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85 화. 고모를 이용해 아비를 죽이는가.

서 휴 2023. 12. 6. 17:46

 385 고모를 이용해 아비를 죽이는가.

 

초성왕(楚成王)은 큰아들 상신(商臣)을 세자로 세우려고 할 때,

항상 믿고 의논하던 투발(鬪勃장수를 불러 자문(諮問)하였다.

 

       왕이시여(나라의 왕위 계승은

       나이가 어린 왕자에게 유리하나이다.

 

       이는 세자를 정하고도, 나중에 똑똑한 아들을

       알게 되면바꾸려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은 옛날부터 당연한 일로 여겨져 왔으며

       지금까지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나이다.

 

       왕이시여 신이 상신(商臣)의 관상을 살펴본 바는

       눈이 벌과 같이 동그랗고목소리는 늑대처럼

       쇳소리를 내고 있어, 성정이 매우 잔인할 것입니다

 

       만약에 대왕께서 상신(商臣)을 세자로 세우시고

       후일에 싫어하시어세자를 폐하려 하신다면

       반드시 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초성왕(楚成王)은 투발(鬪勃)의 말을 듣지 않고상신(商臣)을 세자로

세워 후계로 삼았으며, 반숭(潘崇)을 불러 태부(太傅)에 임명했다.

 

       투발(鬪勃)이 자기의 세자 책봉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세자 상신(商臣)은 마음 깊이 원한을

       품게 되며, 나름대로 유사시를 대비하게 된다.

마침 ()와 채() 나라를 위해 투발(鬪勃)  초군(楚軍)을 이끌고

출전했으나한 번도 싸우지도 않고,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면서

그냥 돌아오자상신(商臣)이 초성왕(楚成王)에게 참소하게 된다.

 

       아바마마투발(鬪勃)은 진()의 양처보(陽處父)에게

       뇌물을 받아먹고퇴군의 명분을 만들었나이다.

상신(商臣)의 참소를 믿은 초성왕(楚成王)은 투발(鬪勃)을 만나주지

않고, 사람을 시켜 단검을 전했다. 이에 투발(鬪勃)은 무고한 죄를

밝힐 수 없다고 생각하자그 단검으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왕이시여신 성대심(成大心)이 호소하나이다.

       진군(晉軍대장 양처보(陽處父)가 우리를 속이고

       퇴군하는 바람에 우리도 회군하게 되었나이다.

 

       대장 투발(鬪勃)에게 죄가 있다면, 신의 죄도 크옵니다.

       대장 투발(鬪勃)을 따라 신도 자결하겠나이다

 

성대심(成大心)이 눈물을 흘리며, 회군한 연유를 자세하게 고하자,

초성왕(楚成王)은 성대심(成大心)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경은 허물이 있다고 말을 하지 마라

       과인도 투발의 자결을 후회하고 있노라

초성왕(楚成王)은 이때부터 세자 상신(商臣)을 믿지 못해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그 날 이후로 나이 어린 왕자 직()을 더욱 사랑하게

되자상신(商臣)을 세자에서 폐하고 직()을 세우려고 결심했다.

 

그러나 상신(商臣)이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하여차마 폐하지

못하고상신(商臣)이 잘못을 저지를 때 까지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주저하다 보니눈치 빠른

       내관이 세자 상신에게 남몰래 알려주게 된다.

 

상신(商臣)은 내관의 말을 믿지 못하고 망서리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태부(太傅반숭(潘崇)의 집을 찾아가 의견을 묻게 된다.

       세자는 서둘지 마시고 침착하십시오

       먼저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합니다.

 

       스승님어떤 계책이라도 있으신지요

       고모이신 강미(江羋)를 이용해 알아 보십시오

 

       고모 강미(江羋)는 부왕께서 어릴 적부터

       사랑하는 단 하나의 친여동생입니다.

 

       (나라에 시집간 고모는 오랫동안 이 궁실에

       머물고 있으므로소문의 진위를 알고 계실겁니다.

 

       강미(江羋)의 성격은 참을성이 없고 조급합니다.

       세자께서 연회를 베풀어 성심껏 대한 후에,

       강미(江羋)의 마음을 분노하게 만드십시오!

 

       강미(江羋)에게 화를 돋운다면, 반드시 부왕(父王)

       있었던 일을 입 밖으로 누설하고 말 것입니다

태부 반숭(潘崇)의 계책을 다 듣고 난 상신(商臣)은 곧바로 동궁에

호화로운 연회를 마련하고 고모 강미(江羋)를 모셔오게 했다.

 

       고모그동안 잘 모시지 못해 용서를 바랍니다.

       세자 무슨 일이 있는 거요

 

       아닙니다그저 정성껏 모시고 싶었습니다.

       호오세자의 정성에 감격하겠구려

 

세자 상신(商臣)은 동궁(東宮)에 당도한 고모 강미(江羋)에게 깍듯이

절을 올리며 맞이하는 태도를 공손하게 하면서 감격하게 했다.

 

       고모이쪽 상석에 앉으시지요.

       고모술 한잔 받으시옵소서

 

       으응내가 술이 약하니 조금만 따뤄야 한다.

       고모그래도 한 잔은 더 하셔야지요.

 

       호호세자에게 이렇게 공손한 면이 있었던가

       고모어릴 때부터 고모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호호세자 고맙고 고맙소

 

고모 강미(江羋)가 연회석의 상석에 앉자마자상신(商臣)은 술잔을

정중히 권해 올리며 대하기를 극진하게 했다그러나 술잔이 몇

순배 돌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상신(商臣)의 태도는 점점

거만하게 굴며 민망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너는 거기 있지 말고 술 좀 따뤄 드려라

        이년아?  고모에게 잘 좀 해드려라.

 

상신(商臣)은 어여쁘고 상냥한 시녀도 많은데하필이면 못생기고

나이 들어 음식이나 챙겨주는 여자에게 시중을 들게 하면서

점점 고모를 무시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거칠게 하였다.

 

       애야너는 참으로 어여쁘구나이리 오너라

       너의 젖무덤이 너무나 이여쁘구나

       한번 보자뭐 부끄럽다고에라

 

고모 강미(江羋)가 보고 있음에도 상신(商臣)은 가까이 있는 시녀의

가슴을 만지다가 이제는 옷을 벗기려 하는 민망한 짓을 한다.

 

       세자!  왜 그러느냐?  체통을 지키도록 해라

       허허세자!  그만두지 않고!  왜 그러느냐

 

고모 강미(江羋)가 두 번이나 말을 걸며 만류시켰으나상신(商臣)

전혀 못 들은 척하고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더욱 상스럽게 놀았다.

 

드디어 체면이 구겨진 고모 강미(江羋)가 크게 화를 내더니, 벌떡

일어나 음식상을 발로 차버리면서 크게 소리 지르고 나간다.

 

       이 버릇없는 망나니 같은 놈아

       네 행동거지가 그러니대왕께서 너를 죽이고

       왕자 ()을 세자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냐

고모 강미(江羋)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상신(商臣)은 깍듯이 사죄하는

척 만류했으나고모는 너무 화가 나버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삐

가면서도 억울하다는 듯이 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모든 걸 짐작하게 된 상신(商臣)은 그때 밤이 깊었음에도 태부(太傅)

반숭(潘崇)의 집으로 달려가 고모와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놨다.

 

       세자가 지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이오

       스승님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렇다면 세자께, 몇 가지 물어보겠소

       세자는 세자 자리를 동생 직()에게 물려주고

       어린 동생 직()을 왕으로 모실 수 있겠소

 

       스승님나이 많고 더구나 세자였던 형이 되어,

       어찌 어린 아이를 왕으로 모실 수 있겠습니까

 

       세자세자께서 어린 동생을 모실 수 없다면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도망을 가다니요그럴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치욕스러운 일을 어찌하라 하십니까

 

       세자!  동생 직()을 왕으로 섬기든가그게 싫다면

       타국으로 도망가는 방법 외에 다른 수가 있겠소

 

상신(商臣)이 계속해서 다른 방법을 일러 달라고 매달리자엉뚱한

야심을 품고 있던 태부 반숭(潘崇) 마지 못하는 듯이 말한다.

 

        한 가지 계책이 있기는 한데 해낼 수 있겠소?

       세자는 행동이 매우 재빨라야 하고또한 세자께서

       정말 해낼 수 있는 큰 결심을 해야 합니다

 

       스승님죽음이 목전에 와 있는데

       무슨 일인들 어찌 망설이고 있겠습니까

상신(商臣)이 굳은 결심을 나타내자반숭(潘崇)은 상신(商臣)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자이 방법밖에 없소이다.

       성공만 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것이오

       스승님 꼭 그렇게 해내고 말겠습니다

상신(商臣)은 그날 밤으로미리미리 준비해 두었던 동궁의 군사를

동원하여 궁중에 변이 일어났다는 핑계를 대고 왕궁을 포위했다.

 

그 사이에 반숭(潘崇)은 검을 빼 들고 힘센 장사들을 거느리면서

궁궐로 들어가더니, 곧바로 초성왕(楚成王)의 침전에 당도했다.

 

​       태부(太傅)! 무슨 일러 왔는가

       왕이시여신 반숭(潘崇)이 말씀드리겠나이다

 

       대왕께서는 왕위에 계신 지 무려 45년이나 되옵니다.

       그간 큰 공을 이루셨으니 물러날 때도 되었습니다

 

       지금 나라 안의 사대부들은 모두 새로운 왕이 서기를

       몹시 갈망하고 있습니다.

       청컨대 왕위를 세자에게 전위 하시옵소서

 

       양위(讓位만을 바란다면 그렇게 하마

       그러나, 태부(太傅)는 과인을 어찌하겠는가

       태부(太傅)는 짐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겠는가

 

 386 . 왕위를 정당하게 승계 받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