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떠나는 연습

서 휴 2014. 6. 3. 17:19

떠나는  연습

 

 

 

우리가 한담을 나누는 사이 

선술집은 늦은 밤 한 시.

 

 사세요. 꽃 사요.

아니 아주머니가

아주머니 이리 오세요

 

우선 한 잔만.

부끄러워하는 꽃 파는 아주머니 앞에

술잔을 놓았다.

 

늦은 밤에  꽃은 왜 팔러 다녀요

오늘 지나면 새 꽃을 들여야 해요

 

요즘  꽃이 너무 안 팔려요

전해 같으면 괜찮았는데.

세월호가 세월을 말아먹나 봐요.

 

나만이 아니에요

식당이든 술집이든 장사 하는 집은

다 얼어붙었다 해요

모두 다  안 된다 하지요

 

힘들 때도 한때라 하잖아요.

다시 힘을 받으면

다시 좋아지겠지요.

 

시위 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마음들이 시끄러우니

장사를 해봐야 사람들이 들어오질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주지 못하는 길거리  시위

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하고

가뜩이나 아픈 마음을 찌푸리게 하지요

 

글쎄 말이에요

토론광장을 만들어

제가끔 좋은 이야길 하면 좋은데

세월호가 빨리 수습이 되어야 살 것 같아요

 

아저씨는 어떡하고  꽃을 팔러 다녀요.

아저씨는 돌아가셨어요.

 

아니 돌아가셨다고요

그래서 보이지 않으셨군요.

벌써 두 달이나 넘었어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남은  꽃을 사기로 하며

우리는 하던 이야기로 옮겨간다.

 

사람이 죽기 전에

어떤 예감은 오는 것이며

저승사자는 있는 걸까.

 

저승사자가 어디 있겠어

점차 숨이 멈추다가 그냥 멈춰버리는 거겠지!

 

아니에요  저승사자는 있어요.

우리 아저씨가 병실 문 앞을 보며

자기를 데려가려는 사람이

자꾸 서 있다는 거예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거 같았어요.

설움이 끼쳤어요.

보이지 않으니 쫓을 수도 없고요.

 

저승사자 이야기는 참 많이도 나와

있기는 있는 모양이야.

경험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해

 

죽으면 다 어디로 갈까?

글쎄 지옥이나 천당 어딘가 가겠지

 

죽으면 살아온 값에 따라

지옥도 가고

극락도 가고

 

 겁이 지나면  짐승으로도

아름다운  새로도  사람으로도

다시 태어난다고 하지

 

옛날  인도의 오랜 전설을

부처님은 심오하게 잘 해석하고

정리하여 체계를 세움으로써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믿게 하였지!

 

어제는  세월호  사십구재라며

전국에서 추모식이 많이 열렸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린 영혼들이 좋은 곳에 가야 하는데

 

사십구재는 왜 생겼을까?

부처님 이 깨달음을 얻고도 7주간이나

다시  보리수나무 밑에 앉아  49일 동안이나

 

깨달음을 다시 정리한 데서 유래되었나.

그으래. 그게 맞을까?

 

그런데 왜 사람이 죽고 나면 49제를 지네지

영혼이 잘 떠나고

떠난 뒷정리하는 데 49일이나 걸린다는 걸까

 

죽은 사람에 대하여

49일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뜻일까?

 

아무튼, 불교가 들어와

1600여 년 동안 생긴 전통 의식이랄까

아마 깊은 뜻이 들어있을 거야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들 다르지

부처님은  이승을 떠날 때

오늘 떠난다며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이야기 나누시고

 

일정시대에 판사로서 사형선고를 내리고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며

홀연히 떠나 3년여를 엿장수로 떠돌다가

 

불교계에 많은 업적을 남기신 효봉스님같이

나 떠나련다 하고 떠나는 분도 있지만

 

떠나는 연습도 없이

떠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

 

저승사자와 함께

다정히 손을 잡고 가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이승을 떠나는 사람들

 

저승사자가 찾아올 겨를도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

연습도 없이 엉겁결에 떠나야 하는 사람들

 

사람은 왜 떠나야 할까.

야 아, 술 좀 작작 마셔라

너 떠나면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

 

야 아, 너는 담배나 끊어라

지린내 같은 냄새에 생사람 잡는다

 

꽃값은 누가 주냐

내가  꽃값 줄게 너 술값 내

 

지랄한다.

술보다 꽃을 좋아하는 모양이지

 

꽃만 좋아하냐 여자도 좋아한다

에 키, 아주머니 앞에서 못하는 소리 없구먼.

 

야 아, 투표할 때 같이 가자

그래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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