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71 화. 진실과 용기는 목숨을 구하는가 .

서 휴 2023. 11. 28. 15:33

 371 . 진실과 용기는 목숨을 구하는가

 

진문공(晉文公)은 정() 나라의 석신보(石申父)와 후선다(侯宣多)

()의 군영에 머물게 하면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게 했다그리고

눈앞에 대령해 있던 숙첨(淑詹)을 쳐다보며 큰소리로 질책한다.

 

       너는 정(나라 정사를 한 손에 쥐고 흔들면서

       지나는 손님에게 실례를 범했으니 그 죄가 하나이다.

 

       회맹에 참석하고서도 다시 두 마음을 품게 만들어

       허위 사실을 핑계로 회군하였으니, 그 두 번째 죄다.

 

       으흠, 큰 가마솥이 준비되어 있구나

       어서 팽살형(烹殺刑) 집행을 서둘러라

 

이때 숙첨(淑詹)은 진문공(晉文公)이 하는 말을 듣고도, 얼굴빛을

하나도 바꾸지 않으며, 똑바로 얼굴을 들어 진문공을 보며 말한다.

 

       신이 죽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나이다.

       좋다마지막으로 말해보라

 

       옛날 진후(晉侯) 님이 천하를 유랑하며, 우리 정()

       나라를 찾으셨을 때 신은 우리 주군께 아뢰었나이다.

 

       중이(重耳) 공자님은 어질고 사리에 밝으신 분이며

       그 좌우의 가신들도 모두가 재상의 재목이라,

       만약 환국하게 된다면 반드시 방백의 자리에

       오르실 분이라고 말했나이다.

 

       그 후 온(땅에서 열린 회맹에서는 신이 우리

       군주께 권하기를반드시 진후(晉侯)를 섬겨야만

       옛날에 저지른 실례에 대한 죄를 추궁받지 않고

       사직을 지킬 수 있지만

 

       이번에 다시 회맹에 반하여 다른 마음을 품고

       (나라를 섬기다가는주군께서는

       그 죄를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나이다.

 

       그러나, 하늘은 정() 나라에 재앙을 내리사

       신의 간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이다.

 

       진후(晉侯)께서 정(나라의 정사를 맡아보는

       신에게 죄를 물으려 소환한다고 하자

 

       자신의 허물을 깊이 깨달으신 정백(鄭伯)께서도

       자진해 가겠다는 신의 청을 허락하지 않았나이다.

 

       신은 단지 그 주군을 욕되게 하는 자는 마땅히

       죽음으로서 사죄를 해야 한다는 충심의 말에 따라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해 자청(自請)하였나이다.

 

       신은 한 사람의 목숨으로 위난에 처한 정()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청(自請)하여 온 것입니다.

 

       무릇 사리를 능히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라하고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마음을 충()이라 하며,

       위난에 처한 나라를 피하지 않음을 용(이라 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을 인()이라 합니다.

 

       이처럼 지충용인(智忠勇仁) 모두를 갖춘 신하를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것이 진(나라 법입니까

       (나라의 법이 그렇다면 어서 삶아 죽이십시오

 

숙첨(淑詹)은 말을 마치자 곧바로 펄펄 끓는 가마솥 곁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그리고 가마솥 곁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 이후로 자기의 군주를 모시는 자는

       이 숙첨(淑詹)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바른 충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때 숙첨(淑詹)의 용기 있는 말을 듣게 된 진문공은, 혹시라도 

자기의 신료들이 숙첨(淑詹)의 말처럼 자신을 대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면서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졌다.

 

       팽살형(烹殺刑)의 집행을 멈추어라.

       숙첨(淑詹)! 과인이 한 번 경을 시험해 봤노라

       경이야말로 진실로 충성스러운 어진 신하로다

 

이 일로 진문공은 숙첨(淑詹)을 예를 갖추어 극진하게 대했으며

해가 질 무렵이 되자, 공자 란()이 진()의 군영에 당도했다.

       

       공자 란()은 어서 오시 오

       숙첨(淑詹), 석신보(石申父), 후선다(侯宣多) 등은

       세자에 대한 예를 갖추어 상견 예를 올리고

       신정(新鄭)에 돌아가 세자로 세우도록 하라.

 

정문공은 공자 란()을 세자로 세웠으나 결국진문공은 숙첨과

촉무로 인하여 정(나라를 점령치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이로써 중원의 제후들은 모두 진문공(晉文公)

       영향권에 들게 되며단지 초(나라만 남았다.

 

촉무(燭武)의 몇 마디 말로 인해, ()과 진()은 사위와 장인의

따뜻한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으며, 결국 서로 화해하지 않게 되자

장차 피바람이 불게 되는 일이 생겨난다.

 

진군(晉軍)이 정(나라에서 돌아오자(나라는 오랜만에

평온을 찾게 되며또한 전쟁을 일으킬 사연이 없기도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진문공(晉文公)의 파란만장했던

       세월은 흘러가고, 어느덧 나이 70을 넘기며

       평생을 동고동락했던 가신들도 모두 백발이 되었다.      

       가는 세월은 누구나 막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다음 해, 위주(魏犨)가 술에 취해 수레에서 떨어져 다쳤다. 이는

옛날 희부기(僖負羈)의 집에 불을 질렀을 때, 대들보에 깔려 골병든

내상이 도져난 것으로한 말이나 피를 토하고는 끝내 죽고 말았다.

 

       진문공(晉文公)은 위주(魏犨)의 아들 위과(魏顆)에게

       위주(魏犨)의 벼슬을 잇게 해줬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도

       연이어 노병(老病)으로 죽었다.

 

진문공(晉文公)은 호모(狐毛), 호언(狐偃)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게 되며부음(訃音)을 듣자마자 목을 놓아 울면서 말한다.

 

       두 형제는 나의 외숙으로서

       어릴 적부터 나의 스승이었으며       

       한시도 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노라

 

       과인을 환난에서 몸을 빼내 오늘이 있게

       한 것은 모두가 외숙들의 도움에서였노라.

 

       뜻밖에 나를 버리고 곁을 떠나버리다니

       실로 팔들이 떨어져 나간 것과 갔도다

       참으로 슬프고 슬픈 일이로다

 

진문공(晉文公)이 울면서 지내며 실의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게

된 대부 서신(胥臣)은 참다못해 어느 날 진문공 곁에 다가갔다.

 

서신(胥臣)은 옛날 망명을 함께 다녔던 공신으로, 선진(先軫), 

위주(魏犨)더불어 소장파에 속해 있으면서그중에서도

학문이 깊고 성품이 활달하여 외교력을 잘 발휘하고 있었다.

 

       주공께서는 두 형제분을 애석해하시며,

       너무나 슬퍼하고 계시옵니다.

 

       주공신이 두 분을 대신할 만한 인물을

       천거하고자 하옵는데 괜찮으시겠는지요

 

       이 사람을 불러 쓰신다면 돌아가신 호언의

       뒤를 이을가히 재상감으로 인정하실 겁니다.

 

       주공께서 잘 판단하여 임용하시기 바라나이다.

       경이 천거하려는 사람은 어떤 인품인가

 

       신이 옛날에 사자의 임무를 띠고 길을 가다가

       (땅의 들판에서 묵게 되었나이다.

 

       그때 한 사람이 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나이다.

       그때 마침 점심때가 되어, 그 처가 음식을 가져와

       두 손으로 공손히 그 농부에게 바쳤습니다.

 

       그 남편 되는 농부도 역시 몸가짐을 바로 하고

       공손한 태도로 그 부인에게서 음식을 받아 놓고는

       하늘과 땅에게 간단한 제사를 지낸 후에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처는 농부 곁에서 식사가 다 끝날 때까지

       서서 기다리며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농부가 이윽고 식사를 다 끝내자

       그 처가 그릇을 챙겨서 돌아갔습니다.

 

       식사를 끝낸 그 농부는 다시 곰방메를 잡고서

       김매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농부는 시종일관 얼굴에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습니다.

 

       남편과 부인 사이에 서로 존경하기를 마치

       손님을 대하듯이 하니하물며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신은 능히 손님에게 예를 행할 줄 아는 자는

       반드시 덕을 갖추고 있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제가 그 농부에게 다가가 그 성과 이름을 묻자

       그는 곧 극예(郤芮)의 아들 극결(郤缺이었나이다.

 

       허 어그 아비가 대역죄인인데 어찌

       그 자식을 불러 쓸 수가 있더란 말인가

 

       주공()와 순(임금은 각기 단주(丹朱)

       상균(商均이라는 변변치 못한 아들을 두었고

 

       ()과 같은 악인에게도 우(임금 같은

       성인인 아들이 있었나이다.

 

       어진 것과 불초한 것은 부자지간이라 해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옵니다.

 

       주군께서는 어찌하여 그 아비가 저질은 죄를

       허물하여, 유용한 인재를 버리려 하십니까

 

       으흠경의 말이 옳도다

       경은 나를 대신해 그를 불러오라

 

       주공신은 그가 만약 타국으로 도망가서

       그 나라에 임용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신은 그를 데려와 제집에 머물도록 했나이다.

 

       주공, 극결(郤缺)을 쓰시려면 사자를 보내시옵소서.

       주공현자를 대하는 예를 행하셔야만 하옵니다.

 

서신의 말을 따라내관은 도포와 비녀와 관과 갓끈을 가지고

극결(郤缺)에게 진문공의 부름을 알리자, 이에 극결(郤缺)

군주의 명을 받들어 사자로 온 내관 앞에 엎드리면서 말했다.

 

       신은 기(땅에서 밭이나 갈던 한낱 농부요

       선친의 죄를 물어, 죽이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주공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사온데 하물며,

       어찌 감히 조당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372 . 새 인물과 함께 새 시대를 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