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사랑

가거도 닭소리

서 휴 2015. 8. 22. 12:15
 

가거도 닭소리

서길수

 

 

이 세상에는 신비한 일들이 많이도 일어나

신화神話를 이야기하다보면 전설傳說이 되기도 하고

세월歲月이 지나며 새로운 전설이 나오기도 할 것 같다.

 

나라의 밝은 빛이 맨 먼저 찾아들어오는

신성神聖스러운 숲이라 하여

사람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시림始林 숲에서

 

신라 제4대 탈해脫解왕은 서기 60년 3월 한 밤중에

시림始林 숲속에서 들려오는 닭소리를 들으며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며 기뻐합니다.

 

날이 밝자 명을 받은 나라의 호공瓠公

닭소리 따라 시림始林 숲속에 가보니

 

황금黃金 빛이 나는 궤짝이 나뭇가지에 올려있고

그 아래 하얀 이 소리 높여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탈해脫解왕이 황금궤짝을 여니

어린 사내아이가 걸어 나와 인사를 하니

 

탈해脫解왕은 하늘이 보낸 아들이라 기뻐하며

황금궤짝에서 나왔다 하여 김이라 성을 짓고

어린아이라 하여 알지閼智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좋은 이 울어 더욱 좋은 곳이 되었다며

시림始林을 계림鷄林이라 고쳐 부르고

계림鷄林을 나라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것이 신라新羅 건국建國 초기初期

경주김씨의 시조인 김알지에 대한 신화神話이며

삼국사기삼국유사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호공瓠公이 시림始林 숲속에 다시 찾아가

붉은 벼슬이 아름다운 하얀 장

황금빛 암탉들을 몰고 내려와 함께 사니

 

들은 영특하여 좋고 나쁜 일을 미리 가르쳐주어

집안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마리라도 갖고 싶어 하나

암탉들은 보름 만에 굵은 을 하나만 낳으니

 

세월이지나 호공瓠公이 세상을 떠나고

세월이지나 큰 뜻을 품은 자손이 태어나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며 어느 날

커다란 배에 들을 모두 싣고 계림鷄林을 떠난다.

 

펄럭이는 황포돛배는

바람 따라 푸른 물결이 검푸르게 잡아끌 으며

 

밤이 되니 잠자는 시간이다 이 알려주고

먼동이 트려니 소리 높여 일어나라 이 울었다.

 

이야 주인 따라가며

도움이 될까하여 때마다 울어주니

 

아 정오가 되었구나.

아 저녁이 되었구나.

아 새벽이 되었구나.

 

먼 섬에 다가가도

섬에 가까이 왔다며 이 울며 가르쳐주니

 

며칠 몇 밤을 이곳저곳 이 섬 저 섬을 다니며

며칠 몇 밤을 때맞춰 목청 높여 울어주니

 

뱃사공들이 하아 소리에 놀라

자다가도 일어나 신기하게 들었다고 한다.

 

등대燈臺도 없고 시계時計도 없던 옛날에

남해안南海岸 바다는 섬들도 많기도 많아

 

이리저리 비켜 가야하니

별을 보며 곧장 노를 저을 수도 없는 일

 

이리저리 가다보면 때를 놓치기가 다반사라

어두운 뱃길에도 이 때 마쳐 울어주니

고마운 시간時間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큰 배는 여러 날 동안 살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

태풍颱風을 만나며 비바람에 쫓기어

 

멀기 도한 서남해안西南海岸의 맨 끝 섬

가거도可居島 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더 갈 곳도 없는 가거도可居島

들을 모두 풀어놓아 알아서 살아가도록 하였다.

 

가거도可居島에는 풀도 숲도 벌래도 많아

온갖 좋은 약초를 마음대로 골라 먹으니

도 매일 낳게 되고 힘도 좋아졌다고 한다.

 

영특한 닭들이 가거도의 배들에 같이 타고 다니며

시간도 물때도 가르쳐주며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다.

 

섬에 찾아가

섬을 구경하자면

 

제주도濟州道처럼 큰 섬이야

배로 섬을 돌아도 구경꺼리가 많아 좋고

찾아들어가 정취情趣에 파묻히니 더 좋으나

 

여기저기 많은 섬들이야

독도獨島처럼 존재의 가치를 보게 하는 섬도 있으며

홍도紅島처럼 돌며 아름다움을 보게 하는 섬도 있고

 

진도珍島나 거제도 巨濟島처럼 찾아들어 거닐어야

아름다움을 만나게 하는 섬도 있으니

 

이 두 가지에다

높은 산에 올라가 아름다운 먼 섬마저

짜릿하게 바라보게 하는 섬도 있으니

 

이 섬이 가거도可居島이며

639미터나 되는 높은 독실산犢實山을 말한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도 독실산犢實山에 올라가

물안개 너머로 귀 기울이면

상하이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하긴 그렇겠지

가거도可居島에는 풀도 숲도 벌래도 많아

 

독실산을 오르내리며

온갖 좋은 약초를 마음대로 실컷 배불리 먹은

가거도들이 도 매일 낳게 되고 힘이 넘쳐

 

높은 독실산 꼭대기에 올라가

옥황상제玉皇上帝언제 내려오십니까 하고

목청껏 뽑아 아름답게 불러 데니

 

옛날의 가거도可居島 사람들이 모여

독실산犢實山 높은 봉우리를

상제봉上帝이라 이름 붙여 불렀다고 한다.

 

그 소리가 하 빼어나기도 하고

시간도 물때도 잘 알려주는 길잡이라고

배마다 가거도 만을 싣고 다니니

 

상하이산둥반도 사람들도 알게 되어

우리나라 배만 보면 가거도 닭만을 찾았다 한다.

 

우리나라 배들이 가거도 닭을 싣고 다니며

낳은 달걀에 끼워주며 많이도 팔았다.

 

이때부터 서해안 바다에 가거도 닭소리

상하이든 산둥반도든 끝이질 않아

지금도 가거도들이 고향을 향하여 울어 덴단다.

 

옛날의 가거도는 살기 좋은 곳이었나 봐요

옛날의 가거도는 아름다운 전설이 많았나 봐요

 

하긴 그래 우리가 사는

우주宇宙가 만들어진 것이 160억 년 전이고

지구地球가 태어났던 것이 46억 년 전이라 하며

생명生命이 태어났던 것이 30억 년 전이라니

 

등뼈를 가진 온갖 것들이 6억 년 전에 태어나

바다나 강에서 헤엄을 치거나

땅에 기거나 날아다니거나 걸어 다니게 되었다

 

그 후로 화산활동이 일어나 온통 불바다가 되면서

땅이 쪼개지며 높은 산이나 강도 많이 생겨났다.

 

그 때를 신생대新生代 시대라 부르며

6500만 년 전 이후부터 산과 강이 자리를 잡게 되며

 

백두산白頭山 백두대간白頭大幹은 약간씩 올라가고

서해와 동해는 약간씩 내려앉으며

 

육지였던 가거도 일대는 가라앉으며

밀려드는 파도에 깎이고 깎이어

높다란 독실산이 절벽이 둘러쳐진 이 되고 말았다.

 

가거도는 참 다행스럽게도

화산암火山巖처럼 구멍이 많은 안산암安山巖

화강암花崗巖처럼 단단한 유문암流紋巖이 고루 섞이어

 

물이 풍부하여 풀이나 나무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아름다운 새들도 많이 모여들었다.

 

의 조상祖上이 태어난 건 언제일까요

글세라 사람보다 먼저 태어났겠지요.

 

맛이 달며 독이 없는 닭고기

기름기가 적어 소화消化도 잘되어 모든 이에 좋지만

 

단백질蛋白質이 많아 어린아이 키도 잘 크게 하며

어린아이가 자다가 자꾸 울어대면

암탉의 날개를 먹이면 쌔근쌔근 잠도 잘 자고

 

의 날갯죽지는 여자 분들의 하혈下血을 막아주며

대머리에 머리카락이 솟아나게 하고

피부皮膚에도 좋아 부스럼을 났게 한다고 한다.

 

평화롭게 잘 살라가던 가거도 닭들은

장보고張保皐 장군이 떠난 후부터

일본日本 때문에 많은 시련試鍊을 겪게 된다.

 

고려高麗 말 공민왕恭愍王 때에

왜구倭寇들이 소문所聞을 듣고 쳐들어와

가거도 닭들을 잡아먹으며 가져도 갔다고 한다.

 

1900년대 초부터 일본 어선들이 몰려와

불법으로 가거도의 물고기를 많이도 잡아가며

가거도 닭들로 몸보신을 하였다 한다.

 

그래도 부지런하고 마음착한 가거도 사람들이

갖갖으로 가거도 들을 겨우 보존하였으나

 

일본 공해에 찌들어

옛날보다 힘이 좋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1945년 8월 15일이 되며

일본日本이 패망敗亡하여 모든 활동이 중지되고

 

우리나라는 광복光復의 기쁨도 잠시

삼년간이나 6.25전쟁을 치르게 되니

서남해안西南海岸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10년 가까이 마음대로 놀며 많이도 자라났다.

 

전쟁戰爭이 끝나자

배라는 배는 모두 가거도可居島에 모여 들어

 

300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절벽絶壁 위에나 산비탈에도 많은 집을 지었다.

 

가거도 항구에 만선滿船이 된 배들이 모여 들면

수시로 파시波市가 이루어지니

돈이 넘쳐나 강아지들도 돈을 물고 다녔다고 한다.

 

이름도 예쁜 파시波市

파도波濤 위에서 물고기를 팔고 사는 시장이 열려

그때가 가거도의 전성기全盛期였다고 한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지요.

목소리 좋고 맛이 좋은 가거도들을

몸이 약한 뱃사공들이 다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가거도 사람들이 파시波市에서 돈 버느라

설마하다 찾아보니

그 유명한 가거도들이 씨가 마른거지요

 

가거도可居島에는 닭이 없는 섬이 되었답니다.

가거도可居島 닭들을 키울 수가 없게 된 거지요.

 

그러나 영특한 들의 유언遺言 일까요.

영양가 높은 고급高級 물고기들이 많으니

맛있는 요리법料理法을 개발開發하여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몸보신 하여 주기로

주민들이 합의하여 잘 시행施行하고 있답니다.

 

가거도可居島에는 산나물과 해산물을 곁들인

좋은 전통음식이 많습니다.

솜씨도 구수하고요

 

그러나 찾아가 물어보세요.

가거도可居島에는 한 마리도 닭이 없습니다.

그저 멀리에서 가거도 닭소리만이 들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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