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64 화. 어찌 귀신의 힘을 빌리는가.

서 휴 2023. 11. 23. 18:20

 364 어찌 귀신의 힘을 빌리는가.

 

       그때 정문공(鄭文公)은 이미 초()와 수호(守護)

       조약을 맺고 혼인까지 하여놓은 사이였으나,

       이번 하양(河陽)에서 벌어진 조현(朝見) 의식에는

       진후(晉侯)의 보복이 두려워 참석했다.

 

이때 정문공은 진문공(晉文公)이 위()와 조()에게 조치하는

보고는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진후(晉侯)가 유랑할 때, 우리 정()도 역시

       예를 갖추어 접대하지 못했는데

 

       진후(晉侯)는 조백(曹伯)과 위후(衛侯)에게

       복위를 허락해 놓고도, 풀어주지 않고 있구나

 

       진후(晉侯)가 지난 일에 이렇듯 원한이 깊다면

       어찌 정(나라에 대한 원한인들 잊고 있겠는가

 

       차라리 초()와 동맹을 유지하면서, 만약에

       진후(晉侯)가 연합군을 만들어 토벌하러

       오게 된다면, 초()에 구원을 청하여

       우리 정(나라를 보존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라도 초()와 동맹국이다.

       일단은 제후 군이 허(나라에 진군할 때까지

       꾹 참고 있다가,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반드시 신정(新鄭성으로 돌아가고 말리라

 

그때 같이 있던 숙첨(叔詹)은 정문공(鄭文公)이 진문공(晉文公)

명령에 흔쾌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고는 이에 즉시

정문공(鄭文公곁으로 다가가서 조용한 말로 간청하게 된다.

   

       주공, 진후(晉侯)가 옛날의 무례했던 일을 용서한 것은

       우리 정()에게 과분한 처분을 내린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절대로 두 마음을 가지면 안 됩니다.

       만약에 두 마음을 품으시어, 진후(晉侯)에게 다시

       죄를 얻게 된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정문공(鄭文公)은 아주 약삭빠른 성품으로혼자만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번에도 상경 숙첨(叔詹)의 진실한 말을

듣지 않고서는 군사들을 시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 나라에 역병(疫病)이 퍼졌다고 한단다

      어서 제를 올려 역병(疫病)을 퇴치해야 한단다

 

정문공(鄭文公)은 빨리 돌아가 역병(疫病)을 물리쳐야 한다면서 

진후(晉侯)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정(나라로 돌아오자마자

몰래 초()나라에게  제후 군이 움직이는 상황을 상세히 전한다.

 

       상국, 초()와 친하게 지내는 허(나라를

       진후(晉侯)는 회맹에 참석하지 않은 죄를 묻겠다면서

       열국의 제후 군을 이끌고 쳐들어갔습니다.

 

       우리 정()은 상국이 이를 책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여 감히 군사를 거두어 진후(晉侯)

       뒤를 따르지 않고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그때 허(나라도 역시 제후 군이 죄를 물으러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재빨리 초(나라에 구원을 청하는 사자를 보냈다.

 

그때 허()와 정(), 두 나라 군주로부터 동시에 구원요청을 받은

초성왕(楚成王)은 두 사자를 불러놓고 말한다.

 

       우리 초()나라는 성복(城濮전투에서

       ()에게 크게 패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도다.

 

       지금의 처지로서는 진()과 다시 싸울 수 없으니

       그들이 싸움에서 싫증을 낼 때를 기다렸다가

       화의를 청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결국 허(나라의 구원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윽고 진후(晉侯)의 연합군이 허(나라의 경내로 쳐들어갔으며

영양(潁陽땅에 있는 허성(許城)을 물샐틈없이 포위하게 되었다.

 

       진후(晉侯)께선 어찌 공격을 하지 않으십니까

       (나라는 성복(城濮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나라에 구원 군을 보내지 못할 것이오

 

       굳이 군사를 회생시켜가며 공격할 필요가 있겠소

       포위만 해도 허희공(許僖公)은 항복하고 말 것이오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허성(許城)을 바라보던 진문공(晉文公)

마음이 풀려서인지 침상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과로로 인한 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그도 나이 66세의 노년이 되어있었다.


       기원전 632년 한해는 유달리 분주하였다.       

       연초에 강성(絳城)을 떠나 위()와 조()를 공략하였고,

       성복(城濮전투에서는 초군(楚軍)을 크게 격파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천토(踐土맹회를 열었으며 또한

       귀국하여 석 달도 안 돼하양(河陽맹회를 개최했다.

 

       하양(河陽맹회가 성대하게 끝나자마자쉬지 않고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쳐들어온 것이다.

 

       아무리 천성적으로 건강을 타고 났다고는 하지만

       연속된 과로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진문공은 과로에 지쳐 침상에 누워있다가 혼미한 상태에 빠졌는데

하얀 관()을 쓴 귀신 하나가 방문을 열고 진문공을 찾아들어 왔다.


       배가 몹시 고프오먹을 걸 좀 주시 오

       허 어함부로 들어오다니! 그대는 누구요

 

귀신은 애걸하다 돌아갔으나그 꿈 이후로 진문공의 병세는 더욱

악화(惡化되었으며, 백방으로 약을 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까지 오록성(五鹿城안에 연금되어 있던 조공공(曹共公)

진후(晉侯)의 사면령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사면을 청하기 위해

언변에 능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조(나라의 말단 관리로 있던 후누(侯獳)

       많은 뇌물을 진()에 바치면서 해결하겠다고 자원했다.

 

       황금과 비단을 한 수레에 가득 싣고 가던

       후누(侯獳) 영양(潁陽)에 당도하자마자 

       진문공의 이상한 꿈 이야기를 듣게 된다.

 

후누(侯獳)는 때마침 전부터 알고 지내던 태복 곽언(郭偃)을 찾아가

만나자마자, 조공공(曹共公)을 풀어달라며 간곡하게 간청한다.

 

       태복 곽언(郭偃실로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허허후누(侯獳)가 웬일로 찾아왔는가

 

       어떻게 하던 조공공(曹共公)을 풀어주십시오.

       쉬운 일이 아니오 좀 기다려 봐야 하오

 

뇌물을 받아 챙긴 곽언(郭偃)은 다시 진문공을 찾아가자그때가

되어서야 진문공은 잠에서 깨어나 꿈속에서 본 것을 말했다.

 

       찾아온 귀신이 누구길래 그토록 배고파하는가

       주공잠시 기다려 보시옵소서.

     

태복 곽언(郭偃)은 진문공(晉文公)이 본 꿈속의 귀신을 알아내고자

산가지로 시초점(蓍草占)을 쳐서 천택(天澤)의 괘()를 얻게 된다.

 

       이는 음()이 변해서 ()이 되는 괘()이옵니다

       천택(天澤)은 주역(周易) 64괘 중 10번째의 괘()

       위로는 건()이며 아래로는 태(이옵니다.

 

       陰極生陽 蟄蟲開張 (음극생양 칩충개장)

       음이 극에 달하여 양을 만드나니

       땅속에 잠자던 벌레들이 꿈틀거리는구나.

 

      大赦天下  鐘鼓堂堂(대사천하 종고당당)

      천하에 두루 대사령을 내린다면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게 되리라.

 

태복 곽언은 위와 같은 천택(天澤)의 괘()를 얻었으며 이에 따라

()를 설명하는 점사(占辭)를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쳤다

 

       곽언(郭偃)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주공이 점사(占辭)는 꾸신 꿈과 같사옵니다.

 

       이는 제사가 끊어진 귀신이 있을 것으로

       주군에게 그 용서를 구하고 있는 괘(입니다.

 

       과인은 지금까지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일에

       다른 사람의 제사를 끊은 적이 하나도 없었소

 

       그 귀신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과인에게 용서를 빈단 말이오

       주공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헤아려 보건대,

       점괘가 말하는 나라는 아마도 조(나라인 듯합니다.

 

       (나라에 처음 봉해진 시조는

       주문왕(周文王)의 아들 숙진탁(叔辰鐸)으로

       태묘(太廟)의 소(자리에 올라있습니다.

 

       우리 진()에는 주문왕(周文王)의 손자이시며

       주성왕(周成王)의 동생이신 당숙우(唐叔虞임이

       봉해져, 태묘(太廟)의 목(자리에 계십니다.

 

태묘(太廟), 종묘(宗廟), 사당(祠堂)에서 신주(神主)를 모시는 차례가

있는데중앙에는 문중(門中)을 창건한 태조(太祖)를 모시게 되며  

그 왼쪽에는 후대(後代)를 모시는데 이를 소()라 부르고,

그 오른쪽에는 소()의 아랫대를 모시는데 이를 목()이라 한다.

 

       주공, 옛날 제환공(齊桓公) 제후들과 회맹을 연후에

       북적(北狄)의 수장인 수만(瞍瞞)의 침입을 받아 멸망한

       ()과 위(), 두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는 제(나라로 봐서는 이성(異姓)의 나라입니다.

       지금주군께서 회맹을 행하시고 조()와 위()

       멸하려 하셨는데이 두 나라는 주군과 동성(同姓인바

       주군께선 동성(同姓)의 제후국을 멸하려 하셨나이다.

 

       더구나 두 나라를 복국(復國)까지 허락하셨으나

       천토(踐土) 회맹에서 주군께서는 위후(衛侯)

       복국(復國시켰지만 조백(曹伯)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죄를 지었음에도 그 벌을 다르게 내리신 관계로

       제사가 끊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한 숙진탁(叔辰鐸)께서

       주군의 꿈속에 나타나신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주군께서 조백(曹伯)을 복위시켜 주신다면

       숙진탁(叔辰鐸임은 안심하고 물러가실 것이며

 

       주군의 인자하고 넓은 마음이 종과 북소리를

       울리게 하면서천하의 평화로움을 즐기게 하는데

       어찌 조그만 질병을 걱정하게 되겠나이까

 

제환공(齊桓公) 이성(異姓)의 나라도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는데,

주군께서는 어찌 동성(同姓)의 나라를 멸할 수 있느냐는, 태복 

곽언(郭偃)의 한마디에 진문공은 마음이 활짝 열렸으며, 의심과

미혹이 깨끗이 풀려 병세가 말끔히 나은 것처럼 느껴졌다.

 

 365 .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겠는가.