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가거도의 부시리

서 휴 2015. 2. 13. 16:18

가거도의 부시리

서 휴

 

부시리는 커다란 물고기이지요.

부시리는 방어(魴魚), 잿방어와 함께

같은 방어류(魴魚類이지요.

 

큰놈은 몸길이가 2.5m나 되며

95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답니다.

사람보다 훨씬 크지요.

 

큰 덩치에 성질 또한 사납고 급 하면서 힘도 좋아 마치 바다의

폭군처럼 제멋대로 놀며 갯바위 낚시꾼들을 괴롭히지요.

 

먼 섬의 원도(遠島갯바위에서 온종일

외롭게 서서 입질 한 번 못 받다가,

소리도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부시리가 온몸을

감전시키는 듯 놀라게 하며,

 

거푸 헤대는 소나기 입질은 짜릿한 손맛으로

온몸을 떨게 하며, 평생을 들어 커다란 대어를

낚는 꿈을 꾸게 만들어 놓지요

 

그러나 부시리는 지칠 줄 모르는 멧돼지 마냥 날뛰다가 와 다닥

미끼만을 따먹을 뿐만 아니라, 찌낚시 채비(差備)를 한순간에

절 딴 내며, 귀중한 낚싯대조차 두 동강 내놓고 멀리 도망가

버리고 말지요.

 

이 맛에 갯바위 낚시꾼들을 열광시키며

장비를 하나 더 사게 만들고,

더 크고 더 강한 걸 또 사게 만들며,

 

결국에 가서는 제일 비싸면서도

더 튼튼한 것을 사서 자랑하게 되지요.

 

낚싯배에서도 웬만한 장비로도 제압(制壓)하기 힘들어 함께

출조(出釣)한 팀들이 서로 힘을 모아 낚아 올려야 한답니다.

 

부시리는 방어나 잿방어와 비슷하지만

몸이 약간 납작하며 등은 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을 띄우며 턱뼈 뒤끝이 둥글고

 

주둥이에서 꼬리 지느러미까지는

짙은 황색의 세로 띠를 두른 데다

꼬리지느러미는 노란색이지요.

 

노란색을 띠는 방어보다 선명하고

등지느러미 가시는 6~7개가 달려있으며

물고기나 오징어 갑각류 등을 잡아먹고 살지요.

 

천주교를 믿다가 흑산도에서 16년간 유배(流配당해

생활하던 정약전(丁若銓) 선생께서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황어(黃魚)라 불렀으며

 

함경도에서는 나분치라 부르고

포항 등에서는 잿방어와 부시리를 함께

납작 방어라 부르며

 

제주도에서는 부수리라 하며

흑산도에서는 부사리라 부르는

분들도 많답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奎章閣)의 가람문고

소장본(所藏本)에는 부사어(夫斯魚)라 기록되어있지요.

 

방어(魴魚)는 겨울철에 많이 잡히며

잿방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해 여름에 많이 잡히지요.

 

부시리 또한 해조류(海藻類)가 많은

연안에 찾아와 5에서 8월에 산란하고

넓은 바다로 돌아가지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지에서 살아가는

부시리의 영어 이름은 Kingfish이니

물고기의 왕이라는 뜻이겠지요.

 

낚시꾼에 따라 Big Fish 또는

미터급 부시리라 높여 부르기도 한답니다.

 

참다랑어든 삼치든 참치든 청새치든 잿방어든

돛새치든 부시리든 맛이 좋아 값을 많이 쳐주는

크기는 대략 1m 20 내외가 좋다고 합니다.

 

부시리는 바닷가 시세로도

마리당 3~40 만원 할 겁니다.

 

1 2만 원이 넘으니

쇠고깃값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만큼 맛이 좋으니

가격 자랑도 할 만 하답니다.

 

회를 먹을 때는 흰 살과 붉은 살을 구분하여

붉은 살은 기름기가 많아

된장과 잘 어울려야 제맛이 나며

 

흰 살은 담백하여 와사비(고추냉이)와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야 얕은맛을 즐길 수 있답니다.

 

생선의 회는 살결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잘 써느냐.

얇으냐두텁냐. 얼마나 크게 썰었느냐.

얼마나 알맞게 숙성시켰느냐.

 

먹을 때의 횟감의 온도와

누구와 같이 먹느냐 하는 분위기 등등

 

이 모두 다 연조(年條깊은

주방장님의 손맛에 따라가기도 하지요.

 

부시리는 사시사철 먹어도 좋은 귀한 물고기로

시원 달콤한 배를 썰어 넣어 빨간

육회(肉膾)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회와 회무침회덮밥소금구이어죽.

생선튀김이나 생선가스로도 만들지요.

 

배추 시래기를 살짝 데쳐서 된장에 조물조물 해설 랑, 부시리

토막을 돌돌 감아 넣고선, 양념은 달짝지근하게, 국물은 적게

보글보글 지지면, 냄비 바닥이 구멍 나도록 박박 긁어댄답니다.

 

이 용감하면서도 맛 좋은 부시리 잡으러

우리 다 함께 가거도(可居島)를 찾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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