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79 화. 진군은 효산에서 전멸당하는가.

서 휴 2023. 12. 3. 16:51

 379 진군은 효산에서 전멸당하는가

 

       그때 또, 타마애(墮馬崖계곡의 왼쪽에서

       갑자기 쟁과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한 떼의 진군(晉軍) 군마()가 나타났다.

 

맨 앞에서 달려오던 진군(晉軍)의 한 장수가 산을 기어오르고

있던 진군(秦軍)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진군(晉軍)의 대장 선차거(先且居)가 여기 있노라

       진군(秦軍)은 항복하지 않고 무얼 꾸물거리느냐

 

이어서 오른쪽 계곡 건너편에서도 대포 소리가 한번 크게 울리자,

그때까지 숨어있던 진군(晉軍)이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면서,

대장(大將서영(胥嬰이라고 쓴 깃발을 내 세우면서 쫓아 나왔다.

 

       진군(晉軍), 저놈들은 웬 대장이 저리 많으냐

       부딪치는 놈마다 모두 대장이라 하는구먼

 

진군(秦軍)의 군사들이 놀라자, 백리시(百里視)는 참담해지게 되며,

이제는 어떻게 명령을 내려야 할지 알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이리저리 흩어져서 달아나기 시작한 진군(秦軍)

       어떤 자들은 보이는 대로 산으로 기어오르고

       어떤 자들은 계곡 밑으로 내려갔으므로

 

       모두가 진군(晉軍)에게 포로가 되거나

       칼이나 창에 찔려 죽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처참한 광경을 보고 있던 백리시(百里視)가 머리끝까지 화가나

서걸술(西乞術)과 건병(蹇丙), 두 장군을 데리고조금 전에 떠났던

타마애(墮馬崖)로 다시 달려갔다.

 

그때 진()의 장수 한자여(韓子余)는 길을 막고 있었으며, 또한 나무

위에 이미 유황(硫黃)과 염초(焰硝)를 뿌려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몰려오는 진군(秦軍)을 보고는 재빨리 불을 붙이도록 명령했다.

 

       이윽고 나무를 태우는 화염이 기세등등하게 일어나고,

       연기가 치솟아 올라 하늘을 자욱하게 덮었으며,

       곧이어 나무들은 시뻘건 불덩어리로 변해 퍼져나갔다.

 

       뒤에는 양홍(楊洪이 거느린 진군(晉軍)이 당도했으며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 진군(秦軍)을 압박해 들어갔다.

 

타마애(墮馬崖계곡의 전후좌우에는 모두 진군(秦軍)으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다급한 백리시(百里視)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건병(蹇丙)의 부친은 진실로 귀신 같은 사람이오

       이제 진군(晉軍)의 함정에 빠져버렸으니

       오고 가지도 못하고 이곳에서 죽게 되고 말았소

 

       서걸술(西乞術)과 건병(蹇丙)은 각자 알아서

       한 사람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오

 

       이 사실을 반드시 주군에게 알려주시오.

       주군께서 나의 원수를 갚아 주게 해주시오

 

       그래야만 내가 이 지하에 묻혀서라도

       이 원한을 잊을 수가 있을 것이오

 

       서걸술과 건병은 눈물을 흘리지 마시오 

       아니 오 우리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오

 

       설사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한들

       무슨 면목으로 우리만 돌아갈 수 있겠소

 

그들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남은 수하의 군사들마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세 장수만 외로이 남게 되었다.

 

       계곡이나 벌판에는 진군(秦軍)의 병장기들만이

       이리저리 흩어져 산을 이루고 있었다.

 

       진군(秦軍)의 세 장수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게 되자

       산길의 바위 주변에 모여 앉아서포승줄만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진군(晉軍)이 사면에서 포위망을 좁혀 오자진군(秦軍)은 마치

가마솥의 만두와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두 손이 묶여 포로가 되고 말았다.

 

       진군(秦軍)이 흘린 피는 계곡을 붉게 물들였으며 

       말이나 하나의 병거도 진군(晉軍)이 쳐 놓은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모두 붙들렸다

 

선차거(先且居등 진()의 여러 장수는 동효산(東殽山아래에

모여, ()의 장수 세 명과 포만자(褒蠻子)를 함거에 실었다.

 

       진군(晉軍)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수많은 진군(秦軍)

       포로로 잡았고산더미 같은 병장기를 노획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진군(秦軍)이 포로로 잡아 끌고 왔던

       활(滑)의 아녀자들과 비단과 귀중한 보물과 같은

       노획품들은 모두 진군(晉軍)의 차지가 되었다.

 

진군(晉軍)의 원수 선진(先軫)은 효산(殽山)에서 사로잡은 포로들과

노획물을 빠짐없이 싣고, 대채에 있던 진양공(晉襄公)에게  바쳤다.

 

이때 진양공(晉襄公)은 하얀 상복을 검게 물들여 입고허리에는

흰 띠를 둘렀다본래 관습대로라면 흰 상복을 입어야 했으나,

흰색은 전쟁에서 불길하다며 편법으로 검은 상복을 입은 것이다.

 

       상복을 입은 진양공이 포로와 전리품을 접수하자

       진군(晉軍)이 축하하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였다.

 

진양공(晉襄公)은 포로로 잡아 온 진군(秦軍)의 세 장수 이름을

묻고는, 이어서 천천히 흩어보며 한곳에 이르러 말했다.

 

       어떤 자가 포만자(褒蠻子)라는 장수인가

       주공장수 양홍(楊洪) 이옵니다.

 

       이자는 비록 직급은 아장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무예와 용기를 겸비한 장수입니다.

 

       우리의 부장 래구(萊駒)가 겨루지도 못하고

       병거가 부서지며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사로잡기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허 어, 포만자(褒蠻子)가 그리도 용맹하단 말인가

       이자가 그렇듯 용맹하다고 하니, 결코 살려

       두었다가는 후일에 낭패를 가져올 만하구나

 

       장수 래구(萊駒)는 앞으로 나오라

       이자와 겨뤄졌다고 하는데이제 과인 앞에서

       그의 목을 베어, 싸움에서 진 치욕을 풀도록 하라

 

진양공의 명을 받들어 포만자(褒蠻子)를 대채의 기둥에 묶었으며

래구(萊駒) 큰 칼을 잡고 포만자의 목을 내리치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포만자(褒蠻子)가 큰소리로 외치며 말했다.

 

       너는 나에게 패한 패장(敗將)이 아니더냐

       어찌 패장(敗將) 주제에 감히 나를 범하려 하느냐

 

포만자(褒蠻子)의 목소리는 마치 공중에서 내리치는 천둥소리와

같이 우렁차서 대채(待寨) 안을 찌렁찌렁 울리었다.

 

       포만자褒蠻子가 소리를 한번 크게 외치고

       양쪽 팔을 잡아당기면서 힘을 주니

       그를 묶고 있던 포승줄이 끊어져 버렸다.

 

       래구(萊駒)가 매우 놀라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려

       손에 잡고 있던 대도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순간을 타서 포만자(褒蠻子)가 래구(萊駒)가 떨어뜨린 큰 칼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때 포만자(褒蠻子)의 뒤에는 이름이

랑심(狼瞫)이라는 직급이 낮은 소교(小校)가 한 명 서 있었다.

 

       랑심(狼瞫)은 그 광경을 보고있다가 재빨리 달려들어

       래구萊駒가 떨어뜨린 큰 칼을 순간적으로 손에 쥐고는

       포만자(褒蠻子)를 향해 내리쳤다.

 

한 번의 칼질에 포만자(褒蠻子)의 목이 떨어지지 않자다시 한번

내리쳐 포만자(褒蠻子)의 목을 잘라 진양공에게 바쳤다.

 

       장수 된 자의 무용이 어찌 일개 하급의

       소교(小校)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냐

 

       즉시 래구(萊駒)를 당장 쫓아내 버려라

       랑심(狼瞫)을 차우(車右) 장수에 임명하노니

       전투에 임할 때는 과인을 보호토록 하라!

 

랑심(狼瞫)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진양공의 안전에서 물러나면서

스스로 인정을 받았다고 자만하여 중군 원수였던 선진(先軫)에게

가서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

 

       이때 선진(先軫)은 마음속 한구석에 랑심(狼瞫)

       대해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진양공은 여러 장수와 군사들을 데리고, 개선가를 부르며

귀환 길에 올랐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선군인 진문공(晉文公)

상례(喪禮)계속 치르기 위해다시 곡옥성(曲沃城)으로 돌아갔다.

 

       진군(晉軍)이 효산(殽山) 전투에서 승리하고

       승전가를 부르며 곡옥성(曲沃城)으로 돌아오자,

 

       각국의 조문사절(弔問使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으며그런 분위기에서 진문공(晉文公)

       상례(喪禮) 식이 거창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진양공(晉襄公)은 전쟁으로 미뤘던 진문공(晉文公)의 상례喪禮

끝내고 나자, 포로로 잡아 온 진(秦)의 세 장수를 참수(斬首) 시켜

그들의 목을 태묘(太廟)에 바치고 강성(絳城)으로 돌아가려 했다.

 

       빈소에서 진양공(晉襄公)은 먼저 진군(秦軍)

       싸워서 이긴 공적을 표로 만들어 큰소리로 고하고

       나서는 진문공(晉文公)의 관에 넣었다.

 

그때 진양공(晉襄公)의 모후인 회영(懷嬴)도 진문공(晉文公)

상례(喪禮)치르기 위해 곡옥성(曲沃城)에 와서 머물고 있었다.

 

       회영(懷嬴)은 진목공(秦穆公)의 딸로서 처음에는

       진회공(晉懷公)이 세자이던 시절에 그에게 시집갔으나,

 

       진회공(晉懷公)이 옹성(雍城)을 탈출하여

       달아나는 바람에 홀몸이 되었다가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 등의 도움을 받아

       진문공(晉文公)에게 시집오게 된 여인이다.

 

회영(懷嬴)은 진(秦)의 세 장수가 포로로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포로로 잡혀 온 세 장수의 아버지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바가 있으므로 남다른 애정을 품고 너무 안타까워 했다.

 

 382 . 주군의 얼굴에 침을 뱉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