체상採桑 땅에서 두 달간이나 백중세로 대치하게 되었다.

보다 못한 대부 비정보丕鄭父가 나서서 진헌공晉獻公에게 아뢴다.

 

      주공. 두 공자의 죄상이 드러나지 않았사온데

      어찌 천륜天倫 부터 끊으려고만 하십니까.

 

      작은 책나라를 이기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면

      이웃 나라들의 비웃음거리가 돼 오니

      깊이 생각하시어야 합니다.

 

      알겠노라. 그러나 중이重耳와 이오夷吾의 무리가

      을 이루며 그 숫자가 너무 많은 것 같도다.

 

      두 놈의 당을 모두 없애버리도록 하라.

      두 놈의 일가친척들도 모두 몰아내거라.

      그리고 협조하지 않는 공족公族 들도 몰아내거라.

 

진헌공晉獻公은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비중보丕鄭父의 말대로

발제勃鞮에게 사람을 보내 회군을 명했다.

 

다른 한편 공족公族 들을 몰아내려 하자, 신변의 위험을 느끼던

많은 사람이 미리 알아서, 서둘러 강성絳城을 떠나가고 만다.

 

      진헌공晉獻公은 다 자란 자식들인 공자들을

      모두 쫓아내버렸으므로, 강성絳城 안에는

 

      여희驪姬의 아들인 11살짜리 해제奚齊

      여희驪姬의 동생인 소희小姬가 낳은 아들인

       7살짜리 탁자卓子 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진헌공은 여희驪姬가 원하는 데로

      나이 어린 해제奚齊를 기어이 세자로 세우게 되자,

 

      순식荀息과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 등만이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에 중신重臣 들은 탄식을 거듭하면서 벼슬을 내려놓고, 조례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원로대신 호돌狐突은 이미 칩거하고 있었다.

 

      , 세자 신생申生 만 죽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구나.

      두 공자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리는구나!

 

      , 이번에 중이重耳를 죽이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구나.

 

      ,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이 두 공자가

      만약 쳐들어온다면 어찌해야 하겠느냐.

 

      군부인 마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제 그런 건 다 물리칠 수 있사옵니다.

 

      이제 우리 진나라의 강산과

      진군晉軍과 강성絳城과 모든 백성은

      이미 우리가 모두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때가 주양왕周襄王 원년인 기원전 651년이며, 제환공齊桓公

패공霸公으로써 주양왕周襄王 보다 더한 권위와 권세를 누리며,

절정기를 맞이하였을 때 였으므로 재위 42년 차였다.


      그해 8. 제환공齊桓公은 규구葵丘에서 회맹을

      소집하며, 진헌공晉獻公 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나라가 황하黃河의 북쪽에 있으면서 융적戎狄에게 싸여

있다 보니, 중원中原의 나라들로부터 야만족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다, 괵과 우나라를 점령하여 영토가 커지다 보니, 저절로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어엿한 강대국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주공, 제환공齊桓公에게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규구葵丘 땅의 회맹에 참석해 달랍니다.

 

      하하, 드디어 중원中原으로 나갈 기회가 생겼구나.
      규구葵丘 회맹에 꼭 참석하겠다고 통보하고

      처음으로 가는 회맹會盟이니 잘 준비토록 하라.


진헌공晉獻公이 규구葵丘에 거의 당도할 무렵에, 맞은 편에서 오고

있던 왕실의 태재太弟 인 주공周公 기보忌父를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주공周公 기보忌父께서는 안녕하셨습니까.

      허 어, 진헌공晉獻公,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지금 어디에서 오는 길입니까

      규구葵丘에서 오는 길이 오.


      아니, 규구葵丘 회맹이 벌써 끝났습니까?
      아니요. 그런 모임에는 갈 필요가 없소이다.

 

      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제환공齊桓公의 거만함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소.


      마치 천자天子 라도 된 듯이 행세를 하지 않겠소.

      에이 기분 나빠, 나는 끝나기 전에 돌아가는 것이오.

      진공晉公 , 이제 갈 필요가 없소이다.


주공周公 기보忌父가 기분이 몹시 상해서 말하자, 진헌공晉獻公

회맹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그냥 되돌아오게 된다.

 

      진헌공晉獻公 도 나이가 70이 넘다 보니

      몸이 쇠약해진 탓에, 돌아오는 도중에

      노환의 병을 얻으며 간신히 귀국하게 된다.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이 노환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걸 알고는,

정성껏 간병을 하면서도 자꾸만 눈물을 쏟아낸다.

 

      주공. 일어나시어야 합니다.

      주공. 오래 사시어야 합니다.

 

      주공, 세자가 너무 어리온데

      주공, 이리 누워계시면 어찌하옵니까.

      주공, 이제 첩은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나 이 까.

 

192 . 우유부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