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사랑

가거도 숭어

서 휴 2015. 7. 13. 14:07

가거도 숭어

서길수

 

녹섬

가거도 可居島에서 제일 아늑한 곳이야

 

녹섬에는

왕자님과 선녀의 이야기가 서려 있어

 

옥황상제님이 높은 독실산 犢實山에 내려와

들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감탄感歎하시고

 

선녀들은 소퉁昭燈에서 좋은 약수를 마시며

짝지作地에서 맑은 물에 목욕도 하고

바다는 너무 깊어 커다란 용궁龍宮이 있었어.

 

용궁龍宮왕자님이

개린여 용출동 龍出洞에서 솟아 올라와

남문南門 앞의 바위에서 놀기도 하고

 

가무짝지 歌舞作地에서 노래도 부르며

아름다운 선녀仙女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요

 

용왕님께서 잘 생긴 왕자에게

옥황상제님께 드리는 전갈傳喝을 써주었는데

왕자선녀와 사랑을 속삭이느라 약속을 어겼데요

 

용왕님이 왕자를 불러 을 주려하자

왕자님은 옥황상제를 만나 하소연 하려

독실산 犢實山에 오르다 슬피 울며 죽었대요

 

왕자님의 모습이 회룡산回龍山이 되었고

왕자님의 꼬리가 녹섬이 되었다고 하지요

 

가거도 可居島에는 왜 그리 슬픈 이야기가 많아

아니야. 마다 전설이 다 있어

 

슬프다 그런데 왜 이리 안보이지

을 뜰 수가 없어

 

나도 그래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가 없어

퉁퉁 부은 거 같아

 

벌써 겨울이 지나가나 봐

우리는 겨울이 되면 이 퉁퉁 부어

이면 거의 안 보여. 왜 그럴까

 

우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숭어 崇魚라 그렇대

우리는 사람들이 존경하는 숭어 崇魚라고 부르지

 

사람들은 우리를 좋아하고 존경하여 崇魚라 할까

사람들은 우리를 이용가치가 많아 崇魚라 부를까

 

바닷가에 살다 추운 겨울이 되면

깊은 용궁龍宮에 들어가 편안히 쉬지

 

이때 도 보호하는 우리만의 오랜 습성이 있어

을 보호하는 매년每年과정課程이야

 

우리는 엄청 밝은 을 가지고 있어야 돼

밝은 으로 사람들을 조심하며 경계警戒 해야지

안 그러면 다 잡혀 먹혀

 

그럼 어떡하지

까지 참으며 가거도可居島에서 기다리다

 

만재도맹골군도가사도로 진도 울돌목을 지나

영암靈巖을 지나며 영산강 榮山江에 들어가

갯벌개흙에 파고들며 한 달만 지내면 밝아져

 

으응. 어디가

으응. 녹섬 밑에 가보려고

뭐 하러

 

가거도 可居島에는 개펄이 없잖아

개흙이 좀 생겼나 보려고

 

물이 맑아 녹섬 밑에 개흙이 생길까

흙이 흘러내려와 개흙처럼 보이는 거겠지

자 봐 개흙처럼 흉내를 내고 있어

 

개펄개흙은 아니지만 오래된 이 쌓여있고

그래도 바위 밑에 이끼지렁이벌레도 있고

아쉬운 데로 조금은 가려먹어야 견디지

 

사람들은 우리가 개흙을 먹으며 사는 줄 알아

그래 갯벌개흙을 조금 먹기도 하지

 

에서 흘러내려온 흙이 개펄에 쌓이며 개흙이 되고

개흙 속에는 침전물을 먹고사는 여러 유충들이 많지

 

개흙을 뒤집는 데는 은 안 떠도 돼

개흙에 붙어사는 생물이나 유충들을 먹고 있으면

영양營養보충補充되면서 도 밝아져

 

오랫동안 개흙 속을 뒤지려니 위은 단단하고

아래주걱처럼 움푹해졌어.

 

우리는 바다를 오가며 1m20cm를 넘게 크며

10kg의 몸무게를 가지려면 오륙년은 걸릴 거야

 

음력 삼사월 이 되면 바닷가에 찾아가

으로 거슬러 오르는데 이때가 제일 위험危險하지

 

빨리 찾아가 개펄은 비벼야하지

바닷가 개펄이나 에 올라가 도 살찌워야지

누런 태가 낀 은 보이지를 않지

하나둘이 가면 위험危險하니 떼로 몰려가지

 

가덕도 갈맷길을 따라가면 어음포 魚音浦가 나와

물고기 소리가 얼마나 많이 울려 魚音浦라 하였겠어.

 

우리는 사람들을 피해 뭉쳐 다니며 빠르게 수영도하고

바닷물위로 솟기도 잘하며 즐겁게 개펄을 찾아가지

다 우리들 소리야

 

그러나 어음포魚音浦 앞을 지나가면 큰일이 나

바다 밑에 엄청 큰 그물을 펼쳐놓고 우리를 기다리지

들어가면 높은 망루望樓에서 후려라 하고 고함을 질러

 

그러면 여섯 척의 어선漁船이 그물을 당겨 올리지

도망가려 뛰어오르면 대나무 장대로 사정없이 후려쳐

이렇게 한꺼번에 3,000마리나 5,000마리도 잡혀가지

 

사람들은 신바람이 나나 봐

육수장망 숭어 들이 라며 노래 부르며 그물을 당기고

대항마을은 어촌 관광마을로 개발한다 하는구먼.

 

가덕도 加德島여인들은 천가天嘉山에 올라가

이나 산나물을 소쿠리에 가득 담아 이고 내려오지

 

우리의 내장을 들어내 온몸을 토막 내고

산나물을 섞어 밀가루 반죽을 듬뿍 뭍이고

으로 묶어 가마솥된장을 풀고 푹 끓이지

 

다 익어 건져 을 풀면

희끗희끗한 나물과 한 덩어리로 잘 익어있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참 맛있게들 먹지

하기야 보릿고개니 얼마나 가 고팠겠어.

 

우리 내장內臟 중에 는 먹이를 갈아내다 보니

모래주머니 마냥 두텁고 맛있다 하는데

 

그런대 모래주머니참기름에 찍어먹고

우리 된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어

차별差別하는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참 모질 기도하지

우리를 잡아가 하는 걸 좀 봐

 

잡히면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좋다며 를 뜨고

잡히면 양념장을 발라 구이도 하고 숭어 포도 뜨고

잡히면 살짝 말려 를 깔고 묵운지를 얹어 을 찌고

 

잡히면 숭어 국을 끓이고 갖은 양념에 찌개도 끓이고

잡히면 마늘에 무에 청양고추에 시원한 을 만들고

잡히면 알집을 잘 떼어내 어란 魚卵 만들고

 

잡히면 빠른 시간에 궁궐수라간水剌間진상하고

잡히면 대추를 입에 물려 결혼 의례상에 올리지

 

잡히면 푹 삶아 고아낸 물은 산모産母에 좋다 말하고

잡히면 푹 삶아 평양냉면 육수되어 시원히 먹는다지.

 

우리 숭어崇魚

저지방으로 칼슘이 많고 오메가3비타민D도 많아

빈혈심장병동맥경화뇌졸증에 좋고

골다공증을 막아줘 여자 분들에 더욱 좋다고 하는구먼.

 

난호어묵지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숭어개흙을 먹으니 사람들의 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려 튼튼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여

사람들은 우리를 보이는 데로 다 잡아먹으려고 해

 

점잔은 낚시는 점잔하게 안 물면 되지만

좀 큰 낚시 바늘 서너 개를 묶어 홀치기를 하려들어

 

홀치기 하는 사람들은 양심良心도 없어

떡밥도 안 풀고 미끼도 안 꿰어놓고 공짜로 잡으려해

 

우리가 지나는걸 보고 있다가 화살 쏘듯 던지니

아차하면 옆구리에 꿰어 잡히는 고통苦痛을 당하지

홀치기 꾼들은 제일 얄미운 사람들이야

 

그물로 잡히면 우리 중에 크고 잘 생긴 놈만 골라

알집을 잘 떼어내 어란魚卵을 만들지

어란魚卵은 우리 숭어崇魚 만의 알집으로 만들어

 

옛날의 영산강 榮山江은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오고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영암靈巖 지역에서 잡히면

 

영암에서 어란이 되면 이 차지다며 으뜸으로 쳐

왕실 진상품으로 선정되어 영산포에서 실어 올렸지

 

잘 생긴 알을 소금물에 담가 깨끗하게 씻어 낸 후

토속 간장에 하루정도 담가 을 베게 한 후

너무 짜지 않을까 한시간정도 에 담갔다 꺼낸 후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햇볕에 말려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옮겨 수시로 뒤집으며

참기름 바르기를 두 달 가까이 하여

 

불그레한 호박 빛에 고구마보다 더 단단한 어란

에 약간 달군 로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한 닢 혓바닥 위에 살며시 올려놓으면

은은한 향기가 감돌며 신비神祕한 맛을 가져오니   

술안주 감으로는 너무나 고급스러워

 

어린아이가 으로 도 못먹어 고생 할 때 

어란 한 닢을 숟가락에 언 저주면 생기를 살려내

입맛을 돋아주는 약의 효능을 가져온다 하는구먼

  

어란魚卵 가격은 만만치도 않아

한 마리의 알 2편한 쌍으로 하여 파는데

고급스런 오동나무 곽에 담아 잘 포장하여

한 쌍에 20만원이나 50만원도 부른다 하는구먼.

 

뭐하자는 이야기야

우리를 잡아먹는 사람들 이야기야

불쌍한 우리 숭어崇魚들 이야기가 뭐 이래

 

그래 미안해

이렇게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가거도可居島 사람들 덕분德分이야

 

우리가 어렵게 영산강 榮山江을 찾아가며

많이들 잡히고 얻어맞고 갖은 회생回生을 치루며

몇 마리 안 되어 돌아오는 심정心情을 알아주나 바

 

그물도 안치고 낚시질도 안하며 잡아먹지도 않으며

가거도可居島에서 만 우리를 편안히 보살펴주지

 

낚시꾼에게 관광객이나 외지 사람들에게 도

우리를 잡지 못하게 말하여주니

 

먼 곳에 다니며 고생하다

고향故鄕에 찾아온다고 반겨주며 놀게 하여주니

녹섬이나 가거항에 이렇게 많이 모여 살 수가 있지

 

가거도 사람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친절하고

정성精誠을 다하는 예의禮儀를 차리지

 

참 너그러운 사람들만 살아가는 인가 봐

우락부락한 가거도에 맘씨고운 사람들만 사나 봐

 

옛날 옛적

이 험난한 가거도可居島를 힘들게 찾아와

둥지를 트신 분들의 처지심정이 우리와 같았을까

 

그래 우리도 이젠 가거도可居島에서 살자

높고 절벽 많아 다닐 떼도 많고 숨을 데가 많아

마음 놓고 옮겨 다니며 살아도 되는 좋은 곳이야

 

한겨울 용궁에서 을 배어 영산강에 찾아가

을 살찌우느라 영양을 보충하고 을 빠져나와

큰 바위 밑에 을 낳고 다시 영산강에 올라가고

찬바람 부는 초겨울에 용궁으로 돌아오며

 

이런 과정에 많은 고통을 겪으며 용궁에 다가오면

좋고 나뿐 걸 너무나 많이 보아 이 퉁퉁 붓지

이 퉁퉁 부어 또 을 배어 바닷가로 올라가며

 

바닷가 바위 밑에 태어난 우리 새끼들은

떠다니는 해조류유기물이나 미생물을 먹고

 

영산강 깊은 곳까지 들어가 봄여름을 보내고

초겨울 용궁으로 찾아와 같은 생활을 반복反復하지

 

반복 反復되는 이 생활 가거도可居島에서 멈추자

살아가며 잡혀먹고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苦痛이 따르는 건 어차피 마찬가지야

 

가거도可居島에 살아도 시련試鍊은 따르겠지

시련試鍊이 생기더라도 사랑이 듬뿍 하잖아

 

그래 가거도可居島에서 만 살자

그래 우리는 한 마리에 300만개 이상의 을 낳지

그래 숭어의 새로운 세상가거도에서 만드는 거야

그래 사랑이 듬뿍한 세상世上을 만드는 거야

 

*****

 

가거도可居島에는 물고기들이 많이 사는 곳이지요.

녹섬이나 가거항구에 많은 숭어崇魚들이 노닐어도  

숭어崇魚 만은 잡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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