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를 찾아

길상사를 찾아14. 부전령에서

서 휴 2013. 5. 27. 11:04

길상사 吉祥寺를 찾아

서길수

 

14. 부전령赴戰嶺에서

 

 

서함흥역西咸興驛에서 출발한 협궤열차狹軌列車는 열심히 달려

송흥역松興驛에 도착到着 하였습니다.

송흥역松興驛은 보통普通 일반역一般驛이 아닙니다.

 

경기도 가평加平에 가면 상천리

상천역 뒷편에서 청평호반淸平湖畔 사이에서 제일 높은

큰 호랑이가 큰소리로 운다고 하는

호명산虎鳴山 632m에 양수발전소가 있지요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는 산위 높은 곳에 저수지貯水池를 만들어 놓고

위치가 낮은 산 아래쪽 호수湖水에서 산위 그 저수지로 물을 퍼 올려

이 물을 수직으로 떨어트리며 터빈을 돌려 전기電氣를 생산하지요

 

커다란 양수기揚水機로 땅속으로 물을 퍼 올려 산위 저수지에 담았다가

땅속으로 수직垂直으로 떨어트리니 발전소發電所도 땅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함흥咸興 송흥역松興驛 주변에는 있는 양수발전소는

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비탈을 깎아 내어

가파른 경사면傾斜面에 웅장雄將하게 서있지요

 

왜 그럴까요.

 

해발 1,445m나 되는 부전령赴戰嶺 높은 곳에서

수직굴垂直窟을 파지 않아도 될 만큼

절벽絶壁 같은 급경사면急傾斜面으로 물을 세게 내려 보내

터빈을 돌려 전기電氣를 만들어내게 하지요

공사비工事費도 적게 들면서 효과效果는 큽니다.

 

송흥역松興驛에서 송하역松下驛 사이에 이런 양수발전소가 네 군데나 있어

한군데 양수발전소에서 약 200,000kw가 넘는

많은 발전량發電量을 생산生産 한답니다.

 

백두산白頭山의 개마고원蓋馬高原

함경남북도와 평안남북도, 양강도兩江道, 자강도慈江道 일대에 걸쳐

해발海拔 1,200~1,600미터 사이로 아주 넓은 고원지대高原地帶를 이루며

 

이 개마고원蓋馬高原에서 흐르는 물이 모여

부전호반赴戰湖畔 물은 부전강 수력발전소赴戰江水力發電所를 1930년에

장진호반長津湖畔 물은 장진강 수력발전소長津江水力發電所를 1935년에

 

그리고 황수원 호반黃水院湖畔의 물을 이용하여

허천강 수력발전소虛川江水力發電所를 1941년도에 모두 완공합니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16개의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가 만들어 지며

그 전기로

그 당시

 

동양東洋에서 제일 크다는 흥남공업단지興南工業團地를 가동稼動시키며

함경도咸鏡道 강원도江原道 평안도平安道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였지요.

 

왜 부전령赴戰嶺 에는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 만 있을까요

백두산에서 많이 내려오는 물이 함경산맥咸鏡山脈에 막히고

부전령산맥赴戰嶺山脈으로 넘어올 수 없으며

 

발전소發電所를 만들 수 있는 큰 호수湖水나 큰 강이 없다보니

부전령 높은 산맥山脈을 잘 이용하여 양수발전소를 건설建設한 것이지요.

 

송흥역松興驛에서 내려 백암산白巖山 자락을 한참 돌며 송하역松下驛 쪽으로

양수발전소인 부전강수력발전소가 산비탈에 네 군데나 웅장하게 서 있으니

그 당시로썬 참 신기神技하며 과학적科學的인 볼거리가 되는 곳입니다.

 

우리가 구경 가는 청평淸平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 보다

그 높은 부전령赴戰嶺에 서서 자연경관自然景觀까지 바라볼 수 있으니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송흥松興 이라는 마을은 양수발전소를 관리 운영하는 마을답게

일본인들이 많이 살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살아 큰 동내를 이룹니다.

 

일본인日本人 소학교小學校가 우리의 서당書堂과 나란히 있고

백화점百貨店도 극장劇場도 있는 작은 도시都市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日本人 소학교小學校에 들어가지 못하는

우리 어린이들은

사는 곳에서 이 십리 길을 힘들게 멀리 걸어가

경흥소학교慶興小學校에 다녀야 했습니다.

 

송흥역松興驛에서는

다음역인 천구암역千狗菴驛과 백암산역白巖山驛

그리고 부전령역赴戰嶺驛에서 인클라인incline이라고 하는

강삭철도綱索鐵道를 준비準備할 시간을 주는 것 같습니다

 

부전령赴戰嶺을 올라 갈 때에는

천구암역千狗菴驛과 백암산역白巖山驛

 

넘어 내려 갈 때에는

백암산역白巖山驛과 부전령역赴戰嶺驛

서로서로 합동작전合同作戰을 폅니다.

 

송흥역松興驛에서 또 타고 가파른 산비탈을 기다시피 오르며

옛날에는 이리떼가 많아

사람을 잡아먹어 무섭다는 천구암역 千狗菴驛에 도착합니다.

 

천구암역千狗菴驛은 마을이 없으며

강삭철도綱索鐵道를 위한 역으로 써

 

해발 1,075m에서 백암산역白巖山驛 해발1,445m 까지

수직垂直높이 370m를 급경사면急傾斜面 약 800m 철길을

강삭철도綱索鐵道를 이용利用하여 올라가야한답니다.

 

기차汽車체인을 걸고 메느라 한참이 걸립니다.

이 육중한 열차列車를 끌어 올리려니

열차의 앞부분에 여러 가닥을 걸며 옆으로도 단단하게 묶습니다.

안전安全 점검點檢도 꼼꼼히 하고

 

眞香白石을 보며 보자기로 싼 상자箱子를 열어

찐 계란과 작은 술병과 먹을거리들을 내놓습니다.

작고 아래가 넓은 유리병을 여니 먹음직한 향기香氣가 가득 나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출출하던 차에 白石은 침을 꼴깍 삼킵니다.

 

백두산 불로초를 자셔볼래요

어디

꿀에 재운 백두산白頭山 불로초不老草를 입에 넣어주니

 

이거 버섯이잖아요

이곳 사람들은 백두산 불로초라 불러요

 

썩은 이깔나무에서 7-8월에 돋아나는 백두산白頭山 불로초不老草

약용藥用버섯으로 귀하여 구하기가 힘든 다고 한다.

白石은 입에 넣고 꼭꼭 씹는다.

 

이건 백두산 들쭉술 이예요

한잔만 드셔야 해요

신창新昌 운단 도 맛을 보세요.

 

참 성게알과 말 성게 알을 쇠주와 소금으로 잘 절인

함경남도 신창군新昌郡에서 나오는 신창운단은 젓갈류이나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너무 향기香氣로워

앞뒤옆 좌석座席에서 흘끔흘끔 쳐다봅니다.

 

眞香은 부스럭부스럭 하며 조그마한 작은 병을 내놓는다.

이건 뭐지요

랑림만삼 이예요

낭림만삼 이라고요

 

백두산白頭山 마천령산맥摩天嶺山脈에서 나오는 만삼蔓蔘도 좋지만

낭림산맥狼林山脈의 만삼蔓蔘

이름 있는 약초藥草로 더 효능效能이 좋다고 한다.

 

잎은 달걀처럼 둥글면서 거친 톱니가 나있고 줄기는 2-3m의 덩굴로 뻗어나가

한참 더운 7-8월에 초롱처럼 종처럼 생긴 자줏빛 꽃을 피운다.

 

만삼蔓蔘은 뿌리가 굵고 크며 기혈부족 현기증 병후쇠약 피로회복 등에

약효藥效가 높아 보약재補藥劑로 쓰이며

엿으로 달여 먹기도 하고 가루 내여 꿀과 섞어서 보약補藥으로 먹는다.

 

眞香은 한 숟갈 떠서 白石이 입을 벌리게 만든다.

그리고 자기도 열심히 먹는다.

높고 위험한 산을 오르려니 현기증眩氣症이 날까봐

미리 만삼蔓蔘을 먹어두는 것 같다.

 

아니 어떻게

이 좋은걸 다 준비하였지요.

 

우리 집 아마이 선생님하고 같이 간다니

싸 준거예요.

선생님한테 잘 해드리래요

 

무슨 재미나는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어가며

찐 계란이며 인절미 떡도 신창운단도 과일도 들쭉술을 곁들여 동이 난다.

 

열차에 오르십시오.

이제부터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합니다.

서 있으면 위험합니다.

 

위험성危險性 때문에 경고방송警告放送이 몇 번이나 나옵니다.

승객乘客들은 긴장緊張합니다.

 

기차汽車가 서서히 출발出發하면서 점점 몸이 뒤로 젖혀집니다.

조금 더 가면서 이제는 몸이 완전히 뒤로 넘어가니

모두들 얼굴이 파래집니다.

 

지금까지 몇 시간을 달려온 길도 산비탈이라 지쳐있는데

까마득히 높은 구간區間을 점점 올라가니 현기증眩氣症이 나는 듯하다

 

眞香白石의 팔을 꽉 붙잡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白石眞香을 안아주며

괜찮아요. 설마 밧줄이 끊어지겠어요.

白石도 조금은 겁이 난다.

 

요즘 아이들처럼 바이킹이나 청룡열차靑龍列車를 타보았으면

창밖을 내다보며

처음 보는 아름다운 경관景觀을 감상鑑賞하느라 시끄러울 터인데

 

모두다 혹여 밧줄인 체인이 끊어지면 어쩔까

산골짜기로 뛰어 내릴 수나 있을까

어이구하는 공포恐怖에 싸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40여분을 상자 같은 기차 안에 가두어 끌고 가더니

힘들여 백암산역白巖山驛에 도착到着 합니다.

승객乘客들은 휴- 한숨을 내쉬며 내립니다.

 

眞香은 멀미가 났는지 얼굴이 창백蒼白해 보입니다.

眞香은 얼른 가 물 한잔을 마시고 白石에게 권합니다.

白石眞香의 손을 잡고 조금 높은 쉼터로 올라갑니다.

 

백암산은 높이가 1,741m나 된데요

저 백역산白亦山은 높이가 1,856m 라

 

참 높기도 하네요.

한번 올라가볼까요

아서요

 

늦가을 찬바람이 모자帽子를 날리려고 한다.

이렇게 바람이 세니 황초령黃草嶺은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다는 말이 맡는 것 같다.

 

그러나 부전령赴戰嶺은 끝 무렵이라고 하나

단풍丹楓으로 물든 자연경관自然景觀이 너무나 아름답다.

 

깎아지른 듯 절벽 밑으로 열차를 타고 지나갔던 동내들이

성천강城川江을 따라 그림처럼 보이며

끝없이 펼쳐지는 함흥평야咸興平野와 동해東海의 푸른 물이

안개구름 너머로 구름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좀 더 걸으며 반대편反對便 으로 간다.

이쪽은 정반대正反對로 부전령이 천천히 내려가며

부전호반赴戰湖畔을 보여주고

 

젓나무.·잣나무. 이깔나무·분비나무 등 한대성식물寒帶性植物

참나무·피나무. 신갈나무·단풍나무 등

활엽수림闊葉樹林이 원시림原始林을 이루고 있는

 

부전고원赴戰高原

고운 물감을 칠한 거 마냥 너무나 아름답다.

가을 단풍丹楓은 이곳에 와 즐겨야할 것 같다

 

우리가 오길 잘했나 봐요

그래요 이런 광경은 처음 봐요

 

둘이는 손을 잡고 넋을 잃은 양 바라만 본다.

白石眞香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전령赴戰嶺은 너무 험하여 잘 다닐 수가 없어

발해인渤海人들이 이곳을 다닐 때는

주로 황초령黃草嶺으로 넘어 다녔지요

 

신라新羅 진흥왕眞興王이 이곳을 차지하여

황초령黃草嶺에 진흥왕 순수비眞興王巡狩碑를 세워놓았는데

너무 험한 곳이라

역사적歷史的으로 애환哀歡이 참 많이 숨겨져 있지요

 

이처럼 산이 높고 험하기도 하며 숲이 울창鬱鬯하니

곰도 돌아다니고 이리떼는 사람을 잡아먹으며

 

호랑이도 어흥.

眞香은 어흥 소리에 깜짝 놀라며 깔깔 웃습니다.

白石도 웃으며 眞香을 꼬옥 끌어안습니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백암산역白巖山驛을 출발한 기차汽車

체인에 매달린 채 천천히 내려갑니다.

사람들은 올라온 경험經驗에 표정表情들이 많이 밝아져 있습니다.

 

부전령역赴戰嶺驛에서 체인을 정리整理하고 이제는 홀로 내달립니다.

신동新洞을 지나 함지원咸地院에 도착到着 한다.

 

부전령赴戰嶺을 내려가며 처음으로 만나는 마을인 것 같다.

함지원咸地院은 옛날 원님이 계셨던 곳이라 면소재지所在地 이리라

 

白石은 이곳에서 내릴까 하다가 기왕에 내친걸음이라며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부전赴戰 도안道安을 지나 드디어 종점終點인 부전호반역赴戰湖畔驛에 도착한다.

 

 

15. 부전호반赴戰湖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