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사랑

가거도 후박나무

서 휴 2015. 6. 7. 10:02


가거도 후박나무

서길수

 

 

가거도 후박나무야

可居島 厚朴나무야

 

가거도가 보통 이냐

가거도가 가기 쉬운 이냐

 

그럼에도 후박나무야

외로운 에서 거센 해풍海風 맞으며 도 잘 자라

 

큼직큼직 둥글둥글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며

可居島를 위하여 거친 비바람을 잘도 감싸주는구나.

 

가거도 후박나무야

초록빛 이파리가 두터워 후박이냐

가거도 할머니 마음을 닮아 후박이냐

 

가거도가 온통 후박나무 숲으로 덮여있으니

후박가거도이냐

가거도후박이냐

 

아기 손바닥만 한 잎은 짧은 잎자루를 가지며

가까이 다가보면 두껍고 윤기潤氣가 흐르는 것이

 

언뜻 보면 동백나무 이파리보다 크고 길며 

부드러움을 여유 餘裕롭게 보여주며 도

  

외로운 에서 스스로 혼자 자라내며

외로운 에서 외로움을 견뎌내느라

외로운 에서 거친 비바람을 막아주느라 생긴

 

쓰고도 매운 성깔을 용하게도 다스리며

외로운 만큼 성깔을 참아내며 키워내며

쓰고도 매운 성깔을 따스하게 녹여내어

 

너는 껍질 한가지로

사람들의 를 따뜻하게 다독거리고

사람들의 을 타고 가며 나쁜 기운을 다 쓸어 내어

 

헛배를 가라앉히고 설사泄瀉이질痢疾도 낫게 하여

동의보감 東醫寶鑑에서도 인정하는

오장육부 五臓六腑를 다스리는으로 통한다니

 

따스하고 쓰고 매운 성깔을

좋게 부릴 줄 아는 너의 멋스러움에

나도 오래된 위장병胃腸病을 고칠 수가 있었어.

 

고마운 후박나무야

성깔 없이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니

독한마음 없이 이 거친 세상에서 어떻게 뜻을 이루니

 

그럼에도 독한마음을 부드러움으로 감싸 안으며

사철 항상 푸르른 희망을 보여주며 푸르게 사니

가거도可居島 사람들도 환한 얼굴로 건강하게 사나보다

 

음력陰曆 이삼월 햇살 따스해질 때

뽀얀 새순은 연꽃처럼 하늘을 향하고 

 

원뿔모양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황록색의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면서

 

일 년 내내 황록색 둥근 열매가 영글어

콩알만 하게 검붉은 빛으로 익으니

 

엄마 젖을 떼고 난

가거도의 어린 송아지

어린 풀을 뜯다 배 아픔에 뒹굴게 되면

 

흑비둘기가 얼른 날라 와

검붉은 후박나무 열매를 따다 주어

어린 송아지가 꼭꼭 씹어 먹으며

 

엄마소가 쫒아오기 전에 다 나았다고

움-메 하고 엄마 야를 불러 데니

 

송아지 가 후박나무 열매를 좋아하는 이라고

독실산 犢實山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하누나

 

그래도 그렇지

후박 厚朴나무야

 

그 좁은 섬에 있는 가거도 독실산犢實山

서울의 관악산 冠岳山보다 10메타나 더 높은 산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 수나 있겠어.

 

좁은 에서 자꾸만 위로 솟자니

가장자리를 온통 절벽絶壁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아름다움보다는 우람한 모습만을 만들었다고 하지

  

그럼에도 독실산 犢實山비옥肥沃한 흙으로 덮여

후박나무 숲이 犢實山을 덮고 있으니 참 신기新奇롭기도 하지

 

후박나무

너는 잔정도 많은 모양이야

 

옆으로 뻗은 가지를 많이 거느리며

20미터까지 자라 나무기둥의 지름은 1메타가 넘으며

두세 사람 이서 양팔을 벌려야 감쌀 수 있다니

너의 넉넉한 마음은 굵기로도 말하여주는구나.

 

네 껍질은 쓰고 매워 어지간한 독소毒素를 제거하며

를 따뜻하게 한다하여 모든 한약재韓藥材에 다 들어가고

황토색 짙은 빛깔로 어망漁網을 염색하염료染料로 쓰였지

 

나무 또한 목재木材가 되어 나이테를 드려다 보면

가운데는 연한 듯 갈색이고 바깥쪽은 진한 듯 황갈색黃褐色이며

단단하고 치밀하여 가구재家具材로는 좀 아깝고

키타 바이올린 첼로 장구杖鼓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잘 봐 바

스님들의 목탁木鐸후박나무로 만들었었어.

그 소리가 맑게도 들리며 멀리도 퍼져나가지

 

우리나라는 후박나무가 많았나봐

강화도江華島 이남에는 후박나무가 많았다고

그렇다고 하는 기록들이 나오지

 

고려高麗 거란契丹이 침입하여 나라가 피폐疲弊하여 져

고종高宗 임금님이 강화도江華島에서 고생하시며

온 나라 힘을 모아 팔만대장경을 15년 동안 만들었는데

 

팔만대장경 八萬大藏經 경판經板의 수가 81,258 판이나 된다니

이 많은 경판經板후박나무 등으로 만들었다니

고생苦生들도 많이 하시고 후박나무들도 많았었나 봐

 

후박나무

너의 이파리는 말리어 로 끓여 마시고

너의 껍질은 말리어 약재 藥材로 쓰며

너의 등걸은 쓰이는 곳도 많아 하나도 버리는 게 없어

 

그렇다보니 너도 수난受難을 많이 겪게 되는 거지

허준許浚 선생님 때문이야

 

1596년에 선조先祖 임금님으로부터 을 받아내어

2525책으로 된 방대한 의학서적醫學書籍을 만들었지

피난避難 다니 며도 14년 만에 만들어낸 동의보감 東醫寶鑑이야

 

탕약편 湯藥篇에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수없이 많은 약재의 이름이 한글로 적혀 있는데


후박나무

네 이름이 으뜸이야

 

허준許浚 선생님의 동의보감 東醫寶鑑이 나왔을 때는

임진왜란 壬辰倭亂정유재란丁酉再亂을 겪고 난 후라

병고病苦에 시달리면서도 마땅히 구할 약재藥材도 없는 터라

 

후박나무

너는 뿌리까지도 좋다는 소문이 나


뜯기고 꺾이고 잘리고 통째로 뽑히고 뿌리까지 케어 먹으며

육지陸地에서는 사라지게 되었지

 

그러나 다 없어진 건 아니야

울릉도鬱陵島호박이 별로 없으나 호박엿이 유명한데

원래 몸에 좋은 후박 厚朴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분이 있어

 

후박厚朴 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울릉도鬱陵島후박나무가 다 잘려 나갈까봐 이름을 바꾼 것 이래

울릉도鬱陵島에서 후박나무를 지켜준 고마운 이야기지

 

이렇게 고마운 분들 덕분德分

에서는 후박나무보존保存되어 을 이루며

천연기념물 天然記念物지정指定받은 곳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제123호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관매리의 제212호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의 제299호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 연화리의 제344호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면 추도리의 제345호로 보호받고 있어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추도 일주로 304-10

추도 楸島에 있는 자연유산이면서 천연기념물후박나무

 

오백여년 바닷가에 서서 추도 楸島를 지키며

14.4m의 높이에 남쪽줄기 둘레가 2.26m나 되며

북서줄기 둘레는 2.1m로 굵기도 하지

 

후박나무

바닷가 산기슭에 잘도 자라는 후박나무

 

바다 한 가운데에 있어 멀기 도한 외딴 섬에서

제주도濟州道 울릉도 鬱陵島가거도 可居島에서

 

너는 마땅히 있어야 할

자연유산自然流産천연기념물 天然記念物

지정된 게 왜 하나도 없을까

 

우리는 어려운 시절에도

오랫동안 나무를 잘 가꾸며 살아왔지

 

웅장하게 잘 자란나무는 서낭당 나무로

마을 수호신守護神으로 잘 보존하며 살아왔으나

 

참신한 인재를 등용登用하며 새로운 문물文物을 받아들이고

혁신革新을 일으키던 정조대왕正祖大王 이후에는

년 여간 극심한 가뭄이 연이어 이어져

강산이 극심하게 피폐하여 졌지

 

우리가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생하고 있을 때

우리가 힘이 없는걸 알아챈 일본日本

강제로 을사늑약乙巳勒約을 체결하며

1905년 안팎으로 굵고 잘 생긴 건 다 잘라 가버렸어

 

어디 후박나무뿐이야

두 아름 이상 굵으며 옹이가 그림처럼 박혀

색깔도 아름다운 규목槻木 나무마저도 다 잘라갔지

그런 나무는 수십 수백 년 키워내야 하는데

 

나라의 운명運命을 좋게 만드는 것도

우리가 힘을 합쳐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데서

좋은 국운國運이 따라 오나 봐

 

이제라도 잘 해봐야지

이보다 어려운 시기時期도 잘 넘기며 살아왔잖아

이제 6.25 사변도 지나 몇 십 년 동안 잘 자라고

 

옮겨 심지 못하게 내 스스로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으니

머잖아 인정 認定을 받을 거야

자연유산自然流産 천연기념물 天然記念物

 

가거도

후박 厚朴나무야


 

가거도 후박 厚朴나무는

매년 오월이 되면 이삼백 그루씩 잘리게 된다지.

약재藥材인정認定되어 가거도 에서만

벌목 허가가 나와 잘리게 된다지.

 

늦봄에만 만드는 후박나무 껍질 후박피 厚朴皮

효능效能이 뛰어나 서로 사들이려

약재상藥材商들이 붐비어 그런데로 밥벌이가 되었으나

 

그것도 옛말이야

값싼 중국산中國産이 들어오며 수공비 手工費도 않나오니

 

아름아름 주문注文이오면

노인老人 분들이 소일消日 삼아 용돈벌이 정도 하신다고 하니

 

후박나무 껍질 후박피 厚朴皮를 점점 구하기가 어려워

이제는 중국산 中國産 후박피 厚朴皮를 찾아야하나

그래도 고맙다

가거도 可居島 후박 厚朴나무야

무럭무럭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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