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74 화. 비밀 원정이 모두 소문나는가.

서 휴 2023. 11. 30. 21:10

 374 비밀 원정이 모두 소문나는가.

 

건숙(蹇叔)은 진() 나라에서 자기의 역할이 이제 다 끝났다면서,

미련도 남기지 않고, 초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백리해(百里奚)가 이에 대해 진목공에게 고하자,

       진목공(秦穆公)도 몹시 섭섭했지만 어쩌지 못하고,

       황금 20근과 귀한 채색 비단 백 필을 하사했다.

 

(나라의 모든 신료는 교외의 외관 문까지 나아가그동안

정들었던 건숙(蹇叔)을 몹시 아쉽게 전송하면서 돌아오게 되었다.

 

       공손지(公孫枝장수잠깐 봅시다

       건숙(蹇叔)께서 떠나기 전이었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고, 꼭

       공손지(公孫枝장수에게만 부탁하라 당부했소

 

       이는 장수를 충성심과 용기를 갖춘 것으로 생각하여

       나라의 우환(憂患)을 같이 나눌 수 있다고 본 것이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발설하지 마시고

       비밀리에 혼자서 준비해야 한다고 하였소.

       예에좌서장(左庶長임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건숙(蹇叔)이 떠나가자백리해(百里奚)는 공손지(公孫枝)의 손을

조용히 붙잡고는, 건숙(蹇叔)의 말을 다짐을 받으며 전했다.

 

       공손지(公孫枝)는 백리해(百里奚)의 부탁을 받자,

       난진(欒軫)을 앞세워 하수(河水밑의 하하(河下)

       일부 군사와 함께 주둔시켜 배를 모으게 하면서,

       (나라의 정보도  비밀리에 수집하게 했다.

 

하하(河下)는 황하(黃河)의 본류인 위수(渭水)와 하수(河水)

합해지는 곳으로, 옛날부터 섬서성에서 산서성으로 건너가는

나루터가 있으며, 또한 진()과 진()의 경계이기도 하였다.

 

한편 진군(秦軍)은 옹성(雍城)을 떠나 보름 동안 강행군을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대장 백리시(百里視)는 야영을 명령했다.

 

       장수들과 식사를 같이 하도록 준비하라

       오랜만에 장수들이 다 모였군요.

       그동안 행군 만을 하느라 고생들이 많았소

 

       아 참건병(蹇丙장수는 봉지(封紙)를 열어보았소

       아니 오밀봉(密封된 것이라 아직 열어보지 못했소.

 

       한번 열어봅시다아마(나라를 대파할 수 있는

       신비한 기계(奇計)가 적혀 있을 것이 분명하오

 

건병(蹇丙)은 잘 간직하고 있던 봉지(封紙)를 가져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심스럽게 풀면서 목간(木簡)을 꺼냈다.

 

       잘 들어라 이번의 기습출정에서 염려할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 바로 진(나라이다.

       (나라를 아주 조심해야 한다

 

       이번의 출정은 비밀 행군이 되므로,

       반드시 효산(殽山)을 통과해야 한다.

 

       효산(殽山)은 지세가 무척 험하니

       마땅히 조심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너희가 방심하면내가 마땅히 너희들의 해골을

       찾으러 그곳에 가야 하게 될 것 같구나

 

효산(殽山)은 하남성 서쪽 황하 남안의 동북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있는 산맥으로서쪽으로는 섬현(陝縣), 동쪽으로는 민지(澠池)

접해 있고서효산(西殽山)과 동효산(東殽山)으로 나누어진다.

 

       아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요

       허허, 참으로 불길한 말이 아니겠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 판에

       아니어찌 이런 글을 써놨단 말이오

 

백리시(百里視)의 막사에 모여 있던 장수들은 건숙(蹇叔)의 목간을

모두 읽어보았으나설마 하면서 목간(木簡)의 내용을 믿지 않았다.

 

진군(秦軍)은 한겨울 12월에 옹성(雍城)을 출발하여, 다음 해 정월에

왕성에 당도하여, 낙양성(洛陽城)의 북문을 통과하게 되었다.

 

       우리 진군(秦軍)의 군사들은 잘 듣도록 하라

       천자가 계시는 낙양성(洛陽城)이다

 

       비록 천자를 알현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어찌 존경하는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두 병거에서 내려, 투구를 벗어들고 도보로

       왕성 앞을 통과하라는 영을 좌우 모두에게 전하라

 

백리시(百里視)는 이렇게 엄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때 행렬의 선봉에 서있던 아장(牙將포만자(褒蠻子)

몹시 사납고 용맹하기가 이를 데 없는 장수였다.

 

       이윽고 진군(秦軍)이 낙양성(洛陽城) 성벽을 따라 

       북문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포만자(褒蠻子)가 잽싸게 몸을 날려 나는 새처럼 병거(兵車)

올라타더니마치 질풍처럼 앞으로 달려나가, 이내 보이지 않게

되며, 그만 명령을 무시하는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때 백리시(百里視)는 포만자(褒蠻子)의 용맹스런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오히려 감탄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군사들 모두가 포만자(褒蠻子)처럼 용맹하다면

       우리가 어떤 싸움에서인들 이기지 못하겠는가

 

여러 장수와 군사들이 대장 백리시(百里視)가 하는 말을 듣게 되자

진군(秦軍) 모두가 시끄럽게 소리치며 말했다.

 

       어찌 우리가 포만자(褒蠻子) 보다 못하단 말인가

       우리도 앞서 달려나가 보자

 

       달리는 병거(兵車)에 뛰어오르지 못하는 자는

       모두 전후(殿後)로 가서 행군하도록 하라

 

전후(殿後) 말은, 겁이 많고 허약한 군사들 이거나, 전장에서

패하고 돌아오는 군사들을 행군의 맨 뒷줄에 세운다는 뜻이

었으므로이는 곧 모욕을 주는 말이었다.

 

       진군(秦軍)의 군사들이 전후(殿後)에 세운다는 말을

       듣게 되자, 서로 앞을 다투어 두 팔로 가슴을

       두드리면서, 왕성의 군중들이 보라는 듯이

       큰 함성을 지르며, 용맹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도보로 걷던 군사들, 갑자기 병거(兵車)를 전방을 향해 힘껏 달리게

하고는, 땅에서 힘차게 뛰어 오르면서 잽싸게 올라타고, 질풍처럼

앞으로 내달았으며, 진군(秦軍)의 3백 승에 달하는 병거(兵車) 행렬이

삽시간에 낙양성(洛陽城)의 북문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때 주양왕(周襄王) 왕자 호()와 왕손 만(滿) 데리고

       북문 성루에서, 진군(秦軍) 통과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윽고 진군(秦軍)의 행렬이 모두 북문을 지나가 버리고,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자왕자 호()가 아들 왕손 만(滿)을 대리고 주양왕

앞으로 나아가 진군(秦軍)의 용맹성을 감탄하면서 말한다.

 

       아바마마신이 보건대 진군(秦軍)은 용맹스럽고

       강건하여대적할 수 있는 나라가 없겠나이다.

       이번에 정(나라는 반드시 어렵게 되겠나이다

 

당시 나이가 매우 어렸던 왕손 만(滿)이 아버지 왕자 호()의 말을

듣게 나자, 얼굴에 미소를 띠기만 할 뿐으로 말은 하지 않았다.

 

       예야왕손 만(滿

       무슨 할 말이 있어 웃고만 있느냐

 

       할바마마제 이야길 들어보소서.

       천자가 계시는 궁궐 앞을 지날 때는 

       반드시 예를 갖춰야 하옵니다.

 

       윗갑옷은 벗어 둘둘 말고병장기는 모두 

       끈으로 묶어 병거에 실어 놓고, 투구는

       반드시 벗어 들고 걸어서 지나가야 합니다.

 

       오늘 진군이 행군하는 모습을 보니단지

       투구만을 벗고 지나갔으니 이는 무례입니다.

 

       또 달리는 수레에 뛰어올라 질풍처럼 내달렸으니

       이것은 심히 경박한 행동이라 하겠나이다.

 

       군사들의 행동이 가벼우면 전술이 미치지 못하고

       예의가 없으면 군기가 쉽게 해이해질 것입니다.

 

       이번 진군(秦軍)의 출전은 스스로 해를 당해

       패전의 치욕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정(나라 상인 중에 이름이 현고(弦高)라는 사람이 있었다.

현고(弦高)는 소를 팔고 사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었으며옛날

주 왕실의 왕자 퇴()가 소를 좋아하여 수많은 소를 사들이게

되자낙양성에 들어가 소를 팔며 세상의 문물도 많이 익혔었다.

 

       왕자 퇴()가 죽은 후에 소 장사꾼들은 주로

       정(), (), (), 세 나라에 소를 팔러 다녔다.

 

       현고(弦高)는 신분이 비록 상인에 불과하지만

       군주에 대한 충성심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환난을 극복하고

       분쟁을 풀 수 있는 지혜도 갖추고 있었다.

 

       단지천거해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저 소를 팔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현고(弦高)1백여 마리의 소를 팔기 위해 정(나라에서

(나라로 가는 중에 여양진(黎陽津) 나루터에 이르게 되었다.

 

       아니친구 건타(蹇他)가 아닌가

       호오현고(弦高반갑소이다

 

       건타(蹇他)는 어디서 오는 길이오

       하하(나라에서 소를 모두 팔았소이다.

 

       그 많은 소를 다 팔았다니 믿어지지 않소이다.

       그렇소(나라로 빨리 가보시오

 

       아니, ()나라는 그냥 소를 나눠주고 있지 않소

       그렇지요그러나 농지를 하도 개간하다 보니

       소가 없어 송아지도 다 사버리는 것이오.

 

       허허()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겠소이다.

       허허, 벌써 부자나라가 되었소이다.

 

       그런데 현고(弦高), 우리 정(나라가 큰일 나겠소

       아니우리나라가 큰일이 나다니 무슨 말이오

 

       이번에 소들을 많이 징발하였소..

       아마 우리 정(나라와 전쟁을 일으킬 것 같소

 

       진군(秦軍)이 이미 우리나라로 쳐들어오고 있소

       진군(秦軍)의 정예군이 쳐들어오고 있으니

       우리 정(나라가 망하게 될까 큰 걱정이오

 

 375 현고정 나라를 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