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회룡산

코뚜레 1.노櫓

서 휴 2015. 10. 29. 00:40

코뚜레. 1

서길수

 

1.

 

가거도可居島는 바닷가가 모두 절벽으로 이루어져

바다 또한 조금만 들어가도 절벽마냥 툭 떨어지며

엄청 깊은 바다가 되면서 물살의 힘도 세어지고

 

해질녘이면 물안개가 자욱이 끼는 날이 많아

항상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랍니다.

 

위험한 곳이다 보니 어느 집이나

한여름에도 해수욕도 못하게 하지요

 

어릴 땐 다 그런가 봐요

하지 말라 하는 건 더하고 싶어지지요

 

똥개 섬이라 부르는 동개 섬

튼실하게 우뚝서있어 믿음직한 장군봉하고 사이에

짝지 밭은 자갈이 깔려있는 작은 해수욕장이지요.

 

짝지 밭은 좁긴하나 야트막하여 수영하기도 좋고

동내에서도 잘 안 보이는 곳이라 마음껏 떠들며

어릴 때 수영은 이곳에서 다 배운답니다.

 

가거 도에 사시는 부모님들은

아버지는 험한 바다에 나가 고기 잡으시고

어머님은 절벽에서 좀 떨어져 깊은 바다에 들어가

굵은 해삼이나 성개미역도 따며 물질을 하셨지요.

 

아버지께서는 배 한척을 사시어

우리 집에는 여유로운 생기가 흘렀어요.

 

어머님은 항상 눈가에 웃음이 있었지요.

아버님이 잘나가시니

어머님의 얼굴은 더더욱 붉고 예쁘셨어요.

 

아버님과 어머님은 사이도 좋으시지만

항상 의논하여 답을 찾아내시며

보기 드물게 서로 사랑하는 부부이시지요.

 

초등학교 육학년

내년이면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지요.

 

유학을 보내 줄 터이니

중학교부터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너하고 싶은 거 하며 잘 살아야한다고

아버님께서는 유쾌하게 말씀하셨지요.

 

평생 고기잡이하며 고향에 사는 것도 좋지만

뭍으로 나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이 외딴섬 가거 도에서 중학교부터

뭍으로 유학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옛날 섬사람들이 다 그렇듯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드물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힘도 좋으시고

고기도 잘 잡으시고 수완도 있으시어

한다면 꼭 하고야마는 분이셨지요.

 

지금처럼 늦은 가을날 다른 배들과 어울려

고등어를 많이도 잡아 재미를 보았어요.

 

고등어는 팔팔하지요

바다처럼 퍼런 게 펄떡펄떡 뛰어요

 

고등어 회요

고 작은 것이 씹는 맛이 일품이 랍니다

자 한입 들어봐요

 

나는 왜 그리 아버질 좋아하였는지

나는 아버질 따라 다니는 게 그리 좋았는지

나는 지금 생각하여 보아도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아버지 닮아

또래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좋았지요.

부모님 말씀도 잘 들었고요.

 

바다 밑으로 그물을 내릴 때에는

어른들만이 하는 일이라 안 되지만

 

통발이나 줄낚시를 칠 때나 걷을 때에는

아버지 돕겠다며 억지로 따라 나갔지요.

 

바다에서 일할 때에는 조금만 실수하여도

크게 고함지르시며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아차, 하면 생명이 오고간다고요

 

뱃일을 하고 돌아올 때였지요.

를 저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는 배에 묶여있지 않다 보니

손에서 를 놓치면 떠나려가니 큰일이 나지요

위험하여 아무에게나 를 맡길 수가 없답니다.

 

아버지에게 하도 조르니

가거도 항구 얼마 안 남겨 잡아보라 하시더군요.

 

나는 배 뒤쪽에서 젖는 아버지 손길을 넘겨받으며

를 잡고 힘차게 밀었다 땅기려 하였으나

가 꿈쩍을 하지 않아 금세 얼굴이 빨개졌지요.

 

아들아 큰 배들은 멍에마다 를 걸어

여러 사람이 제마다 를 들었다 물에 당구며

구령이나 노래에 맞추어 앞으로 당기지만

 

이런 배들은 가 하나란다

하나인 긴 막대기를 멍에에 걸어 를 저어야한다.

 

는 이처럼 길쭉하지

멍에 밑의 물에 잠기는 노번지는 넙죽하고

멍에 윗부분은 손잡이가 있어 노채라 한단다.

 

오른손으로는 노채를 잡고 기울였다 땅겼다 하며

왼손으로는 위 끝을 잡아 밀면서 당기면서

물에 잠긴 노번지가 팔자 춤을 추게 만들어야한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가 굳어지며 몇 달이나 걸리니

가 내 마음을 알아주더군요.

 

바다라는 건 그래요

멀리 물길을 보면서

가 팔자 춤을 추도록 흥을 돋우며

어기여차 밀고 당기어야 하지요

 

나는 또래들보다 제법 를 잘 저어

아이들과 같이 젓는 놀이를 하였었지요.

깔깔거리며 놀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이었어요

 

2. 앞 바다

'가거도 회룡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뚜레 3.멸치잡이  (0) 2015.12.02
코뚜레2.앞바다  (0) 2015.11.09
회룡산 13.섬둥반도  (0) 2015.03.10
회룡산 12.가거도의 패총  (0) 2015.03.05
회룡산 11.가거도의 등대  (0) 201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