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요리
서 휴
왜 이리 하늘은 푸르며 맑기만 한지
한겨울 바람 조용한 날
통일동산 옆 임진강 변
건강한 그림자가 자전거를 받쳐 잡고
그 좋은 청동오리 보고 만 계시네.
색깔도 예쁜 것 들이
살이 껴 포동포동한 청동오리 들
예쁘게 많이 모여 노는 청동오리 들
조놈들 잡아다가 가마솥에
생강, 통마늘, 대파, 무, 양념을 넣고
삼발이나 나무 걸개를 올려놓고
그 위에 조놈 들을 올려놓고
왕소금을 확
아니, 조금 뿌려 간을 맞추고
지긋한 불을 한동안 때면
부글부글 끓으며 기름이 쭉 빠져
쫄깃쫄깃한 고기만 남겠지요.
뜨거우니 좀 식히어
젓가락으로 집기 좋게
연필 두께보다 더 굵게
손가락 두 마디보다 좀 길게
썰어 큰 접시에 올려놓고
친한 벗님네 불러 술안주 하면
쫄깃한 것이 맛도 좋아
밤새 마셔도 얼큰해지면서도
과하게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아 맏다. 이걸
일품요리라 하는 모양이다.
청동오리는 잡으면 안 되는데
술꾼은 안주로 보이나 봐요
아 하 아쉽다 아쉬워
안 잡을 거면 보지나 말지
자전거 받혀놓고 보고만계시다니
저 오리가 그림의 떡인가 봐요.
집에 돌아가 혼자 술 한 잔 하다 보면
저 청동오리 일품요리 생각날 텐데
저 청동오리가 그림의 떡인가
집 오리는 안중에도 없으니
쯧쯧, 청동오리가 웃을라
집오리도 웃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