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어머님이 놓는 돌

서 휴 2014. 10. 19. 02:41

어머님이 놓는 돌

 

이 글은 고등학교 졸업 40회 기념식을 성대히 치룬 송평종 전임 회장의 마음과

어머님을 찾아뵈는 현 50회를 준비하는 소광 회장과 임원진들의 마음을 아울러

쓴 글임을 밝히며 부족하고 미약한 부분은 양해를 구합니다.

 

서길수

 

 

        야, 너는 어떻게

        어머님이 우리들 동창회 비를 다 내게 만드나.

 

        미안해

        내가 지금 하늘에 있잖아

  

그래 맞아

내가 동창회장을 할 때야

내가 모 금융회사에 상무로 있을 때였어.

 

내가 다니는 회사로

나이 드신 점잖은 어머님 같은 분이 찾아왔었어.

나는 고객이신 줄 알고 내방으로 정중히 모셨지

 

봉투를 내놓으시는 거야

내 아들 동창회비라며

 

아니 동창회비라뇨

우리 동창 노 길생지난해에 하늘로 갔다는 거야

그래서 아들대신 동창회 비를 가져왔다는 거였어.

 

참 어떻게 하여야할지 말을 할 수 없었어.

나와 어머님은 눈물이 맺혔었지

 

        야, 너는 어떻게

        어머님이 우리들 동창회 비를 다 내게 만드나.

 

        미안해

        내가 지금 하늘에 있잖아

  

그때 우리는 고교졸업 40회 기념식을 성대히 개최하자고

모두에게 연락을 띄우며 바빴었지

그게 벌써 십 년 전일이야

 

요즘 우리 동창 카페에는

내년에 50회 졸업기념 식을 하자며

준비위원을 구성하고 바쁘게들 움직이지

 

나는 지방에 있어 모임에 잘나가질 못하여

어느 날 카페를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어.

 

그 어머님

노 길생의 어머님께서

동창회비에 쓰라며 일천만원을 보내시겠다는 거야

  

        어머니 무리하지마세요

        아니야, 네 대신 동창 회비를 내는 거야

        네가 동창회에 나가는 거지

 

        그래도 어머님

        나는 이미 하늘에 와 있잖아요.

        동창 회비를 낸다면 어머님 마음만 아파요

 

        너는 몸이 아파

        다른 친구들과 같이 동창회에 잘나가질 못했어.

 

        아픈 네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내 마음이 아팠던 거야

 

        네가 떠나고 난 다음부터

        나는 네 마음의 동창 회비를 내기로 하였어.

 

        내가 무슨 돈이 있니

        노령연금으로 10년간 적금을 부었지.

 

        내 나이가 벌써 90이 넘어가니

        널 낳은 지도 70년이 되가는 구나

 

        유난히 엄마를 따르던

        내 아들 길 생

        나는 오늘 적금을 털어 동창회에 보낸다.

 

한사코 오지 말라며 거절하시는걸.

우리 동창들 십여 명이 찾아갔지요.

 

어머님은 안양의 보통의 아파트에 홀로 사셨어요.

아주 깔끔하게 사시는 모습이

노 길생의 학교 다닐 때 모습이

어머님으로 부터 비롯되었음을 알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엎드려 큰절을 올렸지요

어머님, 우리 모두가 어머님의 아들입니다

 

그래 괜찮아요.

어쩜이리. 모두 다 잘생겼지

자꾸 눈물이 날려고 해

 

어머님, 우리 모두가 아들 노릇을 하겠습니다.

그래 괜찮아요.

 

세월이 지나니 하얀 머리가 이제 까맣게 되었어.

염색한 게 아니야

 

천주님을 믿으며 맑은 마음으로 사시는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게 하였을까

 

나이를 초월한

밝고 예쁘신 모습이

우리 모두의 어머님이기에 과분한 분이였다 

 

        아름다운 우리들의 어머님

        이제는 아들에 대한 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사세요.

 

        우리는 차마 이 말을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체

        어머님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찾아갔다

        식사를 대접하고자 모시려하였으나

        이미 손수 준비하신 음식에 대접을 받고 말았다

 

        작은 선물을 드리며

        내년 50회 기념식에 꼭 모시러 오겠습니다.

 

        우리는 총총 걸음으로 나서며

        어머님의 얼굴을 한참이나 보았다

 

***** 2013.12.

        하늘로 간 아들의 방을 그대로 보존하여 우리에게 보여주시었다.

        총 동창회에도 보고하여 감사패를 만들어 찾아가

        받으려 하지 않으심에도 드렸으며

        동창회비 1천만 원을 명분 있고 보람 있는 일에 쓰고자

        의견을 모으고 있다.

 

***** 2014.10.

        벌써 훌쩍 일 년이 더 지나고 어머님께서는 1천만 원을 더 쾌척하시어

        우리 50회 기념식을 성대히 치루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모두 다 인정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명분과 보람 있는 명분을 찾아 보답하여야 된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 2013.12.

        나는 초등학교 때 일찍 어머님이 돌아가시어

        어머님이 그립고 보고 싶어 울며 이글을 썼습니다.

        이제 내 어머님이 되신 우리의 어머님

        아무쪼록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빌면서

        

***** 2014.10.

        만약에 만약에 어머님이 돌아가신다면

        우리가 모두가 나서서 성대히 장례식을 치러드려

        가시는 길을 아름답게 하여드려야 된다고 하는

        의견들이 많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 같이 협력합시다.

 

***** 2014.10.18.

        50회 졸업기념 여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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