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사랑하는 '달뜬목'

서 휴 2012. 6. 25. 10:57

사랑하는 달뜬목

서 휴

 

 

가거도는 흑산도에서도 두 시간을 더 가는 외로운 섬이며

온통 절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섬에 639메타의 큰 산

독실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거도에는 초등학교가 둘이며 하나의 중학교가 있었으나

지금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쳐 29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어릴적 그리움이 사랑이었을까요.

 

달뜬 목(1)

 

발갛게 웃음 지으며 해님이 돌아가자

서서히 밤하늘의 문이 열리며

조용히 미소하는 달님이 다가온다.

 

맑은 구름이 한곳에 비켜서서 가고

별들이 하나둘 모여 달을 감싸 하늘이 가득하다

 

바라보는 마음 하늘 닿으니

달님과 별님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겨울 지난 듯 봄인 듯

쌀쌀한 듯 호젓한 듯

달을 보며 별을 보며

 

봄날의 꽃처럼

달 속의 별과 함께 그리움이 보인다.

너와 나의 얼굴이 보인다.

 

뛰어놀던 달뜬목 짝지밭 도팍 들

파도 소리가 철썩이며 옛 추억을 두들겨준다

나는 고개 들어 달님과 별님을 바라본다.

 

어릴 적 너와 나의 사랑이었다.

말을 하고픈 너의 모습이 그리운 모습이 되어

아름다운 마음으로 다가온다

 

어릴 적 마음이

옛 첫사랑이었나 생각하게 한다.

 

맑아지는 마음

밝은 웃음

고개 들어 달님과 별님을 보며 미소한다.

 

사랑을 보게 하는 달님이다

고마운 달님이다

 

너와 나의 달님이다

그리움의 달님이다

 

 

달뜬 목 (2)

 

우뚝 선 독실산 봉우리

안개에 덮여있는 듯 구름에 가려

 

가거도의 아름다움을 숨기 며도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님

 

달뜬목 언저리에 후박나무숲이 우거지고

그 숲 위에 덩그마니 솟은 달뜬목

 

달빛이 떠오르는 저 밑으로

우이군도 맹골군도 독거군도 외모군도 보길도 추자도

오른 켠 으로 제주도

 

까맣게 보이지도 않으며

그러다 다 보이게 하며

달뜬목은 동네 사람들을 불러 들였어

 

달은 항상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모이게 한다.

 

그래 동내 사람들이

옛날에는 달을 보며 많은 이야길 했었지

 

풍어를 기원하며

가족의 행운을 빌며

그리고 사랑을 빌며

 

웅성이고 떠들며 노랠 불렀지

달님의 노래를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는

달님에게 우리는 많은 이야길 했었어.

 

너와 나도 말을 했겠지

소원을 말했겠지

 

그저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여 달라고

그래 나는 그렇게 빌었어.

 

어린우리는 사랑의 소원이 있었을까

사랑하는 소원 말이야

사랑의 소원이 있었을까

 

나는 지금 그때의 달뜬목에 서서

달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어릴 적 스쳐 지나가는

애틋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너와나의 사랑이 그리움이 되어

너의 얼굴을 바라본다.

 

달뜬목의 달은 유난히 밝다

너의 얼굴처럼 아름다운 달이다

 

 

달뜬 목 (3)

 

어릴 때도 나이 들어서도 달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맑아 지기도하고

 

그리움이나 소원을 생각하며 빌기도 하지

그래서 달뜬목은 아름다웠나 봐

 

독실산 밑자락

가거항리 위 달뜬목

 

가거도의 달은

많은 별들과 함께 밝게 빛나며

우리의 하고픈 말을 들으려는 듯

따스한 마음으로 살며시 웃는 것 같아

 

우리가 달을 보며

얼굴을 마주보며 방긋이 웃었지

달처럼 별처럼

 

그래 맞아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이 웃고 있는 거야

 

달뜬목 아래 장군봉과 똥개섬 사이

짝지밭의 도팍들을 만지며

 

바닷물에 던지며

깔깔대고 웃었어.

 

까맣게 탄 얼굴을 마주보며

도팍을 들고 소라를 깨며

웃음이 떠나질 않았지

 

파도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노래하고 떠들고 장난질하고

 

어느 날 너는 살며시 사진을 주었어.

나도 주었지

 

그래 맞아 그것이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이었어.

아름다운 사랑이 되었지

 

달빛아래 꺼내어 지금 보고 있어

내 마음속의 얼굴을 보고 있어

 

너와 나의 순진한 얼굴을 보고 있어

아름다운 얼굴이야

달처럼 별처럼

 

 

달뜬 목 (4)

 

이곳저곳 무리지어

별들이 이야기하듯

 

우리도 마주하며

이곳저곳 친구들과 떠들며

이야기 나누며 즐거워 웃곤 하였지

 

우리는 사랑을 하였어.

우리만 아는 사랑을

눈에 띄지 않는 마음만의 사랑을

 

그렇게 하다 우리는 떠났지

가거도 고향을 떠났어

 

네가 떠나든 날

너는 나를 보며 이슬이 맺혔었어.

 

손을 잡지도 못하고

너를 보며 가슴이 울렁거렸어

 

달뜬목으로 뛰어 오르며

떠나는 배를 한참 바라보다

 

짝지밭을 바라보다

까만 도팍을 너에게 건네주던

그리움을 생각했었어.

 

그래 우리는 사랑을 했었어.

그래 우리는 사랑을 몰랐어.

 

네 모습을 그리다 나도 떠났지

고향 가거도를

 

어머님의 사랑하는 눈물을 보며 나도 울었어.

배는 녹섬을 지나 돌면서

멀리까지 손 흔드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가거항을 바라보다 달뜬목에 눈길이 갔었어.

너의 모습이 나를 보고 있었어

 

어머님의 모습을 멀리하면서

왜 나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았을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래 맞아

어릴 적 우리의 사랑을 보고 있었나봐

 

 

달뜬 목(5)

 

가거항을 나오자 녹섬을 지나

밭멘으로 가다가 배는 돌면서

 

똥개섬 앞 큰 납닥여 옆으로 지나가며

가거항 을 바라보았지

 

어머님은 장군봉에 오르시어

가냘 피 서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어.

 

나는 어머님을 보자 눈물이 흘렀어.

떠남이 뭔지도 모르는 나는

 

곁의 사람들로 소리 내어 울진 못했으나

주르륵 눈물이 흘렀어.

 

언제까지나 어머님은 나를 보며

눈물을 닦고 있겠지

손을 흔들고 있겠지

 

그 모습 어머님의 그 모습은

평생 가슴에 살아 지금도 손을 흔들고 있어

 

바다 물결은 똥개섬을 때리며

하얀 포말이 일고

 

길게 늘어선 파도들이

우리가 놀던 짝지밭으로 밀려가고 있었어

 

배는 가고 있었어.

똥개섬 앞을 지나 큰 납덕여를 지나고

 

절벽을 바라보며

절벽위의 달뜬 목에 눈길이 갔었어.

 

너를 마지막 보는 양

뛰어오르든 나의 모습을 보았어.

 

그래 달뜬 목은 후박 숲에 가려 바다를 보긴 힘드나

고개를 들어 달님을 보는 곳이었어

 

고개를 들어 달님을 보듯

보이지 않는 소원을 빌듯

나의 사랑도 마음으로 보는 곳이었나 봐

 

배는 가고 있었어.

남문을 지나 작은 등대를 바라보고

 

거북바위를 지나

고래 물품는 곳을 지나

까마득한 절벽 위 해뜰 목을 바라보며

 

내려다 볼 때 도 까마득하였는데

해뜰 목이 저리도 높은 절벽이었나.

 

새삼스레 한 번 더 보며

가거도는 점점 멀리가고 있었어.

 

물안개가 뿌옇게 가거도를 감싸며

가거도는 점점 멀리가고 있었어.

 

 

달뜬 목(6)

달뜬 목(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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