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의 봄맞이
서길수
가거도 여신女神의 사랑
아름다운 여신女神은
해국海菊 꽃이 들어있는 베개와 이불을 내어주어
해국海菊의 짙은 향香이 온몸에 베도록
군불을 올려 방房을 따뜻하게 한다
머리맡에 앉아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詩를 읊고 조용히 노래를 불러준다
잠이든 젊은 신선神仙의 맑은 얼굴을 바라보며
홀로 있던 외로움에서 벗어나
비어있던 가슴이 사랑으로 채워지는 양
진정眞情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른 아침 하늘공원을 넘어
굴섬과 큰넙덕여 오동여 사이에 있는 짝지밭
소퉁의 작은 샘 약수藥水터로 간다
동이 트는 햇빛이 소퉁을 지나
아름다운 여신女神의 집에 찾아오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젊은 신선神仙에게
소퉁에서 길어온 맑은 약수藥水를 마시게 하며
하얀 쟁반에 하얀 보자기를 깔고
국화菊花꽃이 피어있는 향차香茶와
국화전菊花煎을 올려 아침 식사를 함께한다
해가 올라와 사방四方을 환하게 비추면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후박나무 숲속을 손을 잡고 둘이 걷는다.
파란풀이 돋아나고
나무들의 새순이 제가끔 색깔을 머금어
봄을 맞이하는 가거도
애기 솜털마냥 보송보송한 노란 참식나무 새순도 올라오고
돈나무 다정큼나무 천리향나무 귀여운 새순이 고개를 내밀며
동백꽃은 만발하여 꽃향기 가득한 가거도의 봄을 준비한다.
정겹게 들리는 파도소리
싱그러운 바람도 불어오고
후박나무 숲길을 걷다가 큰 바위에 기대기도하며
샛갓재를 지나 절벽 위를 걸으며
물안개와 더불어 바다위에 떠 있는
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누에머리섬 신여 검은여 작은여
아름다운 섬들을 그윽이 바라보기도 한다
다시茶時에 맞추어
다담茶談을 나누며 즐겁게 웃는다.
젊은 신선神仙은
조용하면서도 은은隱隱하게 정성精誠을 다하는
아름다운 여신女神의 모습을 보며
자기를 사랑하고 있으며
자기 또한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거도의 아름다운 여신女神은
젊은 신선神仙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손을 잡고 신선봉神仙峰에 오른다.
가거도의 따뜻한 봄바람이
두 신선神仙의 옷자락을 날린다.
******** '가거도의 전설' 해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