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73 화.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아는가.

서 휴 2023. 11. 29. 22:34

 373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아는가.

 

정목공(鄭穆公)에게 격분한 기자(杞子), 봉손(蓬孫), 양손(楊孫)

난상 토론을 벌이며 신정(新鄭) 궁실을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진문공(晉文公)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진문공이 죽다니 이제 기회가 온 것이 아니겠소

       하늘이 우리 계획을 이뤄주려는 것이오

 

세 장수는 기회가 왔다고 기뻐하면서즉시 편지를 써서 심복을

옹성(雍城)으로 보내게 되며, 진목공(秦穆公)에게 바치게 했다.

 

       저희는 주군의 명에 따라 정() 나라를 지키면서

       신정(新鄭)의 북문 안에 주둔하고 있나이다.

 

       이제 진문공도 죽고 신정(新鄭)의 경비도 허술한바,

       만약 밖에서 신정(新鄭) 성을 습격한다면,

 

       우리가 안에서 내응(內應)하게 되므로

       정(나라를 쉽게 차지할 수 있나이다.

 

       ()은 진문공이 죽어 상중에 있는바

       (나라를 구원할 경황이 없나이다.

 

       지금의 정백(鄭伯)도 이제 군주가 됐으므로

       아직 아무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 중원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이옵니다

       절대로 놓쳐선 아니 될 것이옵니다

 

진목공은 비밀편지를 받게 되자, 정목공(鄭穆公)()

세 장수를 냉대하는 것은, (나라를 무시하는 짓이라며

크게 분노하면서도, 좋은 기회가 왔다면서 속으로 반가워했다.

 

또 연이어 세 장수로부터 신정(新鄭)을 비밀리에 기습하자는

제안이 들어오자,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를 불렀다.

 

       두 노신은 이 두 장의 편지를 읽어보시오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주공, 가까운 나라라면 쉽게 이룰 수 있나이다.

 

       하오나, (나라는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어

       (나라 사람을 포로로 잡아 올 수는 있겠으나,

       (나라의 땅은 결코 얻을 수 없나이다.

 

       무릇 병사들을 이끌고 천릿길을 행군하는 일은

       높은 산을 넘고 큰 강을 건너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소요 되는 시간이 한두 달이 아닐 진데

 

       어찌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비밀리에 갈 수 있으며

       어찌 비밀리에 그 먼 거리를 행군할 수 있겠나이까

 

       만약 정(나라가 알게 되면 미리 대비할 것이므로

       그리되면 우리의 노력은 허사가 될 것입니다.

 

       또한우리 군사들도 행군 도중에, 반드시 뜻밖의

       봉변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 생길 수 있나이다.

 

       주공, 신 건숙(蹇叔)이옵니다.

       그 나라를 지켜주겠다고 군사를 남겨 놓고는

       그 군사를 이용해 점령하는 일은 신()이 아니며,

 

       또한그 나라의 슬픈 상()을 당한 틈을 이용해

       그 나라를 공격하는 일은 결코 인()이 아닙니다.

 

       설사 우리의 계획이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들어간

       노력보다 이익은 적을 것이니, 이는 지()가 아닙니다.

 

       주군께서는 신(), (), (),  세 가지를 모두

       왜 잃으려 하시는지 뜻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두 노신은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것이오

       과인이 진(나라 군주를 세 번 세워 줬으며

       (나라의 난리를 두 번이나 평정해 줬으므로

       이제 과인의 이름은 중원 천지에 드높아졌소

 

       단지진문공(晉文公)이 성복(城濮전투에서

       초군(楚軍)을 대파(大破)하는 바람에,

       백업((伯業)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을 뿐이오

 

       이제 진문공(晉文公)이 세상을 떠난 이 마당에

       천하에 누가 우리 진()과 다툴 수 있단 말이오

 

       (나라는 이제 외로운 처지이므로우리가

       아니라도 다른 나라가 점령하고 말 것이오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정(나라를 멸한 후에

       그 땅을 진()의 하동(河東땅과 바꾸자 한다면

 

       (나라도 필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데

       어찌해 유리한 점이 없다고만 말하는 것이오

 

       주공전쟁을 벌이는 일은 국가의 대사(大事) 이온데

       먼 () 나라에 있는 세 장수의 허언(虛言)

       현혹되어, 큰일을 그르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공신 백리해(百里奚이옵니다.

       주공정녕 그리하시겠다면, 먼저 진()과 정()

       조문 사절을 보내시고충분히 살펴본 후에

       (나라를 공격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허 어그렇게 할 시간이 어디 있겠소

       만약 조문 사절이 떠나고 돌아오는 시간은

       족히 6개월 이상이나 걸리고 말 것이요.

 

       그때 군사를 출동시켜서는 너무나 늦게 되오

       둘도 없는 좋은 기회를 하늘이 내린 것인데

       어찌 아무 일도 해보지 못하고 놓치란 말이오

 

       무릇 군사를 움직일 때는 벼락 치듯이 하여

       적군에게 귀를 막을 틈도 주지 말아야 하오.

 

       이번 정벌만 성공하면 제환공과 진문공에 이어

       과인도 패공의 지위에 오를 수 있지 않겠소

 

       과인이 천하의 패공이 되려면우선으로 먼저

       (나라부터 손에 넣어야 하지 않겠소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니겠소

 

       두 노신은 너무 편안히 늙어버린 게 아니오

       이제는 이런 이치도 모르면서 살고 있단 말이오

 

진목공(秦穆公)이 화를 내면서, 더구나 무시하는 말까지 하자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는 더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본래 진목공은 덕(), (), (), ()두루

       갖춘 명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상시

       같았으면 두 재상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나,

 

       이때의 진목공(秦穆公)은 확실히 정상적이지

       못하고 몹시 조급해하고 있었다.

 

어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나라를 한번 누르고 말겠다는

조급증과 진문공(晉文公)에 대한 열등의식이 한데 어우러져

평상시의 냉철함을 잃어버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목공은 즉시 세 장수가 보낸 밀사들을 불러들였으며다음

해인 2월 상순에 군사를 신정(新鄭)에 당도시키도록 하겠으니

내응(內應하는데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백리시(百里視)를 대장으로 임명하고

       건병(蹇丙)과 서걸술(西乞術)을 부장으로 삼노라 

       진군(秦軍)에서 정예병으로 갑사 3천 명을 선발하고

       병거(兵車) 3백 승을 옹성(雍城)의 동문밖에 집결시켜라!

 

백리시(百里視)는 백리해의 아들이고건병(蹇丙)은 건숙의 아들이다

출병일이 되자, 대장 백리시와 부장 건병서걸술조당(朝堂)

들어가 진목공에게 출전 준비가 끝났다고 고했다.

이때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는 흐느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아참으로 슬픈 일이로다

       오늘은 너희들의 출병하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다시 돌아오는 모습은 보지 못할까 두렵구나

 

       아니두 서장(庶長)께선 왜 이러시오

       군사가 출진하는 마당에 어찌 곡을 하여

       군심(軍心)을 심히 어지럽히려 한단 말이오

 

       주공신들이 어찌하여 출진하려는

       우리 군사들을 향해 곡을 하겠나이까

 

       신들은 오직! 저희 자식 놈을 위해서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되어 곡을 했사옵니다.

 

진목공(秦穆公)이 좌우 서장(庶長)에게 타박을 주자이때 부친이

슬퍼하는 모습을 본 건병(蹇丙)이 건숙(蹇叔)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버님그리 슬퍼하시면 출전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아니 된다 우리 부자가 진(나라의

       봉록(俸祿)을 후하게 받으며 넉넉하게 살아왔노라

 

       네가 출전하여 전쟁터에서 죽는다면스스로

       직분을 다하여 주군에게 충성을 바치는 일이다

 

건병(蹇丙)이 인사를 마치자건숙(蹇叔)은 봉지(封紙)에 단단하게

싼 목간(木簡하나를 아무도 몰래 건네주었다

 

       건병(蹇丙네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되면

       이 목간에 쓰여 있는 대로 조심해서 행하여라.

 

 건병(蹇丙)은 부친의 허락을 받고 출전을 하였으나막상 그 마음은

 매우 황당하고 처량했다. 그러나 백리시(百里視)는 자기의 재주와

 용기를 믿은 나머지, 반드시 공을 세우겠다고 다짐하며 태연했다.

 

 건숙(蹇叔)은 진군(秦軍)이 출병하여 옹성(雍城)을 떠나는 걸

 마지막까지 보고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을 칭하면서 정사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표장을 올리고는  조당에 나오지 않는다.

 

       진목공이 허락하지 않자건숙은 다시 병이

       매우 깊다면서, 고향인 명록촌(鳴綠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백리해(百里奚)는 건숙(蹇叔)이 떠나지 않도록 만류할 마음으로

문병하러 건숙(蹇叔)의 집을 찾아갔으며, 둘이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이 동생은 어느 길로 가야 옳은지 알고 있지만

       이렇게 구차하게 머물고자 하는 것은

       내 자식이 생환하는 모습이나마 보고 싶어서입니다.

 

       형께서는 이 동생에게 한마디 가르침도 없이

       어찌하여 명록촌(鳴綠村)으로 떠나려고만 하십니까

 

       동생그렇지 않아도 말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소.

       이번에 우리 진군(秦軍)은 틀림없이 패할 것이오.

 

       동생은 공손지(公孫枝)에게 하하(河下)에 배들을

       모아 놓고 기다리라고, 아무도 몰래 알려줘야 하오?

 

       만일 우리 장수들이 진()에서 도망쳐 나온다면

       재빨리 배에 싣고 귀환시키라고 꼭 말해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절대로 잊지 않고 전하겠습니다.

 

394 . 비밀 원정이 모두 소문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