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서길수
설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나고
한겨울의 찬바람은 떠나지 않는데
부엌에서 소리가 난다.
도라지 고사리 산나물 시금치 콩나물 전 붙인 것
두부도 넣고
대보름에 먹다 남은 반찬들
고추장 다진 마늘 그리고 참기름 한 방울
작은 가마솥에 넣고 뜨겁게 비벼 만든 비빔밥
맛있는 비빔밥
화롯불 피워놓고 빙 둘러 앉아
비빔밥 한 그릇씩 놓고 웃는 얼굴을 마주본다.
허덕이며 더 먹으려는 자식들에게
자기 것을 줄여 한 숟갈씩 더 주던 어머님
허어험 하며 헛기침으로 말리던 아버님
이제는 다지나간 옛 이야기 가된 양
화롯불도 사라지고
사랑하는 부모님도 떠나버린 추억이 맴돌면서
큰 양푼을 식탁에 올려놓으며
작은 그릇에 퍼 담긴 비빔밥을 바라보게 한다.
맛있는 비빔밥과 밝게 웃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오늘따라 부모님이 생각이 날까
맛있는 비빔밥을 바라보며
오늘따라 부모님이 보고 싶어질까
********** 진작 만든 글을 이제야 올립니다.
다들 건강하시지요.
금년에 좋은 일 많이 생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