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66 화. 어찌 짐독으로 죽이고 살리는가.

서 휴 2023. 11. 24. 16:24

 366 . 어찌 짐독으로 죽이고 살리는가.

 

의원 연()은 선멸(先篾)을 데리고 저장고로 가더니선멸(先篾)

보는 앞에서 술을 따르고그리고 짐독(鴆毒)을 타면서 말한다.

 

       위후(衛侯)가 죽을 때가 된 것 같소이다

       이 술은 두 잔만 마시면 되오

       이 술을 마시고 잠들면 깨어나지 못할 것이오

 

의원 연()은 술병을 들고나오고장수 선멸(先篾)은 바가지에

술을 퍼담아, 기분 좋게 벌컥벌컥 마시면서 보라는 듯이 나왔다.

 

       영유(寧兪위후의 병세가 어떠한지 같이 가봅시다.

       위후(衛侯이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올 겁니다.

       위후(衛侯두 잔은 꼭 마셔야 하옵니다.

 

       잠깐만!  그 술을 나 영유(寧兪)에게 줘보시오

       여기 있소. 마셔보시오

 

이윽고 의원 연()이 짐독(鴆毒)을 탄 술병을 영유(寧兪)에게

건네자, 영유(寧兪)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고 난 후조금

맛을 보고는 아무 이상이 없자위후(衛侯)에게 권하게 되었다.

 

       주공한 잔 받으시옵소서.

       무슨 술인지, 향도 좋고 목이 탁 트이는구나

       허 어영유(寧兪)는 이보다 큰 잔에 따라 보라

 

영유(寧兪)가 큰 잔을 찾으려 일어나려고 하자그때 같이 있던

의원 연()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면서 집의

마당을 노려보다가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에 쓰러졌다.

 

의원 연()은 입에서 선혈을 토하면서 인사불성이 되었고그리고

짐독(鴆毒)을 탄 술병은 쓰러져 낭자하게 흐르게 되었다.

 

       아니() 의원무슨 일이오

       허 어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구먼

 

영유(寧兪)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짐짓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는 몹시 괴이하다고 말하면서의원 연()을 부축하여

자리에 눕히고 피를 닦아주며 안정을 취하게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선멸(先篾)이 쫓아와 연() 의원을 떠메고 갔다.

 

       하 아여기가 어디요

       의원 연()은 정신 좀 차리시오

 

       선멸(先篾귀신은 갔습니까

       귀신이라니 정신 차리고 말해보시오

 

       위후(衛侯)는 어찌 되었소

       위후(衛侯)도 절명해 깨어나지 못하고 있소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뭐가 그리 이상하오 어서 말해보시오

 

       위후(衛侯)가 술을 마실 때 갑자기 귀신이 나타났소

       몸 크기는 보통 사람의 두 배만큼이나 되고

       머리는 마치 여물통만큼이나 커다랗고

       그 차림새는 매우 위엄이 서려 있었소

 

       저리 비켜라!  나는 하늘에서 당숙(唐叔)의 명을

       받들어 위후(衛侯)를 구하러 왔노라하고 고함치면서

 

       그 귀신은 쇠몽둥이로 짐주(鴆酒)가 들어있는

       술병을 깨뜨리면서 저와 위후(衛侯)의 혼백을

       빼앗아 가는 바람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오.

선멸(先篾)은 의원 연()의 말이 의심스러워 위후(衛侯)를 찾아가

영유(寧兪)에게 이에 관해 물어보자영유(寧兪)도 자기가 본 것을

모두 말하는데 그 내용이 의원 연()이 말한 바와 같았다.

 

       선멸(先篾,  연() 의원은 어찌 되었소

       지금 막 깨어나 엉뚱한 소리나 하고 있소.

 

       아무래도 의원 연()이 나쁜 놈이오

       그놈이 독을 써서 우리 주군을 해치려 한 것이오

       우리 위후(衛侯)는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소!

 

영유(寧兪)가 화를 벌컥 내다가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나가더니

() 의원이 누워있는 방을 찾아 들어가 욕설을 하면서,

그의 멱살을 잡고 마당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였다.

 

       네 이놈 아 똑바로 말해봐라

       너는 우리 위후(衛侯)를 죽이려 하였느냐

 

       나는 너처럼 간악한 놈하고는

       같은 하늘 아래에 살지 못하겠노라

 

영유(寧兪)가 화를 내면서 의원 연()을 두들겨 패자이를 보고

있던 선멸(先篾)은 싸움을 뜯어말리면서 고함질렀다.

 

       그대의 위후(衛侯)는 이미 하늘의 도움을 받았으니

       위후(衛侯)의 작위가 아직 끊어지지 않았소이다

 

       아니, 위후(衛侯)의 작위가 아직 끊어지지는

       않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살아 있다는 말입니다!

       내 마땅히 돌아가 우리 군주께 아뢰도록 하겠소

 

위성공(衛成公)은 마신 짐독(鴆毒)의 술이 비록 적은 양이라 해도

그 후유증이 가볍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곧바로 몸져눕게 되었다.

 

       자리에 누워 얼마 동안의 간병을 받은 위후(衛侯)

       이내 기력을 회복하여 병석에서 일어났다.

 

       병석에서 일어난 위후(衛侯)의 모습을 확인한

       선멸(先篾)은 의원 연()과 함께 귀국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진문공에게 상세히 복명했다.

그 말을 믿은 진문공(晉文公)은 의원 연()을 용서했다.

  

한편 노희공(魯僖公)은 원래 위성공(衛成公)과 친하게 지내왔었다.

의원 연()이 짐주(鴆酒)를 먹였으나, 위후(衛侯)가 죽지 않았으며

또한, 진후(晉侯)는 그에게 더는 벌을 주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자, 너무나 기뻐하였다.

 

       주공신 대부 장손신(臧孫辰이옵니다.

       위후(衛侯)가 복국(復國할 수 있다고 보는가

 

       주공복국(復國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복국(復國)을 장담하는가

       주공형벌(刑罰에는 다섯 가지가 있사온데 

       먼저 대형(大刑)이라 하여 집단일 경우에는

       군사나 갑사(甲士)를 동원하여 토벌하고

 

       개인일 경우에는 죄인을 붙잡아와서

       옥에서 문초하고 부월(斧鉞)로 목을 칩니다.

 

       중형(中刑이라는 중한 벌은 팔이나 다리를

       톱이나 칼로 절단하고이마에 문신을 뜹니다.

 

       하형(下刑)은 채찍으로 등을 몹시 때리거나

       곤장으로 엉덩이를 내리치는 것입니다.

 

       비교적 가벼운 형벌로는 죄지은 사람은

       십자 판에 묶어 놓고 사람들에게 구경하게 하거나

 

       또는 죄인을 시정에 데리고 다니면서

       지은 죄를 세상 사람에게 널리 알리게 합니다.

 

       지금 진후(晉侯)께선 위후(衛侯)를 이 다섯 가지

       형벌(刑罰)로 다스리지 않고사사로이 짐주(鴆酒)

       마시게 하여 죽이려고 하였으나, 죽일 수 없었고

 

       또한, 의원 연()에게 벌주지 않았으니, 이것은

       위후를 죽이는 일에 명분이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후(衛侯)는 짐주(鴆酒)를 마시고도 죽지 않았으니

       이제는 주()의 왕도에서 늙어 죽게 생겼습니다.

 

       만약 주군께서 위후(衛侯)를 위해 청하신다면

       진후(晉侯)는 틀림없이 위후의 죄를 용서할 것입니다.

 

       주공위후(衛侯)가 복국 하면, 우리 노()와는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오라

 

       제후 중에 어느 누가 감히 우리 노(나라의

       높은 의기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노희공(魯僖公)은 크게 기뻐하며 장손신(臧孫辰)에 명하여, 왕실에

벽옥(璧玉) 10쌍을 바치게 하면서 위후(衛侯)의 석방을 청했다.

 

        (나라 대부 장손신(臧孫辰이옵니다.

        천자께서는 위후(衛侯)를 풀어주시옵소서.

 

        위후(衛侯)는 진후(晉侯)의 뜻에 따라야 하노라!

        진후(晉侯)가 뒷말하지 않는다면야

        짐이 어찌 위후(衛侯)를 석방하지 않겠는가

 

        천자의 말씀에 위후의 석방을 허락하셨사오니

        신은 진후에게 위후의 사면을 청하겠나이다.

 

장손신은 주양왕이 진후의 허락만 받아 내면, 자기도 위후(衛侯)

석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자그길로 진(나라를 찾아가서

진후를 배알 하며, 역시 가지고 온 벽옥(璧玉) 10쌍을 바치며 말했다.

       저희 노후께서는 위후와 오래전부터

       형제의 정을 맺고 있었사옵니다

 

       위후는 군주 님께 죄를 얻어 황송한 마음으로

       크게 뉘우치며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사옵니다.

 

       군후께서 이미 조백(曹伯)을 석방하셨다는 소식을

       들으신 저희 노후께서는, 변변치 못한 물건이나마

       이 벽옥(璧玉)으로 위후를 위해 속죄를 청하옵니다.

 

       허허, 위후는 이미 왕도로 보내져이제는 천자의

       죄인이 되었는데 과인이 어찌 스스로

       위후의 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아니옵니다군후는 천자를 대신하여

       제후들을 호령하시는 방백(方伯이시옵니다.

 

       군후께서 위후의 죄를 용서한다고 하시면

       어찌 왕명과 다르다고 하겠습니까

       주공신 선멸(先篾이옵니다.

       () ()가 친하게 지내고 있다니

 

       주군께서 노() 나라의 청을 받아들여

       위후(衛侯)를 석방한다면, 두 나라가 서로 더욱

       친교를 맺어 우리 진()의 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이러한 이로운 점을

       어찌하여 취하려 하지 않으시옵니까

 

진문공(晉文公)은 선멸(先篾)의 말을 듣고 나자, 위후(衛侯)

석방을 허락했으며, 또한 선멸(先篾)에게 장손신(臧孫辰)

동행하여 주양왕을 찾아가 위후(衛侯)의 석방을 청하게 했다.

위성공(衛成公)은 드디어 위(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367 서로 살리고 서로 죽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