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95 화. 조돈, 신의를 잃어버리는가.

서 휴 2023. 12. 19. 12:38

 395 조돈, 신의를 잃어버리는가.

 

한편 선멸(先蔑)과 사회(士會)는 사신으로 진(나라에 당도하여

먼저 진양공(晉襄公)의 부음을 전하고공자 옹()을 진()나라의

군주로 세우기 위해 모시러 왔다고 진강공(秦康公)에게 말했다.

 

       공자 옹()을 모셔 가려 한다니 기쁜 일이오

       선군께서 두 번이나 진()의 변란을 평정하셨는데,

 

       과인의 대에 와서도 다시 공자 옹()이 진()

       군주가 된다고 하니이것으로 진()의 군주는

       대대로 우리 진(나라가 세워주게 되었구려

 

       그동안 우리 선군이 붕어하시어 계속

       뒷정리하다 보니 많이 늦어졌소이다.

 

       우서장은 진(나라의 사정을 알아봤소

       주공() 나라의 사신의 말과 같사옵니다.

 

       좋소우서장 백리시(百里視)는 병거 400승으로

       진군(秦軍)을 이끌고 공자 옹()을 호송해

       반드시 진후(秦侯)가 되는 걸 보고 돌아오시오

 

(나라에서는 진목공(秦穆公)이 죽은 뒷정리를 하고 있었으며

또한 진()의 사정을 살피느라 공자 옹()의 출발이 매우 늦어졌다.

 

진양공(晉襄公)의 부인 양영(襄嬴)은 곡옥성(曲沃城)에서 장례를

치른 후 강성(絳城)으로 돌아와서는매일 아침 세자 이고(夷皐)

가슴에 안고 조당에 나와 통곡을 하면서 대부들에게 외쳐댔다.

 

       선군의 적자인 세자 이고(夷皐)

       어찌 버리려고만 하십니까

       여러 대부님 선군의 유언을 받들어주소서

 

어느 날 아침에는 조례가 파하기를 기다려 원수부(元帥府)달려가

조돈(趙盾)을 보자마자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선군께서 임종하시며 세자 이고(夷皐)를 경에게

       맡기면서 마음을 다하여 보좌하라 하셨습니다.

 

       선군께서는 이미 세상을 뜨셨지만당부하신

       말씀은 아직 우리들의 귀에 생생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구해 군주로 세우게 된다면

       장차 세자 이고(夷皐)를 어느 땅으로 보내

       어떻게 살아가게 하려 하십니까

 

       만약 이 아이가 군주의 자리에 앉지 못하면

       우리 모자는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없소

 

말을 마친 양영(襄嬴)이 다시 애절하게 곡을 하기 시작하더니 

멈추지 않았으며이는 강성(絳城)의 부녀자들의 심금(心琴)

울리기 시작하면서백성들 모두가 동정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백성들은 마침내 그 허물이 조돈(趙盾)에게 있다고 원망까지

하자이에 조정의 대부들도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군부인 양영(襄嬴)의 말도 일리가 있소이다

       나라 안에 세자 이고(夷皐)가 번연히 살아 있는데

       먼 진()까지 가서 공자 옹()을 모셔와야 하겠소

 

       (나라는 우리와 싸우고 있는 원수의 나라요

       더구나 사신이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지 않소

 

       아무래도 진(나라가 뭔가를 꾸미는 것 같소이다.

       그냥 세자 이고(夷皐)를 군주로 세웁시다

 

(나라에 있는 공자 옹()이 예정된 날을 넘기며 빨리 오지

않다 보니이제 강성(絳城안의 민심이 엉뚱하게 흘러가게 된다.

 

       민심이 양영(襄嬴)을 동정하게 되자

       조당(朝堂)의 신료들도 민심에 따라가게 되면서

       세자 이고(夷皐)를 옹립하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론이 이렇게 흘러가자조돈(趙盾)과 가까운 사람들이 조심스레

조언하기 시작하자이에 조돈(趙盾)은 평소 과묵하고 생각이 깊은

극결(郤缺)을 만나 충분히 의논하고 난 후에 결심을 정하려고 했다.

 

       극결(郤缺)은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조돈(趙盾), 원수께서는 깊이 생각하십시오.

       원수께선 민심을 버리는 정치를 하여선 안 됩니다

 

       이럴 때 공자 옹()이 귀국하게 된다면

       우리 진(나라는 변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어린 세자를 버리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불러

       우리 군주의 자리에 앉히게 된다면

 

       어린 세자 이고(夷皐)가 장차 성장한 후에는

       반드시 우리나라에 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10년 후를 대비하란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10년 이상 어지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선멸(先蔑)과 사회(士會)가 이미 진()에 이야기하여

       진군(秦軍)이 공자 옹()을 모셔오는 중인데,

       어찌 세자 이고(夷皐)를 군주로 모신단 말이오?

 

       시급히 사람을 진() 나라에 보내시어공자 옹()

       모시고 오는 일을 중지하라고 전해야 할 것입니다. 

       원수님속전속결(速戰速決)로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군위를 먼저 정하고 난 후에

       () 나라에 사자를 보내, 우리 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야 명분이 설 것입니다

 

극결(郤缺)과 의논을 마친 조돈(趙盾)은 곧바로 군신들을 모두

모이게 하여세자 이고(夷皐)를 진()의 군주로 세우자고 말했다.

 

       조정의 대부들은 한결같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이

       모두 찬성하며세자 이고(夷皐)를 군위에 올리기로 했다.

 

이에 조당에 모여든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은 모두 즉위를 축하하며

배례(拜禮) 했다이로써 세자 이고(夷皐) 7살에 진영공(晉靈公)

되었으며진양공(晉襄公)이 죽은 지 꼭 7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이때의 진(나라는 진문공(晉文公)을 보좌한

       망명파 공신들이 국정을 맡으면서, 그들이

       귀족이 되어 권력지분이 급격히 높아져 있었다.

 

       그다음 세대에 이르러 진양공(晉襄公때는 이미

       공신의 후예들이 국정에 관한 결정권을 차지하고,

       급기야 공실을 능가하는 힘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군주 중심에서 귀족 중심으로 바뀌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며

더구나 진영공이 너무 어림으로써특히 재상인 조돈(趙盾)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1인 독재 정치의 성향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주공긴급한 파발(擺撥이옵니다.

       주공진군(秦軍)이 공자 옹()을 호송하고이미

       하하(河下)에 당도하여 하수(河水)를 건너고 있습니다.

 

하하(河下)는 황하(黃河)가 섬서성과 산서성을 가르며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동쪽으로 90도로 꺾이는 하곡부(河曲部)

말하며하하(河下)는 꺾이기 전의 황하 하류 지방을 말한다.

이곳에 섬서성에서 산서성으로 건너는 유명한 나루터가 있었다.

 

       우리가 진(나라에 신의(信義)를 잃었으니

       어떻게 사죄(謝罪해야 물러가게 할 수 있겠소

 

       여러분이 조돈(趙盾)이 말하겠소이다.

       우리가 만약 공자 옹()을 세웠다면

       진군(秦軍)은 우리에게 손님이 되겠으나

 

       이제 우리가 옹() 공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제부터 진군(秦軍)은 적군(敵軍)이 되고 말았소이다

 

       사람을 보내어 감사의 말을 전하며 회군을 요청해도

       그들은 오히려 우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소

       군사를 내어 진군(秦軍)을 무찌를 수밖에 없습니다

       좋소!  진군(秦軍)과 싸울 준비를 합시다

 

       기정보(箕鄭父장수는 도성을 지켜주시오

       나 조돈(趙盾)은 중군 원수가 되겠으니

       선극(先克)은 부수를 맡아주시오

 

       순림보(荀林父)는 부수 없이 혼자 상군을 맡으시오

       하군은 선멸(先篾)이 진()에 사자로 가 있는바

       선도(先都)가 혼자서 지휘하도록 하시오

 

조돈(趙盾)은 진군(晉軍)의 삼군을 정돈하여 출동시키게 되었으며

드디어 근음(菫陰이라는 곳에 당도하자, 진채를 세우게 하였다.

 

       근음(菫陰)은 지금의 산서성(山西省임의현(臨猗縣)에서

       북서쪽으로 30 지점에 있었던 고을 이름이었다.

 

그때 백리시(百里視)가 이끄는 진군(秦軍)은 이미 하수(河水)

건넜으며, 동쪽으로 행군하여 영호(令狐)에 진채를 세우고 있었다.

 

       진군(秦軍)은 앞에 있는 근음(菫陰땅에 진군(晉軍)

       진채를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아마도

       공자 옹()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군사라고 짐작한

       나머지전혀 그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선멸(先篾)은 진군(晉軍)의 소식을 듣자, 반가운 마음으로  ()

군영에서 나와 진군(晉軍)의 영채(令寨)에서 조돈(趙盾)을 만난다.

 

       선멸(先篾)은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이다

       선멸(先篾),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조돈(趙盾 )원수님왜 무슨 일이 생겼소이까

 

       민심이 흉흉하여 부득이 세자 이고(夷皐)

       우리 진(나라의 군주로 세우고 말았소이다!

 

       공자 옹()을 모시고 오라더니 무슨 말이오

       이제 공자 옹()을 어찌하면 좋겠소

 

조돈의 변명을 듣던 선멸(先篾)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조돈의 영채(令寨)에서 급히 나와 떠나고 말았다

이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순림보(荀林父)와 눈이 마주쳤다.

 

       순림보(荀林父)! 내가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지금에 와서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소

 

       선멸(先篾)은 화를 참아야 하오

       () 공자가 너무 오래 오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오

       조돈(趙盾)을 이해해주고우리 진(나라를 지킵시다

 

       그렇게 신의를 저버릴 수 없소이다!  잘들 계시오

       선멸(先篾)은 우리 진(나라의 신하이지 않소

       우리 진(나라를 버리고 어디로 간단 말이오

 

       내가 명을 받아 공자 옹()을 모셔오게 되었으니

       이제 나의 주인은 공자 옹()이 되고 만 것이오!

 

       진후(秦侯)는 우리 옹() 공자를 많이 도와주었소

       인제 와서 내가 어찌 공자 옹()을 버리고,

       구차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부귀를 바라겠소?

 

말을 마친 선멸(先篾)은 조돈(趙盾)과 순림보(荀林父)의 만류를

뿌리치고 곧바로 진군(秦軍)의 군영으로 돌아가 버렸다

 396 신의를 버리며 공격까지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