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찾아간 갯바위

서 휴 2012. 6. 29. 16:08

찾아간 갯바위

서 휴

 

작은 항구

귀한 삼치 회를 앞에 놓고

젓가락으로 집어 아내를 바라봅니다

 

입에서 녹는 부드러운 맛을 삼키며

살며시 이슬이 맺입니다

아내는 내 곁에 없습니다

 

나는 일어 섯습니다

아내의 고향을 향하여 배에 오르고 있습니다

 

옛날의 그 갯바위

어께를 기대어 노래하던 갯바위에 홀로앉아

푸른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먼발치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듯한 환상에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비 한 마리 날고 있습니다

또 한 마리 나비가 날아와

당신의 함박웃음으로 나를 보듯

아래위로 흘터 보며 내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작은 게들이 곰실대는 갯바위

오고가는 물결은 나를 맞이하건만

나비 두 마리 아기자기한 춤만 추고 있습니다

 

같이 손잡고 거닐던 갯돌 밭에서

당신이 즐겨 부르던 노랫소리가 간간히 들려옵니다.

 

저만치 수평선위에서 방긋이 웃으며 뛰어올 듯

바라보는 나의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나비는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며

파도는 당신의 노래를 멈추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먼 길을 달려 이렇게 외로운 몸이 되어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나비가 되어 내 곁을 맴돌지 말고

항상 하듯 살며시 웃으며 나를 반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나비가 되어

그대와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웃고 속삭이며

어디든 같이 날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어서면 일어서는 데로

앉으면 앉는 데로

나비는 아래위로 나를 따라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비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당신은 빙그레 웃으며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열기가 느껴지는 따사함이 나를 안고 있으며

당신의 체온이 나에게 와있는 듯 마음이 평온합니다.

 

당신의 손길이 나를 일으켜 세우질 않습니다

나는 주저앉아 당신의 손을 잡고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그래도 못내 가고 싶었던 당신의 고향

그리고 갯바위

앉았다 가는 길은 당신을 만나고 가는 양 마음이 가볍습니다

 

나는 배를 타고

쉬엄쉬엄 더 먼 곳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 쓰고 있는 '가거도의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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