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회룡산

코뚜레 3.멸치잡이

서 휴 2015. 12. 2. 18:07

코뚜레

서길수

 

3. 멸치잡이

 

멸치잡이 그물은 바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20메타 간격으로 드럼통만한 스치포폴 공을 매달아 띄우며

 

1킬로 메타 정도의 거리를 선장이 판단하여 나가며

바다 밑으로 그물의 폭이 내려진다.

 

그물을 치는 깊이는 그날의 수온에 따라

바다 밑 20∼50메타 사이의 깊이에서 선장이 결정한다.

 

엄청 많은 멸치 떼가 밀려들어온다.

조금만 더 들어와라

어서어서

 

선장은 그물을 당겨 올리라며 양망명령을 내린다.

롤러가 돌아가며 그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멸치들이 그물에 걸리어

그물코마다 튀어나올 듯이 가득하다

 

아 만선이 넘는다.

선장과 선원들은 기쁨에 차 입을 벌리며 바라본다.

 

그물이 서서히 올라오다 덜커덕

롤러가 멈추며 따라오지 않는다.

 

그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치로풀 공들이 무거운 그물에 딸려 물속으로 내려간다.

 

너무 많은 멸치들이 그물에 꽂인 것이다

그물의 무게에 끌리어 배가 기울기 시작한다.

 

선장은 그물을 끌어올리려 죽을 힘을 다한다.

갑판장은 기다리다 고함을 지른다.

 

끊어 끊어버려 빨리

짤라짤라 빨리 짤라 내

 

배까지 가라앉힐 거야

우리 모두 다 죽일 거야

빨리 끊어버려

 

점점 기울며 배가 바다 속으로 엎어지려한다

선장은 눈물을 흘리며

낫이 달린 장대로 선원들과 함께 그물을 자른다.

 

모든 멸치와 그물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 모두를 다 버리는 일을 통거리라하며

만선이 되려다 일순간에 빈 배만 남는다.

   

천여만 원의 그물 값과 선원들의 인건비를

손해 보며 빈 배로 돌아가게 된다.

 

그물을 쳐 물고기를 잡을 때에

너무 많은 물고기가 몰려오면

 

만선이 된다 싶을 때에 얼른 그물을 걷을 줄 알아야

선원들의 배도 불려주는 노련한 선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멸치 배들은 약30톤으로 위성방송장치인 GPX와

어군 탐지기를 달며 육중한 유자망 그물이 실려 있고

대략 28명의 선원이 타며 몇 억원이나 나가는 배이다

 

옛날에야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목선에 노를 저을 때에는 낮이면 더욱 좋겠으나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물고기 기름인 어유를 듬뿍 묻혀 횃불을 들고

노를 저으며 많이 잡혀달라며 합창을 하며 나가지요

 

후미진 바닷가 한군데에 그물을 쳐놓고

나머지 배들은 좀 먼 곳에서

멸치가 불빛을 따라오도록

횃불을 더 밝히며 모이게 하지요

 

몇 시간을 기다려 멸치들이 와글거리면

꽹과리와 북을 치며 힘찬 노래도 부르며

긴 장대로 바닷물을 두들기면서

그물 쪽으로 멸치 떼를 몰아간답니다.

 

그물을 끌어올리는 양망작업을 모두다

손과 몸으로 하다 보니 힘든 중노동이지요.

 

그러나 많이만 잡히면

싱글벙글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꽹과리와 북을 치며 신바람이나 노래를 부르며

 

온 동네 사람들아

어서 마중 나오라며 목소리가 높아지지요

 

멸치배가 들어오면

온 동내 사람들이 그물을 털며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펄펄 끓는 물에 담갔다 건져

널찍널찍한 멍석에 뿌리며 깔며 말리지요

이건 마른 건멸치가 됩니다.

 

멸치를 잡아먹다가 수많은 멸치에 치어 딸려 올라온

제법 큰 물고기들은 일하는 분들의 회 접시에 올려지고

매운탕 꺼리가 되는 고마운 역활을 하지요

 

적당 할 때 빠져나오면 좋으련만 좀 더 먹으려다

순간의 상황을 잡지 못해 손해를 보거나 몸을 망치는 것은

사람이나 물고기나 매 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거  도에는 멸치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방어도 잡히고 여러 물고기들이 많은 곳이지요.

 

멸치는 그래요

이른 봄부터 태평양 난류를 타고 우리나라를 찾아오면

추자도를 지나 남해안으로 흘러 진해만까지 가기도 하고

 

서해로 가는 멸치 떼들은 가거 도를 거쳐 가다 보니

길목에 있는 가거 도는 고깃배들이 많이도 모이지요

 

봄에 잡히는 멸치는 살이 찌고 알도 배어

싱싱한 채로 염장하여 젓갈을 담그고

여름이나 가을에 잡은 멸치는 햇볕에 잘 말리지요

 

     후    렴 : 에야, 에이혀 아야아

     샛 소리 : 어여디여, 어여

 

                  에야 에이혀 아야아    에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올라가자   올라가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안맨으로   올라가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만경장파   노는멸치   에기야디야 에기야디야

                  우리배가   잡어실세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어떤사람   팔자좋아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고대광실   높은집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부귀영화   누리건만   에기야디야 에기야디야

 

                  이놈팔자   무슨팔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멜치잡이   웬말이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이멜치를   잡어다가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어느누구   살릴손가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나라왕세   바친후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늙은부모   봉양하고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젊은아내   배채우고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어린자식   길러보세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사람들아   웃들마소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가시나무   이노착을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밀었다가   당겄다가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정든님을   남줄망정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이노착을   남줄소냐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다왔구나   다왔구나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아홉골래밀 다왔구나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멸치 어장으로 가면서 노를 저을 때 부르는 놋 소리

 멸치가 발견되었을 때 횃불을 켜들고 멸치를 모는 멸치몰이소리

 그물을 넣는 그물 치는 소리

 멸치를 퍼 올리는 술비 소리

 

  긴소리, 잦은 소리, 역수타는 소리, 긴 뱃소리, 잦은 뱃소리,

  포구로 돌아 올 때 부르는 풍장소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긴 작업시간 동안 멸치잡이를 하는 가거도 멸치잡이 소리

  삶의 애환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부르기도 하지요

 

  길기도한 노래 중에 노 젓는 소리고기 푸는 소리를 아울러

  한 부분들을 묶어가며 줄이어 위의 노래로 만든 거랍니다.

 

  한번 불러보세요

  가거 에 가시면 전수관에서 들을 수 있지요

 

   *********

 

  좁은 섬 전체가 뺑 둘러 절벽이면서 

  639메타의 높은 독실산등산도 할 수 있고

 

  절벽을 따라가며 이어지는 신비경관

  물안개가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외의 풍경

 

  약초에 싸서 먹을 수 있는 고급 횟 꺼리 생선

  밤새 마셔도 취하지 않도록 뒷바라지 해주는 거북손

 

  떠나오기 전 배를 타고 섬의 절벽 밑을 한바퀴 돌며

  얽혀있는 전설실타래를 풀어보기도 하여

  한번 가면 또 가고 싶어지는 곳이 가거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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