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67 화. 서로 살리고 서로 죽이는가.

서 휴 2023. 11. 25. 21:43

 367 서로 살리고 서로 죽이는가.

 

위성공(衛成公)이 풀려났을 그때, 원훤(元暄)은 이미 공자 ()

받들어 위후(衛侯)의 자리에 앉혔으며, 또한 민심을 안정시키고,

위성(衛城)을 정비하고는 성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이는 혹시 위성공(衛成公)이 석방되어

       귀국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이었다.

 

위성공(衛成公)은 겨우 석방되어 귀국하려 했으나그러나 이미

원훤(元暄)이 공자 괄()을 위후(衛侯)로 세워놓았으므로

자칫 군사를 동원하여 자기에게 대항할 것으로 판단했다.

 

       영유(寧兪)는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이제는 비밀리에 일을 벌여야 하옵니다

       주공신이 듣기로는 대부 주천(周歂) 야근(冶厪)이

       원훤(元暄)에게 공자 괄() 옹립을 돕겠다며

       경의 벼슬을 원했으나 거절당했다 합니다.

 

       이 두 사람은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오니

       그들과 내통하려 한다면 반드시 응할 것입니다.

 

       주공신에게는 공달(孔達이라는

       아주 친한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사옵니다.

 

       공달(孔達)은 송(나라의 충신 공보가(孔父嘉)

       후손이오며, 가슴속에는 천하를 경영할 수 있는

       많은 경륜과 높은 학식을 갖추고 있사옵니다.

 

       신이 공달(孔達)에게 말하면  주군의 명을 받들 것이며

       주천(周歂)과 야근(冶厪) 과도 평소에 알고 지내오니

 

       공달(孔達)에게  두 사람을 포섭하게 하고,

       일이 성사되면 경의 벼슬을 준다고 하시옵소서.

 

       그 두 사람이 원훤(元暄)을 죽이게 된다면

       그 나머지 잔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옵니다

 

영유(寧兪)는 낙양(洛陽)에 머물고 있으면서도심복을 아무도

몰래 초구성(楚丘城)에 보내면서 염탐하고 있는 걸 위성공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그렇게 이행하기로 약속하여 주었다.

 

       이 일을 비밀스럽게 잘 진행해 보시 오

       일이 성사된다면야 무슨 벼슬인들 어찌 아끼겠소

영유(寧兪)는 심복을 초구성(楚丘城)에 보내면서죽마고우며

서로 굳게 믿고 있는 친구 공달(孔達)에게 편지를 전하게 했다.

 

       공달(孔達)은 나영유(寧兪)의 말을 잘 듣게나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에게 경()의 벼슬을

       준다는 위성공(衛成公)의 친필 편지를 보내니

 

       두 사람과 함께 잘 결탁하여

       위성공(衛成公)의 복국을 도모해 주기 바라네

 

       또한위성공(衛成公)이 하해(河海)와 같은

       왕은(王恩)을 입어 비록 석방되었으나,

 

       차마 위(나라에 돌아올 면목이 없어

       ()에 몸을 의탁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려

       원훤(元暄)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네

 

영유의 청을 허락한 공달은 저녁이 되자아무도 모르게 주천과

야근을 만나 영유의 편지를 보이면서 뜻을 모았으며, 다 함께

위성공의 복국(復國)을 위해 내통하기로 결의했다.

 

       공달은 영유와 긴밀한 연락을 취해야 하오

       거사 날짜는 이달 그믐날 밤으로 정합시다.

 

       원훤은 매일 밤마다 빠지지 않고

       친히 성 주위를 돌아보고 있소이다.

 

       어떻소 자객을 시켜 살해해버립시다

       아니 오! 원훤은 내가 죽이겠소!

 

       초구성 동문 주위에 가병을 매복시켜 놨다가

       원훤이 다가오면 일제히 뛰어나와 죽인 후에

       궁궐로 몰려가 공자 괄()을 죽이도록 합시다.

 

       그런 연후에 궁실(宮室)을 깨끗이 청소해 놓고

       위성공(衛成公)을 영접한다면

 

       어느 사람도 우리 두 사람이

       세운 공을 넘볼 수가 있겠소이까

 

약속한 그믐날 밤이 되자, 주천 야근은 초구성(楚丘城)의 동문

주변에 가병(家兵)을 숨겨놓았으며동문에서 서성거리며

원훤(元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곽(城郭)을 순시하고 돌아오는 원훤(元暄)이 나타나자, 둘이는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영접하면서 새로운 소식을 묻게 된다.

 

       재상 원훤(元暄이제 오십니까

       두 대부께선 밤늦은 시간에 왠 일이시오

 

       궁금한 게 많아 기다리고 있었소

       구군(舊君)이 석방된 건 알고 계시지요

       구군(舊君)이 초(나라로 갔다는 소문은 들었소.

 

       구군(舊君)이 벌써 우리 위() 나라 경내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알지 못하는 것이오

 

       아니주천(周歂)은 그 예길 어디서 들었소

       재상 원훤(元暄그뿐만이 아닙니다

 

       영유(寧兪)가 이미 성안으로 들어와 여러 신료와

       만나고 있으며, 좀 있으면 다 같이 성 밖으로 나가

       구군(舊君)을 맞이하기로 하였답니다.

 

       허 어야근(冶厪)은 별소릴 다 하고 있소

       어찌 그런 소문을 다 믿는단 말이오

       이 말은 미친 자들이 하는 소리요

 

       이미 신군이 군위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있는데

       어찌 옛 군주가 복위하겠다고 온단 말이오

 

       내 좀 전에도 확인해본바 그런 일은 없었소

       두 사람은 똑바로 알고나 다니시오

 

       원훤(元暄)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정경(正卿이라면 만 리 밖도 봐야 할 것 아니오

 

       이렇게 중차대한 일도 모르고 있으면서

       어찌 국가 대사를 이끌어 나간단 말이오

 

주천의 고함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야근이 갑자기 달려들며 원훤의

 손을 잡았으며, 이에 원훤이 황급히 야근의 손을 뿌리치,

곁에 있던 주천이 칼을 뽑아 원훤의 머리를 내리쳤다.

 

       원훤은 두개골이 둘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이때 숨어 있던 가병 들이 달려 나오자

       원훤을 수행했던 군사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주천과 야근은 가병들에게 성안을 큰소리로 외치고 돌아다니며,

초구성(楚丘城성민에게 겁박을 주라고 명령하였다.

 

       위성공(衛成公)이 제()와 노(), 두 나라의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당도해 있소

 

       성민(城民들은 각기 집안에 머물 것이며

       밖으로 나와, 절대로 소란을 피우지 마시오!

초구성의 성민들은 난대 없는 소리에 변이 일어난 줄로 알았으며,

하나같이 집의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때 집에 있던 대부들은 이상한 소리에 반신반의하며 또한떠들고

다니는 가병(家兵들이 무슨 연고로 말하고 다니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위후(衛侯)가 된 공자 괄(适)은 궁실에서 동생인

       공자 의(儀)  술을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천(周歂)과 야근(冶厪)은 가병(家兵) 

들과 일부 동조하는 군사들을 이끌고 조당(朝堂)을 향해 달려왔다.

 

       공자 괄(适)과 공자 의(儀)는 갑자기 궁실 밖이

       소란해지자, 변이 일어난 것으로 짐작하고는

       공자 의(儀)가 칼을 빼 들더니 궁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마침 들어오고 있던 주천과 야근

       공자 의(儀)와 마주치자 목을 쳐버렸다.

 

       두 사람은 궁실에 돌진하여 공자 괄(适)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아침 해가 밝아지자

       공자 괄(适)은 우물에 몸을 던져 죽은 걸 알게 되었다.

 

주천과 야근은 위후가 친필로 쓴 편지를 꺼내더니, 조당(朝堂)

벽에 방을 만들어 붙이고, 자기들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했다.

 

백관들이 모두 모여 성 밖으로 나가 위성공을 영접했으며, 마침내

초구성(楚丘城)에 재차 입성한 위성공은 세 번이나 군주가 된다.

이에 후세의 한 사관이 영유(寧兪)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영유(寧兪)가 꿈 이야기를 지어내어 의원 연()에게

       시키면서, 어려운 곡절 끝에 위성공을 위후의 자리에

       복위시킨 일은  대단히 뛰어난 지혜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후의 유지를 좋은 뜻으로 공자 괄에게

       전했더라면, 공자 괄()은 군위를 양위하고 물러났을

       것이며, 신하의 신분이 되어 살아있을 것이다.

       영유는 주천과 야근을 사주하여 원훤(元暄) 야박하게

       죽임으로써, 위후(衛侯)의 형제들에게 시역(弑逆)

       죄를 짓게 하며,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비극을 만들었다.

 

       이로보면 위성공이 비록 야박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영유(寧兪) 자신도 책임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의 치밀한 계책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귀국할 수 있었으며, 마침내 다시 군위에 올랐다.

 

       동생인 숙무(叔武)에게  군위를 맡기고

       초구성(楚丘城)을 떠난 지 꼭 2년 만의 일이었다.

 

 368 천벌은 반드시 받게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