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사랑

가거도의 샛갓재

서 휴 2012. 9. 26. 12:15

가거도 샛갓재

서길수

 

 

목포 앞 신안군 흑산도에서도

두 시간이나 더 가야하는 가거도

 

이른 아침 가거도 항구 앞

대리마을둥구 횟집

가벼운 배낭 메고 길을 나선다.

 

장마 오기 전 유월 초하루

바다는 알맞게 파도치며 반겨주고 있다

 

가거도 항구 윗길 따라

나는 걸음을 시작한다.

 

초가지붕 밑 작은 짜투리

수줍은 듯 붉은 머리 내밀고

양파가 예 있소 하고 바시시 웃는다.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이다

가거도 항구의 몇몇 가구

갯바위 낚시꾼들 출항채비 바쁘다

 

마을 길 따라 걸으며

샛갓재에 들어선다.

 

누가 말했던가.

울창한 숲길 헤집고 사잇길로 간다고 샛갓재

 

또는 샛갯재

어느 이름으로 불러야할지 헷갈린다.

 

온통 숲속이라 가파르게 꾸불꾸불

지금도 어기적 걸음으로 오르고 있다

 

그렇게 빨리 가면 숨찬 다고

삿갓 쓰고 산과 푸른 바다 바라보며

천천히 가야하듯 삿갓재라고

 

나는 간다

후박나무와 예덕나무가 무리지어 양편에 서있는 길을

나는 걷는다

 

샛갓재를 오르고 있다

샛갯재를 오르고 있다

삿갓재를 오르고 있다 같은 길이다

 

꾸불꾸불한 고갯마루를 가는데

왼쪽 켠의 회룡산 입구가 손짓하며 들어와 보라한다

 

회룡 산가거도의 상징이 되어

우뚝 서서 널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멀리까지 어부들을 불러들인다.

 

용의 꿈틀거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멀리에서 보이게 한다

 

믿음직한 용이 선녀를 사랑하다

돌아가지 못하고 바위산으로 변하여 회룡산이라

 

사랑하던 선녀도 못내 아쉬워

하염없이 눈물 흘리다 선녀 샘 만들고

아직도 흐르는 눈물은 흐르고 있다

 

선녀의 눈물은 어떤 맛일까

손바닥에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어본다

 

맛있다

선녀의 눈물은 왜 맛이 있을까

여인들이 마시면 눈물이 된다던데

 

내려와 셋갓재를 다시 오른다

유월의 산길은 온통 약초로 덥힌 푸른 숲

연푸른 예덕나무 후박나무들이 울창하다

 

샛갓재 올라서면 삼거리 길

가거도의 고갯마루다

 

왼쪽은 아름다운 항리마을

곧바른 길은 백년등대 가는 길

오른쪽 샛길로 독실산 오르는 지름길도 있단다

 

파란불도 빨간불도 신호등도 없으니

어느 길로 가야하나

 

항리마을 시 오리길

천 길 낭떠러지 윗길로

아찔한 기운 받아 흥겨운 노래하며 갈거나

 

섬둥반도 바라보며

국흘도 바라보며

절벽 길 신선봉 지나 백년등대로 춤추며 갈거나

 

하얀 구름 뒤덮인 독실 산

울창한 후박나무숲 울퉁불퉁 바윗길

미끄러운 이끼와 거미줄 거머리와 싸우며 올라갈거나

 

푸른 바다와 양옆의 바위산들이 수풀을 흔들며 부른다.

망설이며 생각한다.

내 인생의 어느 삼거리에서 어느 길을 택하며 살아왔을까

 

그래도 오늘은

아름다운 산길을 바라보고 있다

 

유월 초하루 샛갯재 고갯마루에 서서

어느 길로 가야하나 천천히 휘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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