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어묵과 오뎅

서 휴 2014. 4. 4. 13:27

어묵과 오뎅

서 휴

 

묵은 우리나라 말이므로 한문 글자가 없어, 한문으로 된 단어를

찾으면 그냥 어묵(魚+묵)으로 나온다.

 

       중국에는 어묵이 없는 것일까

       중국에서 어고(鱼糕)라는 글자가 나오는데

       이는 출처어묵(出處語默)이라는 글에서 나온다.

 

이는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집에 돌아와 물고기를 잡기도하고,

물고기 떡을 먹기도 하는, 한가로운 사람을 가리키므로,

우리의 어묵과는 전혀 뜻이 다르다.

 

       우리 묵은 생선을 푹 익힌 후 살코기에 여러

       재료를 넣어 뭉친 음식을 어묵이라고 하였다.

 

       묵 ; 도토리나 메밀, 녹두 따위의 앙금을 풀처럼 되게 쑨 뒤,

              식혀서 굳힌 음식

 

       어묵(+) ; 물고기를 푹 끓인 살코기에 전분 등을

                             양념과 함께 섞어 익혀서 굳힌 음식인 묵.

 

       전분(澱粉) ; 고구마 또는 감자를 잘 말리어 갈아 만든 가루

       갈분(葛粉) ; 칡뿌리를 짓찧어 물에 담근 뒤 가라앉은

                           앙금을 말린 가루

       미림(味淋) ;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를 말려 가루를 낸 것

 

한겨울의 추운 날, 뜨거움을 넣어 주는 따뜻한 포장마차의 어묵.

더운 날에도 약간의 허기를 달래주는 길거리음식 어묵.

 

       어묵은 일본에서 왔다아니다

       생선의 살을 잘 갈아 갈분가루 미림가루 양념들을

       잘 섞어 나무판 위에 올려놓고 쪄서 익힌 일본의 오뎅.

 

일본의 오뎅은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대구 살에다 갈분가루,

미림가루, 콩가루를 넣어, 기계로 갈고 기계 반죽하여 기름에

삶아, 고소하게 만든 것을 일본오뎅이라 한다.

 

       원양어선(遠洋漁船)에서 잡은 얼린 도미로 만든

       오뎅은 샤브뎅(냉오뎅)이라고 부른다.

 

생선이 흔하면서도 된장국물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여러 재료를 넣어 비릿한 맛을 제거하고

만드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만큼 종류도 많

 

       오징어를 갈아 넣어 씹는 맛이 좋은

       오징어어묵 또는 오징어 오뎅.

 

       맛살을 넣어 깔끔한 맛을 내는

       맛살어묵 또는 맛살 오뎅.

 

       구운두부를 갈아 넣어 만든 담백한

       두부어묵 또는 두부 오뎅.

 

       고구마를 썩어 넣어 만든 달콤한

       고구마어묵 또는 고구마 오뎅.

 

       된장을 썩어 넣어 만든 구수한

       된장어묵 또는 된장 오뎅

 

       야채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만든 매콤한

       야채어묵 또는 야채 오뎅 등은

 

우리의 어묵이나, 일본의 오뎅이나, 요즈음의 서구화 된 입맛에

맞추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일반사람들에게 손쉽게

맛을 즐기게 한다.

 

어묵은 일본의 오뎅에서 비롯되었다하는데 정말 그럴까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묵을 살펴보면 어떨까

 

       산에서 나오는 도토리로 만든 묵.

       밭에서 나오는 메밀로 만든 묵.

 

       바다의 우뭇가사리를 끓여 눌러 짜

       액을 굳힌 우무묵.

 

       생선을 푹 삶아 으깨어 전분과 양념 등을

       넣고 만든 생선묵.

 

       생선을 푹 삶아 고기 살을 눌러서

       물기를 빼고 얇게 저며 놓은 편육.

 

       소나 돼지의 머리고기를 푹 삶아 만든 편육.

       고래 고기를 푹 삶아 만든 편육.

 

우리는 예로부터 여러 묵을 만들어 은근하면서 감치며, 속 깊은

맛을 가져 왔는데, 이를 어묵 또는 편육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서유본(徐有本)의 부인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께서

       1809년에 내놓은 한글로 된 생활지침서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완자탕이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생선의 살코기에 쇠고기를 조금 넣고, 달걀 한 개도

       넣어,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주물러서 밤톨만한

       완자를 만들어 뜨겁게 끓여먹는 것을

       완자탕이라 부른다고 적혀있다.

 

조선 시대에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중에서 베풀던 연회의

절차와 각종 의식에 관해 기록한 책을 진연의궤(進宴儀軌)

부른다. 그 내용 중에 현재 16종의 음식 이름이 남아 있다.

 

       숙종 임금님에게 올리는 생선숙편 이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생선 3마리, 간장 3, 녹말 15,

       참기름 3, 5작으로 만든다고 하였다.

 

1942년에 출간된 조선 무쌍신식 요리제법 (윤숙경.1996)이라는

책이 있다.

 

       무쌍(無雙)이란 말은 없을 무()에 둘 쌍()이므로

       말 그대로 둘도 없을 만큼 진귀하다는 뜻이 되므로

      조선요리 만드는 법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저자인 윤숙경은 생선의 살에 여러 가지를 섞어서 뭉쳐 찌거나

끓이거나, 때로는 소 돼지 닭고기를 섞기도 하는 요리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옛적부터 맛의 깊이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또한, 묵의 문화도 건너갔으리라

 

우리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생선을 잘 끓여 살코기에

여러 가지를 넣고, 묵 또는 편육을 만들어 먹었다.

 

       이중에서 생선으로 만든 묵을 생선숙편, 생선문주,

       물고기 떡, 생선묵으로 불러왔는데,

       우리는 이를 어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생활풍속과 입맛이 다르며 비릿 내를 품은 어묵이나 오뎅은

우리 입맛에 맞는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제는

잘 만들어 누구나 잘 먹는 일반음식이 되고 말았다

 

       최초의 오뎅 공장은 일제 강점기에 이상조라는 분이

       믹서기 등 새로운 기계 설비를 일본에서 들여와

       부산(釜山)의 부평동시장에서 동광식품을 창업하며

       어묵을 처음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6.25사변 때 부산으로 피난 간 피난민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려, 값싸고 양이 많은 어묵을 먹다보니, 그때부터

       많이 팔리기 시작하며  우리입맛에 져저들었다고 한다.

 

1985년도에 삼호그룹의 삼호 F&G 회사에서, 큰 공장을 세워

생산하며 어묵이라는 이름을 처음 썼다고 한다.

 

      이제, 이미 우리의 음식이 되어버린 어묵은

      우리의 옛날 음식처럼 은근하면서도

      깊은 맛은 주는 우리의 음식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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