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동 거차도에서

서 휴 2014. 5. 17. 15:42

동 거차도에서

서 휴

 

 

전라남도 목포를 지나 제주도에 가다보면

진도(珍島) 앞바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

 

진도군(珍島郡) 조도면(鳥島面)4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多島海) 해상국립공원(海上國立公園)을 만나게 된다.

 

하나같이 200m 이하의 높지 않은 수려한 섬들을 보며

아름다운 풍광따라 향수에 젖기도 하고

아련한 그리움이 솟기도 하며

 

섬사람들의 행동거지와 말들은 구수한 정취가 흐르며

곧바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

감치는 맛에 군침이 흐르며 흠뻑 빠지게 만드는 음식들

 

섬 이름을 한문(漢文)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섬들의 환경이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맹골군도(孟骨群島)는 용감한 호랑이 뼈처럼

강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섬들

 

거차군도(居次群島)는 큰 파도와 세찬 물살을

견디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섬들

 

바닷물이 서쪽과 남쪽으로 갈라지는

서남해안(西南海岸) 길목의 모서리를

맹골군도(孟骨群島)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거차군도(居次群島)

 

동거차도 북거차도 윗대섬 아랫대섬 송도 항도 등

여러 게의 섬이 모여 군도를 이루는 거차군도(居次群島)

 

거차다는 크고 세차다는 뜻의 우리말이려니

조류가 빠르고 세차기로 이름이 나

거차군도(居次群島)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리라

 

섬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태평양 물살

섬 사이를 헤집고 빠져나가는 태평양 물살

 

좁은 골목길을 많은 물살들이 한몫에 지나가려니

어찌 세차고 빠르지 않을 수가 있으랴

 

동 거차도(東居次島) 바로 앞에서

세차고 빠른 물살에 뒤집힌 세월호 여객선

 

파도소리 따라 바다가 요동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요동치고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요동치고

 

또한 거차군도 사람들의 가슴에 저미어

이제 동거차도에 비가 내린다.

 

마음에 담지마라

비는 바다에도 육지에도 내리는 것이리라

 

슬퍼하지 마라

우리가 살아가며 겪게 되는 슬픔이리라

 

그러나 요동치는 이 가슴을

그러나 맺혀버린 이 가슴을

비가 쓸고 가듯 지울 수가 있으랴

 

먼 바다에서 고기 잡다 뒤집혀 돌아오지 않는

장사꾼의 상선(商船)을 따라가서 돌아오지 않는

망부석이 되어 하염없이 기다리는 섬 여인의 슬픔을

 

물질을 하다 거친 물살에 휘감겨버린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린자식들의 슬픔을

 

못 먹고 못 살적 굶주림에 시달려 본

설음과 아픔을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오며

 

이제 좀 살기 좋아졌다해도

가슴에 저미어 간직하며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슬픔을

 

슬픔과 서러움과 아픔을 알기에

생업을 뒤로한 체, 고기도 잡지 않고

고깃배를 몰고 나온 동거차도 주민들

 

바다에 묻혀있는 어린 학생들을 찾아헤메며

바다에 떠도는 흔적들을 끌어올리며

 

다 같이 유족이 된 양 돌아서서 눈물 흘리는

동거차도 사람들

 

진도군 조도면의 동거차도를 비롯한 온 섬사람들이

진도군의 온 군민들이 유족이 된 양

 

함께 슬퍼하며

함께 고생하며

 

파도가 잔잔한 맑은 날이 많기를

먹을거리가 많은 바다가 되기를 바라면서

 

험한 환경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섬사람들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섬사람들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섬사람들

 

이 아름다운 섬들 사이로

요동친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슬퍼한다는 것

기뻐한다는 것

그리워한다는 것 모두가

우리가 살아있다는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며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도록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 우리한번 아름다운 모습이 되도록 힘차게 살아보자

 

유족 분들과 더불어 우리의 많은 섬들에

행운과 행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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