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회룡산

코뚜레2.앞바다

서 휴 2015. 11. 9. 18:44

코뚜레.2

서길수

 

1.

 

가거도可居島는 바닷가가 모두 절벽으로 이루어져

바다 또한 조금만 들어가도 절벽마냥 툭 떨어지며

엄청 깊은 바다가 되면서 물살의 힘도 세어지고

 

해질녘이면 물안개가 자욱이 끼는 날이 많아

항상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랍니다.

 

위험한 곳이다 보니 어느 집이나

한여름에도 해수욕도 못하게 하지요

 

어릴 땐 다 그런가 봐요

하지 말라 하는 건 더하고 싶어지지요

 

똥개 섬이라 부르는 동개 섬

튼실하게 우뚝서있어 믿음직한 장군봉하고 사이에

짝지 밭은 자갈이 깔려있는 작은 해수욕장이지요.

 

좁긴 하여도 야트막하여 수영하기도 좋고

동내에서도 잘 안 보이는 곳이라 마음껏 떠들며

어릴 때 수영은 이곳에서 다 배운답니다.

 

가거 도에 사시는 부모님들은

아버지는 험한 바다에 나가 고기 잡으시고

어머님은 절벽에서 좀 떨어져 깊은 바다에 들어가

굵은 해삼이나 성개미역도 따며 물질을 하시지요.

 

아버지께서는 배 한척을 사시어

우리 집에는 여유로운 생기가 흘렀어요.

 

어머님은 항상 눈가에 웃음이 있었지요.

아버님이 잘나가시니

어머님의 얼굴은 더더욱 붉고 예쁘셨어요.

 

아버님과 어머님은 사이도 좋으시지만

항상 의논하여 답을 찾아내시며

보기 드물게 서로 사랑하는 부부이시지요.

 

초등학교 육학년

내년이면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지요.

 

유학을 보내 줄 터이니

중학교부터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너하고 싶은 거 하며 잘 살아야한다고

아버님께서는 유쾌하게 말씀하셨지요.

 

평생 고기잡이하며 고향에 사는 것도 좋지만

뭍으로 나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이 외딴섬 가거 도에서 중학교부터

뭍으로 유학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옛날 섬사람들이 다 그렇듯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드물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힘도 좋으시고

고기도 잘 잡으시고 수완도 있으시어

한다면 꼭 하고야마는 분이셨지요.

 

지금처럼 늦은 가을날 다른 배들과 어울려

고등어를 많이도 잡아 재미를 보았어요.

 

고등어는 팔팔하지요

바다처럼 퍼런 게 펄떡펄떡 뛰어요

 

고등어 회요

고 작은 것이 씹는 맛이 일품이 랍니다

자 한입 들어봐요

 

나는 왜 그리 아버질 좋아하였는지

나는 아버질 따라 다니는 게 그리 좋았는지

나는 지금 생각하여 보아도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아버지 닮아

또래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좋았지요.

부모님 말씀도 잘 들었고요.

 

바다 밑으로 그물을 내릴 때에는

어른들만이 하는 일이라 안 되지만

 

통발이나 줄낚시를 칠 때나 걷을 때에는

아버지 돕겠다며 억지로 따라 나갔지요.

 

바다에서 일할 때에는 조금만 실수하여도

크게 고함지르시며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아차, 하면 생명이 오고간다고요

 

뱃일을 하고 돌아올 때였지요.

를 저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는 배에 묶여있지 않다 보니

손에서 를 놓치면 떠나려가니 큰일이 나지요

위험하여 아무에게나 를 맡길 수가 없답니다.

 

아버지에게 하도 조르니

가거도 항구 얼마 안 남겨 잡아보라 하시더군요.

 

나는 배 뒤쪽으로 가

젖는 아버지 손길을 넘겨받으며

를 잡고 힘차게 밀었다 땅기려 하였으나

가 꿈쩍을 하지 않아 금세 얼굴이 빨개졌지요.

 

아들아 큰 배들은 멍에마다 를 걸어

여러 사람이 제마다 를 들었다 물에 당구며

구령이나 노래에 맞추어 앞으로 당기지만

 

이런 배들은 가 하나란다

하나인 긴 막대기를 멍에에 걸어 를 저어야한다.

 

는 이처럼 길쭉하지

물에 잠기는 노번지는 넙죽하고

멍에 윗부분은 손잡이가 있어 노채라 한단다.

 

오른손으로는 노채를 잡고 기울였다 땅겼다 하며

왼손으로는 위 끝을 잡아 밀면서 당기면서

물에 잠긴 노번지가 팔자 춤을 추게 만들어야한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가 굳어지며

몇 달이 걸리니 가 내 마음을 알아주더군요.

 

바다라는 건 그래요

멀리 물길을 보면서

가 팔자 춤을 추도록 흥을 돋우며

어기여차 밀고 당기어야 하지요

 

나는 또래들보다 제법 를 잘 저어

아이들과 같이 젓는 놀이를 하였었지요.

깔깔거리며 놀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이었어요

 

2. 앞 바다

 

애야

바다가 잔잔하고 허여면

큰 고기가 드믄 드믄 움직이고

 

파도가 잦아들며 멀리에서 잔물결이 일면

큰 고기떼가 다가오며 갑자기 꺼메진단다.

이때는 잠시 를 물가로 끌고 가야한다

 

바다는 우리를 품어주며 풍부한 양식을 주니

고마운 바다의 뜻을 존중하며 잘 따라야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건강하게 운동도하고

언제나 를 잘 살피고 어구들도 미리 손질하여

항상 어려움에 대비하며 살아가야한다.

 

옳으신 말씀인줄 알면서도

어린마음에는 그 뜻을 잘 알지도 못하여

호기심만 가득하지요

 

나는 아무리보아도

가까이는 출렁이는 파도요

멀리는 그저 까만 바다가 파도치고 있었지요.

 

햇빛이 강할 때에 먼 곳을 보면

물고기 비늘들이 가득히 반짝이며 허옇게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망망한 것이 까맣게도 보이며

평평하고 단단하게 보이는 바다이기도 하답니다.

 

가까운 땅제에 올라가 멀리 내려다보면

이 모습이 금방 눈에 들어와 이해하기 쉽답니다.

 

대리마을 앞의 가거도 항은 큰 항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의 맨 끝에 있지요.

 

비가 많이 온다거나 태풍이 몰아칠 때는

멀리가야 할 배들을 품어주어 쉬어가게하지요

 

수많은 배들이 들어오면 가거도 대리마을

숙박이며 음식이며 술이며

하하 술집은 없네요.

 

옛날 고기가 많이 잡히어 종종 파시가 이뤄질 때는

돈이 굴러다니며 술집도 아가씨들도 많아

 

애달프고 구성진 목소리는 웃었다 울었다

젓가락은 술상을 두들기며 사랑을 맺기도 하였답니다.

역사도 길고 애환도 많은 항구이지요.

 

이제 배들도 좋아지고 일기예보도 정확하여

제가끔 알아서들 잘 가고 잘 오니

술집도 아가씨도 떠나가고 심심한 항구가 되어있지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태풍이 지나고 나면

바다는 비교적 잔잔하여 물고기들이 많이 찾아오니

 

불법어선들도 많이도 찾아 들어와

우리 경비정이 올 때까지 어린 물고기마저 쓸어가니

어민들은 한숨을 지으며 안타까워하지요.

 

해안 경비정을 많이 늘려야하는데

이 먼 곳의 소리는 잘 안 들리나 봐요

국회에서 예산을 많이 주게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대리마을가거도 항구는 왼쪽은 장군봉이요

오른 쪽은 녹 섬이 수문장을 하고 있지요

 

배는 그 사이를 빠져나오며

녹 섬을 오른쪽으로 끼고돌며 를 젓게 되지요

설설 를 저의며 갈 곳을 바라봐야지요.

 

거칠 것 없는 망망대해라 하늘을 보며

구름과 바람과 파도의 움직임을 다시 봐야한답니다.

 

가거도 항구를 빠져 나오면 오른쪽 녹섬 앞으로

넓고 긴 밭맨을 따라가게 되지요.

 

밭맨대리마을에서 섬둥반도로 가는

높고 높은 절벽 밑의 바닷가를 말한답니다.

 

절벽 밑은 얕으나 조금만 들어가면 백여 메타나

좀 더 들어가면 이삼백 메타가 훨씬 넘는

깊고 깊은 바다 밑 용궁으로 길이 닿게 된답니다.

 

절벽 틈사 귀에서 맛있는 물이 흘러들어오는 이 곳은

길고 넓기도 하지만 비교적 얕은 곳이 되지요

 

물고기들과 생물들이 약수를 마시는 곳이 되다보니

독실산의 영양분을 먹는 바다 숲이 무성하고

온갖 생물들이 많이도 모여 살아가지요

 

가거도 사람들은 이곳을 농사짓는 으로 생각하여

밭맨이라 부르며 아끼는 곳이랍니다.

 

바다에서 농사를 지으면 어장이라 부르는데

사실 가보면 아무것도 설치된 게 하나도 없어요.

 

해마다 태풍을 맞이하는 곳이다 보니

아무것도 설치할 수도 없는 곳이라 서요.

 

어장이라 하면 그래요

뻘밭이 있어 먹을 수 있는 미생물이 많아야하는데

가거도뻘밭이 없고 그저 바다뿐이랍니다

 

그러나 자연생태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있듯

해조류도 많고 물고기갑각류치어 등도 많아

그냥 자라게 놔두는 이랍니다.

 

밭맨을 따라 섬둥반도로 반 마장쯤을 가다보면

왼쪽으로 두형제가 얼굴을 내미는 듯

평범한 바위가 솟아 가거도 항구를 바라보고 있어

 

이 형제바위섬을 간여라 부르며

절벽 밑과 간여사이는 배가 다니는 뱃길이 되지요.

 

이곳에는 해중림海中林을 찾아온 꾀 큰 물고기들이

어울려 놀며 가거도의 안부를 묻는 곳이랍니다.

 

하기야 물 밖에 솟은 간여는 나지막하고 좁으나

바다 밑으로 갈수록 숲을 이루며 생물들도 많아

큰 물고기들이 배를 불리며 놀기가 좋지요.

 

또한 낚시꾼들도 서있기에 너무 좁고 암초도 있어

가거도 배들도 비켜가는 곳이랍니다.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태풍이 지나면

물고기마다 해조류나 바닷가 암초에 알을 낳고자

 

날치 떼들이 날아다니고

고등어 조기 오징어 멸치 떼들도 많이 찾아오지요

 

이런 물고기들은 체육관보다 크게 둥글게 뭉치어

알을 낳으려 힘차게 서해안으로 굴러가면

여러 종류의 포식자들이 주린 배를 채우려 따라붙지요.

 

고등어 떼가 앞서가면 청새치돌고래들이 따라오고

이들을 좋아하는 상어 떼가 뒤따라오면

상어 떼를 본 바다사자들이 뒤따라 붙으며

 

범고래들이 작은 고기든 큰 고기든 모두

집어삼킬 자세를 취하며 서서히 다가오지요

 

작은 물고기들이 거대한 원형을 이루며

포식자들에게 겁을 주지만 태반은 먹잇감이 되고

살아남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아 생태계를 이어갑니다.

 

3. 고기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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