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92 화. 우유부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나.

서 휴 2022. 9. 5. 16:46

192 . 우유부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나.

 

진헌공晉獻公은 병이 깊어 일어나지 못할 걸 깨닫게 되었으며,

여희驪姬는 세자 해제奚齊가 너무 어리어 너무 불안해하였다.

 

       주군께서 골육骨肉에게 배반당하여

       모든 공족公族 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내고

       첩의 자식으로 후계를 세우셨나이다.

 

       하오나, 첩은 연약한 아녀자이고

       해제는 아직 어립니다.

 

       당장은 모두 복종하고 있는 듯 하나

       주군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공자들이 외국의 도움을 얻어 쳐들어온다면

       첩의 모자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합니까.

   

       부인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태부 순식荀息은 충신이오.

       충신은 두 마음을 갖지 않는 법이오.

   

여희驪姬가 자꾸 눈물만을 쏟아내자, 보다 못한 진헌공晉獻公

순식荀息을 불러들이며 다짐을 받게 된다.

 

      과인은 어린 세자를 태부太傅에게 부탁하오.

      어린 세자를 잘 돌봐 주시 오.

      주공. 염려 놓으시옵소서.

 

      전심전력으로 보필하는 것이 충이오며

      죽을지언정 배신하지 않음이 신이옵니다.

 

      태부太傅는 나의 뜻을 저버리지 말아주시오.

      주공, 이 태부太傅 순식荀息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세자 해제奚齊를 지켜내면서

      반드시 충신의 길을 걷겠습니다.

 

여희驪姬는 저승으로 떠나가는 진헌공晉獻公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어깨를 들먹이며 몹시 울먹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주변 사람마저도

목을 메이면서 눈가에 이슬을 맺히게 하였다.

 

           여희의 눈물

 

      그대가 나를 찾아오기 전에는

      꽃 같은 열일곱

      꿈 많은 소녀였지요.

 

      아름다운 내 정원에 찾아와

      어여쁜 꽃이라며 꺾어 가져 가니

 

      나는 어느덧 십여 년 지나며

      풍만한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애타게 그대만을 모시며

      유수 한 세월만 흘러간 것이지요.

 

      극진히 나를 사랑하시며

      나만을 아껴주시던 그대는

 

      홀로 남아야 하는 제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대가 남겨준 것이 부귀영화라 하지만

      부귀도 영화도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저 또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었나요.

 

      이제 겨우 부귀와 영화를 잡으려 하는데

      당신께서 몸져누워 계시다니요.

 

      남겨진 우리 어린 아들에게,

      큰 나라의 강산을 맡기기에는,

      이제 겨우 나이 열한 살이랍니다.

 

      그대여, 그대가 남겨놓은 세자이옵니다.

      10년만 더 세자를 지켜주옵소서.

      주공, 아니. 5년만 더 지켜주시옵소서

 

      아니. 아니. 3년 만이라도 절 위해

      그대여 날 위해 지켜주시옵소서.

 

      그대여. 떠나지 마시옵소서.

      삼 년 만이라 도 꼭 지켜주시옵소서.

 

기원전 651년에 진헌공晉獻公이 죽자,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

유명遺命에 따른다며, 철모르는 어린 아들 해제奚齊를 태부太傅

순식荀息에게 보내어, 상주로 세우며 슬픈 통곡을 하였다.

 

      .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의 유명을 받들어

      태부太傅 순식荀息에게 상경의 벼슬을 내리며

      국정을 주관하게 하겠노라.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를 좌우 사마司馬로 삼아

      어떠한 반란도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를 거느리고 순행巡幸을 돌도록 명하노라.

 

해제奚齊는 나이 겨우 11살에 진나라의 군주로 옹립되었으며,

순식荀息은 각 나라에 진헌공晉獻公의 부고장訃告狀을 보내게 된다.

 

      매우 위태로운 처지이거나

      잠시도 견뎌내지 못할 위급한 상황을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하여

      풍전등화 風前燈火 라는 말을 쓴다.

 

     인생살이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을 만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때 조정에서는 평소에 덕을 베풀지 못한 여희驪姬 때문에,

세자 신생申生이 억울하게 목을 매 자결하게 되었다면서,

여희驪姬에 대한 반감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강성絳城 안에서 여희驪姬를 따르는 자가

       몇 명이나 되겠소.

 

       여희驪姬의 아들인 해제奚齊 주공으로

       받들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소.

 

이런 기류에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는 진헌공晉獻公이 살아있을

때는 조금도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이제 진헌공晉獻公

죽고 나자, 참아왔던 울분을 폭발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제. 어린 해제奚齊를 군위에 올렸으니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두 공자는 어찌 되겠소.

 

     이는 순식荀息의 의지에 달려 있소이다.

     재상 순식荀息을 만나 의논해보면 어떻겠소.

 

비정보邳鄭父와 이극里克은 서로 의논하고는, 부중府中으로 들어가

태부 순식荀息을 만나게 되자, 자기들의 의견을 개진開陳 한다.

 

      재상께서는 나라의 기강을 올바로 세워야!

      되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이제 장자가 된 중이重耳 공자를

      주공으로 모셔야 하는데

 

      세자 신생申生까지 죽인 여희驪姬의 어린 아들을

      우리의 주공으로 꼭 섬겨야만 하겠소이까.

 

      더구나 여희驪姬가 민심을 너무 잃어,

      어린 해제奚齊 로는 민심을 모으기가 힘들지 않겠소.

 

      백성이 따르지 않으면 어쩌려 하는 것이오.

      백성의 신망을 받는 중이重耳 공자를 세우시오.

 

      만약에 진나라와 책나라의 후원을 받아

      군사들과 함께 쳐들어온다면

 

      포성蒲城 뿐만 아니라, 강성絳城의 백성들도

      호응하게 될 것인데 그때는 어쩌려 하는 것이오.

 

      그리되더라도, 어쩔 수 없소이다. 미안하오.

      그리된다면 별수 없이 죽음으로

      선군께 보답할 각오가 되어있소이다.

 

      나는 이미 선군과 약속을 하였소이다.

      순식荀息, 그렇게 죽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소.

 

      이제라도 마음을 돌려 나라를 새롭게 일으켜

      우리와 같이 새로운 나라로 만들어 나갑시다.

 

비정보邳鄭父와 이극里克은 순식荀息의 마음을 바꿔보려 노력

하였으나, 끝내 선군의 유명을 받들지 않을 수 없다고 고집 만을

피우자, 둘은 실망하며 부중府中에서 나오고 말았다.

 

      , 이극里克은 순식荀息과 잘 지내 온 사이로

      거듭 충고를 하였지만,

 

      저리 고집을 부리니 어찌하면 좋겠소.

      너무나 안타깝소이다.

 

      순식荀息은 무조건 해제奚齊를 섬기고,

      우리는 중이重耳 공자를 섬기고 있으니 

 

      한 나라에 두 군주를 품을 수는 없는 거지요

      이제 한 사람으로 군주를 정하여야만 합니다.

 

대부 비정보邳鄭父와 이극里克은 비밀리에 대부들을 불러 모으며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갔으며, 또한 이극里克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장사를 불러놓고 각별한 지시를 내리며 다집하고 있었다.

 

     그대는 보기에도 대단한 장사壯士 로 구만.

     나라에 큰 공을 세울 생각이 있는가?

 

     나리. 어떤 일이라도 맡겨만 주신다면

     목숨을 걸고 수행하겠습니다.

 

     벼슬할 생각이 있다는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일이 잘 진행되면 당분간 숨어있어라

     나리, 명심하겠습니다.

     좋도다. 이리 가까이 오라.

 

장사는 친위대에 들어가 군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진헌공晉獻公

관이 있는 빈청殯廳에 나아가빈청을 지키는 시위대에 섞이어 

있으면서 깍듯이 예의를 다하며 조심조심 열심히 근무하다가,

해제奚齊나타나면 해치울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회를 노려보던 이른 아침에 해제奚齊가 엎드려 곡을 하며

절을 하려는 순간에 장사가 뛰어올라해제奚齊의 가냘프고

어린 몸의 등에 비수匕首로 찌르며, 목덜미를 가르고 달아난다.

 

       아니 저놈이 뭔 짓을 하는 것이냐.

       나 우인優人  내 칼을 받아라.

 

장사壯士는 단칼에 시마저 죽이고, 재빠르게 짜인 각본에 따라

도망가니, 빈청殯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였으며, 장사를

잡지도 못하고, 모두가 당황하여 울부짖는 소리가 진동하였다.

 

이에 놀란 여희驪姬가 뛰어들어와 이 광경을 보자, 어찌할 줄 몰라

하며 한동안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에, 자기의 악행으로

어린 자식을 죽였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으며, 본 모습을 냉정하게 

갖추면서, 친위대에게 고함을 질러댄다.

 

      어느 놈이 한 짓이냐

      붙잡지 못하고 뭣들 하였느냐.

      군부인 마마, 감쪽같이 사라졌나이다.

 

      큰일이로다. 뭣들 하느냐.

      어서 급히 재상 순식荀息을 부르라.

 

      군부인 마마, 무슨 일입니까.

      빈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아니. 아니. 이런. 이런

      우리 어린 주공이 이런 참변을 당하시다니

 

      아니, 이런,  어느 놈의 소행이냐

      그놈은 붙잡았느냐?

 

      아아, 내가 선군의 부탁을 저버리다니

      아아, 나는 무슨 명목으로 살기를 바라겠는가?

 

순식荀息이 기둥에 머리를 찧으며 죽으려 하자, 여희驪姬가 쫓아와

한사코 말리니, 순식荀息은 피투성이가 되어 주저앉고 말았다.

 

      재상께서 이러시면 어찌합니까?

      주공의 관이 아직도 빈청에 있습니다.

 

      군부인 마마, 해제奚齊가 죽었으니 어찌합니까?

      아아, 선군의 약속을 저버린 나는 이제

      살 면목이 더는 없는 사람이오.

      그냥 죽게 놔두시오

 

      재상宰相. 제 동생 소희小姬의 아들

      탁자卓子를 군위에 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을 가다듬은 순식荀息은 즉시 빈청을 지키는 병사들을 호위를

잘못한 죄를 들어 수십 명을 죽였다.

 

       이어서 백관百官 들을 긴급하게 불러모아,

       긴급한 상황을 알리면서,

       일곱 살의 소희小姬의 아들인 탁자卓子

       새로운 군주로 올려세우게 되었다.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가장하고

긴급한 조정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재상宰相 , 사마司馬 양오梁五 입니다.

       이는 비정보邳鄭父와 이극里克의 간계입니다.

       그들은 고의로 긴급회의에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군사를 거느리고, 두 사람을 먼저 잡아

       세자 해제奚齊의 원수부터 갚아야 합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오.

       두 사람은 노대신이며, 그들의 당

       뿌리가 깊어 반란이 일어날 수 있소이다.

 

       그들은 옛날 세자 신생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칠여대부七輿大夫 들입니다.

 

       그러므로 증거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을 공격하여 실패라도 한다면

       나라의 대사를 그르치게 됩니다.

 

       그러니 잠시 참았다가 그들을 안심시켜

       마음을 놓게 한 후에 일을 도모해야 하오.

 

193 . 성공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