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75 화. 현고, 고국인 정 나라를 구하는가.

서 휴 2023. 11. 30. 22:32

 375 현고, 고국인 정 나라를 구하는가.

 

(나라 현고(弦高) 여양진(黎陽津)에 당도하자우연히 고향

친구인 건타(蹇他)를 만나면서진군(秦軍)의 동향을 알게 되었다.

 

       어이 건타(蹇他), 진군(秦軍)이 언제 출진하였소

       진군(秦軍)이 옹성(雍城)을 출발한 날이 작년 12

       병술일(丙戌日이었으니, 이제 진군(秦軍)

       이곳에 당도할 때가 되었소이다.

 

       우리 정(나라가 큰 위기에 놓이는 것이오

       허 어현고(弦高), 정말 그렇게 될 것이오

       어서 이 소 떼를 가지고 다른 곳으로 피신하시오

 

       여보게 건타(蹇他) 내 소를 좀 맡아주게

       아니현고(弦高) 뭘 하려는 건가

 

       고국에 갑자기 병란(兵亂)이 생기게 되었으니!

       허허내가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들은 이상 어찌 이대로 있을 수가 있겠소

 

       우리 정(나라가 망하면 내 무슨 면목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어찌 조상을 만날 수 있겠소

 

       건타(蹇他)는 이 목간을 주군께 빨리 바쳐주시오

       쉬지 말고 신정(新鄭)으로 달려가야 하오

       나는 이곳에 남아 진군(秦軍)을 저지하겠소이다

 

현고(弦高)는 자기의 100여 마리 소 중에서 살진 소 20마리를 고른

다음에, 나머지는 건타(蹇他)에게 맡기면서 빨리 떠나게 했다.

 

       현고(弦高)는 건타(蹇他)가 떠나자한 가지

       계책을 세우고, 이를 종자들에게 설명하였으며,

       호군(犒軍)에 필요한 행장을 갖추게 했다.

 

호군(犒軍준비가 끝난 현고(弦高) 20마리 소들을 재촉해 이끌고

진군(秦軍)이 오고 있을 서쪽으로 향하다가드디어 활국(滑國)

(땅에 이르자, 진군(秦軍)의 선발대 전초(前哨)를 만나게 된다.

 

       여보시오 진군(秦軍)의 선발대가 맞소

       누구신데 묻는 것이오

 

       나는 정(나라 군주가 보낸 사자입니다.

       바라건대진군(秦軍)의 대장을 뵙게 해주시시오

 

진군(秦軍)의 전초병은 중군으로 달려가 이를 급하게 보고했다

이에 대장 백리시(百里視)은 매우 놀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우리 진군(秦軍)이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사자를 이 먼 곳까지 영접하러 보냈단 말인가

 

       일단 정(나라 사신을 만나봐야

       그가 온 연유를 알 수 있겠구나

       (나라 사신을 어서 들여 보내라

 

대장 백리시(百里視)는 즉시 행군을 멈추게 하고현고(弦高)

불러오게 하였으며, 서로 상견 예를 하게 되었다.

 

그때 현고(弦高)는 관복을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정목공(鄭穆公)

명을 정말로 받고 온 사신처럼 행세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우리 정백(鄭伯)께서는 세 분 장군님이 진군을 이끌고

       저희 정(나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이에 변변치 못하나마 하신(下臣)인 이 현고에게

        20마리를 주시며 호군(犒軍) 하라 하셨습니다.

 

       장군 임저희 정 나라는 대국 사이에 끼어

       항상 대국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면서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고생만 하고 있습니다.

 

       단 하루라도 경계를 게을리하거나

       혹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서

 

       상국에게 죄를 얻게 되지나 않을까 몹시

       두려워하여밤낮으로 경비를 철저히 하느라

       감히 잠자리도 편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진군(秦軍)의 장군께서 우리 정(나라의

       사정을 잘 굽어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소이까 정백(鄭伯)이 우리 진군(秦軍)을

       호군(犒軍) 하기 위해 사자를 보냈다면 

       어서 국서(國書)를 보여 주시 오

 

       장군께서 작년 동짓달 12월 병술일(丙戌日)

       출병하시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말을 타고

       밤낮으로 힘써 달려온 파발로부터 들으신

       저희 군주께서는 군명(君命)을 글로 쓰시다가

 

       잘못 써서 다시 고쳐 쓰시다가혹시라도

       상국의 군사를 호군(犒軍하는 시기를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하셨나이다.

 

       국서(國書) 작성에 시간 끄시다가, 신에게 구두로

       명하시면서 빨리 달려가라 하시어이렇게

       달려와 장군에게 죄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백리시(百里視)는 자신들이 떠나온 날짜까지 정확하게 짚어대고 있는 

현고(弦高)의 말에 속으로 아연실색하며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로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저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백리시(百里視)는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태연한 표정으로 현고를

가까이 오게 하더니 귀에다 대고 엉뚱한 말을 하였다.

 

       우리 군주께서 진군(秦軍)을 보내신 이유는

       이곳 활(나라를 토벌하기 위해서이지

       결코()을 정벌하기 위해서가 아니오

 

       , 각 진영에 연락하여 이곳에 주둔하도록 명하고

       모두 진채를 새우도록 하라

     

그 날 저녁현고(弦高)는 가지고 온 소 20마리를 차례대로 3

동안을 잡아()나라 군사들에게 배불리 먹인 후가 되어서야

거듭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신정(新鄭)으로 돌아갔다.

 

백리시(百里視)가 한자리에 주둔하면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자

부장 서걸술(西乞術)과 건병(蹇丙)이 궁금하여 그 까닭을 물었다.

 

       장군군사의 행렬을 이곳에 멈추도록

       명령을 내리고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 진군(秦軍)이 천릿길이나 멀리 왔는데

       뜻밖에 정(나라 사자가 이미 다 알고 찾아왔소

 

       (나라 사자의 말을 들으니 그들은 이미

       우리가 출병한 날짜까지 훤히 알고 있었소이다.

 

       그것으로 보아, (나라 신정(新鄭)에서는 이미

       우리 진군(秦軍)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소

 

(나라가 이미 진군(秦軍)의 기습 사실을 모두 알고 만반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진() 나라의 세 장수는 정()

나라에 대한 기습 작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머나먼 천릿길을 달려온 것은 오로지

       (나라를 기습하기 위해서였소

 

       우리가 설사 공격하더라도 정(나라가 신정(新鄭)

       굳게 지킨다면 점령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오

 

       그렇다고 포위하여 그들이 지치기를 기다린다면

       우리가 이끌고 온 군사들의 수는 적고 식량과

       마초도 부족하여 싸움을 오래 계속할 수 없소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머물 수만도 없는 일 아니겠소

       나의 고민도 바로 그것이오

 

       이대로 그냥 돌아가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고

       잘못하다간 문책(問責)을 당할 수도 있소이다!

 

       그렇다면 정() 나라를 정벌을 중지하고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본 것이 있소

       (나라는 원래 정(나라의 속국(屬國)이오.

       ()을 치는 것은 정() 치는 것과 같소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활(나라를 쳐서

       전리품이라도 잔뜩 챙겨가는 것이 어떻겠소

 

       마침 활()은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으니

       급습한다면 파할 수 있을 것이오

 

       ()에서 포로와 전리품을 얻어 돌아가서

       우리 주군께 바친다면 이번의 출병이 전혀

       뜻이 없었다고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윽고 그날 밤 삼경이 되자진군(秦軍)의 군사들은 세 방향으로

나누어, 일제히 활성(滑城)을 습격하여 점령해 버렸다.

 

       깜짝 놀란 활()의 군주는 책(땅으로 도망갔다

       진()의 군사들은 활() 여자들과 그리고

       값비싼 옥과 비단들을 대거 노략질한 한 후에 

       활(나라의 도성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현명한 현고(弦高)의 용감한 계책으로 정()나라는 전쟁을 피하게

되었으며, 엉뚱하게도 활(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그 후 진군(秦軍)이 물러갔으나 활(나라는

       다시 나라를 일으키지 못했으며, 그 후 (나라

       땅은 모두 진(나라가 차지하게 되었다.

 

한편 신정(新鄭)의 정목공(鄭穆公)은 상인 현고(弦高)의 비밀 목간을

받았으나, 진군(秦軍)이 쳐들어온다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봄 2월 상순이 아닌가

       봄이 되면 농사준비로 바 뿔 터인데진군(秦軍)

       이 먼 곳까지 쳐들어오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주공()에서 나와 있는 세 장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좋다어서 진()의 장수들이 묶고 있는 객관과

       군영(軍營)에 가서 그들의 눈치를 살펴보도록 하라

 

그때 신정(新鄭)의 북문 안에 주둔하고 있던 진군(秦軍)은 병장기를

정비하는 등으로 전투준비를 하고 있으면서올봄 2월 상순(上旬)

도착할 본국의 진군(秦軍)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곧 우리 본국의 진군(秦軍)이 도착할 것이다.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전초(前哨)의 소식을 기다려라

 

       개인마다 떠날 여장(旅裝)을 단단히 꾸려놓고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를 해놓고 대기하라

 

신정(新鄭성에 머물고 있던 2천여 진군(秦軍)은 병장기를 정돈하고

개인마다 여장(旅裝)을 꾸리고 있었는데모두가 원기가 왕성하며,

그들은 오로지 본국의 진군(秦軍)이 당도하기만 하면북문을 열고

맞이하면서 합세하여 정(나라를 점령할 생각뿐이었다.

 

 376 . 천리 밖의 원정이 헛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