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82 화. 목숨을 버려 충의를 지키는가. 

서 휴 2023. 12. 5. 13:46

 382 . 목숨을 버려 충의를 지키는가

 

       어이낭심(狼瞫)이 어디 가고 있는가

       선백(鮮伯) 오랜만에 만나는구먼

 

       낭심(狼瞫)이 왜 머리를 푹 숙이고 가는가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 것인가

 

       모두 책()과 싸우겠다며 선진(先軫원수께 가는데

       차우(車右장군인 자네가 왜 배회하고 있는가

 

       선백(鮮伯)내가 선봉장을 자청했으나

       선진(先軫) 원수에게 분노를 사게 되었네

 

       그가 나보고 네가 무슨 지모와 용기가 있다고

       다른 장수들을 제쳐놓고 그 위에 서려고 하느냐

       라고 하면서 나를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의 차우(車右장군 직마저 빼앗아버렸네

 

       선진(先軫)이 그대의 용력을 얕잡아본 것일세

       어찌 억울하게 당할 수만 있겠는가

 

       우리 둘이 집안의 가병(家兵)을 이끌고 가서

       선진(先軫) 그놈을 죽여 그대의 분함을 푸세

 

       이것 또한 남아로써 호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니네그것은 절대 불가한 일이네

 

       대장부가 죽을 때는 반드시 그 명분이 있어야 하네

       그렇게 죽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 할 수 없으며

       또한용기 있는 행동이라 할 수도 없네

 

       나를 질시하여 쫓아낸 선진(先軫)의 행동을

       오히려, 정당화시켜 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선백(鮮伯) 

       나와 함께 좋은 일을 도모해 보세나

       허허그런 내용인가 좋네그리 해보세

 

       그대의 높은 식견에는 내 항상 미치지 못하겠네

       좋소. 낭심(狼瞫)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겠소

 

낭심(狼瞫)은 선백(鮮伯)과 뜻을 합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한편 선진(先軫)은 기성(箕城)에 주둔하고 있는 책군(翟軍)

물리치기 위해, 병거(兵車) 400승을 동원하였다.

 

선진(先軫)은 진군(晉軍)을 이끌고 기성(箕城)에 당도하게 되자,

책군(翟軍)과 마주 보는 자리에 진채(陣寨)를 세우게 했다.

 

       내 아들 선차거(先且居)는 선봉장을 맡아라

       란돈(欒盾)은 좌대(左隊)를 맡고

       극결(郤缺)은 우대(右隊)를 맡을 것이며

       호석고(狐射古)와 호국거(狐鞫居)는 후대(後隊)를 맡아라

 

       우리는 병거(兵車)를 운영하는 군대(軍隊이다.

       이곳은 매우 넓어 병거전(兵車戰하기가 좋다.

 

       저 뒤의 대곡(大谷)에는 숲이 빽빽하여

       숲속에 군사를 매복시킬 만한 곳이 된다.

 

       란돈(欒盾)과 극결(郤缺)은 대곡(大谷숲속에 좌우로

       매복해 있다가, 선차거(先且居)가 책군(翟軍)과 싸우다가

      거짓으로 패하여 대곡(大谷) 안으로 유인해 오면,

      일제히 일어나 협공하며 책군(翟軍)을 포위하라

 

       그 속에는 책주(翟主)인 백부호(白部胡)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백부호(白部胡)를 사로잡아야 한다

 

다음 날 아침책주(翟主)인 백부호(白部胡)가 친히 책군(翟軍)

이끌고 진군(晉軍)의 진채 앞으로 와서 싸움을 돋우기 시작한다.

 

       선차거(先且居)가 진채(陣寨)의 진문(陣門)을 열고

       곧바로 백부호(白部胡)와 열심히 싸우다가

       못이기는 척 병거(兵車)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한다.

 

선차거(先且居)가 달아나자그가 패하여 도망가는 줄로 알게

된 백부호(白部胡)는 자신감이 생겨 1백여 기의 기병을 이끌고

그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선차거(先且居)의 유인 작전에 말려든

       백부호(白部胡)가 대곡(大谷안으로 들어오자,

 

       란돈(欒盾)과 극결(郤缺)의 군사들은 매복하고

       있다가좌우에서 몰려나오며 일제히 공격했다.

 

       달아나던 선차거(先且居)도 돌아서며 공격하자

       백부호(白部胡)는 포위망에서 벗어나려했으나

       그의 기병들은 하나둘씩 모두 죽어가기 시작했다.

 

용감한 백부호(白部胡)는 마침내 진군(晉軍)에 겹겹이 둘러싸이며

포위를 당하자, 포위망을 탈출하려는 그의 용력(勇力)이 얼마나

놀라웠던지 진군(晉軍)은 감히 그의 앞을 막을 수가 없었다.

 

       휴 우이제 대곡(大谷)을 빠져나왔구나

       허 허백부호(白部胡)이제 오는가

       백부호(白部胡)내가 많이 기다렸도다

       이제 나의 화살 맛을 보아라

 

활에서 떠난 화살은 백부호(白部胡)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으며,

그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지며 말에서 떨어지자그 틈을 노리며 

진군(晉軍)이 우르르 달려들면서 백부호(白部胡)를 묶어 버렸다.

 

       얼굴에 명중한 화살이 머리를 관통하여 뒤통수까지

       튀어나온 백부호(白部胡)를 끌어다 병거에

       실었을 때는 이미 숨이 넘어간 뒤였다.

 

대곡의 입구에서 활을 쏘아 백부호(白部胡)를 죽인 진군(晉軍)

장수는바로 이번에 새로 임명된 하군 부장 극결(郤缺이었다.

 

       내 화살에 죽은 이 자가 누구냐

       이자는 책주(翟主백부호(白部胡라고 합니다.

 

극결은 백부호의 목을 잘라내고는 원수 선진에게 미리 알리라고

하였다그때 중군에 있던 선진(先軫)은 이 소식을 듣자, 너무나

기뻐하면서, 하늘로 두 손을 높이 올리고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책주(翟主백부호(白部胡)가 이렇게 쉽게 죽이다니

       (과의 전쟁은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모두 우리 주군의 복이로다

       우리 주군은 참으로 복이 많으시구나

 

크게 부르짖은 선진은 즉시 목간(木簡)과 붓을 찾아 표문(表文)

작성하고는 진양공(晉襄公)에게 올리도록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원수님어딜 가시렵니까

       너희는 아무에게도 나의 간 곳을 알리지 마라

 

선진은 영채를 나와 병거를 타고 책군 진영으로 향했다.

백돈(白暾역시 형 백부호(白部胡)를 닮아 매우 용감했으나

그때까지 형인 백부호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용사들아나를 따르라

       형님이신 백부호를 빨리 찾아야 한다

 

       장수님저기 누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병거(兵車)를 탄 걸 보니 진군(晉軍입니다.

 

백돈(白暾)은 형 백부호(白部胡)를 구하기 위해 출동하는 순간에

책군(翟軍)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한 대의 병거(兵車)를 보게 된다.

 

       병거도 한 대고, 탄 사람도 한사람이구나

       장수님진군이 우리를 속이려는 짓입니다

 

진군(晉軍)의 유인작전(誘引作戰이라고 생각한 백돈(白暾)은 급히

부월(斧鉞)을 손에 들고 달려오는 병거에 대항하려 앞으로 달려갔다.

 

달려오던 병거는 백돈(白暾)을 쳐다보지 않고 귀신같이 빠르게

달리며 책군(翟軍) 진영으로 가더니, 무서운 용력을 발휘하여 

들고 있던 창으로책군(翟軍)의 장수 세 명과 용사 20여 명을

찔러 죽였다그러나그의 몸에는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내가 책군(翟軍)의 장수와 병사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나의 용맹을 어찌 알릴 수 있겠는가

 

       이 정도면 이미 나의 용력을 알게 했으니

       책군(翟軍)을 더욱 많이 죽여 무엇 하겠는가

 

       주공주공께서는 비록 신을 용서하시었지만,

       내 어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겠나이까 

 

       주공나는 진(나라와 싸우다 죽으려 했사오나,

       하오나, 죽을 곳은 바로 이곳이 되었나이다

 

선진(先軫)은 이렇게 외치고 나자, 이제는 창을 어깨에 비스듬히

올리고는 치켜뜬 양쪽 눈꼬리가 찢어지고 피가 흘러내리면서

백돈(白暾)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며 돌진해 들어갔다

 

       네 이놈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왔느냐

       네놈들을 하나도 살려 보내지 않으리라

 

백돈(白暾)이 매우 놀라 뒤로 수십 보 물러서자()의 궁수들이

다급히 활을 쏘아 죽이려 했으나화살은 두꺼운 갑옷과 투구에

맞아 한 군데도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놈들아이 선진(先軫)을 죽이지도 못하느냐

       좋다갑옷과 투구를 벗어주마

 

모두 벗어버린 선진(先軫)은 빈 몸이 되었으며, 빗발치듯 날아오는

화살을 맞게 되었으므로마치 고슴도치가 된 몸으로 숨을 거뒀다.

 

       무수히 화살을 맞은 선진은 이미 시체가 되었으나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백돈(白暾)이 선진(先軫)의 목을 베어 가져가려 했으나, 시신이

꼿꼿이 서서 눈을 부릅뜨고 수염을 곤두세운 채로 노려보자

백돈(白暾)과 군사들이 모두 놀라면서 두려움이 생기게 되었다.

 

       이 사람은 진군(晉軍)의 원수 선진(先軫입니다.

       그래 이렇게 훌륭한 장수였단 말인가

 

       선진(先軫장군께서는 사람이 아니옵니다.

       선진(先軫장군은 죽어서 진실로 신이 되었나이다.

 

       장군이시어 제가 우리 책(나라로 모시고 가서

       제사를 지내 드리며 신으로 모시겠나이다.

 

       허락하신다면 서 있지 마시고 누우시옵소서

       장군이시여그냥 서 계시는 뜻이 무엇이옵니까

 

       장군이시여 ()으로 돌아가길 원하십니까

       이제 알겠나이다마땅히 보내드리겠나이다.

       제가 고국으로 돌아가시도록 보내 드리겠나이다

 

선진(先軫)을 알고 있던 사람이 백돈(白暾)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자

백돈(白暾) 책군(翟軍)과 함께 선진(先軫)의 시신 앞에 정성껏

절을 올리고 이윽고 축을 끝내자그제야 서 있던 선진(先軫)

쓰러졌으므로, 겨우 수레로 옮겨 눕힐 수가 있었다.

 

 383 . 옛정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