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96 화. 나쁜 일도 습관적으로 저지르는가.

서 휴 2022. 9. 8. 22:17

196 . 나쁜 일도 습관적으로 저지르는가.

 

진목공秦穆公과 중신들은 공손지公孫枝가 인솔하여온 이오夷吾

나타나자, 처음 보는 순간에 아주 교활하면서 배신하고 말 사람으로

보였으므로 몹시 실망하게 되었다.

 

       진후께선 안녕하시온지요.

       그대가 이오夷吾 공자인가.

       예에, 그러하옵니다.

 

       그대가 하서河西5개 성을 내주기로 하였다는데,

       그 약조를 지킬 수 있겠는가.

 

       진후秦侯의 깊은 은혜를, 어찌 하서河西

        5개 성으로 다 갚는다고 생각하시나이까?

 

       처음이오니 저의 작은 성의로 받아주십시오.

       공자는 백성을 위하여 반드시 선정을 펼치시오.

 

       예에. 명심하겠습니다.

       진후秦侯께선 염려치 마시옵소서.

 

       좋소. 그대 누나인 목회穆姬가 찾고 있소.

       이오夷吾 공자는 궁실宮室에 들어가 보시 오.

 

       군부인 누님. 그간 안녕하시었습니까.

       이오夷吾 공자, 실로 오랜만에 봅니다

 

       이오夷吾께서 귀국하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예에, 어서 말씀하시지요. 군부인 누님.

 

       잘 알겠지만, 저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며

       외로운 분이니 가군賈君를 잘 돌봐주세요.

 

       그리고 망명해 나가 있는 형제들을

       다 불러 고생을 면하게 해줘야 합니다.

 

이오夷吾는 가슴속과는 전혀 다르게 선선히 응낙하였으며,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양 흔쾌한 대답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누님,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입니다.

      누님께서 염려치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의 조치에 따라 건숙蹇叔과 함께 제환공齊桓公

고량高梁 땅에 도착하였고, 왕실의 왕자 당이 왕사군王師軍

이끌고 왔다. 이로써 진晉의 군위를 세우는 준비가 모두 끝나게 된다.

 

진목공秦穆公이 공손지公孫枝에게 명하자, 과 제와 왕실의

왕자 당의 왕사군王師軍이 거침없이 진의 강성絳城으로 향했다.


       나, 이오夷吾가 내 나라 진후晉侯가 되다니

       더구나 진목공秦穆公과 중원의 맹주인 제환공齊桓公

       왕실의 왕사군王師軍까지 나를 모시지 않는가


       이 정도면 진내부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도 꼼짝 못 하리라.

       좋다. 이제 이 정도면, 내 맘대로 해볼 수 있도다.

마침내 이오夷吾는 엄청난 호위를 받으며 당당하게 진나라의

수도인 강성絳城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호돌狐突은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를 비롯한

       신료들과 함께 법가法駕를 준비하여,

       국경인 고량高梁 땅에 나아가

       군위에 오를 이오夷吾를 맞이하였다.

 

강성絳城의 성문이 열리자, 수많은 백성이 몰려들며, 당대 제일의

영웅인 제환공齊桓公과 진목공秦穆公을 환영하는 축제 분위기를

이뤘으며, 이오夷吾 자신도 일생 중에 가장 기쁜 순간이 되었다

 

       아니, 저건 중이重耳 공자가 아니잖아.

       이오夷吾가 나타나다니, 너무 실망스럽구나.

       에이, 더 볼 거 없다. 그냥 돌아가자,

 

크게 실망한 진나라의 백성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으나, 함께

온 진목공秦穆公과 제환공齊桓公은 이오夷吾를 축하해주기 위해

나라의 조당朝堂으로 들어갔다.

 

      진목공秦穆公과 제환공齊桓公도 이오夷吾의 즉위를

      축하해주었으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환공齊桓公은 서방西方까지 손에 넣어,

      이제 천하의 패공이 되었다고 스스로 자축하였으며

 

      진목공秦穆公은 자기가 요청하여,

      왕사군王師軍 과 제군齊軍을 오게 하였으며,

      패공인 제환공齊桓公을 만나게 된 것에 기뻐하였다.

 

진목공秦穆公은 제환공齊桓公 왕실의 권력을 능가하는 패공霸公

이기에 무척 강골强骨 일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처음 막상 만나보니

무척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물인 것에 자못 놀라게 된다.

 

      진목공秦穆公은 자기 영향력이 중원中原에 까지

      미치게 되어, 이제 중원中原 진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속으로 몹시 기뻐한 것이다.

 

이오夷吾의 시호諡號는 진혜공晉惠公으로 정해지며, 공식적으로

진헌공晉獻公의 대를 이은 제 21대 진 나라 군주로 기록된다.

 

      여희驪姬의 해제奚齊와 소희小姬의 탁자卓子

      시호諡號를 받지 못하여 군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때가 기원전 651년이며, 주양왕周襄王 재위 2년으로

      제환공齊桓公 재위 36년이며,

      진목공秦穆公 재위 10년에 해당하는 해였다.

 

진혜공晉惠公은 즉위하자, 호돌狐突과 괵사虢射를 상대부로

정하고, 양유미梁繇糜, 여이생呂飴甥, 극예郤芮중대부로 삼고,

도안이屠岸夷는 하대부로 삼는 등으로, 망명 생활 중에 그를 따르던

측근들만을 요직에 임용하고, 나머지 벼슬 자리는 그냥 두었다.

 

        군주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처사에

        모두 감사의 말을 전하여야 한다.

 

        양유미梁繇糜는 왕자 당을 모시고 왕실에 다녀오라.

        한간韓簡은 공손 습봉恭遜襲封을 따라 제에 다녀오라.

 

진혜공晉惠公은 양나라에 있는 모든 가솔家率 을 불러들였으며,

아들 어를 세자로 정하고 나자, 모처럼 궁실宮室을 살피려 다녔다.


        별궁은 세자 신생申生과 어린 백희白姬 였던 목희穆姬

        키워낸, 진헌공晉獻公의 부인인 가군賈君의 처소였다.


        가군賈君은 나이가 들었으나 아이를 낳지 않아서인지

        옛날의 아름다운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여희驪姬가 살아있을 때는 온갖 수모와 구박을 받은 가군賈君

이었으나, 여희驪姬가 죽자, 별궁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다.


       지내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신지요?
       진군晉君, 축하하오. 찾아주어 고맙소.

 

진혜공晉惠公이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올리자, 모처럼 만에 반가운

인사를 받게 되자, 가군賈君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기뻐하였다.


이때 진혜공晉惠公은 가군賈君의 새하얀 가슴에 드러난 젖무덤을

보자, 갑자기 눈길이 뒤집히며, 주체할 수 없는 음욕을 느꼈다.

 

      진혜공晉惠公은 촌수도 어머니뻘이며,

      나이도 어머니뻘인 가군賈君에게

      잘 보살펴드리겠다고 말하고 돌아서다가

 

      가군賈君의 어여쁜 동안과 풍만한 육체에

      갑자기 성욕을 품으며 달려들었다.

 

      가군賈君은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진혜공晉惠公에게 강제로 강탈 당하고 말았다.

 

      다음날 가군賈君은 수치심을 참지 못하며

      스스로 자결하고 마는 대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가군賈君을 잘 보살펴주기로 하였으며, 타국에 나가 있는 공자들을

불러들이기로 한 목회穆姬 와의 약속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한낱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되었다.

 

이오夷吾는 진혜공晉惠公이 되자마자, 신의마저 저버리는 첫 번째

일을 가군賈君에게 벌린 것이며, 이는 곧바로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어진 덕을 잊고은혜를 배반背反 한다.

      이를 배은망덕背恩忘德 이라 하는 모양이다.

 

      베풀어 준 은혜恩惠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원수에게 하듯이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오夷吾는 진혜공晉惠公이 되자

      제일 먼저 배은망덕 背恩忘德을 저지른 것이다.

 

여희驪姬의 지나친 욕심에 나라가 망가졌으며, 이에 따라 불행이도

나라와 백성을 더 배신하는 이오夷吾 같은 배신자가 나타나,

진晉 나라는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때 진군秦軍을 이끌고 진혜공晉惠公을 호송해온 공손지公孫枝

할양해 주기로 약조한 하서河西5개 성의 문서를 받아 가기 위해

돌아가지 않고 진나라의 강성絳城 밖에 머물고 있었다.

 

       진나라 공손지公孫枝가 강성絳城 밖에 머물고 있소.

       약조한 하서河西5개 성을 받아 가려 하는 것이오.

 

       이 문제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신 여이생呂飴甥 이옵니다.

 

       주공, 하서河西5개 성을 주기로

       약조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본국에 들어와

       군주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돌아와 이미 군주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 나라는 이제 주공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공 맘대로 하셔도 됩니다.

 

       주공, 비록 진나라가 힘이 있다고 하나?

       우리가 약속한 땅을 할양하지 않는다 해서

       이제 와서 그들이 어찌하겠습니까?

 

       주공, 일단 진의 공손지公孫枝를 돌려보내며

       하서河西5개 성의 진상을 후일로 미루십시오.

 

       주공, 신 이극里克 입니다.

       주군께서 나라를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힘이 강한 이웃에 신의를 잃으려 하십니까?

 

       이미 약조까지 하셨으면 이행해야 합니다.

       주공, 신 극예郤芮 이옵니다.

 

       하서河西5개 성은 우리 영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결코, 나라에 할양할 수 없나이다.

 

       진나라가 비록 군사의 수가 많다지만

       힘으로 빼앗아 갈 만큼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하서河西5개 성은 선군께서

       괵과 우를 멸하며 힘들게 얻은 땅입니다.

 

       주공, 이극里克 입니다.

       선군이 힘들여 경영해 얻은 땅을

       어찌하여 쉽게 떼어준다고 약조했소이까?

 

       주기로 약속하고 주지 않는다면

       진나라가 노하게 되지 않겠소이까?

 

       옛날 선군들께서 곡옥曲沃에 나라를 세우실 때는

       우리 진의 땅은 한 뼘도 되지 않을 만큼 작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선군들께서 바른 정치에 힘쓰시어

       작은 나라들을 차례로 합쳐 큰 나라가 된 것입니다.

 

       주군께서 능히 국내 정치를 쇄신하시고

       이웃 나라들과 우호 관계를 맺으신다면

       어찌 그까짓 다섯 성이 걱정되겠습니까?

 

       주공, 이 극예郤芮가 참을 수가 없나이다.

       이극里克이 진을 위해 약속을 지키라는 이유는

       주공에게서 받기로 한 분양의 땅을 걱정해서입니다.

 

이극里克이 크게 분개하며 또 말하려 하자, 이때 비정보邳鄭父

이극里克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은근히 만류하였다.

 

       이극里克은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조당朝堂에서 나왔으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진혜공晉惠公과 그 일당을

       원망하는 마음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극예郤芮의 간교함으로 말하면, 양오梁五나 동관오東關五

우인優人 보다 한 수 위였으며, 더구나 강력하기까지 하였다.

 

       주공, 신 극예郤芮 이옵니다.

       이극里克을 제거하지 않으면 위태롭습니다.

 

       이극里克을 제거해야 조정의 기강이 바로서겠습니다.

       그렇긴 하도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 비정보邳鄭父는 외교 전문가입니다.
       그자를 진나라에 사자로 보내십시오.

 

       비정보邳鄭父를 사신으로 보내다니 무슨 뜻인가.

       주공, 하서河西5개 성의 진상을 마끼는 것입니다.

 

       으 흠,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비정보邳鄭父는 이극里克의 당입니다.

 

       비정보邳鄭父를 이극里克과 떨어지게 한 후

       먼저 이극里克을 제거하고,

 

       그 다음 비정보邳鄭父가 돌아왔을 때 제거하면

       조정은 쉽게 안정될 것이며

 

       또한,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에게 주기로 약조한

       분양 땅과 부규 땅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더구나 비정보邳鄭父는 진후秦侯이 분개하여

       참수시킬 수도 있습니다.

       호 오, 과연 극예 다운 훌륭한 발상이로다.

 

       그러나 이극里克을 죽이면 칠여대부를

       비롯한 일당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겠는가?

 

칠여대부七閭大夫는 진헌공晉獻公2군으로 증설할 때, 상군과

하군으로 나누었다. 하군은 세자 신생申生이 포성에서 거느렸었다.

 

하군의 대부들은 세자 신생申生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 , , 세 나라뿐만 아니라, 주변의 작은

나라들도 병합시키고, 동산東山의 고락씨皐落氏까지 토벌하던

장수들로써, 서로 간에 목숨을 버릴만큼 결속력이 대단하였던

일곱 대부를 칠여대부七閭大夫 라 말하는 것이다.

 

197 . 큰일에 마음이 여린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