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80 화.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는가.

서 휴 2023. 12. 4. 13:24

 380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는가.

 

회영(懷嬴)은 많은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아침이 되자문안(問安)

인사차 찾아온 아들 진양공(晉襄公)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의 세 장수를 잡혀 온 게 사실이오

       어마마마사실이 그러하옵니다.

       주공, 이는 우리 사직의 복이라 할 수 있소 

 

       주공()의 세 장수는 처형하였소

       어마마마아직 처형하지 않았나이다.

 

       세 장수를 참수시켜 그들의 목을 태묘(太廟) 

       바치고 강성(絳城)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공()과 진()은 대대로 혼인하여

       오랫동안 두텁게 우의(友誼) 맺어왔었소

 

       이번 일은 이들 세 장수가 공을 탐하여,

       망령되게 진군(秦軍)을 출동시켜, 두 나라가

       그동안 쌓은 은혜를 원한으로 변하게 했소

 

       나는 친정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소

       친정, 아버님은 틀림없이 이 세 장수에 대해   

       반드시 용서치 않을 것이오

 

       우리가 진(나라의 세 장수를 죽여 봐야

       이로운 점은 하나도 없을 것이며오히려

       ()나라 백성들에게 원한만 쌓게 될 것이오

 

       주공저자들을 차라리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

       내 친정아버지께서 직접 죽이도록 한다면

       이것으로 두 나라 사이의 원한은 풀어질 것이며

       주공이것 또한 아름다운 업적이 아니겠소

 

       어마마마세 명의 진()의 장수들은 자기들의

       (나라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포로로 잡았다가 다시 놓아준다면 차후에

       (나라의 우환거리가 될까 걱정되옵니다.

 

       주공싸움에서 패한 장수는 반드시 참한다는 법은

       어느 나라든 간에 모든 나라에 다 있소이다.

 

       (나라가 성복(城濮)에서 우리에게 패하자

       초성왕(楚成王)은 대장 성득신(成得臣)을 죽게 했소

       어찌 진(나라만 이런 군법이 없다하겠소

 

       주공, 옛날 진혜공(晉惠公)이 진(과의 싸움에서

       패하여 사로잡혔으나나의 친정아버지인

       진목공(秦穆公)께서는 예의를 갖추어,

       우리, (나라로 돌려보내 준 일을 알고 있소

 

       어마마마그 이야긴 들어 알고 있나이다.

       ()나라는 이처럼 예를 갖추어 주었는데

 

       어찌 변변치도 못한 패장 몇 명을 구태여

       우리 손으로 죽이려고 해서야 되겠소

 

       주공이 자들을 우리 손으로 죽인다면

       (나라는 우리에게 무정하다 하지 않겠소

       주공께선 깊은 생각을 해주기 바라오

 

진양공(晉襄公)은 어머니 회영(懷嬴)의 말에처음에는 수긍(首肯)

하지 않다가옛날 진혜공(晉惠公)이 진()에서 풀려난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마음이 움직이게 되었다.

 

진양공(晉襄公)은 어릴 때부터 돌봐준 모부인(母夫人)의 청을 거절할

만큼 마음이 모질지 못하여어느덧 회영(懷嬴)의 말에 따르게 된다.

 

       옥리(獄吏)를 불러오도록 하라

       옥리(獄吏)는 진(나라의 세 장수를 석방하라

 

()의 백리시(百里視), 서걸술(西乞術), 건병(蹇丙)은 갑자기 

죄수의 몸에서 석방되자마자진양공(晉襄公)에게 감사의 말도

올리지 않고, 재빨리 진(나라 쪽으로 도망치듯 달아났다.

 

그때 집에서 식사하고 있던 선진(先軫)은 진양공(晉襄公)이 이미

세 장수를 용서하여 방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마자, 깜짝 놀라

씹고 있던 걸 뱉어내고는 급히 일어나더니, 궁실(宮室)로 달려갔다.

 

       주공()의 세 장수는 어디에 있습니까

       모친께서 청하시어, () 나라로 돌려보냈소.

 

       그들은 진(나라에서 형을 받아 죽게 될 것이오

       주공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옵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만 어찌 이렇듯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일을 벌이셨소

 

잔뜩 화가 난 선진(先軫)은 얼굴에 몹시 노기를 띠었으며,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진양공(晉襄公)의 얼굴에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우리 무장들이 천신만고 끝에 붙잡은 적장들을

       일개 아녀자의 말에 놓아줄 수가 있단 말이오

 

        아무리 어리다지만 어찌 이럴 수가 있소

       이것은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낸 격이니

       훗날 아무리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오

  

이때 어린 진양공(晉襄公)은 선진(先軫)의 꾸짖는 큰소리와 내뱉은

침까지 얼굴에 묻었으나금방 깨우치고는 침착하게 얼굴에 묻은

침을 닦으면서 사죄의 말을 하게 된다.

 

       이것은 과인의 커다란 잘못이오

       누가 진()의 세 장수를 잡아 오겠는가

 

       주공 양처보(陽處父) 이옵니다.

       장군에게 이 참장도(斬將刀)를 내리노니

       있는 힘을 다해 빨리 잡아 오도록 하시오

 

양처보(陽處父)는 재빨리 병거에 올라타고, 질풍과 같이 말을 몰아

참장도(斬將刀)를 크게 휘두르면서, 곡옥성(曲沃城)의 서문을

빠져나갔으며()의 세 장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훗날 한 사관은 군주의 얼굴에 감히 침을 뱉은

       선진(先軫)을 그렇게 빨리 용납할 수 있는

       아량을 어린 진양공(晉襄公)이 갖고 있었기에,

       후계를 이어받을 수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편 뜻밖으로 죄수(罪囚)의 몸에서 풀려난 진()의 세 장수는

오르지하수(河水만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뜻밖으로 풀어주다니 아무래도 이상하오

       진후(晉侯)가 풀어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아주 멀리멀리 달아나야 합니다.

 

       우리가 하수(河水만 건넌다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겠지만만약 건너지 못한다면

 

       진후(晉侯)가 추격을 시켜 잡아갈 수도 있소

       , 쉬지 말고 빨리 달아납시다

 

()의 세 장수는 서둘러 몇 밤을 새우며, 드디어 하수(河水)

당도하였으나, 그러나 배라고는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우리를 버리려 하시는가

       정말 배가 한 척도 없는 것이오

       아아저기 조그만 배가 오고 있소

 

세 사람이 몹시 조바심을 내며 한탄하고 있을 그때, 하수(河水)

하류에서 한 어부가 조그만 배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다가왔다.

 

       囚猿離檻兮 囚鳥出籠 (수원리함혜 수조출롱)

       우리 안에 갇힌 원숭이가 밖으로 나오는구나.

       갇혀 있던 날짐승도 새장 밖으로 나오는구나.

 

       有人遇我兮 反敗爲功 (유인우아혜 반패위공)

       그런 사람이 있어 나를 만나게 된다면

       패전을 거울삼아 공을 세우게 되리라

 

조그만 배에 탄 노옹(老翁)이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으나, 급한 마음에 도강(渡江) 만을 간곡히 부탁한다.

 

       어부 노인우리를 건너가게 해주시오

       허허나는 진(나라 사람은 건네줄 수 있으나

       (나라 사람은 건네주지 않소이다.

 

       고맙소 우리는 모두 진()나라 사람이요.

       빨리 우리를 태워 건너가게 해주시오

 

       혹시 효산(殽山)에서 패한 장수들이 아닙니까

       아니어떻게 알았소 우리가 그렇소이다.

 

       허허공손지(公孫枝장수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 배를 타고 기다린 지 오래되었소

 

       이 배는 작아 모두 태울 수가 없소이다.

       앞으로 반 리 정도 가면 큰 배가 감추어져 있소.

       빨리 가서 그 배를 타고 건너가시오

 

노인 어부는 세 장수가 가는 방향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세 장수는 걸음을 재촉하며강가를 따라 반리쯤 올라가자,

과연 강 위에 큰 배가 정박해 있다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장수님들전 난진(欒軫이옵니다

       장수님들 빨리들 오르십시오

 

그곳에 이미 그 노인 어부가 당도하여 난진(欒軫)과 함께 부르고

있었으므로세 장수는 급한 마음에 신발도 벗지 않고 강으로

뛰어들면서 큰 배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떠나기 시작했다.

 

       ()의 장수들은 잠깐만 멈춰주시오

       우리 진후(晉侯)께서는 경황 중에 장군들에게

       탈 것도 마련해 주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했소

 

       여기 있는 양마(良馬)를 하사(下賜하시고

       뒤를 쫓아가서 이 양마(良馬)를 전하라 하셨소

 

       장군들께서는 잠깐 이곳으로 돌아오시어

       이 좋은 양마(良馬)를 받아 가시기 바라오

 

겨우 배를 저어가기 시작했으며, 하수(河水)의 중간에 가기도

전이었다. 그때 갑자기 강안(江岸)에 도착한 한 장수가 타고

온 병거 위에서 목이 터져라세 장수를 불러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의 양처보(陽處父)

이었으므로, 이를 본 세 장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양처보(陽處父장수한발 늦었소

       더는 고생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시오

 

       진후(晉侯)께서 우리를 죽이지 않고 방면한

       일만 해도 이미 큰 은혜를 입은 것이오

       어찌 감히 양마(良馬)까지 받을 수 있겠소

 

       이번에 우리가 돌아가, 우리 군주께서 요행히

       우리를 죽이지 않고 살려 주신다면,

       3년 후에 우리가 친히 상국을 방문할 것이오.

 

       그때 진후(晉侯)께 인사를 드리면서

       그 좋은 양마(良馬)를 직접 받아 가겠소

 

양처보(陽處父)가 다시 말하려 했으나, 이미 진군(秦軍)의 배는

물살에 따라 멀리 가버리니, 그저 작아지는 배만 바라보게 된다.

 

 381 적을 풀어줘 재앙을 부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