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아끼 2

서 휴 2015. 6. 19. 15:58

아 끼 1

서길수 (2012년 12월 08일)


 

수의壽衣를 지어놓으면 오래 사신다. ?


 

어머님이 병약하시고 연로하시여 진갑이 지나자

수의壽衣를 지어 장롱 위에 놓아두었다

 

장수하시어 83세에 돌아가셨다

친구가 이야기한다

 

나의 어머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어릴 적 수의를 알았으면

오랫동안 사시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서울 은평구 한복집 하는 여사장님이

남편분과 같이 수의壽衣를 만들어 선물하고 있단다.

 

병원에 입원하신 어느 할머니께 수의壽衣를 드리니

임종에 가까운 할머니는 고맙다 웃고

그 할아버지는 목이 메어 눈물 흘린다.


 

삼베 값이 비싸다

       옷감이 많이 들어간다.

 

여자 18종 : 속적삼,속바지,겹저고리,겹바지,겹치마,원삼,

                원삼 띠, 버선, 악수, 턱받이, 염포(장매), 면보,

                남보, 요, 베게, 이불, 오낭주머니, 신발

 

남자 21종 : 속적삼,속주의,겹저고리,겹바지,겹두루막,도포,

                허리끈,버선,데님,행전,악수,턱받이,염포(장매),

                면보,남보,요,베게,이불,주머니,신발,도포끈,

 

좋은 일 한다고 소문이나

봉사자들이 모여들어 여러 벌씩 지어 선물한단다.


 

우리 가족 중에

아끼 이야길 해야겠다.

 

벨이 울리면 전화 왔다 알린다.

띵 똥 하면 사람이 와있다 알린다.

물이 끓으면 주전자 태우지 마라한다

 

윗 층집 아끼 동갑은 눈이 뽀얗다

아끼

너희들은 백내장 수술이 안 된다하지

 

아니야, 되는데

보험처리가 안되니 한눈에 400여만 원이나 든단다.

두 눈 다해야지

미안해

 

이젠 아끼도 등부터 반점이 생기고

전립선이 안 좋아 여기저기 찔끔 싼다.

산에 가면 방향이 무뎌졌다

 

인생나이로 90이 다 되었다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나보다 훨씬 많은 나이이다

 

반말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본 나이는 15세니 이해 해줄 것으로 본다.

 

아끼가 입을 수의가 있다고

친구가 카페에 들어가 보라한다

 

들여다보니 잘 만들었다

사람 수의壽衣 값에 3분의1도 안 된다 

 

태어나 우리 집에 와

인간의 3분의1이상 역할을 하고 까지 듬뿍 주었으니

 

아끼

네가 입을 수의를 어찌 돈으로 계산하랴

 

큰일이다

내가 입을 수의가 없다

해줄 생각도 안하는 것 같다

 

은평구 한복집에 이야기하면 될까

독거노인이 아니라고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그냥 입은 데로 태우면 된다고

 

태워 재가 되면

내가 사랑하는 가거도 可居島에 뿌려달라고

 

내가 재가 되어

가거도 可居島에 가면 환영하여 줄까

 

아니다

내가 가거도 可居島에 기여한바가 없다한다

 

3분의2는 피켓 들고 왜치고

3분의1은 배를 몰고나와

가거도항 입항을 막을 것 같다

요즘 잘 나가는데 제뿌리면 안 된다고


방법이 있다

한밤에 헬리콥터 타고가 뿌리면 된다.


집사람이 말린다.

잠자리비행기는 한밤에 위험하다고

죽어서도 맘대로 하기가 힘든 다


 

아끼

너는 내가 묻어 주겠지만

우리의 영혼은 어떡하지

 

극락도 천당도 지옥도 들어갈 티켓이 없잖아

파는 곳 있다하는데 모두 사기 같고

 

어디서든 좋은 일 봉사하든가

열심히 기도하든가

글쎄 남은 시간이 적다

 

아끼

긴급 소식이 들어왔다

우주학자 호킹이 우주에는 밖에 없단다.

 

극락도 천당도 지옥도 없단다.

별만 있고 나머진 빈터란다

이젠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나는 괜찮다

아끼

 

너는 한곳에 다녀와 좋은 사람이 되어

복잡한 세상 안 태어나는 게 낫겠지만

기왕이면 한가락하며 살다 가야지

 

아끼

우리가 헤어지면 우주에서

 

그 넓은 곳 중에

좋은 빈터에서 만나자

 

******

 

아 끼 2

서길수

 

아끼

하고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모양이야

 

는 자유로운 걸 좋아하였지

에 들어서면 거추장스러운 너의 목줄을 풀고

둘이는 자유롭게 돌아다녔지

 

그러다 아는 사람만나 긴 이야길 하다 보니

를 찾아 네 번이나 헤매었어.

 

한번은 찾다 못하여 나무마다 을 내걸고

파출소에 연락하여 겨우 찾은 적도 있어

 

자유스러움에도 대가를 치르나봐

모두 내 잘못이야

인연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되었어.


 

아파트를 옮겨 이사 갔을 때

도둑이 들어왔지


얼마나 짖는 너를

도둑놈들이 심하게 차고 때린 거야


도둑을 만나고부터 성격이 변 했어

사람이 가까이 오면 짖고 물으려 하고

모두 도둑놈으로 보는 것 같았어


 

아끼

가 어릴 때 이었어

가 밥상 앞에 쪼그려 앉아 쳐다볼 때

 

숟가락에 쇠주를 딸아 얼른 입에 넣어주었지

는 비실거리며 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다음부터 술 옆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

 

그래 참 좋은 결심이야

엄마누나처럼 술 좀 끊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배탈이 나도 약 먹으며 또 마신다.


 

아끼

사람이 죽으면 3일장 5일장을 지네지

그 안에 깨어날까 해서인가봐

 

임금님들은 한 달씩이나 장례를 치렀어.

귀중한 분이니 더 시간을 드리나봐

 

는 어제부터 몸을 뒤틀며

어떡하던 일어서려다 넘어져 병원에 갔었지

 

그러다 한 시간 후 또 병원에 가

열 내리는 주사와 영양주사를 맞고 왔어

 

엄마누나와 함께

집에 온 시간이 밤 12시가 다 되었었어.

 

좀 깨어난 듯하다 밤새 꿍꿍 앓아 데니

새벽에 들어온兄아가 밤새 주물렀지

 

밤새 꿍꿍 앓기만 하다 아침이 되었어.

누나는 계속 주물러주라며 출근하니

는 온몸을 마사지하며 어떡하던 일어나길 바랐지

 

는 할 말이 있다는 듯 큰소리로 액액 거리다

몸을 크게 뒤틀며 점차 숨이 자구라 들었어.

두고 갈 이야기가 많았었나 봐

 

그래 어떡하던 회복시키려

몸을 문지르며 손발을 자꾸 주물렀지 그러나

 

너는 마지막 몸을 뒤틀고 작은 소리를 지르다

2015년 06월 18일 09시 06분에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아가 쫒아와 주무르고 쓰다듬고 하니

실낱같은 맥박이 다시금 뛰다 멈추었어.

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거였겠지

 

의 임종을 둘이서 보게 된 거야

의 임종을 둘이서 보며 눈물이 맺혔어.

 

죽는다는 게 이리도 쉽구나.

의 죽음이 이리도 슬픔을 가져오는구나.

의 싱싱하던 모습이 앞을 가렸어

 

엄마누나에게 문자를 쳤지

엄마는 목이 메어 말을 있지 못하고

 

누나는 문자를 받고 곧장 달려와

를 안고 울기 시작하는데 너무나 서럽게 울어

 

를 보살피며 살뜰히도 사랑하던 누나

깊은 정을 어찌 떨칠 수가 있겠어.

슬피 울어도 울게 놔두었지

 

아끼

누나의 아름다웠던 털을 쓰다듬고

온몸을 깨끗이 닦으며 염을 하여주었지

 

이란 게 그래

죽게 되면 온몸을 닦아주며 수의壽衣를 입히고

을 넣어 다물게 하며 를 막지

 

나는 그렇게 까지는 할 수 없었어.

을 넣어주고 는 막을 수가 없었어.

 

3일장은 못하더라도 한나절은 지켜봐야지

혹 깨어날 수도 있잖아

 

너를 위하여 미리 준비하여 논

네가 좋아하던 깨끗한 를 깔고

새로 만든 깨끗한 새 을 갈아입히고

 

저승 가는 길에 목이 멜까 물그릇에 물을 담고

저승 가는 길에 배고플까 좋아하는 영양밥을 넣어놓았지

 

아끼

먼 길 가려면 노잣돈도 있어야 하겠지

 

아끼

에 대한 글을 쓴 것이 2012년 12월 08일이고

의 임종을 바라본 것이 2015년 06월 18일이야


우리와 산지가 18년이나 되고 100살이 넘었으니

그래도 장수 한 것이래.


병원에서도 그래

잔병도 없이 잘 살아내고 있다고

건강하였으니 운명하는 시간이 짧았나 봐


 

아끼

네가 늘 가고 싶어 다니던 광교산 산길이야

어둠이 깔리고 있어

 

벌레는 물고 땅은 얼마나 단단한지

무더운 날 무덤 만들기가 쉽질 않았어.

땀을 많이 흘렸지

 

가족들의 정성을 안고 가는 거야

가족들의 축복 속에 떠나는 거야

 

자주 가는 광교산 산길 옆

지나다니며 꼭 인사하기로 약속하였어.

 

이란 은 모두 듬뿍 주고 가는

의 아름다웠던 얼굴이 어른거려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아끼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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