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가거도 여행기 1

서 휴 2013. 6. 3. 20:29

가거도 여행기 1

서길수

 

 

6월초 이른 아침 갯바람 부는 가거도 항구

장군봉 지나 똥개섬 사이 검은 몽돌 짝지밭

 

잔잔한 파도 반기며 시원한 바닷물에

발 담그고 손 씻고 고함 질러보고

목 풀고 허리 굽혔다 펴며 기지를 켜본다.

 

둥구횟집 임사장님 어디가고

나루엄마 혼자서 아침 반찬 준비한다.

 

구수한 우럭을 끌인 미역국에 아침을 먹고

옷 갈아입고 낚시도구 챙겨 길을 나선다.

 

섬둥반도 가는 초행 길을

젊을 적 생각하며 걸어가기로 결정한다.

 

섬둥반도가 예서 얼마나 되나요.

시오리 길이지요.

 

가시려고요

그 정도면 걸어 갈만하겠네요.

 

점심은 요

미리 부탁하여야 하는데

 

섬누리 집도 다희네 집도 있다고 하는데

설마 굶기야 하겠어요.

 

나루 엄마는 걱정스런 눈으로 우리를 본다.

나서는데 임 사장님 쫒아와 차에 모두 타라한다

 

엄청 심한 절벽 길이라

큰 일날 수 있단다.

 

대리마을 벗어나 발전소 지나 회룡산 입구 지나

갈지자로 올라간 샛갓재에서

 

왼쪽으로 꺾으니

깎아지른 절벽 위로

콘크리트 포장도로 위로

 

걸어 간다는 건 위험천만의 길이란다.

걷다가 절벽 밑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단다.

 

둥구 임사장이 마을 일을 보고 있다가

나루 엄마의 급한 전갈을 받고

마음이 안 놓여 급히 쫒아왔단다.

 

짙푸른 바다 보며

시원한 갯바람 맞으며

까마득한 절벽 위를 한참이나 달린다.

 

콧노래가 나올 만 한 아름다운 경관인데

달리는 짐칸에선 아찔한 기분 뿐이다

 

어 휴. 아찔하고 먼 절벽길

어 휴. 100메타가 훨씬 넘는 절벽이란다.

 

이 아찔한 시오리 절벽길을

어찌 걸어간다 말하였을까.

 

새삼 달려와 차를 태워준

둥구 임사장의 고마움을 읊조린다.

 

섬둥반도 있는 항리마을 고갯마루다.

예서부터 항리 마을이란다.

이제 걸어 내려가는 게 좋겠단다.

 

내림 목이라 짐칸이 뒤집히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왼쪽은 길게 꾸불꾸불한 섬둥반도 길이고

오른쪽 건너편 하얀 길은 독실산 밑

성인봉 지나 백년등대 가는 길이란다

 

섬둥 반도로 내려가는 길

소 두 마리가 송아지 데리고 풀 뜯으며

 

황로 새 서너 마리는 소 등을 타기도

작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기도 하는 것이

 

황로 새와 소는

서로 좋아하는 오래 된 친구같아 보인다 

 

우리는 온통 절벽뿐인 아름다움을 보며

갈지자로 또 갈지자로 내려간다.

 

섬둥반도 동내라고 하나

다희네 집 섬누리 집 그리고 두세 채 집들 뿐인

동떨어진 외딴 섬마을이 분명하다.

 

국흘도의 작은 섬들도 보이고 

바닷물도 맑고 깨끗하며

 

독실산이 가려줘 바람도 없고

아늑하니 참 좋은 곳으로 보인다

 

왼쪽으로는 섬둥반도가

절벽을 자랑하며 길게 늘어서있고

오른쪽으로는 백년등대 쪽 절벽이

길게 늘어서서 아름다움으로 손짓한다.

 

섬누리 집은 문이 잠겨있다.

밑으로 계단 타고 내려가

 

배 묶어두는 큼직한 콘크리트 바닥에 서서

낚싯대 드리워 몇 시간째

큼지막한 물고기를 기다린다.

 

배 끌어올리는 펑퍼짐하고 넓은 콘크리트 바닥은

낚시하며 쉬기도 참 편안한 자리이다

 

그래 좀 쉬어보자.

우리가 태평하게 쉬니 물고기도 쉬는지

한 마리도 안 잡히며 졸음만 온다.

 

안 되겠다.

낛시대와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데

섬누리 집은 역시 문이 잠겨있다

 

올라와 어정거리며 다희네 집으로 갔다

다희네 집은 민박을 하는 본채와

새로이 예쁘게 지은 식당 건물이 있다

 

식당 안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부지런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것 같다

 

다희네 집 마당에서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대여섯 분이

부지런히 열기를 다듬고 있다

 

열기의 크기는 손바닥만 한 것이

붉은 세로 줄이 여러가닥 선명하며

전어 보다는 좀 크다.

 

할아버지는 커다란 통에 물을 넘치게 부으며

열기를 가득 넣었다 씻어 건져 올려

할머니들 앞으로 쏟아놓는데

언제 다 다듬을까 걱정이 된다.

 

점심을 부탁하니 우리를 처다보다가

준비가 안 되어 안 된단다고 한다

 

우리는 언덕배기에 올라와

씽씽 부는 갯바람을 맞으며

길고 긴 섬둥반도를 바라보았다

 

분명 바위산인데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

온통 초록색으로 아득하니 너무 아름답다

 

다희네 집 섬누리 집 그 뒤로 그 위로

사람들이 많이 살 때 있었던 초등학교가

폐교된 지 오래되어 몰골만 서있다.

 

그러나 그위로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영화 촬영이나 1박2일 코스로 여러 번

방송을 타기도 하여 널리 알려진 곳이란다.

 

왼쪽으로는 엄청난 절벽 밑으로

수없는 계단이 까마득한 내림막이다

 

왜 그리 많은 계단이 있을까

세어보거나 내려가기엔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다시 돌아와 섬누리 집으로 가본다

텔레비전에 여러 번 나온 주인 박 사장님이

나이 드신 기술자 한분과 물탱크 발브를

교체하며 처음 온 우리를 쳐다본다

 

그걸 고치느라 집에 문을 잠그고

물탱크 발브만 고치고 있으니

점심 식사를 부탁하기가 난감하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고집 피우며 거문도로 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여기가 어디 쯤인데 잘 잡히는 곳이 어디냐.

물어보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 계단 많은 곳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알겠 어.

우리는 할 수 없이 그 많은 계단을 내려간다.

 

거문도로 간 그 친구는 정년퇴직하여

위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가족들이 울며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수술 받고 죽느니 살만큼 살다 죽겠다며

친구 따라 갯바위 낚시 따라다니며

이제는 아주 건강해 졌다고 말한다.

 

그 친구는 우리 쪽은 관광 팀이라

갯바위 낚시 전문팀과 거문도로 가버린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루 엄마가 걱정한데로

점심을 굶게 생겼다.

 

다희네 집에 다시 가니

그 많은 열기를 다 다듬고

점심식사까지 끝나는 판이다

 

우리 중에 걸쭉한 친구가

사람 사는 곳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굶겨 보내서 되겠습니까. 라고 말을 하니

 

할아버지가 그건 그렇다고 대답하며

할머니 들을 쳐다보신다.

 

주인인 듯 한 할머니가

어느 집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둥구 횟집에서 왔다하니

임 사장이 우리 아들 친구라 하며

찬 준비가 안 되어 걱정이라 말한다.

  

마당에서 서성거리니 식사하라고 한다.

있는 반찬이라며 이것저것 다 꺼내주어도

몇가지 않되는데

 

할머니는 뜨거운 냄비를 가져와 뚜껑을 연다.

조금 전에 다듬은 열기가 냄비 안에서

조림이 되어 모락모락 가득 가득 피어오른다

 

냄새부터 구수하다

밥이나 반찬보다 더욱이 열기의 맛은 일품이다

 

깻잎을 깔고 열기를 얹었는데

왜그리 맛이 좋을까.

음식 솜씨가 대단한 할머니이신가 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맛있는 점심은 처음이라며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린 힘듦보다도

열기 찜 맛으로 이야기를 채운다.

 

잘 먹은 점심으로 다리와 허리에 힘을 주고

수많은 계단이 내리꽂혀 있는 절벽을 내려간다.

 

우리는 역시 민물 낚시꾼이라

바다낚시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여럿이서 한 마리도 못 잡고 서성데니

보기가 안 되었는지

갯바위 낚시꾼이 농어 한 마리를 가져가라 한다.

 

우리는 기뻐 큼직한 농어 한 마리 들고

우리가 잡은 양 돌려가며 사진을 찍고

카톡으로 침이 마르게 문자를 날린다.

 

큼직한 농어 한 마리를 들고 

의기 양양하게 둥구 횟집으로 돌아온다.

 

가거도 선창을 지나는데

허 이거 왠일이야.

숭어가 떼로 몰려다닌다.

 

옳지 됐구나.

우리는 커다란 숭어를 건져 올렸다

 

우리는 낛시대 들고 즐겁다

이제야 손맛을 느껴보니 즐겁다.

 

나루 엄마와 조금 나이 많은

상냥한 미인형 여인이 우리를 반겨준다

 

바람센 갯바람 맞으며

그 많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한 우리를

그래도 반겨주는 사람이 있어 좋았다

 

큼직한 농어 한 마리

통통하고 큰 숭어 한 마리를 들고

들어오니 이상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이 숭어를 어쩌지요.

회를 떠 주세요.

 

이 숭어도 회를 뜹니까.

나루 엄마는 이상한 눈빛으로 우리를 본다.

 

우리는 이상히 쳐다보는 나루엄마의

눈빛도 헤아리지 못하며

역시 숭어는 씹는 맛이 좋다며 열심히 먹었다.

 

큰 농어와 커다란 숭어 한마리가 순식간에

뚝딱 혀를 타고 배안으로 들어갔다.

 

개펄이 없는 가거도 에는

항구 안에 숭어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이곳 사람들은 배가 흘리는 기름 먹고 산다고

숭어는 고기 취급을 안 한단다.

그러니 이놈이 심심해서 잡혀준 거다.

 

소화도 시킬겸 일어선다.

장군봉 지나 똥개 섬 사이

검은 몽돌 짝지 밭으로 구경나간다

 

해가 질 무렵 돌아오니

넓은 식탁에 저녁 상을 가득히 차려놨다

 

가거도 곰취. 참나물. 산나물들

그리고 거북손 홍합 따개비 농어찜 우럭찜 도

우럭을 넣고 곰국처럼 얼큰 시원한 돌 미역국

 

나루엄마 손맛에 하루 피로가 확 도망간다.

그리고 기분도 너무 좋다

 

서울에 올라와 집사람에게 자랑하며

그 맛있는 우럭 찜과 열기 찜을 만들었다

 

참 맛있게 보인다.

아내의 음식 솜씨는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간 헤어져 있었던 회포를 풀자며

소주 한잔씩 따루어 짜장 부딪쳤다

 

젓가락으로 맛있는 열기 살코기를 입에 넣었다

같은 맛인데 뭔가 부족한 것 같다

아내는 내 눈치를 살핀다.

 

여 보 양념이 하나 빠진 거 아냐

아닌데. 넣을 건 더 넣었는데

우리는 다시 먹어본다.

 

한참 생각하던 아내는 힘을 주어 말한다.

바닷가에서 먹으면 바닷바람도 불고

멀고먼 섬이라는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그래 바닷바람-갯바람-갯냄새 -섬의 분위기

그래 맞아 갯바람 속엔 갯냄새가 있지

그래 갯바람 갯냄새가 빠진 거야

 

우리는 합의했다

나루엄마 한 테 부탁하여

갯바람 갯냄새를 택배로 보내달라고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이번에 가거도에 가면

큰 비닐봉지를 가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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