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아라 와 보라

서 휴 2016. 3. 22. 23:54

아라 와 보라

 

 

보라

내일 아라 오라고 해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아라가 찾아와 있지요

 

아라보라

눈을 깜박거리며 내말을 알아듣습니다.

 

어느 날인가

아라보라에 덤벼들어 큰 싸움이 벌어졌지요.

 

한순간 치열하게 싸우더니

힘에 부친 아라가 물러나 도망가더군요.

 

알고 보니

보라는 집단을 거느리는 우두머리였어요.

우두머리에게 도전한 것이지요.

 

우리 텃밭 마당은 보라 차지가 되고

보라는 위계질서를 확실히 하며

무리를 거느리고 찾아와 밥을 먹습니다.

 

아라보라에게 설설 기며

보라가 밥을 먹고 가고난 후에야 찾아와

주변을 살피며 남긴 밥을 겨우 먹게 됩니다.

 

아라보라는 나를 찾아오는 고양이랍니다

아라보라라는 이름도 내가 지어주었지요

먼저 친한 건 아라 였습니다.

 

아파트 일층에 살다보니

문을 열고 나가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아침에 일어나 물도 주고 잡초도 뽑지요

 

농사요. 하 하

그래요. 한참 농사를 짓다 돌아보니

새끼티를 갓 벗어난 어린 고양이가 찾아와

쳐다보고 있는 거지요.

 

손짓하면 오지도 가지도 않으며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달아납니다.

 

나를 알아보고 따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나를 알아보라고

아라 라고 이름을 지어줬지요.

 

아라. 이리 온. 어서.

밥 먹다가 생선을 던져 주고

생선 가게에 부탁하여 버리는 대가리며

뼈 내장을 얻어와 푹 끓여 식혀 내놓지요.

 

아라는 허겁지겁 먹으며 도

주변을 살피며 거리를 두는 겁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친구들과 등산을 하고 내려오며

순댓국 밥집에서 뒤풀이를 하자고 우기어

 

순대며 돼지 머리고기며. 내장. 수육 등

손님이 먹다 남긴 것과 버리는 자투리 고기를

달라고 하면 많이도 줍니다.

 

무겁게 들고 와 매일 조금씩 주며

아라와 친 하려 노력하였지요.

그래도 거리를 두고 쳐다보기만 하는 겁니다.

 

      어 이.

      그럴 때는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눈을 깜빡 해주는 거야

 

      그렇게 해봐

      그 으래.

 

다음날 아라와 눈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한참 만에 눈을 껌뻑하여 주었지요.

 

신기한 일입니다

이때부터 아라는 마음을 열고 다가와

몸을 부비기도하고 붙잡아도 끌어안아도

자기 주인이 되는 양 애교를 떠는 겁니다.

 

아라는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과 교감을 하나 봐요

참 귀엽게 다가와 정을 주는 겁니다.

 

아라 따라 고양이들이 모여들고 보라도 데려 왔지요

아라 덕에 노숙자들이 매일 먹을 수가 있게 된 겁니다.

 

이렇게 지내다 집을 비울 때는

몇 겹의 비닐자루에 먹이를 담아

1.5메타 높이로 나뭇가지에 메달아 놓지요

 

아라는 손톱 발톱이 날카롭고 뛰기도 잘하여

몇 겹의 비닐이 아니면 한 번에 쏟아지고 맙니다.

 

아라 일행이 먹고 나면 까치가 찾아오고

까치가 가고나면 어느새 작은 들이 모여들고

 

해가 지면 들도 바빠지는데

아라가 어느 곳에 숨어있는지 살피느라

배고픈 들은 고달파 하겠지요.

 

아라는 텃밭 마당의 주인입니다

성급히 까치가 내려오면 쫒아가 혼을 내주지요

 

밥을 주면 아라가 제일 먼저 먹고

다른 고양이가 뒤따라 먹게 되지요

 

아라는 대여섯 명의 고양이들과 어울리며

따르는 친구도 생기고 건장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아라는 힘도 좋고 눈치도 빨라

친구들을 돌아가며 보초를 세우는 듯

밤마다 텃밭 마당은 도둑도 얼씬 못하지요.

 

그렇게 일 년이 넘어가자

아라는 당당한 태도를 보여주기 시작하며

무언가 결심을 하는 듯 하였지요.

 

어느 날인가 아라가 먼저 밥을 먹고 있는데

보라가 껴들어와 밀치니 유난히 화를 내며

다른 고양이들 앞에서 일대 격투가 벌어졌지요.

 

아라 보라의 격투는

짧은 순간이지만 참 대단했어요.

 

앞의 두 손으로 싸우는 고양이들 싸움이

그리 격렬 할 거라곤 생각을 못해봤지요.

 

그러나 덩치 크고 힘 좋은 아라가 밀렸지요

싸움은 의욕과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따르던 친구들이 다 쳐다만 보는데

아라는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쳐 떠났지요.

 

그렇게 친하던 친구 고양이들이

이제는 보라 말만을 들으며 따라다니지요

 

아라는 텃밭 마당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왔고

보라는 야전을 돌아다니며 싸움 경력이 많아

무리를 거느리는 대장이 되었던 거 같아요.

 

텃밭 마당은 보라 차지가 되고

보라는 위계질서를 확실히 하며

무리를 거느리고 찾아와 밥을 먹습니다.

 

저놈 봐라. 보라는 듯 아주 당당하잖아

그래 네 이름은 이제 보라인 거야

 

보라 . 눈 싸움 한 번 해보자

지금부터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야

눈을 껌벅하면 지는 거다

 

우리 둘이는 눈싸움에 들어갔지요.

눈을 크게 떠 움직이지 말아야하지요

 

빤히 마주보며 있기를 수 분

보라는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하 아. 안 되겠다.

내가 깜박 거리고 말았지요.

 

그러나 보라는 상냥하지 않았어요.

아라 처럼 살갑지도 않고요

 

보라는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세상을 살아가며 굳어졌나 봐요

 

그러나 보라 . 하고 부르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였어요.

아마도 야생에 떠돌며 이름도 없이 살아왔나 봐요

 

이름도 지어주고 살갑게 해주니

자기를 인정해준다고 생각하나 봐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기를 인정해주는 자에게

모두 믿고 따르는 건가 봐요

 

보라 . 내일은 아라 오라고 해

다음날 아침에 문을 여니

아라가 찾아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라 . 이리와 봐.

왜 그리 까칠하게 다녀

 

아라의 등을 쓰다듬으며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라 .

세상은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거야

역경 속에서 키운 힘이 나를 지켜주는 거란다

 

힘이 생겼다고 너무 일찍 서두른 거야

때를 잘 보는 자가 성공하는 거지

 

너무 서둘러 무리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얼마나 고생이 심하냐.

 

용기를 내어 끊임없이 실력을 쌓으며

끊임없이 참으며 기회를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 아라.

다음 기회를 천천히 기다려보는 거야.

 

아라 . 보라하고 잘 지내라

그래야 전처럼 이야기 나누며

먹을 걸 줄 수가 있지

 

나는 네가 보고 싶단다.

아라 . 우리 자주 만나 잘 지내자.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명절  (0) 2016.09.13
가르침  (0) 2016.04.05
그때 있었던  (0) 2016.03.07
시산제  (0) 2016.02.18
진달래  (0)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