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회룡산

회룡산 13.섬둥반도

서 휴 2015. 3. 10. 01:19
 

회룡산回龍山

서길수

 

이 올라와 회룡산 回龍山을 만들다

 

13.섬둥반도

 

바다 한가운데

높은 산마저 우뚝 서있는 가거도 可居島

 

어디론가 가고 싶어 반이나 잠겨가며 도

힘차게 헤엄쳐 내는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두 팔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거북이 형상이지요.

 

백년등대 百年燈臺거북이의 뒷머리라면

빈주암 賓住巖 반도는 오른팔이요

섬둥반도는 왼팔이려니

 

섬둥반도가거도 항구인 대리마을에서

회룡산 옆길로 샛갓재에 올라가

왼편 항리港里 마을 쪽으로 한참을 걸어가야 하며

 

섬둥반도

외딸은 항리港里 마을에서부터 병풍처럼 절벽을 이루며

길게 뻗어 나간 반도半島랍니다.

 

섬둥반도 끝머리는

가거초可居礁를 향하면서

남서쪽으로는 백년등대와 함께 쿠굴도의 섬들을 품어 주며

 

섬둥반도의 왼편인 동남쪽은

가거항구可居港口 앞에서 펼쳐지는 대리마을 앞 바다로

 

회룡산 녹섬에서 하늘개치까지의

섬둥반도의 밑자락을 가거도 사람들은 밭맨이라 부른답니다.

 

밭맨은 바다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양식장이란 뜻이나

가꾸지 않으면서 자연 그 데로 놔두는

섬둥반도 왼편 자락의 깊고 긴 해변海邊을 말하지요.

 

육지 陸地에서처럼 큰 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그리움에 큰 밭이라며 밭맨田面이란 이름을 지은 것 같아요.

 

밭맨은 그저 자연 그 데로

잘 가꿔지도록 보존하며

몇 년에 한번 거둬들이는 자연의 양식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거도 사람들은 몇 년에 한번이라도 거둬들이다 보니

농사를 지어 거둬들이듯 그 기쁨을 달랠 수 있나 봐요.

 

뻘밭도 없으며 가두리 양식장도 만들 수 없는 험한 곳이다 보니

한곳을 정하여 손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놔둔 곳을

밭맨田面이라 하는 것 같아요.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로움이랄까

육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랄까

고향을 떠나본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름이지요.

 

섬둥반도는 폭은 좁으면서 긴 절벽으로 둘러싸여

좁은 등허리마저 울퉁불퉁한 것이 길게 늘어져

 

걷다가 풀밭에 미끄러지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참으로 위험危險한 곳이랍니다.

 

폐허가 된 초등학교 뒤편 꼭대기에

전망대展望臺를 설치하였으나

더 이상은 보이는 길이 없습니다.

 

전망대는 사실상 섬둥반도초입初入에 불과한데도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어

아쉬운 발길을 멈추어 되돌아가게 만드는 곳이 된답니다.

 

전망대展望臺 시설이 없을 때

또는 무시無視하고

 

섬등반도 능선稜線에 올라 한참이나 걷다보면

드넓은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 볼 수 있으며

 

퍼런 바닷물에 노니는 물고기 떼들의 아름다움에 놀라

넘어지며 미끄러져 절벽絶壁으로 떨어지면

물고기와 잠시 놀다가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되지요

 

아찔합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요

아니지요 더 이상 가시면 아니 되는 곳이랍니다.

 

섬둥반도의 출발지점인

항리港里 마을의 높은 곳에 서서

쿠굴도와 더불어 광활廣闊한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다

 

왼편 절벽 밑으로 수없는 나무계단을 헤아려보며

빈몸도 힘들 텐데 무거운 장비를 메고

갯바위 낚씨 꾼들은 어떻게 오르내릴까 걱정도 하여주며

 

높다란 독실산 犢實山으로 고개를 돌리다보면

백년등대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낙조落照를 바라보게 되지요.

 

가거도낙조落照는 왜 이리 아름다울까

한참을 바라보며 시름을 놓는 사이

 

어느 사이엔가 쿠굴 도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삽시간에 섬둥반도를 덮쳐 오르는 모습을 만나게 되면

아 하 고함을 지르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지요.

 

광활하게 한꺼번에 덮쳐오는 물안개의 놀라운 풍광風光

가거 도에서만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광경光景이랍니다.

 

절벽을 따라가며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많다보니

그 또한 호사다마好事多魔라며

좋은 일에 가 낀다고

섬둥반도에는 슬픈 전설傳說 도 많이 무쳐있습니다.

 

가거도可居島는 그래요

동북쪽으로 고래가 물을 품는 물 둥개 절벽에서부터

살구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데는 구절 곡을 지나며

 

까마득한 절벽 머리에 후박나무숲을 이고 있는 빈주암까지

200m 가 넘는 아슬아슬한 절벽絶壁들이 이어지며

 

움푹 들어갔거나 튀어나온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그리고 떨어져 나온 큰 바위들이 곳곳에 있으면서

 

가거도 남서쪽으로는 100m 안팎의 절벽을 따라

섬둥반도 또한 그러하답니다.

 

를 타고 두 시간 동안이나 을 돌다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바위섬들이 가까이에서 손짓을 하며

 

바라보는 곳마다 전설傳說에 엉키어

맺힌 사연事緣을 듣다 슬퍼지기도 하고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이다 신비한 마력에 빠져들어

멀미는 저 멀리 도망을 가버리고 말지요.

 

섬둥반도에 올라

드넓은 바다에 펼쳐지는 수평선 바라보면

 

수평선 넘어는 어디일까.

하얀 곳일까

까만 곳일까

 

검푸른 물결이 출렁이며

하얗게 밀려오고

까맣게 밀려가고 

 

바람 따라 바라보는 마음이

하얗게 밀려오다

까맣게 밀려가니

 

붉은 마음이 용솟음치는 듯

수평선은 빨갛게 물이 들고

 

저 많은 물고기와 더불어

다가오는 낙조落照를 맞이하니

 

까만 곳도

하얀 곳도

모두 다 붉어지며

 

저 많은 물고기 떼들과 내 마음도

더 붉어져 먼 수평선 따라가게 만드네.

 

저 수평선 넘어는 어디일까

까만 곳일까

하얀 곳일까

 

나의 낙조 落照

보이지 않는 저 먼 수평선 너머에서

새로움이 움트는 시간時間을 가져오는데

 

밀고 써는 저 파도波濤

수평선 너머로 붉은 낙조落照를 밀고 밀어

 

제가끔 가야 할 시간을 만드니

불그레한 미소를 지으며 낙조는 떠나려 합니다.

 

다시 만날듯 오늘도 그렇게 떠나며 헤어지며

잘 있어요. 잘 가요.

낙조落照는 점점 사그라지며

 

수평선 너머 하얀 곳으로

수평선 너머 까만 곳으로

 

수평선 너머 수평선으로 가고 있답니다.

수평선 너머 수평선으로 가고 있답니다.

 

백년등대百年燈臺 지나

신선봉神仙峯 지나 항리港里에서

 

외로운 섬누리 집에서 오른편으로 꺾어지며

섬둥반도 절벽을 따라나서면

 

커다란 바위전설을 부여안고 외로이 서있는

신등개 新嶝浦에 도착하게 되지요

 

      신등개 新嶝浦

      아이 업은 앳된 여인 홀로서서 

       먼 바다 바라보네 

 

  애틋한 이야기 나누고파

  아이 업고 저 멀리 바라보네. 

 

  서방님 실은 배는 다가오지 않는 데

  고기잡이 나간 서방님은 보이지 않는 데

 

  돌아올 거여

  돌아올 거여

 

  아가야 아가야

  며 눌 애기야

  며 눌 애기야

 

  바다가 허여면 뱃길이 없는 거여.

  바다가 꺼머면 물길이 없는 거여.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저 바다가 허연 곳으로 데려간 거여

  허연 곳을 지나면 꺼먼 곳이라 제

  꺼먼 곳으로 더 멀리 가고 있나 베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엄니 바다는 허였게 꺼멓게 보인 다여

  맴이 편해 바라

  퍼런 물이 두둥실 두둥실 춤추며 다가오제

 

  네가 이러면 나는 혼자 어쩐 다냐.

  네가 이러면 나는 혼자 어쩐 다냐.

 

  앳된 년이 이리도 독 하제

  앳된 년이 저리도 독 하제

 

  아이 업고 돌 되다니

  아이 마져 돌을 멩글다니

 

  엄니 사랑이란 이런가 바여

  엄니 그리움은 그런가 바여

 

      엄니 보이는 건 허연 바다였어요.

      엄니 보이는 건 꺼먼 바다였어요.

 

  허여 허여 혼백이나 기다 리 제.

  허여 허여 혼백이나 기다 리 제

 

바닷가의 슬픈 전설傳說이다.

아이를 등에 업은 여인은 기다리며 바라보며 키가 커져

20m 가량의 큰 바위가 되었다.

아이를 등에 업은 가거도망부석 望夫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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