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20

부평 초의 사랑

부평 초의 사랑서 휴 바닥에 뿌리 내리지 않으며한곳에 머물지도 않으며 파도에 휩쓸려도 자맥질하여줄기와 이파리를 다시 세우는떠다니는 한낱 풀로 태어났지요. 흘러가는 데로 살아간다고나를 부평초라 부른답니다. 뭐 좋은 게 있나?뭐 맛있는 게 있나.날 보고 기웃거린다고 하네요.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기웃 꺼리는 것이나의 모습이라고 다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기우뚱 갸웃뚱 흘러가다 보니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습니다 떠다니며 이런 곳도 가보고떠다니며 저런 곳도 가보고 이런 이야기도 들어보고저런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보는 곳이 많고 듣는 것이 많으니한곳에 붙박이처럼 사는 이들이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론 손가락질한답니다 한곳에서 성실하게 살아가지 못한다고요역마살이 끼었냐고요 예. 나는 그런 풀입니다예. 나는 그런 풀이 아..

소리없는 돌

소리없는 돌서  휴   들리는 소리만이 아름다울까들리지 않는 소리가 아름답다면 무엇을 말하나 모습이 없는 소리가보이지 않는 소리가말하지 않는 소리가들리지 않는 소리가 마음깊이 울려 퍼질 때가 왜 그리 있는지 가슴이 아련할 때가 왜 그리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아리아의 높은음 소리는 4옥타브를 넘나들며      시끄러운데 천상의 소리라 한다.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마음속에 무언가 깊은 뜻을 가져다주는 듯      생각하게 하는 깊은 맛이 있어 좋다       판소리 - 고전 창은      5옥타브를 넘나들다 보니 쉰 목소리가 된다 한다.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쉰 목소리가 핏속에 무엇이 흐르는 듯     ..

초 혼

초 혼         招 魂서 휴 여보.밤새 불렀습니다. 손을 붙잡고 입술을 귀에 데며밤새 불렀습니다. 운명 하셨습니다.영안실로 옮기라 하였습니다. 영안실은 안 되지요깨어나지 못하는 잠을영원히 자게 할 수는 없지요 하룻밤만이라도 곁에 있게 하여 달라며사정하였습니다.둘만의 병실은 조용하였습니다. 눈물이 비 오듯 흐르며목이메인 소리도 소리라밤새 흔들며 부르고 불렀습니다. 손을 꼭 잡고입술을 귀에 바짝 데고여보, 여보,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둘이서 지나온 세월둘이서 마냥 웃던 즐거운 일 둘이서 어금니 깨물며 이겨 나온 일들  모두 다우리는 손잡고 헤쳐 나왔습니다. 여보.이제 또 한 번 해봅시다. 여보.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밤새 이야길 나누고 있습니다. 당신의 귀에 입술을 데며당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시골 뻐스

시골 뻐스서 휴  다시 만나는 사랑이 더 아름다운가. 1. 선창 큰 배도 드나든 지 오래되었나여객선마저 하루에 한두 번 오가는 사람마저 드믄쇄락한 선창가에 걸어둬 말리는 물고기들이바람 따라 흔들리니 사람 살아가는 비린내가 한적한 포구를 메우려 하고 누가 그려놓았나촌스러운 간판 글귀가이정표인양 시선을 끌어당겨 초겨울 찬바람은 간판을 흔들고흔들리는 소리에  몇 안 되는 상점 문짝이하나둘 문을 닫으니 매달린 전등불이 깜박 깜박조금씩 골목을 밝히고 있는 외로운 파도소리만이 가득한 작은 선창에 손님을 기다리는 찻집도 없는밤늦은 작은 선창에 시골 버스가 잠시 머물다허름한 가방이 내려져 떠나가고 2. 풋 녀 자 뱃고동 소리도 없는한적한 선창에파도 소리만이 가득한데 달빛이 창문을 기웃거리는작은 주막에나그네의 가방이 스..

다시 살아 난 돌

다시 살아 난 돌서  휴  위험危險사고다발지역事故 多發 地域이 자리가 좋겠구나. 누웠지요.터널 앞을 지나자마자 커브 길에 누웠지요.나는 죽기위해 들어 누운 거예요 터널 앞을 지나자마자 커브 길은피하기가 쉽질 안치요 그냥 치고 가는 거예요사람을 죽이고 가는 거지요 난 그렇게 나도 모르게차車에 치이어 죽고 싶었어요. 나는 술에 취해 있었거든요이렇게 많이 오는 차車들이팍 치고 가면 내가 죽을 수 있지요 내게 무슨 희망이 있겠어 그래야지. 나는 이제 죽어야 돼  죽기가 좋은 장소야치어죽이고 가는 차를 기다렸지요 위험한 길에 길게 누웠어요잠이 들었어요.왜 잠이 들었는지 나도 몰라요 한참을 자다 깨어나니차들은 지나가고 있었어요.움씰움씰하며 지나가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차가 잘 오질 않았어요.밤이 너무 깊어진 모양..

훌륭한 친구

훌륭한 친구서 휴  뭐 좋은 일 있었어요.오늘은 돌이 잘나가고 있네요.어제 훌륭한 친구를 만났지요.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보니 마음도 홀가분하고깊은 잠을 많이 자서인가 봐요. 그래요. 바둑의 승부라는 것도그 날의 마음과 기분이 좌우하지요. 자 아. 소주 한잔 받아요.아니지요. 선배님이 먼저 받으셔야지요. 뭔 말씀을. 병권甁權을 내가 잡았는데.아니. 병권兵權 이라니요. 이 병권甁權이 얼마나 큰 권한인데함부로 가져가려고 해요.아 하. 병권兵權을 함부로 달랄 수는 없지요 자. 가득 받아요.예. 이제는 선배님이 받으셔야지요. 원래 토목과를 나와 건설 회사에 다닌다는이야기를 들었는데 벌써 20여 년이훌쩍 지나간 거 같지요. 예. 세월이 참 빨라요.고생할 때는 모진시간이 왜 이리 안 가나눈물도 꾀나 흘렸지요. 풍파가..

떠나는 연습

떠나는  연습서  휴  우리가 한담을 나누는 사이 선술집은 늦은 밤 한 시. 꽃  사세요. 꽃 사요.아니 아주머니가아주머니 이리 오세요 우선 한 잔만.부끄러워하는 꽃 파는 아주머니 앞에술잔을 놓았다. 늦은 밤에  꽃은 왜 팔러 다녀요오늘 지나면 새 꽃을 들여야 해요 요즘  꽃이 너무 안 팔려요전해 같으면 괜찮았는데.세월호가 세월을 말아먹나 봐요. 나만이 아니에요식당이든 술집이든 장사 하는 집은다 얼어붙었다 해요모두 다  안 된다 하지요 힘들 때도 한때라 하잖아요.다시 힘을 받으면다시 좋아지겠지요. 시위 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마음들이 시끄러우니장사를 해봐야 사람들이 들어오질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주지 못하는 길거리  시위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하고가뜩이나 아픈 마음을 찌푸리게 하지요 글쎄 말이에요..

마지막 밤을

마지막 밤을서 휴  형님 저를 알아보실 수 있겠습니까소대장님께 소대원인 제가형님이라 불렀었지요. 설악산 전투에서 같이 싸웠던소대원 정ㅇㅇ입니다 정전협정을 맺기 전이라우리는 한 뼘이라도 더 국토를 차지하려괴뢰군들과 치열하게 싸웠지요 53년도 7월 달까지의 일이니벌써 60여년이 흘렀습니다. 전투에서 소대원 반 이상이 죽어나가고살아있는 우리도 세월까지 흘러이제 몇이나 남았겠습니까. 형님께서는 이제 팔십 중반이 되가시지요.세살이 어렸으니저도 팔십이 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뒤늦게 소식을 올리는 바는 소대장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였던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그 여인도 소대장님을 잊지 못하여애타하는 심정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참 우연이라면 우연이지요.그 여인은 바로 저의 아내입니다                  첫사..

선불인생

선불인생先拂人生서 휴  아주머니 오셨어요.가계는 언제 오픈합니까. 작은 가계지만이것저것 준비할게 많네요. 이번엔 어떻게 오셨어요.예. 방 좀 구하려고요 방 몇 개짜리요아니 둘이면 좋겠어요. 방 두 개짜리라.얼마나 준비되시지요.5천만 원 정도짜리 없겠어요. 이 동네는 좀 비싸 그 돈으로는반지하도 어려운 금액이네요 지금 나가는 아주머니는 누구지아니. 김 회장님이 다 보셨어요. 참한 아주머니 같은데남편은 어떡하고 혼자 다니지 자식들하고 살려고 무던히 애를 써요남편은 직장 생활만 하여사회물정을 모르나 봐요. 먹고 살겠다 하여 저 옆 가계를 싸게계약시켜 주었는데 경험도 없이 작은 식당을 한다는데월세月貰나 잘 낼지 걱정이지요. 남편은 놀고 있는데 돈이 적으면변두리에서 어떻게 해보지 이 비싼 동네를 왜 들어오는지이해..

낚 시

낚 시서 휴  아니 형님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일 찍키는 밤 열신데 부인은 좀 어때요새삼스레 부인이라니요재수 씨 재수 씨 하다 그래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경과는 어때요거의 일상생활로 돌아왔지요수술 후 벌써 사 개월이나 되었어요. 집에 열두 명이나 초대한다며집사람이 수술하고 몸조리하는데 도와준집사람 친구들이지요. 자 받아요.이 아이스박스를 통째 받으라고요자 빨리 올려놓고 내려와요 아니 왜 이리 무거워요아니 이거 방어 아닙니까.아니 이거 부시리 네요 아니 손질도 다 해놓으셨네요아니 두 마리나 통째로 다 주시다니요아니 이 귀한 부시리를 요 두 마리는 돼야횟감도 충분하고구이도 충분하고육회 비빔밥도 만들고매운탕도 충분히 먹을 수 있지 제수씨가 싫어하지 않을까웬걸요.부시리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요  육회며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