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83 화. 옛정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는가.

서 휴 2023. 12. 5. 14:40

 383 옛정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는가.

 

       백돈(白暾장수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슬퍼하다니 무슨 일이냐

       우리의 책주(翟主)께서 돌아가셨나이다.

 

진군이 쏜 화살에 책주(翟主백부호(白部胡)가 전사했다는 사실을

대곡(大谷)에서 살아나온 한 용사가 백돈(白暾)에게 알려주었다.

 

      오오, 형님이제야 아셨습니까

       형님(나라는 하늘이 돕기 때문에

       쳐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렇게 간했잖습니까

 

       형님마침내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형님이 슬픔을 어찌 감당해야 하옵니까

 

백돈(白暾)은 눈물을 흘리며 원수를 갚겠다고 선진(先軫)의 목을

베려다가 백부호(白部胡)의 시신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극결(郤缺)은 백부호(白部胡)의 수급을 들고서 여러 장수와

함께 중군 막사로 찾아가 원수 선진(先軫)에게 바치려고 했다.

 

       선진(先軫원수임은 어디 계시냐

       원수께서는 병거(兵車한 대만을 타고 영문 밖으로

       나가시며 영채를 굳게 지키라고만 하셨습니다.

 

선진(先軫)의 아들 선차거(先且居)는 마음에 불안감이 솟아나면서

장막(帳幕안을 살피다가 탁자 위에 놓인 표문(表文)을 발견했다.

       신 원수 선진(先軫)이 주공의 만수무강(萬壽無疆)

       빌면서, 감히 주공께 글을 올리나이다.

 

       신은 주군에게 무례를 저지른 일을 잘 알고 있나이다.

       하오나 주군께선 신에게 죄를 물어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또 불러 중용하시니 다행히 싸움에서 이기게 되어

       주공신이 또 상금을 받게 되었나이다.

 

       주공신이 돌아가 상을 사양하고 받지 않는다면

       공을 세웠음에도 상이 없는 일이 되며, 그렇다고

 

       만약 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주군에게 무례를

       저지른 신하에게 상을 내리는 일이 됩니다.

 

       공이 있는데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슨 명분으로 공을 세우라고 권할 것이며,

 

       만일 주군에게 무례한 짓을 저지른 자에게 상을

       준다면 어찌 죄를 지은 자를 벌할 수 있겠나이까

 

      주공그리되면 공과 죄가 뒤섞여 문란하게 되므로

      결코나라를 다스릴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신이 홀로 병거를 몰아 책군(翟軍) 진영으로

       돌진하여 생을 끝내려고 하는 마음은

 

       책인(翟人)의 손을 빌려 주군께 속죄하면서

       또한 책군(翟軍)을 물리치려 한 것입니다.

 

       신의 아들 차거(且居)는 원수로써 갖추어야 할

       지략이 있사오니마땅히 적소에 임용하시옵소서.

 

       신은 죽음에 임하여 외람되이 이 표문을 올리나이다.

       주공부디 만수무강(萬壽無疆하시옵소서

 

선차거(先且居)는 아버지 선진(先軫)의 표문(表文)을 다 읽고 나자

대성통곡(大聲痛哭했으며, 그리고 눈물을 뿌리며 말했다.

 

       부친께서 홀로 병거를 몰고 책군(翟軍)에게

       달려가신 것은 스스로 죽기 위해서요

       나는 부친을 찾아 책군(翟軍진영으로 갈 것이오

       잠깐만 기다리시오 어찌 혼자 가려 합니까

 

막무가내로 떠나려는 선차거(先且居)를 영채로 모여든 장수들이

모두 달려들어 진정시켰다.

 

       모두 침착합시다!  어서들 앉으시오

       먼저 원수의 생사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군사들을 출동시키도록 합시다.

       장수님, 책주(翟主)의 동생 백돈(白暾)

       전할 말이 있다면서 사자를 보내왔습니다.

 

       ()의 사자를 들여보내라

       ()의 사자는 무슨 일러 왔는가

 

       우리 임금 책주(翟主)와 귀국 원수 선진(先軫)

       두 분의 시신을 바꾸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부친이 정말 돌아가셨단 말인가

 

사자가 전하는 말을 들은 선차거(先且居)는 부친이 이미 세상을

떠난 걸 알게 되자그는 다시 대성통곡했으며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책군(翟軍)의 사자에게 말했다.

 

       내일 진시(辰時)에 우리 진영 앞에서

       각기 시신을 가지고 나와 교환하기로 하자

 

책국(翟國)의 사자가 돌아가자선차거(先且居)를 비롯한 장수들은

모두 모여 이 일에 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책족(翟族)은 융족(戎族)이라 속임수가 많소

       내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만나야 하오

 

       란돈(欒盾)과 극결(郤缺)은 전처럼 좌우 양쪽으로

       포진하여 숨어 있다가만약 싸움이 벌어지면

       즉시 달려와 양쪽에서 협공하기로 합시다.

 

       호석고(狐射古)와 호국거(狐鞫居)는 원수가 계시지

       않으니 중군을 단단히 지켜야 할 것이오

 

다음날 진시(辰時)가 되자()과 진(), 양쪽은 서로 군사들을

이끌고 출동하였으며, ()의 군영 앞에서 서로 대치하게 되었다.

 

       양쪽은 각기 수레에 시신을 싣고 앞으로 나왔다.

       선차거(先且居)가 소복을 입고 혼자서 병거에 올라

       부친 선진(先軫)의 시신을 받으려 했다.

 

선진(先軫)의 영혼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백돈(白暾)그의

시신에서 화살을 모두 뽑아내고 깨끗한 물로 염을 한 후 향수를

짙게 뿌리고, 자기의 비단 전포를 입혀서 정중히 수레에 실었다.

 

       선진(先軫)의 시신은 마치 살아있는 모습으로

       수레에 싣고 와서 선차거에게 넘기려 했다.

 

       진군(晉軍)도 역시 책주(翟主백부호(白部胡)

       머리만을  수레에 실어 책군(翟軍)에 보내려 했다.

 

책군(翟軍)이 보낸 선진(先軫)의 시신은 산사람 같았으나, 진군이

보낸 백부호(白部胡)의 수급은 피가 엉겨 붙은 머리통뿐이었다.

이에 억울함을 참지 못한 백돈(白暾)이 분노를 터트리며 말았다.

 

       진나라 놈들아 어찌 이렇게 속일 수 있단 말이냐

       어찌하여 온전한 시신을 보내주지 않느냐

 

       나는 선진(先軫)의 아들 선차거(先且居이다.

       너희가 백부호의 시신을 전부 찾아가고 싶다면

       대곡(大谷)의 골짜기 시체 더미에서 찾아가라

 

       뭐라고 이 나쁜 놈아

      어찌 사람의 도리를 모른단 말이냐

 

백돈(白暾)이 머리끝까지 화가나 커다란 부월(斧鉞)을 빼 들었으며

미리 엄선해 뽑아놓은 책()의기병(騎兵들을 지휘하면서먼저

진군(晉軍)에게 공격해 들어왔다.

 

       책군(翟軍)의 용감한 기마대는 돌격했으나

       재빨리 병거(兵車들이 달려와 진을 치니 마치

       높은 담벼락처럼 단단하여 뚫을 수가 없었다.

 

       격분한 백돈(白暾)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여러 차례 돌격을 감행했다.

 

이때 진군(晉軍)의 북소리가 크게 일어나자, 왼편에서 극결(郤缺)

달려 나오고, 오른편에서는 란돈(欒盾)이 뛰쳐나왔다또한중군에

있던 호사고(狐射姑)가 달려 나와 책군(翟軍)을 덮쳐갔다.

 

       삽시간에 전세는 역전되어 책군(翟軍)은 포위되면서

       ()과 책()은 한바탕 어지러운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불리한 것을 깨달은 백돈(白暾)은 기마대와 함께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달아나는 백돈(白暾)의 뒤에 긴 언월도(偃月刀)를 힘차게 휘두르며

따라오는 진군(晉軍)의 한 장수가 있었다.

 

       백돈(白暾어찌 자꾸만 도망가느냐

       네놈은 뭐 하러 자꾸 따라오느냐

 

       백돈(白暾내 언월도(偃月刀)가 무서우냐

       무섭다고좋다그래 한번 겨뤄보자

 

       너는 언월도(偃月刀)를 제법 잘 쓰는구나

       백돈(白暾너도 부월(斧鉞)을 참 잘 쓰는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렇지이름은 알려주고 싸워야지

 

       나는 호국거(狐鞫居장수라고 부른다.

       호국거(狐鞫居라니 어디서 듣던 이름이다.

 

두 사람이 어우러져 몇 합을 치르고 있는데, 갑자기 진군(晉軍)

일대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당해 낼 수 없다고 생각한 백돈은 황급히 말머리를

       돌려 자기 진영 쪽으로 달아나려 하다가

       책군(翟軍)의 본영이 다칠까를 염려하게 되자

      말의 방향을 돌려 비탈진 산속으로 달아난다.

 

호국거(狐鞫居)가 놓치지 않고 백돈(白暾)을 끊임없이 따라가자

지쳐버린 백돈(白暾)이 머리를 뒤로 돌려 바라보면서 말했다.

 

       장군은 예전에 서로 뵌 듯하오

       혹시 가계(賈季)가 아닙니까

 

       그렇소나의 자가 가계(賈季)

        아니 나의 자를 어떻게 아셨소

 

       장군의 부자가 모두 우리 책국(翟國)에서

       12년을 지냈는데 내가 모를 리 있겠소

 

       우리가 모시기를 그렇게 박하게 하지 않았소

       백돈(白暾나도 이제 기억이 나는구나

       백돈(白暾 )이제 말을 멈추고 이야기나 해보자

 

       호국거(狐鞫居), 이제 온정을 베풀어주면 좋겠소

       장담할 수 없으나 또 만나게 되지 않겠소

 

       좋소옛정을 생각해 보내 드리겠소

       또한 책군(翟軍)이 살아 돌아갈 길을 가르쳐 주겠소.

 

       그대는 즉시 책군(翟軍)을 거두어 회군하시오

       이곳에 있어 봤자 모두 죽기만 할 뿐이오

 

 384 마음을 이해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