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일품요리

서 휴 2013. 12. 23. 22:23

       일품요리

       서 휴

 

 

왜 이리 하늘은 푸르며 맑기만 한지 

한겨울 바람 조용한 날

통일동산 옆 임진강 변

 

건강한 그림자가 자전거를 받쳐 잡고

그 좋은 청동오리 보고 만 계시네.

 

색깔도 예쁜 것 들이 

살이 껴 포동포동한 청동오리 들

예쁘게 많이 모여 노는 청동오리 들

 

조놈들 잡아다가 가마솥에 

생강, 통마늘, 대파, 무, 양념을 넣고

 

삼발이나 나무 걸개를 올려놓고

그 위에 조놈 들을 올려놓고

 

왕소금을 확

아니, 조금 뿌려 간을 맞추고

 

지긋한 불을 한동안 때면

부글부글 끓으며 기름이 쭉 빠져

쫄깃쫄깃한 고기만 남겠지요.

 

뜨거우니 좀 식히어

젓가락으로 집기 좋게

 

연필 두께보다 더 굵게

손가락 두 마디보다 좀 길게

 

썰어 큰 접시에 올려놓고

친한 벗님네 불러 술안주 하면

쫄깃한 것이 맛도 좋아

 

밤새 마셔도 얼큰해지면서도

과하게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아 맏다. 이걸

일품요리라 하는 모양이다.

 

청동오리는 잡으면 안 되는데

술꾼은 안주로 보이나 봐요

 

아 하 아쉽다 아쉬워

안 잡을 거면 보지나 말지

 

자전거 받혀놓고 보고만계시다니

저 오리가 그림의 떡인가 봐요.

 

집에 돌아가 혼자 술 한 잔 하다 보면

저 청동오리 일품요리 생각날 텐데

 

저 청동오리가 그림의 떡인가 

집 오리는 안중에도 없으니

 

쯧쯧, 청동오리가 웃을라

집오리도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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