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송편

서 휴 2014. 8. 19. 01:49

송편 

서 휴

  

오랜 옛날부터 정월 대보름날이 될 때면 어머님들은 장독대의

큰 옹기인 된장 독 위에 정갈하게 담은 물그릇을 올려놓고

 

서방님과 더불어 어른들의 하시는 일이 잘되길 바라며

아이들이 병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길 바라며

한해의 농사가 잘되도록 두 손 모아 소원을 빈다.

 

어머님들은 가족의 나뿐액을 막겠다며 숟가락으로 가족들의

나이를 세어가며 나이 수만큼 쌀을 떠서 나이 떡을 만들고

말려둔 나물들을 무쳐놓고 오곡밥을 짓는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는 차려진 음식을 먹고 난 후 덕담을

나누며, 부스럼이 생기지 않도록 부럼을 깨물게 하고

귀가 밝아져 옳은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며

귀밝이술로 청주를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게 한다.

 

중추절 추석이 되면, 한해의 곡식을 거둬들인 노고를 위로하며

정성스레 송편을 빚어 조상님께 감사의 차례를 올린다.

 

송편()이란  편자의 한문 글씨가 없는 것으로 보아

원래 이름이 송병(松餠)이지만 순수한 우리말 송편이 된 것 같다.

 

(이라는 글자가  ()자이니 좋은 떡을 먹고

몸이 아픈 병이 생겨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었으리라

 

추석 전날에는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반죽하여 놓은 걸 어린아이 손바닥만 하게 펴

 

그해에 거둬들인 햇곡식인 깨, 녹두, , , , , 대추, 호박

등을 올리고 감싸며, 반달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만든다.

 

이렇게 빚은 송편은 솔잎을 깔고 솔 향이 잘 베이도록 쪄서

차가운 물에 살짝 넣었다가 소쿠리에 건져 올려 물기가 빠지면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고소한 참기름을 발라둔다.

 

멥쌀로만 만들면 하얀 송편이 되고

토란(土卵)가루를 써서 만들면 약간 노란 송편이 되고

 

봄에 캐놓은 말린 쑥을 쪄서 다시 말려 갈아 넣어

반죽하면 초록 송편이 되고,

 

소나무 붉은 속껍질을 우려낸 물로 반죽을 하면 

분홍 송편이 된다고 한다.

 

추석에는 정성스레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내는데, 일찍 익은 올벼로

만들었기에 오례 송편이라 부르며, 송편은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례송편, 오려송편, 신도송편, 조도병(早稻餠)이라고도 부르며

땅속의 달걀이라 부르는 토란(土卵)을 가루 내어 만든 토란병(土卵餠),

연뿌리 연근(蓮根)을 갈아 반죽에 섞어 만든 토련병(土蓮餠)

 

감자(甘藷)를 갈아 녹말로 만든 감자 송편,

봄철 소나무 하얀 속껍질을 가루를 내어

멥쌀가루에 섞어 만든 송기(松肌) 송편

봄에 케어 말린 쑥()을 갈아 섞은 () 송편

 

물에 불린 쌀을 맷돌에 간 뒤 체에 밭쳐 가라앉힌 앙금을 말려

빚은 무리 송편, 쐐기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인 

모시풀의 이파리를 갈아 섞어 만든 모시 풀떡,

 

날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것으로 가루 내어 빚어 만든 

빼때기 떡, 송편보다 조금 두껍고 크게 만든 떡 등절미,

 

조개 모양으로 빚은 조개 송편

어린아이 돌상에 차려놓는 돌 송편

송편을 살미떡, 솔펜, 싱핀이라 부르는 지방도 있다.

 

소녀가 송편을 예쁘게 잘 만들면 잘생긴 신랑을 만나겠다거나

총각이 잘 만들면 예쁜 신부(新婦)를 맞이하겠다거나

아이를 밴 젊은 여인에게는 예쁜 아기를 낳겠다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송편을 정성들여 예쁘게 잘 만들며

세상일도 이야기 나누면서, 세상을 열심히 정성들여 잘 살아야

한다고 덕담이 오고 간다.

'음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어 이야기  (0) 2015.12.16
가거도의 부시리  (0) 2015.02.13
어묵과 오뎅  (0) 2014.04.04
비빔밥  (0) 2014.03.07
설날의 떡국  (0) 201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