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선불인생

서 휴 2014. 8. 9. 13:51


선불인생

先拂人生

서 휴

 

 

아주머니 오셨어요.

가계는 언제 오픈합니까.

 

작은 가계지만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네요.

 

이번엔 어떻게 오셨어요.

. 방 좀 구하려고요

 

방 몇 개짜리요

아니 둘이면 좋겠어요.

 

방 두 개짜리라.

얼마나 준비되시지요.

5천만 원 정도짜리 없겠어요.

 

이 동네는 좀 비싸 그 돈으로는

반지하도 어려운 금액이네요

 

지금 나가는 아주머니는 누구지

아니. 김 회장님이 다 보셨어요.

 

참한 아주머니 같은데

남편은 어떡하고 혼자 다니지

 

자식들하고 살려고 무던히 애를 써요

남편은 직장 생활만 하여

사회물정을 모르나 봐요.

 

먹고 살겠다 하여 저 옆 가계를 싸게

계약시켜 주었는데

 

경험도 없이 작은 식당을 한다는데

월세月貰나 잘 낼지 걱정이지요.

 

남편은 놀고 있는데 돈이 적으면

변두리에서 어떻게 해보지

 

이 비싼 동네를 왜 들어오는지

이해가 안 가요.

 

그런데. 저 아주머니 용기가 대단해요.

가 살아있어요

각오覺悟가 대단한 것 같아요

 

작은 돈으로 비싼 동네에 이사를 온다.

남편이 백수白手인데도 기가 살아있다

 

적은 돈으로 비싼 동네에서

무언가 이루려고 한다.

 

으 음, 일리가 있어

어려울수록 용기勇氣가 있어야지

 

저 아주머니 남편과 같이

나하고 만나게 해줘

 

뭐하시게요.

글쎄. 사람 보며 이야기함세.

 

인생유전人生流轉

사람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일까

 

아니야,

넓은 세상을 헤엄쳐가며 사는 것이야

 

왕사장

 

자네 부친 왕회장님은

참 훌륭한 분이셨어.

 

지금도 왕 복덕방이지만

얻으려는 사람 얼굴을 보며

방을 구해 주었었지

 

나도 실패하여

아주 어려운 때가 있었어.

 

변두리에 나가면 방3개를

얻을 수 있는데 이동내로 들어온 거야

 

방 두개에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려니 말 못할 고생을 하였지

 

아버님은 목수木手 일을 하러

공사工事 판에 나가시고

 

집사람도 식당食堂에서 일을 했었어.

나만 농땡이야

 

나는 새벽 네 시 반이면 일어나

대빗자루로 온 동네를 쓸었지

쓸고 나면 일곱 시야

 

집사람과 밥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설거지하고

 

부모님 나가신 후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어슬렁거리다

동내의 굳은 일을 도맡아하였지

 

별일이 참 많았어.

그렇게 3년이 지나가니

 

자네부친 왕 회장님이

일거리를 만들어 주시 더만

 

목수木手일 하시는 아버님과 같이

외상外上으로 빈터에

집을 짓기 시작한 거야

 

부자富者라 할 순 없지만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거지.

 

알아요. 부친父親이 돌아가셨을 적에

부조금扶助金을 엄청 냈었지요.

 

장례葬禮를 치르고도

생활에 보탬이 많이 되었으니까요

 

동네가 많이 변하여

대빗자루로 쓸 곳도 별로 없지만

 

지금도 일찍 일어나

내 집 앞은 쓸고 있지

 

저 아주머니 남편이

세상물정을 알 때까지

 

내대신 골목을 쓸게 하면 어떨까

새벽에 일어날 사람인가 잘 살펴보게

 

古话说, 有志者事竟成

gǔhuà shuì, yǒuzhìzhě shì jìng chéng

옛 말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읽어보고 써보면

마음에 공감共感이가며 그럴 듯하다

 

그러나 고생苦生할 때

그 뜻이 가슴에 와 닿겠는가.

 

열심히 일할 일거리가 있기나 하나

어떻게 살아나가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진인사대천명은 盡人事待天命

어려울수록 그렇게 하여야지 하며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살아가는

희망希望이 아닐까

 

김 회장님 오늘 토요일이지요.

그래 토요일 맞아

. 그러나

 

약속 없으시면

저의 왕 복덕방으로 나오시지요.

그 아주머니가 남편하고 올 겁니다.

 

아니 최 CEO 여긴 웬일인가

아니 김 회장님 여긴 어떻게

아니 다들 아시는 사이인가 봐요

 

이쪽은 그 아주머니와 남편분이지요

안녕하세요.

 

여보게, CEO

그러면 이 남편분과 최 CEO

서로 아는 사이인가

, 죽마고우 竹馬故友입니다

 

CEO. 자네는 연봉年俸이 많은데

친구를 좀 도와주지

 

, 좀 더 쓰라 해도

1억 이상은 안 쓰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와 봤지요 

아주머니 왜 그래요

 

비록 망하여 여기에 왔지만

빚을 많이 질 수가 없어요.

갚을 것도 생각해야지요.

 

으음 그래요

좋은 친구親舊 들이구먼.

아주머니 성공成功 하여야지요.

 

왕사장. 내 가네

이따 식사라도 같이할까

, 회장님

 

이 추어탕鰍魚湯 집은 항상 자리가 없어

처음엔 열 평도 안 되었는데

이제는 자기 건물建物이 되었지요.

 

왕회장님이 말씀하시어

나도 돈을 좀 빌려줬었지

참 성실誠實한 사람들이야.

 

오랜만에 튀김도 먹고

에 소주燒酒도 한잔하지

, 회장님

 

회장님. 그 최 CEO 있지요

연봉年俸이 많은가 봐요

 

96평 빌라를 3년간 2억에

깔세(삭을세)로 살고 있어요.

3억을 한꺼번에 선불先拂로 냈지요.

 

나도 알고 있네.

그 친구 연봉年俸23억이야

 

그 세를 제가 놨거든요

이삿짐이 없어요.

달랑 큰 가방 둘뿐이고

 

집에 관계되는 모든 우편물郵便物

집주인에게 직접가게하고

 

신경神經 쓸 일은 하나도 없게 하라는

조건條件이었지요.

 

심지어 신문新聞도 보질 않아요.

신문 값 내는 게 번거롭다며

 

아이하나와 셋이 사는데

무슨 96평 빌라에 사냐며

이사한 후 집에 가보니

 

온통 자동차 전시장이지요.

세계자동차 모형이 다모인 것 같아요.

 

허어. CEO는 자동차 광인 모양이지.

그렇게 열심히 하니 오늘이 있지.

 

조건 좋고 값싼 부동산을 사놓으면

돈 번 다고해도

돈을 안 벌겠다고 해요

 

CEO는 재산에 대한

욕심欲心이 없는 사람 같아

그냥 살아도 연봉年俸이 쌓이잖아

 

CEO도 고생을 많이 하였지

대학입학시험에 떨어져 방황하다

어렵게 영국英國으로 갔지

 

유망有望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

돌아온 거야

 

그 사람은

자동차 디자인 밖에는 생각을 안 해

 

.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어쩐지 우리나라 차들의 모양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CEO는 외상이나 빚을 싫어해

남의 신세도 지지 않고

 

세상일에 신경神經 쓰는 게 싫다며

모든 걸 선불先拂을 내며 살고 있지

 

그래서 우리는 최 CEO

선불인생先拂人生이라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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